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3
283화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다 (3)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번 한일정상회담 때 백 장관이 동행합시다.”
대통령께서 내게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원래 말은 안 했지만 예정된 일과 다름이 없다.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는 나라는 존재는 골치 아픈 존재이고 내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전에 말한 것처럼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겠네.”
“예, 그러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와 함께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개발 재개를 촉구하셔야 합니다.”
“그래야지.”
“그리고 대통령 각하.”
“내게 더 할 말이 있나?”
“이번 추경 예산과 내년 예산에 국방예산을 증액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방예산을 증액하기 위해서는 다른 복지 예산과 교육예산도 증액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희생해야 하고 나는 그 누군가를 나로 정했다.
‘물론 재벌들도 동참해야겠지.’
모든 일에는 돈이 바탕되어야 하고 돈이 확보된 후에 진행할 수 있다.
“국방예산을 증액한다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제가 대주주로 있는 우도 해양개발이 러시아로부터 항공모함을 인도받았습니다.”
“그 이야기에 관한 보고는 받았네. 미국 정부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네.”
“미국으로서는 그리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단지 아쉬운 것은 미국도 과거 항공모함을 대한민국 해군에게 양도할 계획이었으나 운영자금 부족으로 대한민국에서 사양했던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아마도?”
“이번 기회에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에 항공모함 인도 이야기를 꺼낼 것입니다.”
내 말에 대통령께서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항공모함 운영 예산이 부족하지 않을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세금 수입이 상승한다면 국방예산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국민에게 세금을 올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네.”
“그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종합소득세와 법인세를 올리는 방법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불로소득에 대한 세율을 상승시키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불로소득?”
“예, 그렇습니다. 1차로 주식 거래 수익에 대한 세금을 상승시키고 이자 소득에 대한 세율 역시 상승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대통령께서는 나를 빤히 보셨다.
“그렇게 도면 제일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백범 장관과 국민이지 않을까?”
“이자 소득으로 생활하는 국민은 1억 이상의 이자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은 서민이 아니라 부자입니다.”
“그 말은 맞는 말이네.”
“물론 대통령 각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국가를 위해 또 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차원에서 진행할 수 있는 일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재벌이 백범 장관 같다면 참 좋겠네.”
“저 같기야 하겠습니까.”
사실 나는 막대한 이자 소득을 올리고 있는 상태다. 거기다가 내가 사업가이면서 투자가이기에 주식 투자나 옵션 투자에 의해 또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렇게 확보된 세금만으로도!’
국방비를 증액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거기다가 복지예산도 증액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예산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에는 국방비를 증액하면 된다.
“그리고 법인세도 인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법인세를 인상하게 된다면 재계가 반발할 것이네. 어려운 IMF 시기를 이겨낸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말할 것이고 경제가 무너질 거라고 말할 거네.”
“그 반발은 국민 여론을 통해서 제가 잠재울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겠나?”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법인세를 얼마까지 인상하면 좋을까?”
“25%까지 인상해야 할 것 같습니다.”
25%라는 말에 대통령께서는 놀란 눈빛을 보였다.
“너무 급작스럽게 상승시키는 것 아닌가?”
“그 대신에 법인세를 내는 법인들이 경비 처리를 많이 할 수 있게 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은?”
다시 대통령께서 나를 보셨다.
“제가 대주주로 있는 그룹들과 기업들은 충실히 법인세를 납부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복지 예산과 국방예산 그리고 교육 예산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반발이 심할 것 같은데······.”
“채찍을 휘둘렀으면 당근도 제시해야 할 것이니 상속세를 100억까지는 면제해 주는 방안이 좋을 것 같습니다.”
“100억까지는?”
“예, 그렇습니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네.”
“제가 성공시키겠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통령이시다.
“그렇게 준비를 해보세.”
“예, 알겠습니다.”
* * *
국제호텔 특실.
나는 은밀히 이곳으로 왔고 바로 언론사 사장들을 불렀다.
“이번에는 세금입니까?”
언론사 사장이 내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법인세 인상을 위한 명분을 만들고 여론을 조성하십시오.”
“법인세를 인상하면······!”
언론사 사장들은 대통령 각하와 똑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짐작하시는 것처럼 제가 가장 많은 세금을 내게 될 것입니다.”
“왜 손해를 보시는 일을 스스로 하시려는 겁니까?”
언론사 사장 한 명이 내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저 돈 많아요.”
내 말에 언론사 사장들이 멍해졌다.
“그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이제는 국가를 위해 쓸 겁니다.”
“예,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지만 재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반발이 심할 겁니다.”
“반발하는 회사나 재벌 그룹이 있다면 그곳은 경영권을 빼앗기게 될 겁니다.”
내 말에 언론사 사장들은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정, 정말입니까?”
“예, 그럴 겁니다. 이 특실은 참 넓지 않습니까?”
내 뜬금없는 말에 대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언론사 사장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예?”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는 지금까지 차곡차곡 대한민국 20대 그룹의 주식 지분을 확보해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그분들이 올 겁니다.”
