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5
2부 5화 심은혜,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 (2)
2001년 8월 12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오늘만큼 대통령의 국내 업무가 바쁜 날도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지금 야당 대표를 만나고 있었다.
“특별 사면이라고 하셨습니까?”
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이 가진 권력인 사면권을 발동시킨 적이 없었다. 그에 따라 과거 여당이었을 때 범죄를 저지른 존재들은 적폐 청산이라는 대의로 조사를 받았고 그 조사에서 죄가 밝혀졌던 사람은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특별 사면을 실행하고자 합니다.”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야당 대표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의중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힘없는 여성가족부 장관 하나를……?’
며칠 후면 여성가족부 장관에 대해 인사청문회가 실시되는 상황에서 내정자를 위해 특별 사면 카드까지 꺼내 들고 내정자를 지원하겠다는 의중이 야당 대표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국민 통합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소.”
“심은혜 여성가족부 내정자 때문입니까?”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던 백범 회장께서 투병 중이시고 일본의 정치적 경제적 보복 및 영향력 행사가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태에서 여야가 분열하면서 파행 국회가 계속되고 있으니 긴급한 사안들에 대한 법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까?”
야당 대표는 뚫어지게 대통령을 봤다.
“오 대표.”
“예, 대통령님.”
“그럼 이제 진심을 담을까요?”
“예?”
“내가 오 대표에게 진심을 말하겠소. 그러니 오 대표도 진심을 이 자리에서 말해주시오.”
대통령 사면권 발동은 대통령이 중대한 목적을 위해 자신에게 던진 미끼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이라…….”
“그렇소.”
“예, 정치계에서 진심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노력하겠습니다.”
“내가 말하는 진심은 정치 역학입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야당 대표는 놀랄 수밖에 없다.
‘왜?’
왜 이러는지 정말 파악되지 않는 야당 대표였다.
“내 임기가 이제 2년 남았습니다.”
“지금 차기 대선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야당 대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죠. 저는 차기 대통령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혼란스럽습니다. 혹여 저를 정치 공작에 의해서 구악이라고 할 수 있는 협잡의 정치의 선두에 서게 만드시기 위해 이런 위험천만한 제안을 하시는 겁니까? 과거 3당 통합은 결국 정치 역학에 의한 협잡에 불과했습니다.”
그 3당 통합을 통해서 전 대통령이 당선됐었다.
“저는 개헌을 말하는 겁니다.”
“개, 개헌이라고 하셨습니까?”
“5년 단임제인 현 대통령제를 제가 5년 재임제로 개헌하고자 합니다.”
“대통령님!”
눈빛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는 야당 대표였다.
“지금 임기 중에 대통령제를 개헌하시고 다음 대선에 출마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까.”
“미국과 대한민국은 다릅니다.”
단호함을 보이는 야당 대표였다.
“나는 개헌만 합니다.”
대통령의 말에 야당 대표가 다시 놀란 눈빛을 보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절대적 권력이 주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가진 힘은 5년에 불과하고 임기 기간이 2년 정도가 흐르면 레임덕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수행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절대적 권력을 가진 만큼 책임 있는 정치를 할 수 있게 개헌을 준비할까 합니다.”
“개헌이라…….”
“다음 대선에서 오 대표께서 승리하실 수도 있지 않습니까.”
“정말 개헌을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책임 있는 국정 운영, 정치보복에 급급하지 않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습니다.”
대통령제 개헌의 시동을 거는 대통령이었다.
“나를 위한 개헌이라 어떤 면에서는 오 대표를 위한 개헌입니다. 그 개헌 준비를 위해서는 국회가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또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법안이 처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으음……!”
대통령의 말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야당 대표였다.
“특히, 백범 국민건강보험 전임 이사장이 추진했던 법안들 역시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희망합니다.”
백범이 식물인간이 된 후에 백범의 개혁안은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태였다.
“국회부터 정상화를 시킵시다.”
“모든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이러시는 겁니까?”
야당 대표가 되물었다.
“여당 쪽에서도 합의된 일이십니까?”
“책임을 가진 대통령이 되시고 싶지 않으십니까?”
권력을 책임이라고 말하는 대통령이었다.
“바로 전에도 말했듯 나는 내가 아닌 나의 다음을 생각합니다.”
“저… 저 혼자서 결정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당론을 결정할 수 없다면 다음 대선을 준비하실 것이 아니라 당내 경선부터 차곡차곡 준비하셔야겠군요.”
대통령의 말에 야당 오 대표는 인상을 찡그렸다.
“대통령님께서 제게 진심을 담아 말씀해 주신 대통령제 개헌에 대해서는 동참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대통령은 백범을 위해 개헌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백범은 지금 식물인간인 상태로 병원에 있었고 그 누구도 백범이 깨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청문회도 원활하게 진행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심은혜에 대한 당부까지 잊지 않았다.
“야당이 해야 할 그 정도의 몫만 하겠습니다.”
이것은 대통령의 모든 요구를 수락하는 의미일 것이다.
“고맙습니다.”
똑똑!
그때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밖에서 조심스럽게 노크가 들렸고 외교안보 수석이 최대한 담담한 표정으로 대통령께 다가왔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예.”
* * *
2001년 8월 16일, 국회의사당 여성가족부 장관 청문회장.
