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310화 (310/415)

# 310

2부 10화 불사조 백범! (5)

2001년 11월 15일, 내가 깨어나고 또 9‧11테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고 나는 인턴의 도움을 받아 내가 잠들었을 때 일어난 일들을 알게 됐다.

[북 3차 핵실험 감행, 한반도의 안보는 어디로 갈 것인가?]

[미국 항공모함 인수계획 대한민국의 거부로 무산!]

[일본, 2차 한일어업협정 또 파기.]

[일본 공군 자위대의 전투력 증강 우려- 스텔스 전투기 30기 수출 계약 백악관 승인.]

[중국 정부 일대일로 사업 계획 선언!]

뉴스의 헤드라인을 통해서도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분명하게 구분이 됐다.

‘뉴스에서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더 있을 것이다.

“신의를 지킬 것이라고는 기대도 안 했다.’

힘의 논리, 그리고 국익의 논리로 움직인 것이다. 그러니 달라질 것은 없다.

‘9‧11테러 배후에 대한 음모론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또 태양 컴퍼니는 그런 음모론에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또각, 또각!

VIP 병동 앞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처절한 2개월이었다.’

나는 지난 2개월 동안 처절할 정도의 재활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몸이 마음같이 움직이지 않을 때 귀가 더 밝아질 수밖에 없었고 사람마다 발소리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왔군!’

처음 듣는 발소리다.

-입국하세요.

내 모스 부호를 들은 은혜가 내 지시대로 박태웅 회장을 대한민국으로 불렀다.

* * *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9‧11테러의 미국의 눈물에 미소를 지은 자는 태양 컴퍼니입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설립된 9‧11테러 비밀 조사팀의 국장이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미국 주가지수 하락 선물 옵션 투자에서 얻은 이익이 1조 달러입니다.”

미국의 국가총생산량이 10조 달러이니 백범은 상상도 안 되는 자본을 확보했고 이것은 백범에게는 현재까지는 양날의 검일 수밖에 없었다.

“으음……!”

보고를 받는 부시 대통령은 신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태양 컴퍼니와 백범이 9‧11테러의 배후라는 건가?”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백범 회장은 9‧11테러가 발생하기 두 달 전에 대형 교통사고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상태입니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나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식물인간이 된 백범 회장은 3년 전부터 미국 주가 하락 관련 선물 옵션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는 특이 사항이 있습니다.”

9‧11테러 비밀 조사팀의 국장은 분노를 표출시킬 대상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고하고 있었다.

“이익을 봤으나 아니라는 건가?”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럼 아니라는 거군.”

“예, 그렇습니다.”

“다른 의견 있나?”

부시 대통령이 이 자리에 참석해 있는 보좌관들을 보며 물었다.

“태양 컴퍼니는 9‧11테러가 발생하자마자 24억 달러의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했습니다.”

“1조 달러에 비하면 먼지지.”

부시 대통령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선물 옵션을 행사하고 1000억 달러를 다시 미국 재건 재단을 설립하고 기부했습니다. 또한, 그 재단은 태양 컴퍼니가 아닌 버락 오바마가 이사장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박태웅 회장은 버락 오바마와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래서?”

“미국 시민들은 태양 컴퍼니가 9‧11의 아픔을 같이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론을 자기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군.”

“예, 그렇습니다.”

“일단은 알겠네.”

부시 대통령이 다시 9‧11테러 비밀 조사팀의 국장을 봤다.

“9‧11테러의 배후는?”

“오사마 빈 라덴입니다.”

오사마 빈 라덴이 드디어 거론됐다.

“아프가니스탄이 오사마 빈 라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라크도 그렇습니다.”

미국의 분노가 향할 곳을 드디어 찾은 것이고 9‧11테러 때문에 미국 시민의 지지율이 급락한 부시 대통령에게는 위대한 업적을 쌓을 기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급 국무회의를 소집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 * *

VIP 병동 병실.

