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3
293화 대한민국 대통령의 꼼수? (4)
이틀 후, 연길 공항.
비공식적으로 나는 중국 일정과 북한 일정을 소화하고 북한에서 자동차를 타고 연길 공항으로 도착했다.
“장관님, 청와대 비서실장입니다.”
내 비서실장이 휴대전화를 내게 건넸다.
“무슨 일 있군요.”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제는 내 라인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꽤 많은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내 세력 안에 흡수되고 있는 상태다.
‘모든 일은 혼자 할 수 없으니까.’
본의 아니게 정치를 시작하게 됐다. 그렇지만 이렇게 됐으니 나는 누구보다 잘 해낼 생각이다.
“백범입니다.”
나는 휴대전화를 건네받고 말했다.
-청와대입니다.
“무슨 일이 발생했군요.”
-예, 그렇습니다. 며칠 전에 여당 대표께서 대통령 각하와 독대를 하셨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보고를 받은 상태다.
“며칠 전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바로 보고를 드려야 했지만, 대통령 각하의 심중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 보고를 미뤘습니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대한민국 정치에 좋지 않은 부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개인적으로 청와대에 일어나는 일을 내게 보고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은 아니니까.
“무엇입니까?”
-대통령 각하께서 개각을 단행하시기로 하셨습니다.
개각하는 일은 어떤 면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런데 내게 보고(?)를 한다는 것은 그 개각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를 포함한 개각이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장관님을 외교부 장관에서 경질하시고…….
“어디로 보내신답니까?”
나는 내가 생각해도 대통령 각하로서는 정말 쓰기 좋은 칼일 것이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무원 연금과 함께 국민연금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 국민연금은!’
강제가입이 아니라 자유가입이다. 그러고 보니 딱 이때쯤에 그리고 이 정권에서 국민연금을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가입하게 만든다.
‘가장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라는 것이군.’
그리고 이것은 대통령 각하보다 내가 더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 공단 이사장이십니다.
의외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늦게 말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국민건강보험 공단 이사장……?’
내가 그곳으로 가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료의 개혁이겠지.’
그리고 어떤 것을 개혁해야 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니 딱 답이 나왔다.
“결국 그것이군.”
나를 일단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후에 건강보험 공단을 개혁하게 만드실 생각이시다.
‘건강보험료 상한제를 폐지하실 생각이시군.’
대한민국 건강보험료 납부는 상한제가 존재한다.
사실적으로 월에 1억을 버는 고소득자나 월에 수백억을 버는 나나 건강보험료는 같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민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서민들의 평균 임금보다 최고 수준의 고소득자들은 수입보다 건강보험료가 적게 내고 있다는 의미다.
‘건강보험료 상한제의 최대 수혜자인 내게……!’
개혁을 맡기신 대통령이신 것이다.
“쉬어 가라는 말씀이시군요.”
쉬어 가라고 하시면 쉬어 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로 접근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내 입국 후 바로 청와대로 오라고 하십니다.
이것은 아직 개각에 대해 발표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예, 알겠습니다.”
뚝!
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장관님…….”
내 비서실장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불렀다.
“이제는 전임 장관입니다. 하하하!”
“예…….”
어떤 면에서는 내가 이번 정권에 철저하게 이용을 당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일본 정부는 내가 외교부 장관에서 해임된 사실을 알게 되면 뛸 듯 기뻐할 것이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입국하자마자 나는 대통령 각하의 지시 그대로 청와대를 방문했다.
“일부 국내 언론과 외신들이 우리를 반일정권이라고 매도합니다. 또한, 백범 외교부 장관께서 반일의 중심에 있다고 호도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사실 그대로 보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 대답에 대통령께서는 피식 웃으셨다.
“허허허, 그렇지요. 하지만 반일 정책에 의해서 얻어지는 것도 많지만 꽤 많은 분야에서 힘들어합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백범 장관께서 관리하시는 그룹들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민간 분야에서는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 사실이고요.”
내가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서 일본의 잔재를 걷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시간을 두고 대비하고는 있지.’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부족한 것은 준비의 시간이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백범 장관을 새로운 개각을 통해서 외교부 장관의 자리에서 경질할까 합니다.”
“그 경질을 통해서 시간을 벌어주시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내가 대통령 각하를 빤히 보며 물었고 대통령께서는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일본과 관계를 다소 개선할 생각이오. 정치적인 문제는 당분간 배제하고 경제적인 협력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짐작이 된다.
“예, 그리 알겠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제는 내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실 모양이다.
“예, 대통령 각하.”
“나는 백범 장관을 대한민국을 개혁하는 칼로 쓰고자 합니다.”
“예?”
알면서도 모르는 척 되물었다.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백범 하면 개혁, 개혁하면 백범이라고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예, 대통령 각하.”
“나는 10년 후에 백범 장관께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고대합니다. 하지만 5년 단임제로는 개혁의 최종점에 도달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각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통령께서는 뜬금없이 개헌을 이야기하시기 시작했다.
