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300화 (300/415)

# 300

300화 쏟아지는 폭우 속의 위기! (3)

사건 발생 5분 후,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좀처럼 흥분하거나 분노하지 않는 대통령은 백범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백범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탑승한 자동차가 대형트럭과 충돌해 전복했다고 합니다.”

비서실장은 침울한 표정으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백범 이사장은?”

대통령은 흥분한 눈빛으로 백범 이사장의 상태를 물었다.

“탑승한 자동차가 심하게 파손이 됐고 전복까지 된 상태로…….”

“그래서 이사장은?”

다시 묻는 대통령이었다.

“백범 이사장은…….”

* * *

사건 발생 6분 후, 여당 대표실.

여당 대표가 한참이나 쏟아지는 비를 보다가 돌아섰다.

-이제는 대한민국 차기 대통령이 되실 겁니다.

여당 대표는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를 떠올렸다.

‘덫에 걸렸다……!’

자신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는 여당 대표였다.

* * *

사건 발생 15분 후, 미국 워싱턴에 있는 태양 컴퍼니 사옥 회장실.

“뭐, 뭐, 뭐라고요?”

박태웅 회장은 태양 컴퍼니 대한민국 지사에서 걸려온 전화로 보고를 받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대형 교통사고에 의해 VIP께서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태양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백범이 원했던 민간영리병원을 위해 설립한 태양병원으로 백범이 후송됐다.

“그, 그래서?”

“현재 응급 수술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의식이 없으시다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아마도, 아마도…….”

“됐습니다. 살아계신 거잖습니까.”

박태웅 회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예……. 하지만…….”

뚝!

박태웅은 전화를 끊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 폭우 속의 교통사고일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박태웅 사장은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이 교통사고가 절대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들었다.

“이렇게 되면?”

충격에 빠져 있던 박태웅 회장의 눈빛이 한순간에 달라졌다.

-차명계좌로 관리되고 있는 자본은 얼마입니까?

얼마 전 백범이 자신에게 물었던 말이 떠오르는 박태웅 회장이었다.

-사하라 녹지화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준비되고 있는 자본은 3500억 달러입니다. 완벽하게 차명으로 관리가 되는 비자금입니다. 스위스 비밀계좌와 버진 아일랜드 비밀계좌 그리고 나우루 공화국 비밀계좌에 예치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원대한 꿈의 준비는 박태웅 회장과 나만 아는 일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를 믿으십니까?

-내가 박태웅 회장을 안 믿어야 할 이유 있습니까? 하하하!

“이제는 나만 아는……!”

자신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마는 박태웅 회장이었다.

“주인을 무는 개?”

박태웅 회장이 인상을 찡그렸다.

“취미 없다.”

그리고 바로 자리에서 인터폰을 눌렀다.

-예, 회장님.

“태양 항공에 연락해서 전용기를 준비하라고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이동지역은 어디로 통보할까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를 거쳐 서울로 이동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박태웅 회장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백범의 아내인 은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여보세요.

“사모님, 박태웅입니다.”

-무, 무슨 일이죠?

여자에게는 육감이 있는 듯 박태웅이 자신을 밝히자 떨리는 목소리로 박태웅에게 물었다.

“VIP께서 교통사고를 당하셨습니다.”

* * *

사고 발생 20분 후, 성북동 이신의 별채.

“알았다.”

이신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받고 들고 있던 전화 수화기가 떨리는 것이 이도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떨면서 전화 수화기를 내려놨다.

그와 동시에 이도의 휴대전화도 요란하게 울렸다.

“전화 받겠습니다.”

“전화 받을 것 없다.”

“예?”

“백범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구나.”

“예?”

이신이 기겁한 눈빛으로 변했다.

“백범은 어떻게 됐습니까?”

“의식불명 상태에서 응급 수술에 돌입했다고 한다. 너는 교통사고인지 교통사건인지 확인해라.”

이신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변했다.

“대, 대부님……!”

“냉정해라, 네가 백범의 벗이라면.”

“예.”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이도였다.

“그리고 내가 대비를 해야겠지.”

“그 말씀은…….”

다시 표정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 이도였다.

“백범의 처를 내가 만나야겠다.”

이신은 의식불명 상태에서 긴급 수술에 돌입한 백범이 사망한 후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 말씀은…….”

“누구라도 대비를 해야 하지 않겠나?”