이 병동에는 나만 입원해 있다. 모든 것은 철저한 보안 유지를 위함이고 이 병동에서 근무하는 모든 의료진에게는 비밀 엄수 계약을 체결했다.

스르륵!

발소리가 멈추고 병실 문이 열렸고 병실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 박태웅 회장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나는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고 내가 바라보고 있는 창문의 유리는 안에서 밖은 볼 수 있는 창문이지만 밖에서는 절대 안을 볼 수 없는 창문이다.

“으음……!”

박태웅 회장의 발소리 대신에 신음을 먼저 들었다.

또깍……. 또각!

그런 후에 박태웅 회장의 발소리가 들렸고 내 아내 은혜가 내가 타고 있는 휠체어를 돌렸다.

“회, 회장님……!”

내 모습을 본 박태웅 회장이 먹먹한 얼굴로 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동자로 나를 불렀다.

“회장은 박태웅 당신이라고 항상 말했습니다.”

“기적입니다.”

박태웅은 기적이라고 말했지만, 아직 박태웅이 놀랄 기적은 남아 있다.

“여보.”

내가 내 아내 은혜를 부르자 은혜는 나를 조심히 부축했고 나는 내 다리의 힘으로 휠체어에서 일어나서 천천히 박태웅 회장에게로 걸어갔다.

“이, 이 감, 감격스러운 순간에 VIP를 뭐라고 불러드려야 할지……!”

박태웅 회장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박태웅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3500억 달러의 비자금을 혼자 꿀꺽할 수도 있었고 그 비자금으로 내가 이룩한 태양 그룹과 나머지 그룹들의 경영 지배권을 차지할 수도 있었는데 주군을 잃은 충신처럼 내 아내를 주군의 자리에 올렸다.

‘내 가장 큰 무기는 인복이다!’

그리고 이 순간 이신이 떠올랐다.

‘죄스럽게 너무 많이 오해했습니다.’

조만간 이신 어르신을 찾아 보여야겠다.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박태웅 회장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박태웅 회장은 내 손을 잡았는데 한없이 뜨겁다.

* * *

“미국 백악관은 비밀리에 9‧11테러 비밀 조사팀을 창설했습니다.”

미국이 분노를 표출한 대상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고충이 심했겠습니다.”

아마 박태웅 회장도 비밀 소환 조사를 받았을 것이다.

“심어 놓은 인맥의 힘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나는 돈으로 미국의 주요 인사를 포섭했었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9‧11테러 비밀 조사팀의 국장이 VIP의 사람이었습니다.”

적에게서 배운다.

백범은 일본이나 미국은 자국을 위해 충성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을 대한민국에 심어놓던 것처럼 미국의 주요 인사들 그리고 직책은 낮지만, 정보를 취급하는 사람들을 돈으로 포섭했다.

“다행입니다. 객관적인 보고가 이루어졌겠군요.”

그럴 것이다.

박태웅 회장이 미국에서 출국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9‧11테러의 배후에 내가 또 태양 컴퍼니가 있다는 의혹은 일단 벗은 것이다.

“미행을 당했다고 생각합니까?”

미국은 우리를 9‧11테러의 배후에서 일단 제외했지만 감시의 끈은 놓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CIA 동북아시아 담당 부국장 역시…….”

“그 사람은 돈을 너무 좋아하죠. 하하하!”

내가 포섭했던 인물이다. 이렇게 만사 불여튼튼인 법이다.

‘부시로는 부족하지.’

강대국일수록 대통령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지만, 또 그런 대통령을 또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법이다.

“앉읍시다. 아직은 오래 서 있는 것이 힘듭니다.”

내 신체는 완전한 정상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물론 내 처절한 재활치료를 도운 의료진들은 지금의 상태도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별명도 하나 생겼다.

‘불사조 백범!’

마음에 든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대한민국 경제는 더 버틸 힘이 없습니다.”

백범의 뒤를 이은 외교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굳어진 표정으로 보고했다.

“그래서 일본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하자는 겁니까?”

