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84화 (284/415)

# 284

284화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다 (4)

도쿄 외곽에 있는 폐교.

일본 총리대신의 특별보좌관인 야마시타와 그를 추종하는 극우 청년 세력이 이곳에 다시 모였다.

“준비는?”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이 상석에 앉아 마치 쇼군이라도 된 듯 청년들에게 물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저 요시모리가 책임지고 이번 대업을 성사시키겠습니다.”

젊은 청년 요시모리의 말에 야마시타는 근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야말로 신풍이다. 우리는 오직 구국의 마음으로 백범 그자를 제거할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회주님.”

“현 정부는 희망이 없다. 우리는 일본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백범을 제거하고 현 정부를 합법적으로 점령하기 위해 다음 선거를 준비할 것이다.”

드디어 자신이 숨겨놓은 야망을 드러내는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이었다.

“옳으신 판단이십니다.”

“그에 따라 나는 도쿄 시장에 출마할 것이다. 현 정부의 총리가 나를 강력하게 믿으니 내가 도쿄 시장이 된다면 그곳을 발판으로 해서 일본 정계를 또 자민당을 장악해 나갈 생각이다.”

“예, 알겠습니다.”

“요시모리.”

“예, 회주님.”

“너의 어깨에 근시적인 일본의 미래가 달렸다. 또한, 네가 신풍의 마음으로 그 대업을 성공시킨다면 우리 신풍회는 너를 뼈에 새기고 신으로 추앙할 것이다.”

“예, 감사합니다.”

“언제인가?”

“반도는 7월에 장마철입니다. 집중 호우가 쏟아지고 태풍도 불어오니 그때 태풍과 함께 신풍이 불 것입니다. 그에 따라 백범 그자의 동선을 모두 파악해 놓은 상태입니다.”

“철저하게 준비해라.”

“예, 알겠습니다. 회주님.”

요시모리의 대답에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은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10년 안에 일본 총리가 되면!’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의 야망은 일본 총리가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10년 안에 나는 일본 총리가 될 것이다.”

사실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의 가문은 대대로 일본 정계에 진출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가문이었고, 그 가문 자체가 원래부터 전범 가문이기에 야마시타는 당연히 극우세력의 수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 이후에 우리의 대일본국은 일반 국가로 전환되어 전쟁이 가능한 국가가 될 것이며 과거처럼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한 군사강대국으로 거듭날 것이다.”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의 말에 이 자리에 모인 청년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는 반복된다. 과거 우리는 강했으니 다시 강해질 수 있다.”

“예, 그렇습니다.”

“그 길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백범 그자부터 제거해야 한다. 요시모리 너의 어깨가 참으로 무겁다.”

“감사합니다.”

* * *

이틀 후, 일본 수상관저에 있는 국빈실.

예정대로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 각하를 보좌해서 일본에 왔고 오늘부터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있다.

‘모든 쇼는 준비를 끝냈다.’

나는 긴장한 일본 총리를 보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슨 쇼가 준비됐냐고?

한일 공동개발 구역 내에서 심해심층수를 채굴하는 해양 플랜트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날이 오늘이다. 물론 그 해양 플랜트 시설에서는 심해심층수가 아닌 유전이 뿜어져 나올 것이고 그에 따른 대비를 하지 못한 우도 해양개발 직원들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가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서 우연에 의해 유전이 발견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니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다.

-해양 유전이 발견된 후에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제적 협력을 촉구해 달라는 말이군요.

나는 부시 대통령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예, 그렇습니다. 우연이라도 발견된 대규모의 심해 유전이니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는 더는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개발을 미룰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정부도 상당한 이익을 가지게 되겠지요?

-예, 그렇습니다. 미국과 대한민국이 완벽하게 독식할 수 없는 상태이니 그 이익을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독식이 가능하다면?

그때 통화를 했던 부시는 내게 뜻밖의 질문을 했었다.

-그런 길이 열린다면 대한민국 정부와 저는 미국과 부시 대통령 각하와 그 이익을 나눌 것입니다.

-현재의 국제해양법에 따르면 한일 공동개발 구역은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이 되어 있소.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의 완벽한 해상 영토라는 사실이지요. 나는 그 사실을 보좌관들에게 이미 보고를 받았소.

-하지만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공동개발 협정이 체결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익을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협정은 깨지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급하게 움직이는 것은 부작용이 날 것이니 현재에는 백범 장관의 계획 그대로 움직일 것이오. 시간은 우리의 편일 테니까.

부시, 아니, 미국 정부가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확인된 광구에서만 대한민국이 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원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보고를 받은 그다. 그러니 미국 정부는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감사합니다.

나는 부시와의 통화를 떠올리며 일본 총리를 봤다.

“양국의 경제적 협력과 정치적 협력을 위해 이제는 과거를 잊고 미래를 위해 나갈 때라고 생각을 합니다.”

일본 총리가 대통령 각하에게 말했다.

“양국의 경제 협력과 교류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협력을 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그와 함께 양국이 변화하고 있는 북한이 더욱 개방정책을 펼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각하의 말씀에 일본 총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그런 부분을 위해서 과거를 정리하는 부분은 처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현재 본국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이미 보상이 끝난 위안부와 징용자들에 대한 재판이 열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보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재판이 시작된 것이지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니 더 지켜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 각하, 이미 일본 정부는 한일국교 수교 회담 때 대한민국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끝냈습니다. 그와 함께 협정서에도 개인 청구권 역시 모든 처리를 끝냈습니다.”

