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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부 집 망나니-299화 (299/415)

# 299

299화 쏟아지는 폭우 속의 위기! (2)

30분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실.

나는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실에서 창밖을 통해 쏟아지는 폭우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한 명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다.

‘나이면서도 내가 아닌 사람!’

그러면서도 내가 제일 잘 아는 사람.

“이신……!”

내가 가진 모든 것 중에 그 무엇 하나 내려놓거나 버릴 수 없기에 나는 이신을 떠올린다.

그리고 지금 생각한다.

내가 가진 것과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졸부와 재벌의 차이일까?’

나는 졸부의 아들로 다시 시작해서 세계 최고의 재벌이 됐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나는 세상 누구보다 돈이 많다.

하지만 나는 아직 재벌이 가진 것 중에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세력!’

빛에 서 있든 어둠에 서 있든 나를 위해 완벽하게 움직여줄 세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

‘이신……!’

이제는 나이면서도 내가 아닌 이신을 다시 만나야겠다.

그런 결론을 내렸고 나는 창밖으로 쏟아지는 폭우를 보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따르릉, 따르릉!

결심했기에 나는 바로 이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시대의 흑막의 신!’

나는 이신을 그렇게 정의한다. 그리고 그가 가진 어둠의 힘을 이제는 내가 흡수해야겠다.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이 순간!’

나는 내 벗이 된 이도가 떠올랐다.

‘박태웅과 이도…….’

그리고 이도가 가진 어둠의 힘.

그 힘을 내가 박태웅에게 잠시 빌려준 자본의 힘과 하나가 된다면 나는 조금 더 여유롭게 내가 계획한 모든 일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무슨 일이냐?

이신이 전화를 받자마자 내게 물었다.

“찾아뵙겠습니다.”

-무슨 일 있구나.

내 목소리에서 느낀 그 무엇인가에 대한 착잡함 때문일까? 이신은 내게 어떤 변화가 생겼다고 직감한 듯 물었다.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기다리마.

이신의 목소리도 착잡하게 변했다.

뚝!

그리고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쏟아지는 폭우를 봤다.

‘그런데 나는 빛이라고 할 수 있을까?’

회귀한 후에 지금까지 나는 항상 공명정대한 일만 해왔을까?

아니다.

그런 적 없다.

나는 이미 이신처럼 흑막의 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영웅도 세월이 흐르면 악당이 되는 겁니다.]

내 머릿속에 내가 그 언젠가 누군가에게 말했을 것 같은 문구가 떠올랐다. 물론 이 문구를 누구에게 했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 아마도 내가 온전한 이신이었을 때 누군가에게 했던 말일 것 같다.

‘악당……!’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내가 이렇게 흔들리고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은 내가 달려온 몇 년의 행보 속에 한 가닥의 후회가 담겨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를 이렇게 흔들리게 하는 것은 빛처럼 또 꽃처럼 고운 내 아내 은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입니다. 2035년…….]

그때 내가 잊고 있었던 또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는데 그 기억 속에서 내가 누군가에게 말한 말의 마지막 부분이 봉인된 듯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35년……?’

그 뒤를 기억해 내려고 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 이런 문구가 봉인이 해제된 듯 떠오르는 것 자체가 이상할 뿐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백범으로 회귀한 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이신의 기억 중 꽤 많은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 봉인된 기억부터 찾아야 한다는 건가?’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신을 찾아가야 한다.

삐이이-!

나는 이미 결심을 했다.

-예, 이사장님.

“차 대기시키세요.”

-예, 알겠습니다.

“성북동으로 갑니다.”

운전기사는 건강보험공단 소속이 아니라 아주 예전부터 내 차를 몰던 태양 그룹 소속이다.

-예, 알겠습니다.

* * *

성북동 이신의 별채.

“으음……!”

백범과 통화를 끝낸 이신은 이 실장인 이도가 보는 앞에서 신음을 터트렸다.

“왜 그러십니까, 대부님?”

“분위기가 달라.”

“예?”

“천둥벌거숭이인 그 녀석이 오늘은 달라.”

이신은 백범을 항상 천둥벌거숭이라고 말했었다.

“날씨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그럴까?”

“분명한 것은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은 또 어떤 결심을 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같다……!’

이신은 속으로 조금 전 통화를 끝낸 백범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처럼 느껴졌다.

“이도야.”

“예, 대부님.”

“백범을 대한민국의 절대적 독재자로 만들겠다고 했지?”

“헌법을 근거로 하며 헌법을 수호하며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는 헌법이 정한 지도자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 헌법도 사람이 만들고 바꾸지.”

이신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대부님께서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 잘 압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백범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신이 단호하게 말했고 이신은 이도의 말을 들은 후에 창밖을 봤다.

“정말 오늘따라 치열하게도 쏟아지는군. 쯧쯧!”

* * *

내가 보험공단 본사 건물 밖으로 나오자 보험공단 주요 인사들이 나를 배웅하기 위해 늘어서듯 밖으로 나왔고 우산을 펼쳤다.

“이런 불필요한 예우부터 바꿉시다.”

보험공단 주요 인사들에게 말하며 시계를 봤다.

“저 퇴근하는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내가 생각하는 개혁은 큰 것이 없습니다. 해야 할 일 제대로 하는 것이고, 하지 말아야 할 일 안 하는 겁니다.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하는 겁니다.”