“누가 뭐라고 해도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데 한일어업 협정을 다시 체결할 때 울릉도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교부 장관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압박하는 말투로 말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경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입니다. 대통령 각하,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일본은 제게 더 큰 경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비공식적으로 통보해 왔습니다.”

“더 큰 경제 압박이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또 어떤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지 걱정이 될 뿐입니다.”

이미 백범이 쓰러진 후에 카운터 펀치를 여러 대 맞은 대한민국이었다.

“외교부 장관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겠소. 내 고심하리다.”

대통령의 말에 외교부 장관은 찰나의 순간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 * *

청와대에서 정부종합청사로 향하는 자동차 안.

“종속 경제라는 것을 왜 몰라!”

외교부 장관이 차에 타고 있었고 외교부 장관은 시쳇말로 왜교부 장관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일본의 지원 없이 우리가 어떻게 더 이상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겠어.”

부우우웅 쾅!

그때 요란한 대형트럭 소리와 함께 대형트럭이 외교부 장관이 타고 있는 공무 차량을 충격했고 백범이 탔던 차가 전복이 된 것처럼 몇 바퀴나 굴렀다가 뒤집혔다.

“으으윽……!”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에 명줄이 질겨서 그런지 죽지 않은 외교부 장관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터트렸다.

티딕, 티틱!

그때 불꽃이 튀는 소리가 들렸다.

“젠, 젠장……!”

화화화화!

쾅!

그와 동시에 자동차는 화염에 휩싸였다가 폭발했다.

* * *

성북동 이신의 저택 별채.

-토착 왜구 7호를 처단했습니다.

뚝!

이도는 보고를 받자마자 전화를 끊고 더 늙어진 이신을 봤다.

“처단했습니다.”

“복수는 똑같은 방법이어야 해.”

백범이 당했던 것처럼 이신은 일본이 심어놓은 자들을 응징하고 있었다.

“그래야 일본 놈들에게 메시지가 전달되지.”

사실 이것이 이신의 방법일 것이다.

백범의 요청으로 1차 부역자 색출은 대한민국의 법으로 응징을 했지만 가진 자의 법인 대한민국의 법원은 그런 이적행위를 한 자들에게 가벼운 형벌만 내렸다.

“예, 그렇습니다. 대부님.”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어둠이지.”

이신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빛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깨어나는 법이다. 그리고 빛은 세상을 밝힌다.”

이신은 반드시 백범이 깨어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백범이 깨어났다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보고할 것은?”

“일제 강점기 때 성노예 모집책이었던 한국인 두 명과 국적 세탁을 한 일본인 한 명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내일 뜨는 태양은 못 보겠군.”

차가운 눈빛을 보이는 이신이었다.

* * *

목포의 어느 어두운 길.

노인 한 명이 어디론가 걷고 있었다.

뚜벅, 뚜벅!

그런데 노인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는 듯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사가또!”

어둠 속에서 마치 노인을 부르듯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고 일본식 이름을 들은 노인은 기겁해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와 함께 검은 그림자가 노인에게 다가섰다.

“한민족의 이름으로 성노예 동원책이었던 사가또를 처단한다!”

검은 그림자의 속삭임에 일본인 출신 사가또는 급히 돌아섰지만 다른 남자가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수우욱!

뒤에 있던 남자가 사가또의 등에 비수를 꽂았고 그 칼은 사가또의 심장을 찌른 후에 관통했다.

“헉……!”

일본인 사가또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절명했다.

“강도살인으로 위장해.”

“예.”

뒤에 있던 남자가 사가또의 지갑을 주머니에서 꺼내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우리는 어둠에서 일하지만, 빛처럼 빛난다.“

물론 살인은 그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또 옳은 일이 아니라도 기꺼이 이도의 명령이니 따랐을 것이다.

이들은 이도의 부하들이었다.

이렇게 이신과 이도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대한민국을 정화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과거 대한민국도 하지 못한 친일청산을 이신과 이도가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시작은 백범을 위한 복수에서 시작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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