“예, 그렇습니다.”

“우선 박태웅에게 전화를 넣어라.”

백범이 의식불명 상태에서 사망하게 된다면 이신은 제일 먼저 백범이 가진 자본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박태웅 회장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이도가 박태웅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한참이나 박태웅 회장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이신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보고를 받았겠지.”

“그럴 것입니다.”

“백범도 세계 최고의 재벌이니 상상을 초월하는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이고…….”

이신은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주인을 무는 개라면!”

이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가죽을 벗겨야겠지.”

따르릉, 따르릉!

그때 이도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발신 번호가 미국인 것을 확인한 이도가 이신을 봤다.

“박태웅 회장님이다.”

이도가 공손히 이신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딸깍!

“나, 백범의 작은 할아비요.”

이신은 자신을 당당하게 백범의 작은 할아버지라고 말했다.

-박태웅입니다. 걱정하시는 일 없을 겁니다.

박태웅은 이신이 왜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정확하게 간파했다.

-저는 VIP의 작은 조부께서 딴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고민이 많았을 건데?”

-주인을 무는 개는 취미, 없습니다.

“그 마음 변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도리어 박태웅 회장은 이신에게 경고했다.

“그럽시다.”

뚝!

이신이 전화를 끊었다.

“도야.”

“예, 대부님.”

“간단하게 정리하자.”

“예, 대부님.”

“백범이 사망할 때 누가 가장 어깨춤을 출까?”

이신의 말에 이도의 눈빛이 변했다.

“일본이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교통사고가 아니라 교통사건이고 암살이다.”

“……예.”

“법으로 안 될 일이라면 어둠으로 움직여야겠지.”

복수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이신이었다.

“따릅니다.”

이도의 눈빛은 완벽하게 달라졌다. 그리고 이신을 마치 주군이라도 되는 듯 허리를 숙여 부복하며 말했다.

* * *

사건 발생 두 시간 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야마시타는 담담한 표정으로 출국장을 통과했고 바로 일본에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나?

이미 모든 교감을 끝낸 일본 총리는 야마시타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시 본국에 태양이 뜰 것입니다.”

-성공했군.

“귀국 후 즉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하하하!

모처럼 호탕하게 웃는 일본 총리였다. 그리고 일본 총리의 웃음을 들으며 야마시타는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넌 덫에 걸렸다.’

뚝!

그런 생각을 하며 야마시타는 전화를 끊었다.

‘일본과 대한민국의 차기 권력자가 내 수중 안에 있다.’

이 순간 야마시타는 자신이야말로 이제 대한민국과 일본을 움직이는 진짜 권력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사건 발생 세 시간 후, 대한민국 주재 미국 대사관 대사실.

“보고 드린 그대로입니다.”

-백범의 생존 여부는?

미국대사와 통화를 하는 사람은 백악관의 주인인 부시 대통령이었다.

“타고 있던 자동차가 완파 수준이고 완벽하게 전복됐습니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구급차에 긴급 후송이 된 것으로 압니다.”

-후송된 병원을 통해서 백범의 생사를 확인해서 보고했어야지.

부시 대통령의 목소리도 격앙되어 있었다.

“죄송합니다. 대통령 각하, 후송된 병원이 백범이 설립한 태양병원입니다. 그에 대한 모든 정보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첩보 기간의 정보력이 그 정도 수준입니까?

“최대한 빨리 생사를 확인하겠습니다.”

뚝!

부시는 미국 대조 확인의 말을 들은 후 바로 전화를 끊었다.

* * *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이렇게 되면 동북아시아의 질서 재편성을 위한 계획 수정은 백지화되어야 합니다.”

백범이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는 말을 들은 부시의 특별보좌관이 부시에게 말했다.

“백지화?”

“예, 그렇습니다. 미국은 대한민국을 믿은 것이 아니라 백범을 믿었습니다. 본국도 그렇고 대통령 각하도 그랬던 것으로 압니다.”

특별보좌관의 말에 부시 대통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백범 말고는 대한민국에는 없지.”

“예, 그렇습니다. 기존 계획대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유지는 일본에 맡기셔야 합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보좌관이 부시를 보며 말했다.

“더 큰 문제?”

