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4
2부 4화 심은혜, 여성가족부 장관 취임? (1)
2001년 8월 1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대한민국 청와대는 여당 대표와 합의 아닌 합의를 끝낸 후 신속하게 정부 개편을 국민에게 발표했고 여성가족부 신설했다. 그리고 지금 청와대가 생각하는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로 지목한 심은혜를 청와대에 초청했다.
“백범 이사장은 좀 어떻습니까?”
심은혜를 보자마자 대통령은 백범의 상태부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범이 쓰러진 후에 전 방위적으로 국내외에서 압박이 밀려들고 있었고 일본은 한일어업 협정을 보란 듯 다시 파기했고 새로운 협정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미국은 대한민국에 약속한 모든 군사지원(?)을 철회했고 백범에게 약속했던 스텔스 폭격기 판매 승인까지 취소했다. 물론 이 사실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적이 없기에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무탈하십니다.”
심은혜는 식물인간이 된 백범에게 아무 일이 없다는 듯 말했다.
“무탈이라······!”
“곧 잠에서 깨어나실 겁니다.”
“그래야 합니다. 쌓아 올리고 있던 탑들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말에 심은혜도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측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항공모함을 폐기하라고 압력을 가해오고 있습니다.
이 순간 대통령의 말을 듣던 심은혜는 박태웅 회장이 자신에게 보고했던 일을 떠올렸다.
-항공모함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VIP께서 러시아에서 신형 항공모함을 사셨습니다. VIP께서 강건하실 때는 미국도 그에 대한 일을 승인했고 묵인했지만, 상황이 돌변했기에 돌아선 것 같습니다.
-표면적인 것은 그것이고 숨겨져 있는 것은 뭐죠?
-VIP께서는 동북아시아의 질서를 미국 대신에 유지하고 조율하는 국가를 미국이 선택한 일본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바꾸시려고 했습니다. 그에 따라 미국도 그 계획을 승인하려고 했고 준비과정으로 미국에서 항공모함을 구입하고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를 사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말씀은 결국 모든 것이 제 남편께서 행하시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군요.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참 가엽네요.
그때의 심은혜는 박태웅에게 참 가엽다는 말을 했고 박태웅은 그 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었다.
-예?
-대한민국이 참 가엽다고 말하는 겁니다. 일개 개인인 제 남편이 쓰러졌다고 이렇게 될 정도의 나라였다니 가엽네요. 그리고 그런 나라에서 사는 국민은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아······!
-되돌려질 것은 없어요. 제 남편은 깨어날 것이니까요. 그리고 러시아에서 구입한 항공모함도 폐기처분 하지 않을 겁니다.
-최대한 시간을 미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날의 박태웅은 그렇게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걱정스러운 표정인 대통령을 안심시키고 있는 심은혜였다.
“그랬으면 나도 좋겠소.”
“제 남편이 준비한 것은 대한민국을 위한 공든 탑이니까요. 절대 부질없이 무너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심은혜의 말에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인이 선거를 위해 모든 것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여성가족부가 신설되면 7%로의 표가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여당으로 몰릴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남녀 갈등을 조장할 위험성이 있다고요? 그럼 또 어떻습니까? 선거는 이기고 보는 겁니다.
이 순간 대한민국 대통령은 여당 대표가 했던 말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 * *
중국 북경 외교부 건물 장관실.
야마시타는 일본 총리의 특명을 받고 일본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 북경에 방문 중이었고 그가 중국 북경에 온 것은 난징 대학살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그와 함께 강제 징용 피해자 유족에 대한 보상 문제도 마무리하기 위함이었다.
-최소한 731부대의 생체실험 피해에 대한 보상만큼은 공론화되어서는 안 될 것이야.
이 순간 야마시타는 일본 총리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것만 막아내면 중국에 무엇이든 내어줘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그 사실이 다시 언론화되고 공론화된다면 일본의 국격이 추락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보통국가로의 전환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겠습니다.
-야마시타 자네만 믿네.
-감사합니다. 총리 각하.
-자네가 일본을 살렸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렇게 야마시타와 일본 총리와는 백범이라는 비밀을 공유하게 됐고, 그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일본 총리는 야마시타를 적극적으로 밀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야마시타는 일본 총리의 특별보좌관에서 일본 총리의 특사 자격으로 이렇게 중국을 방문하고 있었다.
“난징 사태는 지나간 과거이라고 생각합니다.”
야마시타의 발언에 중국 외교부 장관은 인상을 찡그렸다.
“과거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그 과거를 완벽하게 책임지고자 합니다. 그와 함께 일본과 중국의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희망의 시대로 나가고자 합니다.”
완벽하게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는 야마시타였다.
“완벽하게 책임을 지겠단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난징 사태와 강제 징용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야마시타의 입장에서도 731부대의 만행까지 책임을 지고 보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진 부분이 있는 것 같소.”
