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79화 (279/415)

# 279

279화 이제는 움직일 때다 (4)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2차 한일어업협정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바로 귀국했고 나는 한일어업협정에 관한 결과를 대통령께 보고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다.

“정말 일본 정부가 어업경계선의 기준점을 울릉도가 아닌 독도로 인정했다는 겁니까?”

내 보고에 대통령께서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 그렇습니다. 사전에 보고 드린 것처럼 일본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분쟁지역 이상으로 발전시킬 수 없는 독도이기에 독도에 매장되어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를 포기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말씀은?”

“일본은 여전히 한일 공동개발구역에 대한 개발 재개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앞으로 변할 수 있는 국제법을 이용해서 한일 공동개발구역에 대한 해양영토화를 가속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으음……!”

보통의 경우 정치만 생각하고 국민의 지지율만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이번 한일어업 협정의 결과물은 외교적 성과라고 생각하고 포장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어떤 것에 대해 더 큰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게 됐기에 대통령은 신음을 터뜨렸다.

“또한, 이번 한일어업협정은 한쪽에서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그 조항이 없었다면 일본은 독도도 포기하지 않았을 거라는 말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 일본 정부는 이미 한 차례 한일어업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국제 정세가 일본 정부에 유리하게 돌아간다면 또 기회를 봐서 한일어업 협정을 파기하고자 할 겁니다.”

“결국, 가시적으로는 외교적 성과를 낸 것처럼 보이지만 완벽한 결론을 내진 못했다고 말씀하시는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와 함께 일본의 공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렇게만 당하고 있을 일본이 아닐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물론 일본은 앞으로도 정신이 없을 것이다.

‘우선!’

북한이 일본인 납치 사건을 공식적으로 시인했고 또 북한의 절대 존엄이 북한 건국 이래 처음으로 공식적인 사과를 발표했다. 그러니 이제 곧 그에 대한 대가를 일본은 치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당장 정신이 없을 겁니다.”

“북한 때문에?”

나는 내 행보를 모두 대통령께 보고하고 있다. 물론 그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외교적 부분에 대한 보고지만 말이다.

“예, 그렇습니다. 북한 정부는 곧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국교 정상화를 위한 배상 논의를 요구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일본은 곤란한 상황에 놓일 것입니다.”

“일본은 패망 이후 단 한 번도 공식적인 배상 절차를 진행한 적이 없소.”

맞다.

한일국교 정상화를 실시할 때도 배상금이 아닌 보상금을 지급한 일본이다. 물론 그것도 무상원조가 아닌 상상 부분 유상원조를 포함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대한민국은 경제 발전의 종자돈으로 사용했지만, 또 어떤 측면에서는 독재 정권의 유지비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독재자의 면죄부는!’

항상 경제 발전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은 다를 것입니다. 일본은 북한에 공식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연해주경제특구와 신의주경제특구가 건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예, 그렇습니다. 일본은 두 경제특구에 참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참여에서 배상금을 지급하는 형식을 취하려고 할 겁니다.”

“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예, 그럴 것으로 판단됩니다. 상당 부분의 배상금을 투자 형식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북한이 여전히 핵을 포기했다는 공식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 각하의 눈빛이 살짝 변했다.

“북한과 교감을 끝낸 상태입니다.”

“백범 외교부 장관은 참 대단한 일을 해내시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하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 말에 대통령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럼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본의 반격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반격이라?”

“예, 그렇습니다. 여전히 일본은 정치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일본 경제에 완벽하게 독립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전히 대한민국 경제는 일본 경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렇소. 하지만 자본 분야에서는…….”

“많은 자립을 이뤘습니다.”

물론 내 입으로 내가 경영하는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 그리고 블랙홀 그룹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세 개의 회사가 막대한 외화를 국내로 유입시키고 있기에 외화보유고가 상상 이상으로 상승한 상태다.

“그렇다면?”

“핵심 기술의 독립이고, 중요 부품에 대한 독립입니다.”

내 말에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대통령이시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주요 산업들은 일본 기업이 보유한 핵심 기술과 특허 때문에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많은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전자 반도체와 자동차 핵심 부분에 대한 수입 다각화와…….’

국산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다.

왜냐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일본에 발목이 잡힐 테니까.

“그렇지요.”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전자와 반도체 산업 그리고 자동차 산업을 바탕으로 한 IT 기술 산업이 핵심 산업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실 이 산업들은 내가 경영했던 그룹들의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요?”

“모든 산업은 결국 IT 기술을 기반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기반 구축이 제일 시급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을 IT 강국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옳은 말씀이오.”

나는 분명 외교부 장관인데 지금은 마치 경제부총리라도 된 듯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에 대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는 내 말을 경청하고 계신다.