취임과 동시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폭탄선언을 한 나지만 개혁은 큰 것이 아니라고 말하니 저들은 찰나의 순간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들은 임명직 공무원이라서 그런지 권력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아는 듯 바로 내게 공손해졌다. 그리고 자기 자리만 보존하면 그만이라는 듯 말하고 행동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저들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나는 저들에게 그 말을 하고 차에 탔다.

“출발하겠습니다.”

운전기사가 내게 말했다.

“갑시다.”

이렇게 성북동에 갈 때의 나와 성북동에서 나올 때의 나는 완벽하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 * *

건강보험 공단 본사 건물이 보이는 고층 빌딩 오피스텔.

“나왔습니다.”

그때 망원경으로 감시를 하던 자가 야마시타에게 보고했다.

“돌아갈 표는 끊었겠지?”

“예, 그렇습니다.”

“운명은 우리를 위해 달릴 것이다.”

야마시타가 말했고 야마시타에게 보고하던 남자가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출발……!”

번쩍!

우르르 콰콰쾅!

천둥이 요란하게 쳤다.

* * *

대한민국 여당 대표실.

여당 대표는 창문 앞에 서서 쏟아지는 폭우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국민청원에 의해 국민투표를 통해서 헌법이 개정되고 대통령 출마 자격이 하향된다면 다음 대선 승리자는 백범이 될 것입니다.

여당 대표는 누군가의 보고를 받았을 때를 떠올렸다.

-그 일이 쉽게 가능한 일은 아니죠.

-청와대의 복심도 백범에게 있습니다. 과거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40대 기수론이 등장했던 것처럼 곧 닥칠 미래의 대한민국에서 30대 기수론이 국민 여론의 중심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외교부 장관에 불과한 백범이 일본과 대한민국의 우호적 협력을 완벽하게 갈라놨습니다. 만약 30대 기수론이 등장하고 대통령 출마 나이 조건이 하향되게 된다면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고 함께 손잡고 가는 일본과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요?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게 만들어야 합니다.

-당신이 말한 그대로 청와대의 복심이 백범에게 있는데 그게 대한민국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까?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추구하는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백범이야말로 개혁의 주체로 또 도구로 쓰기 딱 좋지 않겠습니까?

-으음…….

-대한민국을 위하는 마음으로 청와대에 건의하십시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조리가 심한 곳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씀하십시오.

“그래서 왜 건강보험공단인가……?”

여당 대표는 그 누군가를 떠올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쏟아지는 폭우를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다.

* * *

건강보험 공단 건물 앞.

백범이 탄 자동차가 건강보험 공단 정문 밖을 빠져나갈 동안 건강보험공단 주요 인사들은 백범이 탄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건강보험 개혁 1조 사항 때문에 누가 제일 피해를 본다?”

고위직원 한 명이 농담하듯 다른 사람에게 물었다.

“그야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인 이사장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호구다. 히히히.”

장난스럽게 웃는 고위직이었다.

“……그렇기는 하죠.”

“이래서 권력이 무섭고 명예가 무서운 거야. 사람을 살짝 돌게 만들거든.”

“그런 겁니까?”

“그렇지. 이사장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대한민국에서 돈이 제일 많아. 그럼 그다음에는 무엇을 가지고 싶겠어?”

“그야…….”

“권력이지.”

“그렇기는 하죠.”

“그것도 부끄럽지 않고 공명정대한 명예로운 권력이겠지. 그것을 위해서 아마 아주 오랫동안 돈 지랄을 할 거야.”

백범의 희생과 개혁적 행보는 또 어떤 사람의 눈에는 돈 지랄처럼 보였다.

“그럼 진짜 개혁이 실행되고 성공한다는 겁니까?”

“되겠지. 최소한 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겠지. 일본에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우격다짐으로 인정을 받아낸 사람이잖아.”

백범이 탄 차의 꽁무니를 보며 피식 웃는 고위직이었다.

“그렇기는 하죠…….”

그때 영혼 없이 고위직의 기분을 맞춰주듯 대답을 하던 직원이 말꼬리를 흐렸다.

“어어……!”

쾅-!

그때 직선으로 달려오던 대형트럭이 건강보험공단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우회전을 하는 백범이 타는 차를 그대로 충격했다.

그 순간 그 모습을 보던 모든 사람이 멍해졌다.

“이, 이, 이사장…….”

“구, 구급차, 구급차 불러!”

멍해져 있던 고위직 간부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고 대형트럭에 충격해 반쯤 찌그러진 상태에서 전복한 자동차 쪽으로 달려갔다.

* * *

1분 전, 자동차 안.

“빗길이니 조심히 운전하겠습니다.”

운전기사가 내게 말했다.

“그럽시다.”

장마철이기는 하나 이런 폭우는 몇 년간 없었다.

번쩍, 우르르 콰콰쾅!

다시 한 번 번개가 쳤고 천둥이 쳤다.

쾅!

그때 뒤쪽에서 강렬한 충격이 느껴졌고 그 충격 때문에 내 시선이 요란하게 흔들렸다가 한곳에 고정됐고 내 머리에서 뜨겁게 흐르는 피가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어… 어떻게……?’

고개를 돌릴 수도 없다.

그와 함께 점점 더 의식이 흐릿해진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입니다. 2035년 독도해전에서 대한민국이 일본에 패배한 그 순간부터 대한민국은 과거로 회귀를 한 것입니다.]

떠올리려고 해도 떠올려지지 않던 기억이 떠올랐다.

‘독도해전……!’

그리고 이 순간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껴졌다.

그 느낌과 함께 스르륵 눈이 감겼고 나는 끝내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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