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8
278화 이제는 움직일 때다 (3)
통보와 협조를 위한 통화는 끝이 났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부시 대통령과 통화할 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박태웅 회장이 내게 말했다.
“위험천만한 일이죠.”
나는 부시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은 분명 영원히 피를 같이 흘릴 혈맹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렇습니다. 혈맹 부분에 관한 이야기는 오해의 소지가 충분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선택할 때는 또 선택해야 할 때는 제일 강한 곳을 택해야겠죠.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나라가 이러니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태웅 회장이다.
“그래도 이 사실을 대통령께서는 아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으음…….”
“일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은 개인인 제가 지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까지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저는 장관님이 걱정입니다.”
“어쩔 수 없는 장관이라는 감투지만 썼다면 열심히 해야죠.”
* * *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백악관에는 부시 대통령의 호출을 받은 장성들이 있었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형태로 16개국이 북한에 파병될 수 있게 준비하십시오.”
부시 대통령은 이렇게 자신이 대통령이 되자마자 북한이 준 선물을 받았다.
“파병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소. 한국전쟁 때 전사한 유엔군의 유골을 발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북한의 공식적인 요청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물론 유엔 평화유지군이라고는 하지만 미군과 한국군이 주축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그때 아무 말도 없던 CIA 국장이 부시 대통령을 보며 말했다.
“은밀하게 핵 관련 시설에 대한 정보 수집도 가능하겠죠.”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북한 수뇌부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습니다.”
“그 말씀은?”
“한국전쟁의 최대 격전지는 휴전선이 중심이었습니다. 평양 이상에서 유해 발굴을 못 하게 할 겁니다.”
“그래도 노력 여하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지만, 우리가 선물을 받았으니 지금은 본연의 일에만 충실하겠소.”
부시 대통령은 이런 상태에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7광구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동북아시아의 중심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고, 7광구에서 채굴되는 막대한 유전을 통해 이익은 통일 준비 비용으로 쓰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백범은!’
찰나의 순간 부시 대통령은 백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의 얼굴을 떠올렸다.
‘통일 후를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그리고 그 통일 후에 북한이 연구를 통해 개발한 핵탄두는 대한민국이 미국의 승인을 받아 만든 미사일에 장착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수행할 그 역할을 혈맹인 대한민국이 대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시 대통령은 백범이 하는 말을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안 될 것도 없지.’
미국으로서는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미국의 국익을 위하는 일에 도구로 쓰일 나라가 일본이든 대한민국이든 상관없었다.
-고비사막은 몽골 공화국에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 주둔한 주한미군 기지에서 레이더로 감시하고 고비사막에서 또 아래로 감시를 한다면!’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주요 정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 부시였다.
‘결국,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 될 테니까.’
중국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저력을 벌써 걱정하는 부시 대통령이었다.
* * *
일본 도쿄에 있는 2차 한일 어업협정 회담장.
제대로 못마땅한 얼굴을 한 일본 외교부 장관이 미리 와서 자리에 앉아 있었고 대한민국 외교부 공무원과 내가 회담장에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와는 다르군.’
일본은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때 한없이 나약해지고 비굴해진다.
‘네놈들이 어떤 것을 포기했는지가 중요하겠군.’
아마도 2차 한일어업협정을 통해서 일본 정부는 독도를 대한민국의 기준점으로 인정하기 싫기에 한일 공동개발 구역의 개발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미래를 포기할까?’
일본이 아무리 야욕을 부려도 독도는 대한민국의 완전한 영토이고 현재도 실효 지배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분쟁지역이 될 수는 있어도 일본의 영토가 절대 될 수가 없다. 일본이 저렇게 독도를 자기들의 섬이라고 우기는 것은 독도 해양의 자원을 자신들이 차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메탄하이드레이트에 대해 안다.’
그와 함께 독도는 자신의 땅이 될 수는 없지만 2028년에 국제해양법이 바뀐다면 7광구 지역은 일본의 영토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일본으로서는 어디를 포기할지가 고민스러울 것이다.
“이번에는 양국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좀 더 진중하고 실질적인 협상이 진행되고 결론을 냈으면 합니다.”
일본 외교부 장관이 내게 먼저 말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은 국제법이 인정한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독도는 대한민국의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대통령 각하의 결심이기도 하며 대한민국의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영토의 수호에도 명확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 말에 일본 외교부 장관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 부분부터 해결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오래 마라톤협상을 진행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일본이 이번 일을 통해서 무역보복을 해온다고 해도 변할 것은 없을 겁니다.”
“무역보복이라니요.”
