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317화 (317/415)

# 317

2부 17화 모두에게 기적을 알리다 (1)

2001년 12월 7일,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백범 전임 이사장이 깨어났다고 합니다.”

비서실장은 흥분된 눈빛으로 이미 백범이 깨어난 것을 심은혜에게 보고받은 대통령께 보고했다.

“깨어났군요.”

대통령은 담담히 이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비서실장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놀랍지 않으십니까?”

“놀랄 것이 뭐가 있습니까? 나는 깨어날 줄 알았습니다. 좀 오래 잠을 잔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예, 그러시군요.”

“하지만 모두가 놀랐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모든 국민이 백범 전임 이사장이 깨어난 것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는 태양 그룹 및 계열사들이 급등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겠지요. 비서실장, 내일 일정이 어떻게 됩니까? 병문안을 이제야 가는군요.”

* * *

성북동 이신의 별채.

나는 자신이 깨어난 것을 언론을 통해 발표하자마자 휠체어를 타고 성북동으로 향했고 이신은 내가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 앞에 앉아 있자 감격한 눈빛을 보였다.

“미리 말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지난 9월에 깨어났다고?”

“예, 그렇습니다.”

“그랬구나. 그래서 대한민국이 자본 독립을 이룰 수 있었군.”

“예, 조부님.”

“범아.”

이신이 담담한 눈빛으로 나를 불렀다.

“예, 조부님.”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구나.”

물론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왜 이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해 줄 수도 없다.

“저를 지켜주신 분은 조부님뿐이었습니다.”

“너는 쓰러지기 전에는 나를 어르신이라고 부르더니 깨어난 후에는 조부라고 하는구나.”

“불편하십니까?”

“아니다. 그리 불러야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지.”

이신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나는 이신이 왜 저런 눈빛인지 잘 알고 있다.

‘우리 집안을 보살펴 준 것은 이신이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명예를 지켜 준 사람도 이신이다.

‘독재자와 손을 잡으면서까지!.’

이신은 내 조부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할 참이냐? 내가 미국에 어떤 조처를 했는지는 이미 알고 있다.”

“혼쭐을 내놨으니 이제 손을 다시 내밀 겁니다.”

“미국이 너를 버렸는데 너는 다시 손을 내밀겠다는 것이냐?”

“미국은 멀리 있지만 적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내가 일본을 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이신은 알 것이다.

“그렇기는 하구나. 그렇게 해라. 그럼 이제 어쩔 것이냐?”

“대통령께 제 뜻을 전했습니다.”

“너의 뜻?”

“예, 저는 국방부 장관이 되고자 합니다.”

내가 무슨 의도로 이러는지 알겠다는 눈빛이다.

“알겠다. 결국, 너는 네가 가려던 그 길로 계속 가겠구나.”

이신은 내가 민간군사기업을 설립하려는 것을 짐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지원하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 문안 인사도 드렸으니 일을 하겠습니다.”

“알았다. 나도 이도와 함께 너를 도울 것이다.”

나는 이미 이신이 이도와 함께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이 별채에 들어오기 전에 이신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왜 그랬습니까?

나는 이도가 전임 외교부 장관을 사고사로 위장해 살해한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의 미국과 같은 마음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의 미국과 같은 마음?

-분노를 뿜어낼 대상이 필요했고 경고도 필요했습니다.

-그 말씀은 앞으로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말씀이군요.

-물론입니다. 내 친구 당신은 빛에서 움직이고 나는 어둠에서 움직여서 대한민국을 정화할 겁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분명한 것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것이 내가 또 대부님께서 가장 잘하시는 일입니다.

그때의 나는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부님과 나는 이런 방식으로 지은 죄를 씻어나갑니다.

이도가 한 말이 뇌리에 박혔다.

‘내가 회귀한 것은 지은 죄를 씻으라는 것인지도 모르겠군……!’

하여튼 이신과 이도는 나와 다르게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을 자기 나름대로 정화해 나갈 것이다. 물론 이것은 범죄다.

하지만 나는 끝내 말리지 못했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이신에게 절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뵙겠습니다.”

“집에는 전화했더냐?”

이신이 내게 물었다.

“아직……!”

“나라에 충성한다고 불효막심한 놈이 됐구나.”

“바로 전화하겠습니다.”

* * *

달리는 자동차 안.

“김포공항으로 갑시다.”

“예, 알겠습니다.”

내가 깨어났다는 것을 전화로 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국방부 장관께 내가 제주에서 보자고 한다고 전달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은 바로 대답했다.

* * *

제주도 백범의 본가.

내가 멀쩡한 상태로 아버지 앞에 서자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나만 바라보고 계셨다.

“고, 고얀 놈……!”

아버지께서 내게 하신 첫마디다. 그리고 그 첫마디를 하신 후에 눈물을 흘리셨다.

“범, 범아……!”

어머니는 이제야 내게 달려와서 내 몸 여기저기를 만지시고 내 이름을 부르시며 이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시려는 듯 자신의 손등을 꼬집어 보시기까지 했다.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걱정 안 했다.”

아버지는 담담하게 말씀하셨다.

“그럼 다행입니다.”

“나는 네 녀석이 깨어날 줄 알았다. 그리고 깨어난다고 말한 사람도 있고…….”

누군지 알겠다.

‘김 상사의 아내가 말해줬겠지.’

어머니는 그녀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 아버지께서도 어느 순간 믿으시게 된 것을 알게 됐다.

“하지만 오늘은 네 아들놈도, 내 며느리도 밉구나.”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나자마자 이렇게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것을 보시고 몇 개월 전에 깨어났으리라는 것을 짐작하시는 아버지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숨긴 것이 조금은 서운하다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시다.

