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3
2부 13화 보복적 자본 조치? (3)
2001년 11월 17일, 태양병원 VIP 병동 특실.
박태웅 회장은 태양 그룹 VIP 병동 특실 두 번째 환자가 됐고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후 이틀 동안 이 병실에서 입원한 상태로 미국을 압박할 준비를 모두 끝낸 상태였다.
“러시아로 이동할 준비를 끝냈습니다.”
우리 둘은 같이 환자복을 입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이 기세 좋게 나오는군요.”
나는 어제 박태웅 회장을 통해서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 전략 기획실에서 확인된 정보를 보고 받은 상태다.
“예,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가 통화협력 기금 협약을 파기하기로 하고 일본 정부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대한민국 은행계는 공황상태에 빠졌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부터 일본 자본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자본 시장에서는 충격 그 자체지만 내게는 고마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딱 타이밍이 좋군요.”
“예, 그렇습니다. 일본이 제대로 된 오판을 시작했습니다.”
나는 미국에 있는 1조 달러를 우선 대한민국에 있는 한국계 은행으로 이동시킬 생각이었으니 푸틴이 내게 완벽하게 협조하기 만들기 위해서 러시아 국영 은행을 비롯한 유럽 은행으로 5000억 달러를 이체시키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5천억 달러는 태양 은행으로!’
산업 수출은행, 대한시민은행을 민간은행으로 전환했고, 그 이후에 합병해서 태양 은행이라는 사명으로 전환했다.
‘내가 가진 미래의 기억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내가 회귀한 후에 바꿔 놓은 것으로, 이것은 오로지 나만의 이익을 추진하려는 생각에서 실행된 것인데 이제는 태양 은행이 대한민국의 자본을 지키는 민족은행으로 인식이 바뀔 것이다.
사실 국영은행은 민간은행으로 전환하면서 만수무강할 정도로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런데 상황이 돌변할 것 같다.
“하지만 은행계나 증권 시장에서는 대한민국의 자본 붕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박태웅 회장도 알다시피 저는 투자가입니다. 그리고 투자가는 모든 것에서 제일 먼저 이익을 우선합니다.”
“대한민국의 자본 시장이 휘청일 때 발표를 하겠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대답하는 박태웅 회장이다.
‘많이 변했군.’
내가 왜 그렇게 모질게 돈을 벌었는지 이제는 알겠다는 눈빛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얼마나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된 것이다.
‘뜨끈 미지근한 사업가의 양심은 접었군.’
이것도 이익이라면 이익일 것이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규모가 작은 대한민국 자본 시장에 5천억 달러가 유입됐을 때 일어나는 문제점입니다.”
“그것도 문제이기는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요?”
돈은 돌고 돌아야 한다. 은행에 넣어두기만 하면 돈은 썩고 그 은행은 흔들리게 마련이다.
“건설 경기 및 부동산 경기 활성화입니다.”
역시 박태웅 회장은 변했다.
“쉽게 말하면 뭐라는 겁니까?”
“빚내서 집 사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박태웅 회장의 말에 박태웅 회장을 빤히 봤다.
“회장님도 정말 많이 변하셨군요.”
“VIP께서 왜 그렇게 하신지 이제야 알게 됐습니다. 세상 모두가 적이었습니다. 또한, 힘이 없는 양심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내 생각입니다. 그리고 박태웅 회장이 말한 것처럼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만들어야겠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태웅 회장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은 자기 주택 보유율 100%로 만들 생각입니다.”
거대 자본이 있으니 못할 것도 없다.
“그 말씀은?”
“최소 50년 장기 분할 상환을 생각합니다. 원금과 이자 부담을 대폭 줄일 방법을 모색할 생각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100년 장기 분할 상환도 가능합니다.”
자본이야 이제는 썩을 정도로 많다. 그리고 태양 은행에 5000억 달러를 그냥 그대로 넣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하하, 100년 장기 분할 상환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대출자가 낼 금액이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집이 있어야 청년들이 결혼하고 또 여유가 있어야 아이를 출산한다는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의 인구는 최소!’
1억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수시장이 활성화되고 만약을 대비할 수 있다.
‘인구가 곧 국력이다!’
이것은 모든 권력자가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박태웅 회장.”
“예, VIP.”
“지금까지는 일본과 미국 그리고 유럽이 자본을 이용해 자본 식민지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돌려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일본 자본 시장의 진출을 지시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일본 부동산 경기도 활성화를 시킬 생각입니다.
나는 일본에 독이 든 성배를 건넬 참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처럼!’
주택을 가진 사람들이 파산을 시작하면서 그에 따라 은행이 파산하고 국가가 휘청하게 만들 생각이다.
“무슨 계획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아시고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VIP께서 다시 지시하시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그런가요?”
“예, 사실 심적 부담이 컸습니다. 참, 그리고 회장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선전포고했죠?”
“예, 그렇습니다.”
“시작됐군요.”
이제는 전쟁의 시대다. 물론 그 전쟁은 미국이 시작한 전쟁이고 결국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그 전쟁 이후에 재건 사업이라는 늪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우선 지켜봅시다.”
