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97화 (297/415)

# 297

297화 국민 건강보험공단 개혁 (4)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취임식 기자회견이 생방송으로 진행된 일은 지금까지 없었고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과 언론은 백범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이 생방송 기자회견을 대한민국 대통령도 시청하고 있었다.

“결국, 백범 이사장이 특혜 아닌 특혜를 내려놨군요.”

대통령이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저번 전경련 회의 때 백범 이사장께서 으름장을 놨다고 합니다.”

“가진 자본으로 눌렀다는 거군요.”

“꼭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다?”

“예, 더는 쪽팔리지 말자고 했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경제인들이 당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원을 4년짜리 비정규직이고 대통령 각하 역시 5년짜리 비정규직이라고 말하면서 대한민국의 중심은 경제인이라고 발언했다고 합니다.”

백범의 행보는 이렇게 실시간으로 청와대에 보고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비서실장이 백범 쪽 라인에 올라선 사람인데 가감 없이 전경련 회의에서 백범이 발언한 내용을 보고했다는 것으로, 백범에게 사전에 보고됐고 지시를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백범 이사장다운 발상이군요.”

“하지만 위험한 발언이기도 합니다.”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말하며 대통령의 표정을 살폈다.

-각하께서 어떤 반응을 보이시는지 관심 있게 살피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 순간 비서실장은 백범이 자신에게 지시한 것을 떠올렸다.

한마디로 지금 청와대 비서실장은 백범의 지시를 받고 대통령을 떠보고 있는 상태였다.

“사실인 것을.”

“이번 발언이 언론에 공개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개혁이 끝난 후에 떠날 준비를 미리 해놓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말에 비서실장은 놀란 눈빛을 찰나에 보였다.

“그 말씀은……?”

“최단기 외교부 장관이었으니 또 최단기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대한민국 국민께 백범이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하하하!”

대통령은 백범이 대한민국의 부흥과 개혁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투로 말했다.

‘진정한 지도자 수업이라고 해야겠지……!’

대통령은 백범이 어느 순간이 되면 대통령을 맡게 되리란 걸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 * *

성북동 이신의 별채.

이신도 백범의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었고 그의 앞에는 이 실장인 이도가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나는 얼마나 더 내야 하는 거지?”

이신은 이도에게 농담을 하듯 물었다.

“만삼천 원이십니다.”

이도의 담백한 대답에 이신은 피식 웃었다. 다시 말해 이신은 자신이 가진 모든 부를 철저하게 은닉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백범이 대통령 병에 걸렸군.”

“대부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아니셨습니까.”

“그렇지. 하지만 나는 5년짜리 임시직에 녀석을 앉힐 마음이 전혀 없다.”

이신의 말에 이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청와대의 주인도 그럴 것 같고, 그렇지?”

“저도 그렇게 판단됩니다. 마치 백범에게 다방면으로 지도자 수업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조만간 개헌의 움직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처럼 대통령 임기가 개헌되는 것이 좋을까?”

이신이 이도에게 물었다.

“그렇게 해봐야 십 년입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10년 이내에는 대한민국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도의 말에 이신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도야.”

“예, 대부님.”

“너는 네 친구를 독재자로 만들고 싶은 것이냐?”

“기존 대통령제에서는 독재지만 내각 총리제에서는 장기 연임입니다.”

“재임제의 대통령제의 개각이 아니라 내각 총리제로 개헌할 수 있을까?”

“대부님께서 결심하기에 따라서 또 대통령께서 마음먹기에 따라서 또 제 친구인 백범이 수락하기에 따라서 달라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허허허, 저 천둥벌거숭이가 친구 덕에 독재자가 되겠군.”

이신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형님, 보고 계십니까……!’

이 순간 이신은 백범의 조부를 떠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 * *

기자회견장.

“두 번째 개혁안은 외국인들이 아무 의무 없이 누렸던 국민보험 혜택을 축소할 예정입니다.”

내 말에 기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보험 체계는 외국에 거주했다가 대한민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은 3개월만 국민건강보험료를 내면 모든 혜택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적용받는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줄줄 새지…….’

더 기가 차는 것은 관광비자로 입국해서 바로 특정 질병을 치료하거나 큰 수술을 받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도 후일 3개월만 건강보험비를 내면 기존에 냈던 수술비용도 의료보험으로 적용되어 소급되어 되돌려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수술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들이 참 많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조선족들은 그런 의료보험의 맹점을 정확하게 악용한다.

“그 말씀은 인권적 차원에서 지원하던 모든 외국인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을 철회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모든 혜택을 철회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이 악용하는 사례를 막겠다는 겁니다. 3년 이상 대한민국에서 거주하며 국민건강보험료를 낸 외국인에게만 그에 합당한 건강보험 혜택을 부여할 것입니다. 사실 세계 그 어떤 나라도 대한민국처럼 외국인들에게 아낌없는 의료 혜택을 지원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한 명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건 기자회견이 아니라 공청회 같군.’

그래도 상관없다. 지금 내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 기자는 내가 고용한 기자이니까.

“선의의 피해자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이사장님.”

