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76화 (276/415)

# 276

276화 이제는 움직일 때다 (1)

제주도 태양 호텔 특실.

일본 도쿄에서 당일 일정을 모두 끝내고 외교부 공무원들에게 말한 것처럼 나는 그들과 함께 항공기를 타고 제주도로 왔다. 그들에게 말한 것처럼 제주도에 설립해 놓은 태양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결론이 났습니다.

조총련 단체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내게 전화를 걸었던 박태웅 회장이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제 움직일 때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지금 박태웅 회장을 기다리고 있고, 호텔 창밖에 보이는 소녀상 동상을 바라보고 있다.

‘할머니들의 한은 제가 풀어드립니다.’

나도 모르게 지그시 입술이 깨물어졌다. 사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일본과의 외교에서 항상 굴욕적인 협정을 체결했었다. 그런 사실을 국민에게 숨기느라 급급했었다.

하지만 그런 굴욕적 외교는 딱 어제까지였고 내일은 완벽하게 달라질 것이다.

‘잘못된 것들이 있다면 바로 잡는다!’

그것은 일본을 시작으로 해서 그다음은 중국이 될 것이고 또 미국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의 극우 보수들은 나를 반쪽짜리 친미파라고 한다. 그들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내가 부시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북한에 협력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나를 정말 제대로 까고 싶은데 자신들이 주장하는 한미동맹에서 내게 중추적인 역할을 어쩔 수 없이 수행하는 측면이 있기에 까는 것도 제대로 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 뒤에 줄을 서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딩동!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고 나는 응접실로 나가 초인종을 누른 박태웅 회장을 맞이했다.

“회, 회장님……!”

박태웅 회장은 나를 보자마자 나를 회장이라고 불렀다. 잔뜩 상기한 눈빛으로 또 흥분한 상태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우도 해양개발회사의 사장도 같이 왔다.

“3개 그룹의 회장은 지금도 박태웅 회장이시고 앞으로도 박태웅 회장이실 겁니다.”

“그렇죠. 제가 7광구 지역에 대한 보고를 받고 직접 눈으로 확인했기에 흥분한 것 같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시죠.”

“예, 알겠습니다.”

* * *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정말 한일어업협정 협상단을 모두 이끌고 제주도로 이동했다고?”

일본 총리는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에게 보고를 받았지만, 백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정말 그렇게 자신들이 마련해 준 호텔을 마다하고 제주도로 갔다는 것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또 어떤 측면에서는 외교적 결례라면 결례였다.

“예, 그렇습니다. 공식적인 일정과 갑작스럽게 잡은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제주도로 이동했습니다.”

“대한민국 혐일의 중심에 백범 그자가 있다.”

사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민은 반일 정서가 존재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그저 감정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일본에서 수출한 자동차를 사고 돈을 벌면 일본 관광 가는 것을 자랑처럼 여겼다.

“그렇습니다. 보고된 백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의 행보를 보면 정말 뼛속까지 혐일 주의자입니다.”

“보고된 백범의 행보를 보면?”

“예, 그렇습니다. 그와 함께 온 대한민국 외교부 소속 공무원들은 물 한 모금까지 우도 삼다수를 마셨다고 합니다.”

“물 한 모금까지?”

“예, 그렇습니다. 비록 단편적인 예라고 할 수 있지만 제대로 각오를 다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백범 그자 때문에 외교적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다는 거지?”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격차는 여전히 상당합니다. 저력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이 일본 총리에게 말했다.

“저력이라……?”

“예, 그렇습니다. 비록 지금은 다케시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지만, 일본의 저력은 모든 것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자네의 말이 옳네. 하지만 이번 결정이 협상에서 반영되고 국민에게 발표되면…….”

사실 일본은 국내 분야와 국외 분야를 구분해 판단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정치적인 부분에만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국민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의 바르고 친절한 일본인?

그것은 일본 국내에서나 해당하는 말이고, 국외에 나오면 일본은 지극히 개인주의자로 돌변할 때가 많다.

그것은 일본이 섬나라라는 특수성 때문일지도 모르고 예전부터 국내와 국외를 구분하는 특성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말해 섬을 예로 든다면 일본 국내의 섬은 ‘시마’라고 부른다.

대마도를 쓰시마.

독도를 다케시마.

이렇게 부른다.

하지만 국외의 섬들은 시마가 아닌 도라고 부르는데, 울릉도를 울릉도로 부르고 제주도를 제주도라고 구분해서 부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본이 지금까지 과거 아시아 국가들에 그렇게 많은 죄악을 저질러 놓고서도 제대로 된 사죄를 하지 않는 숨겨진 이유일지도 모른다.

만약 일본 국내에서 그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그 문제의 해당자는 누구든간에 눈물까지 흘리며 국민에게 사죄하지만, 국외의 문제라면 그냥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그게 숨겨놓은 일본의 본성인 것이다.

“희생양은 필요하실 겁니다.”

“전 총리를 또 한 번 단상에 세우자는 건가?”

