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312화 (312/415)

# 312

2부 12화 보복적 자본 조치? (2)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외교부 장관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여당과 야당에서는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하고 미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진 이때 외교부 장관의 자리를 공석으로 비워두는 것은 심각한 외교적 공백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외교안보 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오래 비워 둘 수는 없는 자리이기는 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본의 아니게 미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진 상태이니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후임자를 인선하셔야 합니다.”

“그래야겠지요. 고민해 봅시다.”

“예, 대통령 각하.”

사실 대한민국은 백범이 외교부 장관이었을 때 빼고는 거의 자존적 외교를 수행했던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백범의 부재가 더욱 아쉽기만 한 대통령이었다.

“그건 그렇고 심 장관의 업무 수행은 어떻습니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 대통령은 심은혜가 여성가족부를 얼마나 장악했는지 물어보고 있었다.

“심 장관께서는 부침이 심하신 것 같습니다.”

“부침이 심해?”

“예, 그렇습니다. 여성가족부 국장들과 마찰이 심한 것 같습니다.”

“장악 능력이 부족한 것입니까?”

“그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국장들이 제출하는 계획서들을 대부분 반려시키고 있습니다.”

“왜요?”

“여성가족부의 예산의 90% 이상을 여성 복지에만 투입하려는 집행 계획서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반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역시 부창부수군요.”

모처럼 표정이 밝아지는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대통령 각하.”

“왜요?”

“심 장관이 국회의원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것 하나 때문에 장관에게 불만이 있던 국장들이 조금씩 장관의 편에 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치고 들어오는 것도 부창부수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여야 대표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래요?”

“예, 본격적으로 정치에 입문할 것 같습니다.”

“정치라…….”

그럴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하는 눈빛을 보이는 대통령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다음 서울 시장 선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요?”

“서울 시장이라고 했습니까?”

“예, 저는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여성 서울 시장이 탄생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겠죠.”

긍정적으로 말하는 대통령이었다.

* * *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본국에 우호적인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했습니까?”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범과 다르게 신임 외교부 장관은 친일 성향이 강했고, 그에 따라 일본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한일어업협정을 수용할 의사가 충분했다.

“그렇습니다. 총리 각하.”

지금 총리에게 보고를 하는 사람은 일본 정보기관의 국장이었다.

그리고 지금 야마시타는 일본 정보기관의 국장이 보고한 내용을 머릿속으로 뇌까리며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비슷해……!’

자신이 백범을 제거할 때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의 교통사고가 판박이라는 생각이 드는 야마시타였다.

‘이게 경고일까?’

그렇다면 누군가가 자신에게 또 일본에 하는 경고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야마시타였다.

‘백범이 식물인간이 됐지만……!’

백범이 가진 자본과 세력은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론은?”

일본 총리가 정보기관 국장을 보며 물었다.

“대한민국에 대한 더 강력한 압박이 필요할 때로 판단됩니다. 그와 함께 반일감정이 없는 인물이 외교부 장관이 되어야 대한민국과의 외교 관계가 경색되지 않으리라고 판단됩니다.”

“우리가 무슨 힘으로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때 아무 말도 없던 야마시타 일본 총리 특별 보좌관이 말했다.

“알겠소. 보고 끝냅시다.”

일본 총리가 말했고 정보기관 국장은 묵례하고 밖으로 나가면서 힐끗 야마시타를 봤다.

‘비선 실세의 기세가 하늘 높게 비상하는군.’

정보기관 국장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 * *

“국장의 분석은 정확합니다.”

정보기관 국장이 나간 후에 야마시타는 일본 총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도 그렇게 생각을 하나?”

“예, 그렇습니다. 지금 이때 대한민국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방법이 더 남아 있을까?”

일본 정부는 대한민국을 압박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강력한 방법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가?”

“대한민국에 투자된 모든 자본을 회수하는 일입니다. 통화협력 협약도 파기해야 합니다.”

“투자 자본을 모두 회수한다?”

“예, 그렇습니다. 그와 함께 일본 국적 기업의 대한민국 지점을 철수하는 방안도 같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 좋은데 그 부분은 민간사업 분야이지 않나?”

“백범이 식물인간이 된 상태지만 백범이 가진 세력과 자본은 유지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 실력 행사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에게 경제 붕괴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줘야 대한민국이 굴복할 것입니다.”

“대놓고 나설 수는 없는 일이지.”

“동일본 투자회사가 추진하겠습니다.”

야마시타의 말에 일본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렇게 하게.”

사실 야마시타의 동일본 투자회사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비호와 특혜를 통해서 최단시간 거대하게 성장하고 있는 투자회사였다. 그리고 일본 총리가 이렇게 특혜를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일본인들의 저축 정신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총리 각하.”