“예, 알겠습니다.”
“러시아로 이동할 준비가 끝났다고 했죠?”
“예, 그렇습니다. 오늘 당장에라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나는 박태웅 회장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박태웅 회장의 대답을 듣고 위성 전화를 집어 들었다. 물론 이 위성 전화는 박태웅 회장이 사용했던 위성 전화지만 그전에는 내가 사용했던 전화다.
“어디에 전화를 거시려고……?”
“푸틴에게 확답을 받아낸 후에 러시아로 떠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만약 오늘이라도 내가 지배하는 3대 그룹과 102개의 계열사가 가진 사내 유보금이 일제히 미국에서 빠져나가면 미국은 없던 죄로 만들어서 박태웅을 미국으로 소환하려고 할 것이다.
‘거기다가 내 자금도 있으니!’
1조 달러가 빠져나가면 미국 자본 시장은 최단기간 혼란에 빠질 것이다.
‘미국도 IMF 체제로 가지 말라는 법도 없지.’
물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은 달러를 계속 찍어내면 되니까.
뚜우우우, 뚜우우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우우우-!
* * *
러시아 모스크바 대통령궁 집무실.
“미국이 공식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선전포고를 감행했습니다.”
러시아 정부 고위층 인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힘을 가졌고 분노를 표출할 가장 좋은 기회겠지.”
사실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가 뼈저리게 후회하고 철수한 적이 있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프간으로 전쟁을 끝내지는 않으리라고 판단됩니다.”
“모든 전쟁의 목적은 이익 추구니까. 이라크를 공격할 명분을 전쟁 중에 찾겠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었다.
“예, 그럴 것으로 판단됩니다.”
“러시아는 지켜만 볼 것이다. 그와 함께 경제발전을 위한 마지막 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
러시아가 대한민국에 등을 돌릴 수 없었던 것은 연해주 경제특구가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백범이 지배하는 3대 그룹과 102개 계열사는 연해주 경제특구에 거대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예, 알겠습니다.”
뚜 우, 뚜우우우우!
그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옆에 놓인 핫라인이 요란하게 울렸고 그 핫라인이 울리는 것을 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시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뭔가?’
지금 울리는 핫라인은 백범이 식물인간이 된 후에 단 한 번도 울리지 않은 아니 울릴 수가 없는 핫라인이었다.
‘백범……!’
자신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문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 수뇌부들을 봤다.
“잠시 회의를 중단하겠소.”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신속하게 밖으로 나갔다.
뚜우우우, 뚜우우우-!
딸각!
“으음……!”
전화를 받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는데 신음을 터트렸다.
‘설마 아니겠지……!’
푸틴 대통령은 혹시나 백범이 기적처럼 또 불사조처럼 깨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백범입니다.
백범이 제법 유창한 러시아어로 말했고 푸틴은 이 순간 시간이 정지한 듯 그 자리에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진짜 백범입니까?”
사실 백범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계속 그 어렵다는 러시아어를 공부했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 이상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것은 백범이 언어의 숙달의 천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또한, 백범이 깨어난 후에 이신의 기억을 온전히 찾았기에 이신이 러시아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이렇게 푸틴과 직접 통화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습니다. 동해에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선물 받은 백범입니다.
이것은 기밀 중의 기밀 사항이었다.
“불사조!”
놀랍게도 푸틴 역시 백범을 불사조라고 외쳤다.
-제가 깨어난 것을 아시는 분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뿐이십니다.
“미국과 중국의 배신에 직면했겠구려.”
-그렇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백범은 자신이 기댈 곳이 러시아밖에는 없다고 푸틴이 생각하지 못하게 못을 박듯 말했다.
“그래도 괘씸하지 않소?”
-그렇습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또 푸틴 대통령께서 대한민국을 또 저를 등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사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붕괴하다시피 한 러시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그 촉매제로 쓰일 연해주 경제특구가 필요했고 백범이 식물인간이 된 후에도 3대 그룹의 투자는 계속됐기에 등을 돌릴 이유가 없었다.
-러시아의 경제 성장과 영광을 위해서 새로운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좋소. 그런 제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말해 봅시다.”
푸틴 대통령의 눈빛이 변했다.
‘기회다!’
지금 이 순간이 자신에게도 또 러시아에도 기회라는 생각이 드는 푸틴 대통령이었다.
-9‧11테러를 통해서 태양 컴퍼니가 1조 달러의 옵션 투자 수익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미 보고를 받았을 겁니다.
“그렇소. 그와 함께 백범 회장과 태양 컴퍼니가 9‧11테러의 배후로 미국 정보기관에 지목된 것도 알고 있소.”
-1조 달러입니다. 그 1조 달러를 위해서는 없던 죄도 만들 수 있는 세상이지 않습니까.
꿀걱!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백범 회장, 본론을 말합시다. 그래야 백범 회장답지 않소.”
-저는 미국에 보복적 자본 조치를 감행하고자 합니다.
백범은 미국과 다시 손을 잡기 위해서 미국의 버르장머리부터 고쳐놔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이것이 백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