“그것은 당연히 진행되어야 할 일이고 굴욕에 가까운 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한 외교부 장관도 국민에게 사죄하게 하시고 경질해야 합니다.”

야마시타 특별보조관의 말에 일본 총리가 인상을 찡그렸다.

“으음……!”

“그리고…….”

“나도 국민에게 고개를 숙여야겠지.”

“예, 송구할 따름입니다.”

“좋네,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지. 일본을 위해 희생되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기꺼이 희생되어야 하고 그것이 나라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지.”

일본은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일본은 현재까지 전체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내일이 길게 느껴지겠군……!”

일본 총리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린 후에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백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의 얼굴을 떠올렸다.

‘후레이센징 하나가 일본 전체를 흔들고 있군……!’

* * *

제주도 태양 호텔 특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에 대해 조심하고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도청?’

물론 그런 것에 대한 대비는 이미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 전략기획실 산하 보안팀과 경호팀이 도청방지를 위한 조치를 끝내 놓은 상태다.

“결론이 난 곳은 이곳입니다.”

대한민국 해양 영토를 나타내는 지도를 확대한 지도에서 박태웅 회장이 심해 유전이 확인된 지점을 찍었다.

“확실합니까?”

“예, 제가 직접 현장으로 가서 확인을 끝냈습니다. 제가 제 눈으로 채굴된 원유가 저장고에 저장된 것을 확인하고 왔습니다.”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지는 순간이다.

“정확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확인된 대륙붕 지점에 매장되어 있는 유전의 규모는 대한민국이 5년을 소모할 수 있는 양이라고 지질학자들과 심해유전 학자들의 의견입니다.”

“5년을 소모할 수 있다고 했습니까?”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는 순간이다.

“예, 그렇습니다. 이 정도라면 대한민국의 7광구는 흑해 유전의 규모를 능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론 확인된 지점의 규모에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주변에서 추가로 유전이 확인된다면 그렇다는 겁니다.”

“대단한 겁니다.”

나는 흥분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외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것은 반도체 핵심 소재와 함께 전자제품의 핵심 소재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다.

‘유전이나 천연가스만 수입하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대외무역은 완벽한 흑자로 전환될 것이다. 그리고 국내에서 채굴되는 유전이나 천연가스를 통해 석유화학산업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

“예, 그렇습니다.”

“이제야 현실적으로 일본을 압박할 카드가 생겼습니다. 하하하!”

나는 보기 좋게 크게 웃었다.

‘현재까지 일본은 공포에 굴복했었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수년 동안, 아니, 수십 년 동안 준비해 온 한일 공동개발 구역의 독식을 위한 계략이 나 때문에 또 미국 때문에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했었다.

“이제는 일본 정부가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겠군요.”

나는 박태웅 회장을 보며 말했다.

“둘 중 하나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둘 중 하나입니다. 일본 정부가 독도를 대한민국의 해상 영토의 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을 인정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한일공동개발 구역의 개발을 다시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말에 박태웅 회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런 표정이죠?”

“장관님이 제게 하신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역시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이지 않습니까?”

핵심을 바로 간파하는 박태웅 회장이다.

“핵심을 간파하셨군요.”

“그렇게 되면 장관님의 외교적 성과는 무시될 것이고 국민의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욕을 먹어야 한다면 욕을 먹어야죠.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일본은 두 개를 모두 잃게 되고, 대한민국은 두 개를 모두 얻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제 손에 든 히든카드가 비밀로 유지되면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나설 때입니다.”

미국이 한일 공동개발구역에 개입할 때가 왔다.

‘이것은 미국의 국익에도 직결되는 부분이지.’

왜냐고?

부시 가문이 우도 해양개발의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으니까.

이것은 다시 말해 우도 해양개발은 말 그대로 다국적 에너지 기업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이번 일은 대한민국이 산유국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고, 또 저는 우도 해양개발이 나스닥에 상장된 상태이니 막대한 주가 상승을 통한 수익을 확보하겠군요.”

이게 핵심이라면 핵심이다. 물론 부시를 비롯한 부시 가문도 이번 일에 대한 막대한 주가 상승을 통한 수익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 부분이 사실 저는 제일 걱정됩니다.”

“국가의 외교가 제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아전인수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예, 그렇게 호도될 것입니다.”

“진창에 발을 담가야 연꽃을 땁니다.”

욕을 먹을 일이 있다면 욕을 먹으면 된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서 얻어지는 수익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반전을 만들 수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번 돈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합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태웅 회장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거는 걸겠죠.”

이번 일은 부시 대통령도 알아야 할 일이다. 물론 부시 대통령도 자신과 미국의 이익을 위해 당분간 함구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D데이가 됐다고 했을 때 일본을 압박하게 될 것이다.

‘미국도 이익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

아니, 모든 사람이 또 모든 국가가 그럴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나는 미국 대통령에게 바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일본 정부는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다.

따르릉, 따르릉!

나는 바로 위성 전화를 꺼내 미국에 있는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무슨 일입니까?

위성 전화를 받은 부시가 바로 내게 물었다.

“이익 실현의 시간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

내 말에 부시는 한동안 아무 말도 내게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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