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82화 (282/415)

# 282

282화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다 (2)

일주일 후, 포항항

드디어 러시아에서 선물이 왔다.

‘왔군!’

러시아에서 최신형 항공모함을 내게 인도하는 것이 오늘이다.

“외관상으로는 완전 고철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박태웅 회장이 내게 말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 있는 우도 해양개발회사 사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겉만.”

미국의 입장도 있기에 러시아는 항공모함의 외관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서 보냈고 우리는 고철을 수입하는 형식으로 러시아 최신예 항공모함을 가지게 됐다.

“이렇게 되면 일본 정부가 즉각적으로 반응할 것 같습니다.”

“그럴 겁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이제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고 살 필요가 없으니까요.”

이미 첫 번째 외교 담판에서 우위를 점했고 대한민국이 원하는 그대로 결론을 냈다.

‘한 번 물러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법이지.’

하여튼 이렇게 해서 나는 전 세계에서 기업인 최초로 항공모함을 가지게 된 존재가 됐다.

“승선하시죠.”

우도 해양 개발 회사 사장이 내게 말했다.

“그럽시다.”

* * *

항공모함 갑판 위로 올라가니 항공모함이 얼마나 거대한 것인지 알게 됐다.

“갑판이 매우 넓군요.”

“예, 그렇습니다. 저도 항공모함은 처음 승선해 봤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입니다.”

“우선은 모함의 구조를 변경해서 선상에서 카지노를 즐길 수 있게 개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놓고 항공모함을 샀지만 그래도 미국의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예, 지시하신 그대로 조처하겠습니다.”

“이제부터 모든 부분은 박태웅 회장님과 상의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대주주님.”

우도해양개발 사장이 내게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에서 최신예 전투기와 공격용 헬기를 사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미국은 일본을 배제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 유지를 대한민국에 맡긴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 * *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러시아가 끝내 대한민국에 항공모함을 인도했단 말인가?”

일본 총리가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정확하게는 백범 외교부 장관이 대주주로 있는 우도 해양 개발회사에 판매했습니다.”

“그게 그것 아닌가.”

“그렇기는 합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백범 그자 때문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 군사력을 증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곤란해, 미국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더 곤란할 뿐이다.”

“예, 그렇습니다. 미국은 이번 일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이렇다는 것은 추후 백범 그자가 부시에게 최신예 전투기 판매를 요청하면 판매가 될 확률도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백범 그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일본 총리가 인상을 찡그렸다.

“제가 짧은 판단으로는…….”

“말해보게.”

일본 총리가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을 봤다.

“민간군사기업으로 사업을 확대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민간군사기업?”

“예, 그렇습니다. 아마도 부시 대통령과 이야기를 끝낼 가능성이 큽니다.”

“민간인이 군대를 가진다?”

“미국의 이익이 된다면 불가능한 일도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어떤 측면에서는 대한민국이나 북한이야말로 민간 차원에서 훈련된 병사를 수급하기 가장 쉬운 곳일 수밖에 없습니다.”

“분단된 현실이 그런 특수성을 만드는군.”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예측에 불과합니다.”

“항상 좋지 않은 예감은 현실이 되는 법이지. 기업과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군대를 일본만 가지지 못하는군.”

일본 총리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사태는 자위대 군비 증강에 명분이 될 수 있습니다.”

“자위대의 군비 증강이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현재 미국 정부가 백범의 편에 서서 그를 돕는 것은 백범 그자가 미국 정부의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본국 정부가 미국의 국익에 더욱 도움이 된다면 미국 정부는 백범을 버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더 많은 미국산 무기를 사는 것입니다. 더 비싼 가격으로 산다면 미국은 다시 본국을 향해 웃어줄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실 과거 미국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 항공모함을 판매하려고 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도 알고 있다.”

“예, 그렇습니다. 그때 대한민국은 항공모함을 운영할 경제적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포기했었습니다.”

“그렇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항공모함은 모함의 가격보다 운용비용이 더 크게 작용하니까요. 하여튼 백범 그자는 본국에 화근일 뿐입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고 일본 총리 비서실장이 조심히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총리 각하.”

일본 총리 비서실장의 표정이 어두웠기에 일본 총리는 또 무슨 일이 생겼냐는 눈빛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또 무슨 일인가?”

“법무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이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 * *

서울로 향하는 자동차 안.

이 자동차 안만큼 보안이 유지되는 곳도 없을 것이다.

“항공모함 구조 변경 공사는 천천히 진행하십시오. 갑판 위에 카지노 건물을 올리는 것 역시 바로 철거할 수 있게 준비하십시오.”

내 말에 두 사람은 이유가 궁금하다는 눈빛을 보였다.

“다른 계획이 또 있으십니까?”

“미국 정부와 조율을 끝낸 후 대한민국 정부와 협의해서 기부채납 형식으로 항공모함을 대한민국 정부에 인도할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박태웅 회장에게도 하지 않은 말이다.