식물인간이 된 백범의 아내인 심은혜는 당당히 백범의 아내라는 꼬리표를 떼고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이 되기 위해 인사청문회에 섰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과 정치인들은 모두 다 심은혜를 백범의 아내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또 장관이 되시면 대한민국 정치사에 최연소 장관이라는 기록을 경신하시겠군요.”
야당 대표의 질문시간이었고, 백범이 최연소 외교부 장관이 되었다는 것을 꼬집듯 말했다. 그리고 그의 아내인 심은혜가 마치 북한에서나 가능한 유훈 통치의 덕을 보고 있다는 투로 말하고 있었다.
“책임 있는 정치로 국민의 선택에 보답하겠습니다.”
물론 국민이 여성가족부 장관에 심은혜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선택했기에 심은혜 장관 내정자는 자신이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몇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을 질의하겠습니다.”
“예, 의원님.”
“내정자의 집안은 특혜의 연속이더군요.”
“특혜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내정자께서 사법연수원 시설에 연수과정을 끝내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하버드 대학원 로스쿨에 교환학생 자격으로 입학하셨더군요. 그 전까지는 없던 일이지 않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제도고 현재 사법연수원생 중에서 2차로 로스쿨에 특별 연수를 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한민국이 만든 사법 시험에 합격한 합격자들이 일개 대학의 대학원에서 다시 공부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낮추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백범이 심은혜를 위해서 준비했던 포석들이 이제는 공격의 칼이 되고 있었다.
“저는 그렇게…….”
“됐습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미국 원정 출산자이시더군요. 자녀의 이름이 엘리자베스 백이라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미국에서 출생했고 미국식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정 출산을 한 적은 없습니다.”
“미국에서 따님을 낳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단지 하버드대학원 로스쿨 과정을 연수하다가 출산하게 됐습니다.”
“그것은 그 제도가 마련되고 실행될 때 이미 임신 중이었다는 말씀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임신 중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연수생 발탁 과정에서 고사해야 하지 않았습니까?”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통령을 만났던 야당 대표는 대통령에게 딱 야당의 몫만큼만 하겠다고 말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에게 날선 질문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
….
.
“심은혜 장관 내정자님.”
다른 야당 대표의 질문시간이 됐고 그 역시 매섭게 심은혜를 보며 심은혜를 불렀다.
“예. 의원님.”
“세계 최초로 신설된 여성가족부의 초대 장관 내정자가 되신 기분이 어떻습니까?”
“그 막중한 책임에 무게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말씀을 잘하시는군요. 본 의원은 지금 부창부수라는 말이 떠오를 뿐입니다.”
야당 대표는 백범을 거론했다.
“과찬이십니다.”
“과찬이라……. 알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질의하겠습니다. 내정자의 시가는 부동산 투자의 귀재시더군요.”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백범 회장이 재계에 진출하기 전부터 부동산 투자로 재력을 쌓은 거로 압니다. 투자할 때마다 막대한 성공을 거뒀더군요. 서울 강북 재건축 사업의 보상자로 수십억의 이익을 봤고, 판교로 이주해서 또 판교 개발 사업에 의해 막대한 부동산 이익을 봤는데 특혜가 있지 않고서는 이렇게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하시기 쉽지 않습니까?”
“어떤 특혜를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르신다? 좋습니다. 거기다가 판교에서 막대한 부동산 투자의 수익을 올렸고 다시 제주도로 이주를 하셨는데 그 지역에 태양 그룹 산하 계열사들의 연구소들이 설립됐습니다. 이거 어떤 측면에서는 내부거래이지 않습니까? 제주도의 땅값이 또 폭등했습니다.”
“내부거래 아닙니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제 시아버님께서는 평생을 농사만 지으신 분이시고 청렴하신 분이십니다.”
“그런데 어떻게 강북재개발 사업에서 이익을 보셨고 또 판교에 그리 많은 땅을 보유하셨습니까? 거기다가 제주도에도 거대한 농장을 설립하시지 않았습니까?”
“농사를 짓는 분이시기에 농사를 지을 땅을 구입하신 겁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부적절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되지만 제 시아버지께서는 운이 좋으신 분이십니다.”
“그저 운이 좋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농장 주변에 태양 그룹 계열사의 연구소가 설립되어서 땅값 폭등을 시켰다고 하시지만 제 시아버지께서는 학위만 없을 뿐, 신물 종자 연구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계십니다.”
심은혜는 백범처럼 공격적으로 청문회에 임하지는 않았지만 자기 할 소리는 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야당 의원들은 심은혜에게 날선 질문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심은혜에게 자격이 없다거나 사퇴를 하라고 압박하는 사람은 없었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중국 정부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기존 통보를 고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날 때 중국 외교부는 대한민국 외교부에 공식적으로 자국에서 생산되는 희토류의 물량을 통제하겠다고 발표를 했었다.
“일본은 통제국가에서 제외가 됐다는 겁니까?”
대한민국 정부가 당황할 수밖에 없는 것은 희토류 수출 통제국에서 일본이 제외됐다는 사실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레임덕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통령이 의미심장하게 말했고 백범의 얼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백범, 깨어나셔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일본의 정치적 보복과 일본과 중국이 야합을 통합 협잡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통령이었다.
“예?”
이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한 것에 대한 의도를 파악하지 못해 되물었다.
-희토류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한민국에는 북한이 있고 연해주 경제특구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백범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었다.
‘백범만 있었어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대통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