“한마디로 선전포고라는 말씀입니까?”
“요청입니다. 재벌 그룹 회장님들은 가질 만큼 가지신 분이니까요.”
“아······!”
“그렇게 아시고 여론 조성에 힘써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언론사 사장들이 대답했고 나는 시계를 봤다.
“곧 그룹 회장들께서 도착하실 시간입니다.”
내가 시계를 보자 비서실장이 내게 말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나는 청와대 실세이면서 대한민국 재계의 실세라는 것이다.
* * *
“법인세를 25%까지 상승시키면 그룹 경영 자체가 어렵습니다.”
언론사 사장들이 말한 것처럼 내가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하자 그룹 회장들은 난색을 보였다.
“법인세를 25%까지 상승시켜도 법인들의 경비 처리가 쉽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낼 세금은 많지 않을 겁니다.”
내 말에 그룹 회장들이 눈치를 봤다.
“백 장관.”
그때 현성그룹 왕회장께서 나를 부르셨다.
“예, 회장님.”
“백범 장관께서 국가에 대대적으로 기부를 하려고 그럽니까?”
“예, 그렇습니다. 앞으로 국방예산도 증액되어야 하고 또 복지예산도 증액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개인이 기부를 통해서 국가의 재정도가 건전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옳은 말이요. 하지만 법인세를 25%까지 인상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소? 우리들의 처지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일이오.”
“하나를 내어줘야 다른 하나를 얻게 됩니다.”
내 말에 그룹 회장들이 나를 바라봤다.
“그 말의 뜻은 무엇입니까?”
“그룹을 승계하거나 상속 문제가 있을 때마다 대한민국 재벌들은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상속세를 모두 내게 되면 그룹 경영권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백 장관도 잘 알고 있지 않소.”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개인적인 욕심이 없다고는 말씀하지 못하실 겁니다.”
내 말에 왕회장님께서도 인상을 찡그렸다.
“으음······!”
현성그룹 왕회장께서 인상을 찡그리며 신음을 통해내자 다른 재벌들이 모두 인상을 찡그렸다.
‘이제 아마!’
자신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 확보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앞으로는 상속세는 그룹 경영을 통해서 벌어서 내는 쪽으로 방향을 유도하겠습니다.”
“벌어서 상속세를 납부한다?”
“예, 그렇습니다.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상속세를 50년간 분할 상환 하는 법안을 상정이 될 수 있게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룹 경영권에도 문제가 없고 자산도 유지될 것입니다.”
내 말에 놀란 눈빛으로 변하는 그룹 회장들이었다.
“그것만 실행이 된다면 법인세 25%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여기에 없을 것이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지 않소?”
하나를 주면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는 말을 떠올린 왕 회장님이시다.
“예, 그렇습니다. 상속세 비율을 최대 60%까지 상승시킬 생각입니다.”
“현재 50%도 세계 최고의 상속세 비율입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던 그룹 회장 한 명이 내게 말했다.
“상속세를 50년 동안 분할 상환을 하게 되면 납부할 상속세보다 그룹을 승계한 차기 회장이 더 많은 자산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내 말에 왕 회장께서 먼저 고개를 끄덕이셨다.
“백범 장관, 이번 결정은 나중에 백범 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소.”
“그럴 것입니다. 이제는 지금까지 제가 번 돈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쓰고자 합니다.”
물론 앞으로도 나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제 제안을 모두 동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거부한다면 어쩔 겁니까?”
삼중 그룹 회장이 내게 따지듯 물었다.
“저는 단순합니다. 또한, 과격합니다. 그래서 실력행사를 하고자 합니다. 내가 확보한 삼중 그룹의 지분이 얼마죠?”
나는 아무 말도 없이 서 있는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15%입니다.”
“삼중 그룹 일가보다 많죠?”
“예, 그렇습니다. 장관님.”
비서실장이 담백하게 말했다.
“태양 컴퍼니가 확보한 지분까지 추가한다면 다음 삼중 그룹 정기 주주총회 때 태양 그룹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비서실장의 말에 삼중 그룹 회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백범 장관······!”
“모두 제 뜻을 따라주십시오. 큰 손해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와 함께 내일을 위해 가시죠.”
“백범 회장과 함께라고 했습니까?”
내 말에 그룹 회장 중 한 명이 되물었다. 그리고 모두가 왕 회장을 봤다.
‘현상 그룹은!’
나와 손을 잡은 후 그룹이 더욱 성장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곳에 있는 사람은 잘 알고 있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태양 그룹은 에너지 개발 사업과 토지개발 사업에 집중할 것입니다.”
에너지 개발 사업은 한일 공동개발구역이고 토지개발 사업은 중국 고비사막 개발 사업과 함께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이다.
‘물론!’
인공지능 개발을 통한 자율주행 자동차 사업과 신생 에너지 사업도 핵심 추진 사업이다.
“저와 같이 내일을 상상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나는 그룹 회장들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