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4
294화 국민 건강보험공단 개혁 (1)
전경련 회의장.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내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에서 경질당한 후에 정기 전경련 회의가 열렸다. 물론 정기 총회고 나는 이 자리를 통해 재벌 회장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참이다.
“장관님……!”
나는 이미 아연실색하는 저들에게 내가 밝힌 국민 건강 보험 공단의 개혁 5안을 말했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우성 화학 사장님.”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장관이라고 부른 사람을 봤다.
“국민건강보험 상한제를 폐지하시겠다니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절대 내놓을 수 없다는 눈빛이다.
‘모두 쪽팔린 줄 아셔야지.’
나는 이 순간에 왜 국민건강보험이 만들어지면서 보험료 상한제를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말이 안 됩니까? 그리고 저는 이제 장관도 아닙니다.”
나는 이미 경질된 장관이니까.
“전직 장관이라고 해야겠죠. 그리고 저는 국민건강보험 공단 이사장입니다. 그러니 제 직분을 다할 생각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건강보험료 상한제를 폐지하신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십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좀 그렇지만 제일 큰 타격을 입으실 분도 장관님, 아니, 이사장님이십니다.”
우성 화학 사장의 말도 맞는 말이다.
“그 사실을 제가 모르겠습니까? 아니면 대통령 각하께서 모르시겠습니까.”
대통령 각하가 거론되자마자 전경련 회의에 참석한 사장들과 재벌 회장들이 모두 인상을 찡그렸다.
“때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처리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울며 겨자 먹기라고 했소?”
현성 그룹 왕회장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어떤 측면에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번 정권은 야당이었습니다. 건국 이래 최초의 정권 교체입니다. 야당 기질이 넘친다는 겁니다. 밟히고 눌릴 때 얼마나 울분이 컸겠습니까. 그런 야당이 권력을 쥐고 정권을 교체했습니다.”
“으음…….”
내 말에 모두가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따지고 보면 여기 계신 모든 분이 지난 정권의 부역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습니까.”
강하게 나갈 때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
“부역자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게 생각이 들 겁니다. 대통령께서는 정치적 보복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이를 갈며 두고 보자고 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딱 권력을 잡았습니다. 민주화 운동에 학생 운동만 하면서 데모만 했던 사람들이 경제인들의 고충을 알겠습니까? 모르죠.”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개혁을 하고 싶을 겁니다. 재벌 개혁 말입니다. 이곳에 계신 분 중에 법의 잣대나 도덕의 잣대에 올려놓고 심판을 받을 때 깨끗하신 분, 계십니까?”
나는 찬찬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전경련 소속 경영인들을 봤다.
“저도 깨끗하지 않습니다. 재벌 개혁이라는 핑계로 다 빼앗기시겠습니까?”
“우린 백범 이사장의 의지를 수용하느라 많은 것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벽성캐미컬 사장이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무엇을 내놓으셨습니까? 법인세를 25%로 인상한 것 말입니까? 아니면 상속세를 50%가 아닌 60%로 인상한 것에 대해 동의한 것 말입니까?”
“그것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맞죠. 하지만 법인세를 몇 퍼센트 더 낸다고 살림살이 어려워지셨습니까? 상속세를 60%까지 상향이 되어서 그룹 경영권을 빼앗기셨거나 그룹의 지배력이 약화가 되셨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국민이 요즘 상속세 때문에 말들이 많습니다. 재벌 출신 외교부 장관이 대통령을 구워삶아서 재벌 할아버지의 상속세를 손자가 내게 했다고 욕합니다.”
이게 바로 핵심이다.
저들은 크게 손해를 본 것이 없다.
“상속세 30년 유예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특혜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많은 것을 내놨습니다. 올해 1/4분기 대한민국 세수가 35%나 상승했습니다.”
“그 오른 세수를 회장님들께서 내셨습니까?”
“으음…….”
모두 내 눈치를 보며 신음을 터트렸다.
“제가 냈습니다.”
“백범 이사장…….”
내가 강경하게 나가자 현성 그룹 왕회장님께서는 나를 진정시키려는 듯 나를 부르며 말꼬리를 흐리셨다.
“제가 흥분했군요. 죄송합니다. 다시 본론에 들어가서 올해 기준으로 국민건강보험 상한제에 의한 상한액은 대략 7천 800만 원 정도입니다. 제 기준으로만 말씀을 드리면 저는 월에 최소 금융 불로소득으로 2000억 이상을 법니다. 거기다가 투자해 놓은 주식 때문에 주식 투자 수익은 두 배가 넘습니다. 다른 것들은 모두 생략하고 그것만 해서 4000억입니다.”
내 수익 공개에 전경련 회장들은 모두 입이 쩍 벌어졌다.
“4000억이라고 했습니까?”
제일 놀란 것은 현성그룹 왕회장님이셨다.
“저도 정확하게는 잘 모릅니다. 대략 그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도 사실이다. 돈이 워낙 많기에 그 돈을 바탕으로 하는 불로소득이 얼마나 상승하는지 나도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월 수익 대비 국민건강보험료 납부액은 1%도 안 됩니다. 그런데 국민은 몇 퍼센트나 내는 줄 아십니까?”