“자고 갈 것도 아닌 것 같으니 가서 일 봐라.”

“예,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내가 큰일을 할 것이라고 확신하시는 눈빛이다.

“아버지.”

“왜?”

“제가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이 될 것 같습니다.”

“네가 그리되겠다고 결심한 것이냐?”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제주도를 절대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내 말에 아버지께서는 인상을 찡그리셨다.

“이리 아름다운 섬을……!”

아버지께서는 제주도로 이주하신 후에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신 모양이다.

“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 결심을 했다면 부침이 심하겠구나.”

“예, 그럴 것 같습니다.”

“하여튼 알았다. 오늘 너는 욕을 먹겠지만 태어날 아이들이 웃겠지.”

“그리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아버지께 그렇게 말하고 꾸벅 묵례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일 봐라.”

아버지는 그렇게만 말씀을 하시고 돌아섰다.

“임자, 갑시다. 범이가 일한다고 하니 우리도 일합시다.”

“……. 그래도……!”

어머니께서는 말꼬리를 흐리셨다.

“어머니, 저녁은 집에 와서 먹을게요.”

“정말이야?”

“예, 그럴 겁니다.”

내 말에 어머니는 그제야 웃으셨다.

* * *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블랙홀 그룹의 본사를 미국에서 러시아로 이전한다는 발표가 났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부시 대통령은 아프간을 침공한 후에도 미국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었고 현재 일부 은행은 겨우겨우 지급 불능 상태를 모면하고 있는 상태였다.

“예, 그렇습니다. 러시아에 있는 블랙홀 그룹 박태웅 회장이 러시아 언론을 통해서 오늘 아침에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부시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블랙홀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도 러시아로 이전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모든 것은 블랙홀 그룹을 반독점법으로 압박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보좌관이 부시 대통령에게 말했다.

부시 정부는 박태웅이 러시아로 망명을 하듯 떠난 후 그리고 1조 달러를 인출한 후 바로 블랙홀 그룹과 블랙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큐브를 반독점법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분명 보복이었다.

똑똑!

그때 다급한 노크가 들렸고 동북아 안보담당관이 급히 들어왔다.

“또 무슨 일입니까?”

부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백범이 기적처럼 깨어났다고 합니다.”

“백범이?”

부시에게도 백범이 깨어난 것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기적처럼 아주 건강한 상태로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오래전에 깨었다는 것이군.”

“예, 그러리라 판단이 됩니다.”

“이런 젠장!”

부시 대통령이 버럭 소리를 질렀고 다른 보좌관들은 부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금융위기가 백범의 보복이란 말인가!.’

부시의 눈동자는 이글거릴 수밖에 없었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핫라인이 요란하게 울렸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부시가 급하게 돌아서 핫라인을 노려봤다.

따르릉, 따르릉!

핫라인은 계속 요란하게 울렸고 부시 대통령은 천천히 걸어가 핫라인이 연결된 전화기 수화기를 들었다.

-백범입니다.

백범의 목소리를 듣고 부시 대통령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린 적입니까? 동반자입니까?”

부시가 대놓고 백범에게 물었다.

-그 부분은 제가 결정할 것이 아니라 대통령 각하께서 결심하실 일이지 않습니까.

“내가요? 미국의 금융 상황을 이렇게 악화시켜 놓으시고서는 내가 결심한다고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합니까?”

-악화한 금융상황은 되돌릴 수 있습니다. 아니, 제가 최소한 더 악화시키지 않게 바로잡을 수는 있습니다.

이제는 부시에게 강수를 던지는 백범이었다.

“뭐라고 했소?”

-저는 제가 한 일을 다 되돌려 놓겠습니다. 부시 대통령 각하께서는 되돌려 놓으실 수 있으십니까?

물론 부시는 일본 정부에 스텔스 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의 판매 승인을 한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 * *

제주도 바다가 보이는 어느 작은 마을.

-일본에게 스텔스 폭격기와 전투기를 판매한 것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아닙니다. 무기 판매는 미국의 비즈니스 중 하나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항공모함과 그 항공모함에 탑재할 스텔스 전투기 구매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신 것을 말하는 겁니다.”

-그것은…….

“원점으로 돌릴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는 다시 부시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지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미국의 절대적 우방이었던 것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 것입니다.”

-으음……!

“참고삼아 말씀을 드린다면 제가 러시아와의 관계가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또 어떤 협박을 하려는 겁니까?

부시가 말한 그대로 백범이 자신에게 한 말들이 모두 협박처럼 들리고 있었다.

“주한미군이 주둔한 곳에 러시아군이 주둔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북한의 무력 도발만 저지하면 됩니다.”

다시 강수를 던지는 나다. 그리고 지금 내 말을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국방부 장관은 기겁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다.

-이보세요. 백범 회장!

“모든 결정은 부시 대통령 각하께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절대 침몰할 수 없는 거대한 항공모함에 탑승해 있습니다.”

-뭐, 뭐라고요?

“그 항공모함의 이름이 궁금하지 않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이 항공모함은 위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고 아래로는 일본을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항상 떠 있습니다.”

-그, 그 항공모함의 이름이 뭡니까?

부시도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부시를 협박하고 위협하는 것은 부시의 상황이 곤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나는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보며 부시에게 말했다.

-……!

“제주도라는 절대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에 스텔스 폭격기와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하고 싶은데 부시 미국 대통령 각하께서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느 정도의 규모를 원합니까?

목소리가 달라진 부시 대통령이다.

“다다익선입니다.”

-뭐, 뭐라고요?

부시 대통령은 다다익선의 뜻을 알 턱이 없다.

‘해석은 당신이 하십시오.’

이제는 내가 부시의 위에 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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