“정말입니까?”

“내 계획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 대한민국 정부는 항공모함을 운영할 국방비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항공모함을 운영하게 되면 다른 분야에서 국방예산을 지출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장은 아니지만 3~4년 안에 그렇게 될 것입니다.”

2년 후면 2003년이고 그때가 되면 미국은 2001년에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게 될 것이고 그 후에는 이라크를 침공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미국과 조율을 통해서 내가 대한민국에 항공모함을 인도하고 또 그 항공모함에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와 함께!’

미국과 대한민국 해군은 연합군 형태로 대한민국이 보유하게 될 항공모함은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게 될 것이다.

‘부시를 이해시킬 명분이 되겠지.’

이것은 다시 말해 앞으로 2~3년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이다.

“항공모함을 개조해 민간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대한민국 해군에 기부채납 형태로 인계를 한다면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반발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일본이 강력하게 반발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우도 해양개발 회사 사장이 내게 말했다.

“반발하겠죠. 그 반발을 잠재울 실리를 각각 지급하면 됩니다. 그리고 미국은 내가 제안하는 것을 수락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떤 계획을 또 가지고 계신 겁니까?”

박태웅 회장이 내게 물었다.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하나만 말씀을 드린다면 전쟁은 어디에서나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전쟁이 미국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같이 참전할 우방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우방이라…….”

“그때가 되면!”

내 말에 두 사람이 나를 봤다.

“태양 컴퍼니는 계열사로 민간군사기업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내 말에 두 사람은 경악한 눈빛을 보였다.

“끝내 민간군사기업으로 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그래야죠. 충분한 자본이 있고, 그 자본을 통해 투자할 곳이 세계에는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곳들은 내전 발발 지역이거나 치안 문제가 좋지 않죠. 결국, 우리가 투자할 곳을 우리가 지키기 위해서라도 민간군사기업이라는 계열사가 필요합니다.”

“대주주님……!”

박태웅 회장이 나를 불렀다.

“말하세요.”

“대주주님께서 보유하게 되실 민간군사기업은 유사시 대한민국 국군에 편입되는 것 아닙니까?”

나는 박태웅 회장의 말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건 나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대한민국이 유사시에 총동원령을 선포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죠.”

“그렇게 되면 미국 국적을 가진 태양 컴퍼니가 아니라 태양 그룹이 민간군사기업을 보유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우선은 미국 국적 회사로 시작해서 점차 세계화를 추진하는 겁니다. 사실 따지고 본다면 대한민국처럼 민간군사기업의 직원들을 채용하기 쉬운 국가도 없으니까요.”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상황을 보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우선은 그렇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준비인 것이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미국은 대한민국에도 파병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그때가 기회다.’

* * *

일본 총리 집무실.

“법무부 장관, 지금 뭐라고 했나?”

“대한민국에서 과거 징용자들에 대한 민간 소송이 시작됐습니다.”

“민간 소송?”

“예, 그렇습니다. 그와 함께 위안부에 대한 개인 배상 소송도 진행이 됐습니다.”

“그 두 가지 사항은 한일국교 정상화에서 보상금 문제로 해결된 일이야.”

일본 총리가 인상을 찡그렸다.

“예, 그렇습니다. 민사 소송이 진행된 것입니다.”

“으음……!”

“아마도 이번 민사 소송의 뒤에 백범 그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일정상회담이 이틀 후인데 이런 시기에 위안부와 징용자들에 대한 민사 소송이 시작됐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곤란하군. 정말 곤란해.”

“그와 함께 일주일 후에는 북일 회담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북한에 대한 보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됩니다.”

“젠장, 50년 넘게 서로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났던 두 곳이 짝짜꿍이 됐군.”

일본 총리로서는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본 총리가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을 봤다.

“재판은 재판에 불과합니다. 또한, 재판은 오래 걸립니다. 아마도 몇 년은 걸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상황이 완벽하게 달라질 것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나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켜만 본다?”

“예, 그렇습니다. 이미 보상은 끝난 상태입니다. 물론 민사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저들이 전범 기업이라고 부르는 기업들의 대한민국 재산을 동결하겠지만 그 동결된 재산이 처분되기까지도 오래 걸릴 겁니다.”

“상황이 본국에 유리한 쪽으로 변할 거라고 확신하나?”

“현재 대한민국이 초강수로 나오는 것은 모두 백범 그자가 조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백범 그자만 사라지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원래 총리 각하께서 아시는 그런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백범이 사라진다?”

일본 총리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백범 그자는 현재 위험천만한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개인적으로도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의 말에 일본 총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겠지.”

“한 명의 개인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국가는 사상누각과 다르지 않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일본 총리가 말했고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은 백범의 얼굴을 떠올렸다.

‘가을이 오면 낙엽은 떨어지는 법이지.’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은 백범을 암살할 계획을 수립한 상태이기에 백범을 낙엽에 비유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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