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8
298화 쏟아지는 폭우 속의 위기! (1)
내가 묵고 있는 특급 호텔 스위트룸.
이곳에 돌아올 때마다 나는 외롭다.
‘기러기 아빠군……!’
내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이 많고 또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다고 해도 이곳에 돌아오면 나는 그저 기러기 아빠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내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고 발신 번호를 보니 미국이다. 그리고 그 번호를 보자마자 미소가 머금어진다.
딸깍!
‘화상통화부터 바로 개발해야겠지.’
나를 위해서라도 그래야겠다.
-괜찮나요?
내 아내 은혜가 내가 전화를 받자마자 내게 물었다.
“괜찮아요.”
-외신으로 봤어요.
내 행보가 해외에서도 관심사항인 모양이다.
“기자회견을 봤군요.”
-어느 순간부터 오직 나라를 위해서만 일하시네요.
순간 내 아내 은혜의 말속에 뼈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혜 씨…….”
-당신은 외롭지 않나요?
은혜의 말에 나도 모르게 지그시 눈이 감겼다.
-나는 외로워요.
“미안합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당신에게 충실하고 빅토리아에게도 충실한…….”
-이제는 제게도 거짓말을 하시는군요.
내 아내의 목소리가 차갑다.
“으음……!”
-당신이 오직 걱정되어서 전화했어요.
“미안해요. 내 조만간 시간을 내서…….”
-또 미국과 무슨 담판을 지으실 일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예, 저는 그런 줄 알고 기다릴게요. 그리고 소식 하나를 전해 드릴 것이 있어서 전화했어요.
“뭐, 뭐죠?”
냉랭한 목소리로 일관하고 있는 은혜다. 그래서 두렵고 걱정이 된다.
-둘째의 아빠가 되셨습니다.
임신 소식을 전하는 내 아내의 목소리가 서글프게 느껴졌다.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저는 아무것도 못 해요.
쿵!
그 순간 심장이 내려앉고 말았다.
‘아무것도……!’
어쩌면 내 아내 은혜는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 여보…….”
-축하해 주셔야죠.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일관하는 은혜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당신은 멋지고 능력 있는 남자입니다. 하지만 가족들을 외롭게 하는 남자이기도 하죠.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내 아내 은혜의 인내심이 바닥이 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귀국해요.”
-그럴 수는 없죠, 로스쿨 연수 과정이 이제 3개월밖에는 남지 않았으니까요.
“으음…….”
나도 모르게 신음이 터졌다.
-내 남편인 당신이, 또 빅토리아의 아빠인 당신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 3개월 동안 생각할 시간이 될 것 같네요.
이것은 내 아내 은혜가 내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제가 전화를 하기 전에 먼저 전화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또 한 번의 기회를 주는 내 아내 은혜다.
“기, 기회를 주는 겁니까?”
내 목소리가 떨렸다.
-저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뚝!
내 아내 은혜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소홀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에 보내고 방치했다.
정말 후회스러운 순간이다.
하지만 그래도 멈출 수가 없다.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그 어떤 것이라도 포기하게 된다면 나는 후회하게 될 것이다.
우르르 콰콰쾅! 콰콰쾅!
그때 내 마음을 아는 듯 검은 하늘은 천둥을 치고 번개를 쳤고 바로 엄청난 폭우를 쏟아냈다.
번쩍!
콰콰쾅!
“아……!”
나는 대한민국도 또 내 가족도 절대 버릴 수 없다. 그리고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이신이다.
‘이신처럼!’
내가 직접 움직일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이신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든다.
* * *
건강보험 공단 본사 건물 앞 주차장.
“이사장님……!”
공무 차량 운전기사가 나를 불렀다.
“역시 예상하신 그대로입니다.”
내가 첫 출근을 하는데 시위대가 먼저 나를 반겼다.
‘어제는 그렇게 폭우가 쏟아지더니……!’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이 잔뜩 긴 상태지만 폭우는 그쳤다. 여름 장마가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어제 내 아내 은혜가 걸어온 전화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
‘하나만 잃어도 다 잃는 거다.’
그러니 욕심쟁이처럼 다 가져야겠다. 그리고 빠르게 이신처럼 흑막의 신이 될 수 있게 준비를 해야겠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동차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시위자들을 봤다.
“이런 것은 또 빠르군요.”
지금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다.
“정치 낙하산은 물러가라!”
“공단 직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낙하산 이사장은 물러가라!”
내 차를 보자마자 시위자들은 더욱 흥분했는지 소리를 지르며 내 차를 막아섰다.
“일단 차를 돌리겠습니다.”
비서실장이 내게 말했다.
“정면 돌파입니다.”
“이사장님…….”
“차 정차시키세요.”
“……예.”
내 지시에 차가 멈췄고 나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
“정치 낙하산 신임 이사장은 사퇴하라.”
나를 보자마자 시위대가 소리쳤다.
‘내가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 역시 고민스러운 순간이다.
하지만 나는 백범이다. 그러니 쪽팔리지 않게 정면 돌파를 할 참이다.
“모두 쪽팔린 줄 아십시오.”
나는 시위대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소리쳤고 내 목소리가 너무 컸는지 시위대가 멍해졌다.
“국민이 낸 보험료로 월급을 받으시는 분들입니다. 지금 업무시간 아닙니까?”
“뭐, 뭐라고요?”
“합법적인 시위를 신청하셨습니까?”
“이보세요. 이사장님!”
“그리고 지금까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중에 낙하산이 아닌 사람 있었습니까!”
내 말에 시위자들이 모두 멍해졌다.
