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6
286화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다 (6)
대한민국 대통령의 임시 집무실.
한일정상회담은 2박 3일로 예정되어 있고 대한민국 대통령께서는 일본 순방을 끝내시면 바로 아세안 5개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물론 그 5개국 중에서 베트남이 핵심 순방 지역이 될 수밖에 없고 그다음이 필리핀 순방이다.
“백 장관 지금 뭐라고 했나?”
내 보고에 대통령께서는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하셨다.
“대한민국은 이제 산유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보고 드립니다.”
“올랐다?”
“예, 그렇습니다. 저녁에 진행됐던 비공개 회담에서 말씀을 들으신 것처럼 우도 해양 개발 소속 해양 플랜트 시설에서 40미터나 되는 불기둥이 치솟았다는 것은 암반에서 심층수가 아닌 원유가 뿜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빨리 확인을 할 수 있나?”
대통령께서는 의구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보셨다.
“이미 계획된 일이었습니다. 사전에 보고를 드리지 못한 점 송구합니다.”
“정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 지역에만 대한민국이 5년 이상 쓸 수 있는 천연가스와 원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조사를 끝냈습니다.”
“그렇다면!”
눈빛이 달라지는 대통령이시다.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한일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개발을 중단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아……!”
놀라움에 탄성을 터트리는 대통령이시다.
“또한 이제는 일본 정부가 앞장을 서서 공동개발구역에 대한 개발에 착수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일본은 내일쯤에 새로운 협상을 요청해 올 것입니다.”
“한일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새로운 협상이 되겠지?”
“예, 그렇습니다. 제 짧은 판단으로는 일본은 더 많은 심해유전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개발 구역 내에서 공동으로 개발에 착수를 하겠지만 독자적인 해양 유전 시추선을 운영하자고 요구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한마디로 각자 발견한 유전에 대해서는 각자가 지분을 모두 가지자고 말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대통령께서는 인상을 찡그렸다.
“자네도 알겠지만 지금까지 일본은 우리보다 더 많은 해상 연구를 실시해 왔네.”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더 많은 유전 예상 지역을 확인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럼 우리에게는 이익이 될 것이 없네.”
사실 유전 개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 있나?”
“예, 그렇습니다. 이미 50척의 원유 시추선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정된 해양 플랜트 시설 50기가 준비를 끝낸 상태입니다. 예상지역인 100곳을 미리 선점할 수 있습니다.”
“원유를 채굴할 수 있는 시추선과 해양 플랜트 시설이 100기나 있단 말인가?”
다시 한 번 놀라는 대통령이시다.
“예,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일본이 요구하는 협상을 수용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말일세, 정말 일본이 그런 요구를 해올까?”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자네가 그렇다면 나도 믿겠네.”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예정된 일정을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왕을 만나는 일정이 남았군.”
“예, 그렇습니다.”
“백범 장관 자네의 충고대로 하겠네.”
나는 대통령께 일왕에게 머리를 숙이지 말라고 요청했었다. 그것에 대해 말하는 대통령이시다.
‘하여튼 모든 준비는 착실히 진행이 되고 있으니까.’
나는 이 순간 박태웅 회장을 떠올렸다.
* * *
필리핀 대통령 관저.
박태웅 회장은 백범의 지시를 받고 필리핀 대통령을 극비에 만나고 있었다.
“무인도를 완벽하게 태양 그룹에 인계하는 조건으로 본국의 해안지역에 대규모 석유화학공단을 건설해 주겠다는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석유화학공단이 들어설 곳은 필리핀 정부로부터 인계를 받을 무인도의 인근 해안 도시가 될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와 함께 무인도가 인계가 된다면 그 무인도를 필리핀 정부에서는 영토에서 제외시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으음…….”
필리핀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신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입니다. 그와 함께 농업국가 필리핀이 석유화학 국가로 거듭나는 초석을 다지는 결정이십니다.”
“백범 회장이 그 무인도에 국가라도 건설하겠다는 겁니까?”
필리핀 대통령이 단도직입적으로 박태웅 회장에게 물렀다.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 그리고 블랙홀 그룹의 회장은 저입니다.”
“실질적은 소유주는 백범이지 않소.”
“그렇습니다.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결정이 된다면 필리핀은 농업 후진 국가를 탈피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거대한 석유화학 공단을 보유한 아세안 국가로 거듭나실 겁니다.”
“당신을 만날 때부터 결심은 끝났소.”
이 만남은 극비일 수밖에 없다.
“감사합니다.”
“이미 태양 컴퍼니는 필리핀 해상의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권을 확보한 상태이니 그곳에서 발견될 유전과 천연가스전에서 채굴되는 에너지는 조성될 석유화학공단에서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소?”
“예, 그렇습니다.”
“거대 다국적 기업이 끝내는 기업 국가를 건설한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필리핀을 도울 것입니다. 그리고…….”
박태웅 회장은 의도적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조성될 석유화학공단의 일정 지분을 내 가문에서 보유하고 싶소.”