“으음…….”
“회장님, 우린 대한민국의 기득권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중심입니다.”
“중심이라…….”
“그러니 이제는 없이 사는 국민한테 덕 보고 살지 말자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백범 이사장, 너무 말을 심하게 하시는 것 아닙니까?”
우성화학 사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가 심합니까?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최소한 대한민국의 중심은 여기에 앉아계신 경제인 여러분들입니다. 그런 생각 안 하고 사셨습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이야 4년짜리 임시직이 아닙니까. 대통령도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 모인 모든 분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70년 이상 경제인으로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이셨습니다.”
“……”
“그러니 이제 쪽팔리지 말자는 겁니다.”
“허허허, 다 좋아요. 좋습니다. 백범 이사장님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도 현성그룹 왕회장님께서 중재하실 모양이다.
“쪽팔리지 말자는 말씀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건강보험료 상한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건강보험공단의 재정 건전성이 상승할까요?”
현성그룹 왕회장님의 말씀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범 이사장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우리가 피를 보는데 건강보험공단이라고 해서 득을 보겠습니까? 오직 이번 개혁으로 득을 볼 사람은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입니다.”
“어떻게요?”
“일차적으로 건강 보험 공단부터 개혁해 나갈 겁니다.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건강 보험 공단부터 개혁하고 인원을 감축할 생각입니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가능하게 만들 겁니다. 최소한 현재 인원의 30%를 감축할 계획입니다.”
“정말이시죠?”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줄줄 새고 있는 보험료들도 다 챙길 생각입니다.”
“줄줄 새는 보험료라고 했습니까?”
“불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제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 태양 생명이라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보험회사까지 이용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안에서 개혁해 나가지 못하면 밖에서부터 치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허허허……!”
“보험 조사관들의 수를 태양 생명에서부터 증원할 생각입니다. 보험료 사기부터 철저하게 조사해 나갈 생각입니다.”
“백범 이사장께서 칼을 빼셨으니 그리되시겠죠.”
나는 지금까지 불가능한 일을 수도 없이 성공을 시켰다.
“과찬이십니다.”
“이번 VIP께서는 제대로 된 칼을 손에 쥐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백범 이사장님.”
현성 그룹 회장께서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셨다.
“예, 회장님.”
“그거 아십니까? 최단기 외교부 장관이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겠다.
“예, 압니다.”
“국민건강 보험 공단이 단기간에 개혁이 되면 그다음에는 어디로 자리하실 것 같습니까?”
“저야 모르죠.”
이럴 때면 웃을 뿐이다.
“모두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합시다. 몇천만 원 내던 건강보험료를 몇억 낸다고 해서 살림살이 쪼들리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북한이 말한 고난의 행군처럼 이제 시작입니다. 바뀐 세상에 적응해야 하지 않습니까.”
현성 그룹 왕 회장님께서 의미심장하게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다른 방법 있으십니까?”
“……..”
“백범 이사장, 아니, 대한민국 재계의 중심인 백범 회장의 뜻을 꺾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 있으십니까? 나는 없습니다. 허허허!”
“아……!”
모두가 한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백범 이사장님.”
현성 그룹 왕 회장께서 나를 부르셨다.
“예, 회장님.”
“우린 내놓을 준비를 끝냈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에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모든 거래는 상호가 만족해야 하는 법이다.
“내년 최저시급 동결입니다.”
내 말에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허허허, 허허허!”
현성 그룹 왕 회장님께서는 허탈한 표정으로 웃으셨다.
‘강성 노조를 가지고 계시니까.’
하지만 다른 경제인들은 표정이 바로 밝아졌다.
“그것이 실행되면 제대로 국민에게 욕을 먹게 되실 건데요?”
“최저시급이 상승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물가가 상승하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시급 몇백 원 올리고 실질물가가 그보다 더 많이 오르면 결국은 마이너스이지 않습니까.”
“가능하시겠습니까?”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VIP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지키지 않으실 수도 있는 약속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제가 최저시급의 동결을 VIP께 말씀을 드리면 내년 최저시급은 2~3퍼센트 정도의 상승에서 끝날 겁니다. 그게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나는 동의합니다. 그리고 백범 이사장께서 하신 말씀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쪽팔리지는 말아야겠죠. 허허허!”
재계의 거두이신 현성그룹 왕 회장의 동의가 있고 나니 나머지 사람들도 거의 동의할 수밖에 없다.
“감사합니다. 내일 정식 취임식 기자회견에서 건강보험료 상한제를 폐지한다는 발표를 하겠습니다.”
“그럽시다.”
분명한 것은 건강보험료 상한제를 폐지했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당연히 나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전경련 소속 경제인들이다.
그런 그들이 내 강압과 회유에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놨다.
‘그럼 이제…….’
국민들이 가진 기득권도 내놓을 때다.
‘정말 제대로 욕을 먹겠군.’
하지만 그렇게 욕을 먹어도 대통령 각하께서 원하시는 국민건강보험 공단을 개혁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