‘단 한 명도 없다.’
모두가 낙하산으로 이사장 자리에 앉았으니까.
“일하세요. 일하시고 그에 합당한 성과를 내십시오. 줄줄 새고 있는 보험료를 줄이세요. 불법적인 보험사기를 색출하세요. 장기 고액체납자들에 대한 추징을 강화하세요. 그런 상태에서 흑자경영이 되면 국민께서는 기꺼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거부하지 않으실 겁니다.”
“…….”
“일 똑바로 합시다. 나는 일을 똑바로 하려고 이곳에 온 겁니다.”
“이사장님…….”
“그리고 제대로 합법적인 시위를 하겠다면 법을 위반하지 마시고 하십시오. 이렇게 되면 업무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습니까?”
“업무의 공백은 없게 조치했습니다.”
시위자 하나가 따지듯 말했다.
“정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은 모두 잉여 자원이라는 말씀입니까?”
내 말에 기겁하는 표정으로 변하는 시위자들이다.
“이렇게 많은 본사 직원들이 업무시간에 업무를 하지 않고 불법 시위를 감행하고 있는 데도 업무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이지 않습니까?”
내게 제대로 한 방 먹은 표정으로 변한 시위자들이다.
‘이제 남은 것은!’
떼를 쓰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생떼는 내게 통하지 않는다.
“비서실장님.”
“예, 이사장님.”
“이번에 고용된 계약직 직원들은 언제 출근합니까?”
“내일 바로 출근하게 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시위자 한 명이 내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계약직으로 감찰부 직원들을 증원했습니다. 그들을 통해서 직원들의 인사고과를 다시 확인할 것이고 불법 수급자들을 색출할 예정이며 장기 고액체납자들의 징수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계약직 직원들은 대부분 태양 그룹 감찰부 소속이거나 태양 컴퍼니 보안팀 소속이다.
“이, 이사장님…….”
“하나만 묻죠?”
“예?”
“고액체납자들에게 가장 빠르게 체납된 금액을 내게 만들 방법이 뭡니까?”
“그건…….”
“조언을 구합니다.”
내 말에 시위자가 나를 빤히 봤다.
“신상공개 및 출입국 제한입니다.”
시위자가 내게 말해줬다.
“고맙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추가된다면 고액체납자들은 납부를 하겠죠?”
“그럴 겁니다.”
“그러니 일합시다.”
나는 시위자들을 보며 웃었다.
“제대로 일을 해야 성과급을 지급할 것 아닙니까.”
내 말에 팻말을 들고 있던 시위자들이 하나씩 팻말을 놓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치를 보며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사장님.”
비서실장이 나를 불렀다.
“내가 걱정됩니까?”
“송구할 뿐입니다.”
“저는 잘해 낼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항상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나니까.
나는 나를 믿어볼 참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개혁이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 준비에 착수해야겠다.
* * *
국민건강보험 공단 본사 건물이 보이는 도로 자동차 안.
일본 총리와 은밀한 독대를 나눈 야마시타가 일본 도요타 자동차를 탄 상태에서 국민건강보험 공단 건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일기예보는?”
야마시타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반도의 수도권은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합니다.”
운전기사의 말에 야마시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간단하고 단순한 것이 진리일 때가 많지.”
“예, 그렇습니다. 회주님.”
“말조심해라.”
“예, 알겠습니다.”
비로 대답하는 운전기사였다.
“심증은 있어도 절대 물증은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준비를 끝냈습니다.”
“그래야겠지.”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패전 후 반도에 남은 일본인 출신 대한민국 국적자들이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응징할 것입니다.”
“늙은이들이 제대로 할지 의문이군.”
야마시타는 그렇게 말하고 일본 총리를 떠올렸다.
‘오직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후레이센징이지.’
일본 총리까지 혐오하고 있는 야마시타였다. 그리고 작금의 일본이 이렇게 된 것은 백범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일본 정치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는 야마시타였다.
“자네 대만인들은 우리를 그리워하는데 조선인들은 왜 우리를 증오하는지 아나?”
“예?”
“심했어. 너무 심하게 다뤘어. 내가 집권하게 되면 실수는 반복되지 않는다.”
야마시타는 그렇게 말하고 운전기사를 봤다.
“출발해.”
“예, 안가로 보시겠습니다.”
운전기사가 시동을 걸었다.
* * *
건강보험공단 건물이 멀리서 보이는 고층 빌딩에 있는 오피스텔.
자동차를 타고 온 야마시타는 고층 빌딩 오피스텔에 도착했고 이곳에서 건강보험 공단을 더욱 잘 볼 수 있게 창가에는 망원경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목표지역 3분 거리에서 재건축 사업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보고자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는 야마시타였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야마시타는 사전에 백범이 건강보험 공단 이사장이 되리라는 것을 예측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흠집이 있는 부역자들은 많지.’
야마시타는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여튼 은밀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끝낸 야마시타였다.
“대형트럭이 지속해서 이동해도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가 오는군.”
“예, 그렇습니다. 기대하시던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번쩍!
우르르 콰콰쾅!
그때 어두운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가 쳤고 다시 어젯밤처럼 거친 폭우를 뿌리기 시작했다.
“나왔습니다.”
그때 망원경으로 감시를 하던 자가 야마시타에게 보고했다.
“돌아갈 표는 끊었겠지?”
“예, 그렇습니다.”
“운명은 우리를 위해 달릴 것이다.”
야마시타가 말했고 야마시타에게 보고하던 남자가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출발……!”
번쩍!
우르르 콰콰쾅!
천둥이 요란하게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