‘눈빛이 묘해……!’

무슨 생각을 또 하시고 있는 것 같다.

“계속 말씀해 보시오.”

“대한민국이 IT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인터넷 서비스가 더욱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합니다. 그에 따라 가정용 컴퓨터 보급과 인터넷 보급을 더욱 강화하면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산업이라면…….”

대통령께서 말꼬리를 흐리시는 것은 내가 지금 아전인수에 가깝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다.

‘이미 추진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번 정부는 IT 강국을 추진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인터넷 보급에 집중하고 있고 가정용 컴퓨터 보급을 위한 정부 사업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기업은 태양전자가 될 것입니다.”

“그리 말씀하시니 내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훗날 다음 정권이 들어섰을 때 특혜라고 말들이 많을 겁니다. 물론 지금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 그리고 그 그룹의 많은 계열사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지대하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압니다. 하지만 국민은 때때로 돌변합니다.”

어떻게 여론몰이를 하느냐에 따라 국민 여론이 내게 돌을 던질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맞아야 할 돌이라면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경제가 일본 경제에 종속된 고리를 끊어내는 것입니다. 그 부분을 가장 앞당길 수 있는 것은 해양 에너지 개발 사업과 전자 반도체 사업의 육성과 함께 마지막으로 자동차 산업에 AI를 접목해서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AI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태양 전자와 태양 자동차는 인공지능 개발 연구에 이미 착수한 상태입니다.”

내 말에 대통령께서는 입이 쩍 벌어졌다.

“또한, 전자와 반도체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핵심 기술 개발과 특허 구입과 함께 핵심 소재에 대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단하시오.”

“특히 반도체 생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불포화 수소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순도 99.999%의 불포화 수소를 개발한다면 앞으로 일본의 반격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물론 이것은 내가 가진 미래의 기억 때문에 이렇게 준비하는 것이다.

‘일본은 아마도……!’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을 압박해서 대한민국 전자회사가 만들고 있는 전자 제품의 수입을 통제하려고 들 것이다.

‘LCD패널부터 계약하지 못하게 하겠지.’

나는 누구보다 일본에 대해 잘 안다.

왜냐고?

일본이 대한민국에 어떤 짓을 했는지 미래의 기억을 통해서 잘 알고 있으니까.

“허허허, 지금 생각해 보니 백범 외교부 장관께서는 외교부 장관의 직책보다는 경제를 총괄하는 경제부총리의 직함이 더 어울리실 것 같소.”

“외교와 경제는 같이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치와 경제가 같이 간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하여튼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 기준점이라는 것을 일본 정부에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외교적 성과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제 곧 있을 한일 정상회담에서…….

“내가 전에도 외교부 장관께서 말씀하신 그대로 일본과 북한의 국교 정상화를 위한 매파 역할을 하겠습니다.”

“예, 일본을 경제특구에 깊숙하게 끌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유인작전처럼?”

“예, 그렇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나는 백범 외교부 장관이 내게 했던 말을 모두 기억하고 있소. 그러니 걱정하지 마시오.”

대통령께서 내게 말씀을 하셨고 나는 대통령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절대 일왕에게 머리를 숙이지 마십시오.

똑똑!

그때 집무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바로 조심스럽게 청와대 비서실장이 들어와서 대통령께 묵례했다.

“대통령 각하. 한일어업협정 결과에 대한 국민 담화문 발표 기자회견 준비가 끝났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대통령이 직접 나설 필요가 없는 일이다. 외교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발표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이 외교적 성과를 대통령의 공으로 넘긴 상태다.

“저는 밖에서 두 분을 기다리겠습니다.”

이 순간 놀라운 것은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를 대통령 각하와 동일하게 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치인이야말로 권력이 어디에 집중되어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내가 대통령 각하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비선 실세였는데!’

지금은 진짜 실세가 된 것이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청와대 비서실장은 밖으로 나갔고 대통령 각하께서는 나를 보셨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대통령 각하께서는 국민 여론만 따르시면 됩니다.”

내 말에 대통령께서는 나를 빤히 보셨다.

“또 준비하는 것이 있습니까?”

“예, 독재정권에 의해 잘못된 역사를 하나씩 바로잡고자 합니다. 국민의 뜻에 의한 대통령 각하의 의지로 그리될 것입니다. 저는 그 모든 일에 도구가 될 것입니다.”

내 말에 대통령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내게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들겨 주셨다.

“당신은 국가의 보배입니다.”

툭툭!

그리고 나를 보며 웃으셨다.

무슨 일이 또 일어나냐고?

이제는 한 맺힌 할머니들이 국회의사당에서 또 청와대 앞에서 울부짖게 될 것이다.

‘하나를 시작이 되면!’

전부가 바뀌는 법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