“개헌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소. 개각을 통해서 국내 정치적 국면을 전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차후에는 개헌을 생각하고 있소.”
이 이야기를 하시기 위해서 비서실장과 다른 수석들까지 집무실 밖으로 내보내신 거였다.
“진정입니까?”
“그렇소. 내가 그 어떤 독재자처럼 그 개헌으로 이익을 볼 생각은 추호에도 없소.”
“그 말씀은……?”
“다음 대통령부터 실행이 될 수 있게 준비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차차기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백범 장관께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어 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아……!”
이것은 내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완벽하게 다르다. 아니 이제부터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라지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께서는…….’
0그분이 되실 것이다.
내가 그분을 낙선시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 알고 계시면 됩니다.”
“당분간 쉬라는 말씀입니까?”
내 말에 대통령께서는 미소를 머금으셨다.
“그래서야 하겠습니까? 백범 장관께서는 내 뜻을 따라주시면서 건강보험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정치 분야에서는 잠시 뒤로 물러나 계세요. 그래야 나와 여당이 추진하는 개헌에 백범 장관께서는 구설에 오르지 않을 겁니다.”
어떤 측면으로 보면 차후에 대통령 각하께서 생각하시는 개헌은 나를 위한 아전인수처럼 보이게 될 것이다.
‘내가 그 중심에 선다면 말이야……!’
그런 부분을 사전에 배제하기 위해서 이러시는 대통령이시다.
-야야, 대통령이 쉽게 되나? 다 때를 만나고 바람이 불어야 되는 기다.
나는 전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른 방법도 있다.
그리고 내게만 말씀해 주신 그 자리도 떠올랐다.
‘그 자리에 앉으려면…….’
외교부 장관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은 후에 10년이 지나고 그 자리를 이용해서 전 세계에 내 입지를 공고하게 다진 후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었다.
-임마야, 따지고 보면 유엔 사무총장이 더 쎄다. 알겠제.
또 한 번 내 계획의 방향성이 틀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번 정권에서 외교부 장관에서 경질된다고 해서 다음 정권에서 다시 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다.
“백범 장관.”
대통령께서 나를 부르셨다.
“예, 대통령 각하.”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죠?”
“예, 알겠습니다. 따르겠습니다.”
“고맙소. 백범 장관께서 건강보험 공단 이사장이 되시어 모든 특혜를 내려놓는다면 그 누구도 반발하지 못할 겁니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그 일을 하라고 보내는 것이다.
‘건강보험 상한제가 폐지되면!’
건강보험 공단의 재정 건전성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와 함께!’
방만하게 운영이 되는 건강보험 공단을 개혁할 생각이다.
‘건강보험료를 징수해서 성과급 잔치를 하는 일은 없게 만든다.’
* * *
일주일 후, 태양 호텔 스위트룸.
내가 대통령 각하와 독대한 지 일주일이 지났고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각하께서 생각하시는 그대로 개각을 결정했고 외교부 장관인 나를 경질하면서 3개 부서의 장관도 교체했다.
“국방부 장관이 교체됐습니다.”
내 비서실장이 내게 보고했다. 국방부 장관을 교체한 것은 내가 대통령께 요구한 부분이고 신임 국방부 장관은 내 라인에 속해 있는 사람이다.
‘그를 통해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추진한다.’
이미 미국 부시 대통령과는 교감을 끝내 놓은 상태다. 그래서 이번 개각 이후에 나는 건강보험 공단 이사장으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뒤에서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조정할 생각이다.
‘스텔스 폭격기를 보유한다.’
이것이 내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또 하나의 포석이다.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한다는 말입니까?
대통령께서 내게 물으셨던 것이 떠올랐다.
-예, 그렇습니다. 이미 미국 정부와는 교감을 끝낸 상태입니다.
-대한민국 국방 예산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모든 국방 예산을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와 전투기 구매에 투입할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게 말씀하셨다.
-법인세 인상을 통해서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니 실행에 옮기실 때라고 생각이 됩니다. 또한, 부족한 자금은 제가 경영하는 그룹과 회사들을 통해서 납부되는 세금으로 충당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국방 예산을 증액하는 부분은 야당에서 반발이 심할 겁니다.
-복지 예산과 교육 예산의 증액을 전면에 내세운 후에 국방 예산을 증액하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판단됩니다.
그때 대통령께서는 한참이나 고민하셨다.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
-그렇게 해봅시다. 강한 대한민국이 필요하다면 그래야겠죠.
그때 나는 대통령의 결심까지 받아냈다.
“잘된 일이죠. 내일부터는 건강보험 공단 이사장으로 일해야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장, 아니, 이사장님.”
비서실장이 내게 말했다.
“건강보험 이사장으로 내일 기자회견을 준비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내일 건강보험 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폭탄선언부터 해야겠다.
‘그 폭탄선언을 통해!’
국민의 지지는 당연히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