“그런 복안도 있지 않습니까?”
“본 국은 국제법을 준수합니다. 외교적 문제 때문에 경제적 일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현명하신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 일본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기술력과 특수 부품들의 대한민국 수출을 금지했을 때 당장은 대한민국이 곤란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기술 개발과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게 될 테니까요.”
“으음……!”
일본 외교부 장관이 신음을 터트렸다.
“이제 일본의 입장을 말씀해 주시고 제가 요구한 부분에 대해 말해 주십시오. 그에 따라 결론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요를 시작하는 순간이다.
‘어느 것을 포기할래?’
나는 기다리면 된다.
“좋습니다. 본국은 2차 한일어업 협정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요구한 그대로 한일어업 협정을 위한 중간수역을 기준으로 하는 기준점을 울릉도가 아닌 독도로 인정하겠습니다.”
일본은 독도를 포기했다.
‘이건 다시 말해!’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20년이라도 더 기다리겠다는 것이군.’
이렇게 되면 일본은 우리가 아무리 요구해도 한일 공동개발 구역을 다시 개발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한마디로 질질 시간 끌기를 할 것이다.
‘너희들 뜻대로는 안 되지.’
이미 1개 포인트에서 유전이 채굴되고 있는 상태니까. 그리고 이 사실을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게도 통보한 상태이니까.
-사건을 크게 만들어야 합니다.
나는 이 순간 박태웅 회장에게 말한 말이 떠올랐다.
-사건을 크게 만든다고 하셨습니까? 어떤 사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우도 해양 개발 회사의 해양 플랜트 시설이 심해 심층수를 채굴하다가 유전을 발견했다기보다 실수로 심해유전을 건드려서 원유가 분출되었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불행히 화재가 발생해야 합니다.
-플랜트 시설에 불을 지르자는 말씀입니까?
어제 내 말에 박태웅 회장은 기겁했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가 깜짝 놀라게 될 것이고, 대한민국 해군과 일본 해상 자위대가 불이 난 곳으로 구조를 위해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가 유전 개발을 알게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바로 개발에 착수하는 겁니다.
실수라도 유전이 개발됐고 막대한 이익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한다면 일본으로서는 더는 공동개발을 미룰 수가 없다.
-예,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이 모든 일은 착착 톱니바퀴가 물리듯 잘 돌아가야 할 것이다.
“독도를 대한민국의 기준점으로 인정하신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 독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까?”
몰아붙일 때는 제대로 몰아붙여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일어업협정이기에 해양 부분에 대해서만 논의를 하시죠.”
“기준점이 분명히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인정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며 대마도를 더 대한민국의 영토로 주장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일본 정부는 민간차원에서 대마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이 꽤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분쟁지역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 거지.’
그래서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입니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일본 정부가 독도를 대한민국의 공식 영토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협상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나는 1차 협상에서 이승만 대통령의 호기 어린 요구를 무기로 사용했다. 그리고 내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기에 내가 한 말은 대한민국의 공식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좋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요구한 그대로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되고 유지되는 상황에서 본국은 독도를 대한민국의 영토 기준점으로 인정할 것입니다.”
일본은 현재 쥐처럼 움직이고 있다.
왜냐고?
내가 그곳으로 도망치라고 열어준 길로 도망치려고 하니까.
‘나중에 한일어업협정을 또 파기하겠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7광구가 흑해유전보다 더 거대한 유전이 된다면 일본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이 얻을 이익을 가늠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대한민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테니까.
“정말입니까?”
“예, 그렇소이다. 어떻게든 한일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해야 하고 또한 한일간의 어업이 평화롭게 유지되어야 하니 본국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할 것입니다.”
하루 만에 일본 정부는 수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독도와 7광구 지역을 놓고 주판을 튕겼을 것이다. 그리고 결심한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그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더는 대마도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같은 생각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일본이 더는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실효 지배만 유지하고 있는 대마도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분명 대마도를 일본이 실효지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은 것 같습니다.”
일본 외교부 장관은 일본 총리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맹렬한 비난을 받겠지.’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이번 협상에 대한 희생양을 찾을 것 같다. 하여튼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포기하고 한일 공동개발 구역의 영토화에 대한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네놈들에게 27년이라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겠지.’
이것은 다시 말해 대한민국이 또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27년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네놈들은 다음에는 북한을 상대하게 될 것이다.’
일본인 납치 사건을 북한에서 사과했으니 이제 일본은 북한에 배상해야 할 일만 남았으니까.
‘계속 두들겨 맞아봐라.’
그렇게 맞다 보면 일본은 결국 무너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