“더 보고할 것이 있나?”

“곧 외교부 장관이 보고할 것입니다.”

“뭔가?”

“미국이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미국은 국무회의로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할 것을 결정했지만 아직 발표까지 한 것은 아니었다.

“아프카니스탄을?”

“미국이 드디어 복수의 대상을 찾은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그렇겠지.”

“아프카니스탄 침공은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미국은 끝내 이라크를 침공할 것입니다. 모든 전쟁은 명분보다 국익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아프카니스탄 전쟁을 본국이 지원하고 더 나가 이라크 침공을 했을 때 필요한 전쟁 자금을 부담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야마시타의 보고에 일본 총리가 처음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꼭 그래야 할까?”

“미국은 분노해 있고 이라크와 전쟁을 하게 되면 그 분노를 모두 토해낼 것입니다. 그에 따라 이라크 전체는 폐허가 될 것이고 폐허가 된다면 전쟁이 종료된 후에 재건사업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군.”

어떤 면에서 야마시타는 백범과 비슷한 생각을 동시대에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야마시타는 시쳇말로 백범의 하위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라크 전쟁은 반드시 일어납니다. 또한, 미국은 승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쟁에 어떤 형태로라도 미국의 편에 서는 국가만이 이라크 재건사업에 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은 일본 경제의 부활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일본 총리는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평양 전쟁에서 패하고 폐허가 된 본토가 빠르게 재건되고 경제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천운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고 그 이후에 베트남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사실 전쟁만큼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는 사업(?)도 없었다. 그래서 어떤 측면에서 미국은 그렇게도 전쟁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한 번의 부흥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미국에 먼저 제의를 하자는 건가?”

“그것은 아닙니다. 미국은 명분을 위해 동맹국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이야 당연히 동맹 관계이니 미국을 지지하겠지만 아프카니스탄 전쟁 이후 이라크까지 공격하게 된다면 다른 국가들은 고개를 저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지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원해야 합니다. 군대를 파병하는 것이 가장 완벽한 지원이지만 평화헌법이 존재하는 이상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전쟁 부담금을 지원하는 형태가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네. 하지만 나는 우려스럽네.”

“그러실 겁니다.”

“과거 일본 정부가 베트남전쟁이 발발할 때 어쩔 수 없이 또 목적에 의해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지.”

“그 사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종료된 후에 미국은 뉴욕타임스지를 통해서 동맹국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전했지만, 일본은 그 감사에 이름 한 자 올리지 못했네.”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도 일본은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가고자 했다.

시쳇말로 뭐 주고 뺨 맞은 꼴이었으니까.

“이번은 다릅니다. 국익을 위한 일이고 평화헌법을 철폐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미국이 손을 내밀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네.”

물론 그 회의라는 것은 일본 총리가 자민당 최고 계파의 수장이기에 당론으로 결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민당이 일본 국회에서 최고 의석을 여전히 차지하고 있기에 국회 통과도 가능했다.

“제 의견을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야마시타가 일본 총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자네는 나의 다음이니까.”

이것은 일본 총리와 야마시타가 끝내 동일본 투자회사를 통해 야합을 시작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예,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곧 총리실을 떠날 때도 됐군.”

일본 총리의 말에 야마시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도쿄지사가 되어야 내 행보가 더욱 빨라질 것이야.”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내겠습니다.”

야마시타는 빠르게 비선 실세가 아닌 권력의 중심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태양병원 VIP 병동 특실.

박태웅 회장은 잠시 특실을 밖으로 나갔고 나와 내 아내 은혜만 남았다.

‘배가 많이 나왔군……!’

사실 은혜를 볼 때마다 미안할 때가 많다.

“이제는 제게 또 우리에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은혜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면서 내게 말했다.

“그래도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왜 그렇게 바삐 움직이셨는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듣고 옆에서 지켜보는 것보다 직접 경험해 봐야 더 정확하게 아는 법이다.

“여보……!”

나는 담담한 얼굴로 내 아내 은혜를 불렀다.

“예, 말씀하세요. 저는 이제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당신의 든든한 지원자이니까요.”

“당신과 엘리자베스 그리고 배 속의 아이가 슬프고 힘들어서 나를 원망해도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손자들이 웃을 수 있도록 나는 움직일 겁니다.”

‘2030년 독도해전……!’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손자들의 미소는 사라질 테니까.

“그런 날은 꼭 올 거로 생각해요. 그리고 여보……!”

내 아내도 내게 할 말이 있는 눈빛을 보였다.

“말해요.”

“저도 당신을 돕기 위해 다음 서울 시장에 출마할까 해요.”

판사가 되기를 희망한 내 아내 은혜가 이제는 스스로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예, 제 뜻이고 당신의 아내인 저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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