“백범이 없는 상태에서 북한을 누가 통제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두 경제특구의 건설도 백지화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와 함께 북한의 영변 지역에서 다시 핵실험 징후를 발견했다는 보고입니다.”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예, 그렇습니다. 결국, 백범이 북한에 핵실험을 위한 자금만 조달해 준 꼴입니다.”

“그렇군…….”

“더 심각한 것은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특구를 본국이 독단으로 폐쇄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속해서…….”

“북한의 핵무장을 위한 자금이 두 경제특구를 통해서 북한 내부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그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개발하게 된다면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별보좌관의 말에 부시 대통령은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미국은 단 한 번도 본토를 공격당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백범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없지……!”

“예?”

부시 대통령이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고 그 말의 뜻을 몰라 보좌관들이 부시 대통령에게 되물었다.

“아닙니다. 우선 동북아시아의 동맹 관계 재편성을 재편하고자 했던 모든 준비 계획은 보류합니다. 그와 함께 기존 계획을 유지합니다.”

“일본이 지속해서 요청한 스텔스 전투기 판매 승인은 어떻게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기존 계획 유지이니 승인합니다.”

분명한 것은 백범이 움직이기 이전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고, 이것은 대한민국에는 최악의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 * *

사건 발생 일곱 시간 후, 중국 북경 주석궁 집무실.

미국이 세 시간 만에 확인한 백범의 교통사고를 중국은 일곱 시간 만에 확인했고 그에 따른 보고를 진행하고 있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내부에는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일본에 충성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었다.

‘백범이 사망하면!’

중국 주석은 이 순간에 엉뚱한 생각을 시작했다.

‘백범이 추진했던 모든 사업을 내가 계획한 사업으로 돌변시키고 그 명칭도 일대일로로 바꾼다. 하하하!”

백범이 사망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중국 주석은 백범이 사망하게 되면 백범이 남긴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백범이 사망하게 된다면 신의주경제특구에 대한 영향력을 본국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지금까지 잃었던 북한에 대한 영향력도 다시 회복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렇게 각국은 각자가 필요한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백범이 정말 사망할까?”

“의식불명 상태에서 긴급 후송됐다고 합니다. 타고 있던 자동차가 완파될 정도의 교통사고입니다. 생존 가능성 제로입니다.”

“잘된 일이다.”

중국 주석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이제야말로 다시 원점으로 유익하게 돌아온 것이다. 하하하!”

이래서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는 말이 진정한 진리일 수밖에 없었다.

* * *

사건 발생 48시간 후, 태양병원 VIP 병동 특실.

박태웅과 함께 긴급하게 입국한 심은혜는 응급 수술을 받고 식물인간 상태인 자신의 남편인 백범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용기에서 이미 백범이 해왔던 일들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박태웅 회장에게 보고를 받아야 했던 심은혜였다.

“살아계신 거죠.”

의료기기에 의해 생을 이어가고 있는 식물인간 상태의 백범을 보며 심은혜가 병원장에게 물었다.

“현재 의식불명 상태로 식물인간…….”

병원장이 박태웅 회장의 눈치를 보며 심은혜에게 대답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살아계신 겁니다. 살아계시니까요.”

식물인간 상태인 자신의 남편을 보면서도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고 있는 심은혜였다.

“예, 그렇습니다. 뇌사상태가 아니시므로 당장 내일 깨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마는…….”

의사가 심은혜를 보며 말했다.

“그럼 됐습니다. 나가 주세요.”

심은혜가 두 사람에게 말했고 박태웅 회장은 심은혜를 마치 백범이라도 되는 듯 묵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여, 여보……!”

모두가 밖으로 나가자 그제야 심은혜는 무너졌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고 잠든 듯 의식 없는 자신 남편의 손을 잡고 서럽게 울었다.

-VIP께서 진정 원하신 것은 사모님과 빅토리아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대한민국을 평화롭고 강성한 통일대한민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전용기에서 박태웅 회장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는 심은혜였다.

-현재 냉정하게 VIP께서 부재한 상황이십니다. VIP의 뜻을 이어나가실 분은 사모님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죠?

-VIP께서 하셨던 그대로 뜻대로 하시면 됩니다. 저는 따릅니다.

박태웅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오르는 심은혜였다.

“백범 씨,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백범의 손을 꼭 잡은 심은혜가 대답할 수 없는 백범에게 물었다.

“이제 제가 당신이 됐네요.”

[졸부 집 망나니 1부 끝! 졸부 집 망나니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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