일본 총리의 말에 대한민국 대통령께서는 고개를 끄덕였고, 일본 총리는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자신의 말에 수긍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살짝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재판은 오래 걸릴 것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은 북한과 일본이 정상적으로 수교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백범 장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소.

-예, 감사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외교 실무자들이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일본 총리에게 그렇게 말씀을 하시고 나를 봤다.

“안 그런가? 외교부 장관.”

“예, 그렇습니다. 모든 국가의 국민은 자신들이 억울하다고 판단했고 충분한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때 소송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헌법은 그것을 완벽하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내가 말하자 일본 총리는 인상을 찡그렸다.

“대통령 각하, 제가 일본 총리께 한 말씀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일본 총리 각하,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일본 총리 각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괜찮으십니까?”

“백범 외교부 장관께서 내게 할 말이 뭡니까?”

일본 총리가 인상을 찡그리며 나를 봤다. 사실 언론에 공개된 공식 정상회담은 끝난 상태다. 그리고 지금은 비공개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총리 각하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일본 총리 각하께서는 한일국교 정상회담 때 모든 보상이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소. 우리 일본 정부는 과거를 반성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대한민국 정부에 했소.”

“예, 그렇습니다. 과거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그 보상금의 형식이 독립 축하금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소. 과거 일본 정부는 충분히 새롭게 독립한 대한민국에 독립 축하금을 지급했소. 그 독립 축하금으로 대한민국은 이렇게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총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분명하게 독립 축하금이라고 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아직 일제강점기에 대한 배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소리다. 그리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시계를 힐끗 봤다.

‘시간이 됐다.’

* * *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있는 우도해양개발 소속 해양 플랜트 시설 위.

갑판이 활활 불타고 있고 우도 해양개발 소속 직원들이 다급하게 대피를 위해 대한민국 해군 함정에 올라타고 있었다.

그와 함께 일본 쪽 바다에서 일본 자위대 함정들이 활활 불타고 있는 우도 해양개발 소속 해양 플랜트 시설 쪽으로 급히 이동해 오고 있었다.

“어서 빨리 대피를 해. 어서 대한민국 해군 함정으로 이동해!”

우도 해양 개발 회사 사장이 소리쳤고 마지막 직원이 대한민국 함정에 탑승을 끝냈다.

* * *

대한민국 해군 천안함 함정 갑판 위.

“정말 엄청난 해상 화재군요. 왜 이런 거대한 화재가 발생한 겁니까?”

천안함 함정이 우도 해양개발 회사 사장에게 말했다.

“해양 암반수 채굴 과정에서 유전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그 유전에서 천연가스가 분출됐고 그 천연가스가 발화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해양 유전이라고 했습니까?”

함정이 놀란 눈빛으로 되물었다.

“정확한 것은 화재 진압한 후에 확인할 수 있겠지만 내 눈으로 똑똑하게 해양 암반수 채굴 공에서 검은 기름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함장께서도 보고 계신 것처럼 저 불기둥을 설명할 방법은 심해에서 유전이 채굴 공에서 뿜어지고 있다는 그것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정말이면……!”

“엄청난 일이 발생한 겁니다.”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우도 해양개발 회사 사장이었지만 마치 오늘 보고를 받은 것처럼 천안함 함장에게 말했다.

‘장관님께서 지시하신 그대로 했습니다.’

우도 해양개발 회사 사장은 백범을 떠올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함장님, 일본 해상 자위대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함장의 부관이 함장에게 말했다.

“확인을 위해 온 모양이군.”

“예, 그럴 것 같습니다.”

“현 상황을 해군 사령부에 보고하고!”

천안함 함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예, 알겠습니다.”

“민간인들을 안전한 선실로 대피시킨 후에 전투 준비해라.”

“예?”

“경고 방송 후에 경고 사격을 실시한다. 분명히 저들은 대한민국의 해상 영토를 무단으로 침입했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부관의 눈빛도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 * *

일본 해상 자위대 갑판 위.

“저, 저 불길은 도대체 뭐야?”

일본 해상 자위대 함선 갑판 위에는 함선의 함장이 쌍안경을 통해서 활활 불타고 있는 불기둥을 보며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한민국 해군이 강력하게 경고한다. 일본 자위대 함정은 현재 해상 국제법을 위반하고 대한민국의 해상 영토를 무단으로 침입했다. 당장 대한민국 해상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면 발포할 것이다.]

대한민국 함장이 이렇게 강력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상부에서 은밀하게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대한민국 함선에서 실시하는 경고 방송입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곳은 한일 공동개발구역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그, 그런데 함장님. 대한민국 함선에서 함포를 저희 쪽으로 돌렸습니다.”

“미쳤군.”

“사령부에 보고하셔야 합니다.”

“당장 보고해. 현재 우리 눈으로 본 모든 것을 보고해. 저 거대한 불기둥에 대해서도 보고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일본 해상 자위대 함선 함장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예…….”

“회항한다.”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일본 해상 자위대 함선은 바로 함선의 뱃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백범이 계획한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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