“빠진 부분은 다른 부분으로 보상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부분으로?”
“예, 그렇습니다. 본국 정부는 앞으로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과의 그 어떤 해상 영토권 분쟁에서도 관여하거나 개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정도라면 그 부분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정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일본 정부의 특사 자격으로 온 야마시타는 외국과의 분쟁이라고만 말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일본과 중국이 해상 영토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때는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뜻이 숨겨져 있었다.
“으음······!”
“본국 정부가 조사한 것으로는 난징 사태에 의해 피해를 본 피해자는 7만으로 파악됐습니다.”
“7만이 아니라 30만 명입니다. 우리가 파악한 것으로는 그렇습니다.”
“7만이면 어떻고 30만이면 어떻습니까?”
“뭐라고요?”
중국 외교부 장관이 인상을 찡그렸다.
“본국 정부가 충분히 보상할 겁니다. 피해자 유족의 보상 건수를 7만으로 잡고 4배수로 배상한다면 30만 명의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난징 학살의 규모를 이런 보상을 논의하는 회의에서 축소하고자 하는 야마시타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또한, 강제 징용자에 대한 보상도 그와 비슷한 방법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야마시타는 어떤 면에서 중국 정부가 원하는 그대로를 제시하고 있었다.
“보상금의 50%는 중국 인민에게, 나머지 50%는 중국 정부에 보상하는 방법이라면 주석 각하께서도 흡족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겁니까?”
중국 외교부 장관의 물음에 야마시타의 눈빛이 달라졌다.
“독도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독도?”
“예, 그렇습니다. 독도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에 확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린 독도 분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소.”
“감사합니다.”
야마시타는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고 했는데 그게 무엇입니까?”
“한반도가 통일된 후에 발생할 문제점입니다.”
“한반도의 통일?”
“식물인간이 된 백범 때문에 한반도의 통일이 앞당겨질 뻔했습니다. 물론 제 생각이 억측이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중국 정부에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으음······!”
“한반도가 통일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국가는 중국과 일본입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합니까?”
“한반도가 그 어떤 형태로 통일된다면 한반도의 통일 정부는 간도 밀약을 문제 삼게 될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통일이 될 가능성이 희박해졌지만,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간도 밀약이라는 말이 나오자 중국 외교부 장관도 인상을 찡그렸다.
“시효가 이제 곧 지납니다.”
“통일된 후부터 다시 시효가 발생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지금까지는 대한민국도 북한도 간도밀약에 대해서 문제를 삼은 적이 없습니다.”
“으음······.”
“그러니 한반도는 통일되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돌발 사태에 의해서 북한 지역이 무정부 상태로 돌입하게 되면 일본 정부는 그 무정부 상태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중국 인민군을 투입하는 것에 동의할 것이고 일본 정부는 미국을 설득할 것입니다.”
제대로 히든카드를 던지는 야마시타였다.
“확실합니까?”
“예, 그렇습니다. 저는 일본 총리의 특사로 방문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수용할 것이니······.”
“독도 문제는 묵인하겠소.”
“또 하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희토류 수출 통제 역시 해제할 수 있게 힘쓰겠소.”
“그 희토류 수출 통제를 대한민국에게는 지속하기를 희망합니다.”
“일본에는 해제하고 대한민국에는 지속하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기를 꺾어놔야 합니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한강 이남에는 주한미군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미군이 그 어떤 의도로 고성능 감시 레이더를 미군 주둔지에 배치한다면 중국 정부의 동북 지역의 군사적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야마시타의 말에 중국 외교부 장관은 그렇게 된다면 엄청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본국 정부의 요청을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야마시타가 중국 외교부 장관을 보며 웃었다.
‘중국이 군사적으로 팽창해야······!’
미국이 긴장할 것이고 미국은 일본을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국으로 판단하게 되어 군대를 보유한 보통국가로의 전환을 묵인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 야마시타였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번 정부 개편을 통해서 신설된 여성가족부 장관을 맡아 주십시오.”
대통령이 심은혜에게 말했다. 사실 이 말을 하려고 심은혜를 불렀던 대통령이었다.
“여성가족부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소. 내가 지난번에도 부인께 약속했습니다. 백범 전 이사장의 뜻을 이어갈 수 있게 자리를 만든다고요. 장관직 제의를 수락하시겠소?”
“예, 감사합니다.”
심은혜는 두 말도 없이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이 되겠다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인사청문회가 준비될 것입니다. 여당은 절대적으로 지지할 것이고 야당은 반대할 것입니다.”
“청문회 준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이렇게 해서 백범의 아내인 심은혜도 대한민국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사실 이것은 과거 백범이 원했던 부분이지만, 백범이 포기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백범이 식물인간이 된 돌발 상황 때문에 이렇게 심은혜는 대한민국 정치에 입문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