“외국인에 대한 인권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보는 피해자는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저는 그것에 주목할 것입니다. 또한, 기자님이 말씀하신 선의의 피해자는 막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국민의 외국인 배우자는 당연히 합당한 의료보험 제도의 혜택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번 발표를 통해서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의료보험 개혁안을 비난하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의료보험 개혁안을 비난하기에 앞서서 자신들의 의료보험 제도부터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분명하게 밝히는 것은 시쳇말로 얌체처럼 대한민국에 입국해서 모든 의료 혜택을 받고 3만 9천 원만 내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들은 없게 만들 것이라는 겁니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1만 3천 원의 의료보험료를 낸다. 그리고 그것을 3개월만 내면 수천만 원이 넘는 의료보험 혜택을 누린 후에 본국으로 돌아간다.

“으음……!”

이 자리에 모인 기자들의 반응이 각각 다르다.

“세 번째 개혁안을 발표하겠습니다.”

내 말에 다시 기자들이 조용해졌다.

“지역가입자의 의료보험 납부액 산정 체계를 개선하겠습니다.”

“이사장님, 그것은 기존 의료보험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지 않습니까?”

“직장 가입자나 개인사업자는 소득에 의해서 의료보험료가 책정됩니다. 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집과 자동차까지 합산해서 의료보험료를 책정합니다.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

“그와 함께 보험료를 내지 않는 피부양자에 대한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할 계획입니다.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득이 없다고 소득이 있는 자식의 피부양자로 등록해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일이 없게 만들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 지역가입자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의료보험 징수 체계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이지만 말이다.

“네 번째로 불법 의료비 수급 범죄 단속에 집중할 것입니다.”

의료보험 공단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은 시쳇말로 가짜 환자들 때문이고 보험사기범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만하게 운영이 되는 건강보험 공단을 개혁할 것이며 인원 구조조정을 통해서 30% 이상의 공단 직원들을 정리해고 할 예정입니다.”

이번 기자회견을 끝내고 건강보험공단 본사로 갈 때쯤이면 건강보험 공단 직원들의 시위와 직면해야 할 것이다.

“그 어떤 공기업도 방만하게 운영되면 적자 경영을 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의료보험공단은 강제징수라는 특혜를 통해서 방만하게 운영이 됐지만, 흑자경영을 유지했고 그에 따라 엄청난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제가 건강보험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 순간부터는 자신들의 노력이 아닌 것을 성과라고 포장해서 성과급을 받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을 발표합니다.”

내 발표에 기자들이 멍해졌다.

‘오늘 발표의 결과는 내일 지지율로 나오겠지.’

대한민국 국민은 나를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가진 자들은 나를 질타할 것이다.

“이것으로 모든 기자회견을 끝내겠습니다.”

나는 단상 옆으로 나와 기자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진짜 출근은 내일부터니까.’

내일부터 정면 돌파다.

* * *

일본 정부 총리의 관저 숙소.

일본 총리는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야마시타 특별 보좌관을 따로 불렀고 그에 따라 일본 총리와 야마시타 특별 보좌관은 독대를 하고 있었다.

“수만 번 생각을 했지만 결국 백범이 핵심인 것 같다.”

일본 총리가 야마시타 특별 보좌관에게 말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에 네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순간 눈빛이 변하는 일본 총리였다.

“준비되고 있습니다. 곧 반도는 장마철에 돌입합니다.”

야마시타 역시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고 일본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자기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지?”

“파악하셨습니까?”

“극우성향이라고 알고 있다. 그들과 함께 준비하는 건가?”

“총리께서는 많이 아실 필요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그렇겠지. 내게 원하는 것이 있나?”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제 정치적 근거지를 히로시마에서 도쿄로 이전하고자 합니다.”

“도쿄?”

“예, 그렇습니다. 다음 지방단체장 선거에서 도쿄지사로 출마하고자 합니다.”

야마시타의 말에 일본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악의 근원인 그자만 사라진다면 도쿄지사가 문제겠는가? 내 후계자 자리도 내어줄 수 있지.”

“그렇게 되기 위해서 저는 도쿄지사가 되어야겠습니다.”

“철저하군. 기대해 보겠네.”

“반드시 성공할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그래주었으면 좋겠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둘은 분명하게 교감을 끝낸 상태다.

“그리고 네가 총리 특사가 되어서 북경으로 가주게.”

“개인청구권에 대한 보상 문제를 해결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국가가 보상하거나 배상하는 일은 없어야 하네. 개인이 보상하고 기업이 보상해야겠지.”

대한민국이 그렇게 개인청구권을 요구하면서 보상 및 배상을 촉구할 때는 콧방귀만 뀌던 일본이었지만 중국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반도의 일부터 처리한 후에 이동하겠습니다.”

“그게 순서겠지.”

우르르 콰콰쾅!

번쩍!

우르르 콰콰쾅!

그때 창문 밖에서는 천둥이 치고 번개가 쳤다. 그리고 바로 폭우를 뿌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됐습니다.”

야마시타 특별 보좌관이 의미심장하게 말했고 일본 총리는 고개만 끄덕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