대놓고 뇌물을 요구하는 필리핀 대통령이었다.
“당연하십니다. 1퍼센트의 지분을 드리겠습니다.”
“겨우 1퍼센트?”
필리핀 대통령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1퍼센트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하다면 괜찮지 않습니까.”
“으음…….”
더 많은 뇌물을 받아내기 위해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필리핀 대통령이었다.
“결정만 내려주십시오.”
“알겠소. 내가 태양 컴퍼니가 요구하는 그대로 진행이 될 수 있게 움직이겠소.”
백범이 추진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 * *
베트남 총리 집무실.
“태양 컴퍼니에서 베트남에서 반도체 소재를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라고 요청해 왔단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태양전자 현지 사장이 요청해 왔습니다.”
“우리가 반도체 소재 기술이 어디에 있다고?”
“기술 제공까지 해주겠답니다.”
보고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베트남 총리였다.
“그런데 직접 반도체 소재 사업을 해도 되지 않나?”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가 모든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알겠네, 그렇다면 반도체 소재 사업 육성법을 발의해야겠군.”
“예, 그렇습니다. 총리 각하. 만약 태양전자로부터 일정 이상의 기술을 이전받게 된다면 대만처럼 반도체 소재 생산 국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보고자의 말에 베트남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태양 그룹에 속해 있는 계열사와 태양 컴퍼니가 투자한 회사들이 일시에 베트남에서 철수한다면?”
“경제적 혼란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러니 영원히 베트남에 남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방법이 뭔가?”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가 사업하기 편하게 개방과 개혁을 실시하는 겁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동남아시아의 부흥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겠지. 우리도 이제는 농업과 관광 사업에서 탈피해서 공업국으로 거듭나야 할 때이니까.”
베트남도 백범 때문에 거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경제개발 10개 특구 도시에 입주하는 외국계 기업들에게 세금 혜택을 더 많이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예, 알겠습니다.”
* * *
다음 날 아침.
내가 예상한 그대로 일본 정부는 날이 밝자마자 우리에게 한일공동개발 구역에 대해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협상을 요청해 왔다.
“백범 장관의 예상대로 됐군.”
대통령께서 나를 보시며 말씀하셨다.
“저들도 이미 그 지역에 유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입니다.”
내 말에 대통령께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일본이 요청한 협상을 진행하게.”
“예, 알겠습니다.”
“나는 일본 순방 일정을 진행하겠네.”
“예, 대통령 각하.”
* * *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본국 국적의 에너지 개발 회사가 한일공동개발 구역에 진출해서 개발에 착수해야 합니다.”
백악관은 미국 정치의 중심이 되는 곳이지만 사실 정치보다는 미국의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간접적투자가 아닌 직접적 투자?”
부시가 보고자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 진행되어야 본국 기업에 더 많은 이익이 발생할 것이고 그에 따라 정부의 세금 수입도 증가할 것입니다.”
“옳은 판단이네. 하지만 그 지역은 공식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영토이지.”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서로가 흡족할 수 있는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을 하나?”
“예, 그렇습니다. 국가 미래 전략 기획 부서에서 판단한 것은 백범은 기업 국가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와 함께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또 아시아 최대의 군사국가로 거듭나게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현재까지는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력 증강을 걱정해 왔지만 앞으로는 대한민국의 우경화와 군사력 증강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보고자의 말에 부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도 하겠군.”
“백범이 러시아로부터 항공모함을 인도 받았을 때부터 다음으로 진행할 사항은 최신예 전투기를 확보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에 제의한 본국의 항공모함도 인도 받겠다고 했기에 그 예측은 정확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미국은 대한민국에게 항공모함을 인수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했고 대한민국 정부는 당연히 인수를 하겠다고 통보했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네. 그렇다면 앤더슨 자네가 내 특사가 되어 백범 장관을 만나시게.”
“예, 알겠습니다. 그 대신에 최신예 전투기를 대한민국 정부와 태양 컴퍼니에 제공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한민국은 본국을 혈맹이라고 부르지.”
“예, 그렇습니다.”
“베트남 전쟁 때부터 같이 피를 흘린 혈맹국에게 최신예 전투기를 판매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고 판단되네. 물론 국무회의에서 통과해야겠지만 말일세.”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앤더슨 자네가 먼저 백범 장관을 만나게.”
“예, 알겠습니다.”
* * *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앤더슨이 백악관을 나오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앤더슨입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앤더슨은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어떻게 됐습니까?
여기서 놀라운 것은 앤더슨의 전화를 받은 사람이 백범이라는 사실이었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이미 백범 장관과 미래를 함께하기로 결정하신 상태이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단지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것이 문제일 것 같습니다.”
놀랍게도 부시에게 미국의 국익을 이야기했던 앤더슨은 백범의 스파이였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돈의 힘일 것이다.
-고생하셨소.
뚝!
백범은 고생했다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이렇게 백범이 계획한 모든 일들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