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3
273화 한일어업협정에 돌입하다 (3)
“이, 이보시오. 백범 외교부 장관!”
이제는 말까지 더듬고 있는 일본 외교부 장관이다. 그리고 일본 쪽 관리들은 나를 보며 뭐 저런 인간이 다 있냐는 눈빛이다. 내가 계속 외교적 결례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눈빛이다.
“어쩔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반드시 7광구 지역을 개발해야 하는데 일본은 아무런 이유 없이 공동개발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어떤 이유가 있는지 저는 모르겠지만 공동개발을 하지 않을 이유가 절대적으로 없는데 왜 그러시는 겁니까?”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서 공동으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 자금 마련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결국, 돈이 문제군요.”
“그렇소, 대륙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자본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돈 이야기를 꺼내는 일본 외교부 장관이다.
“그렇다면 기금을 조성하면 됩니다. 제가 외교 세일즈를 통해서 한일 공동개발 구역을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하겠습니다.”
딱 걸렸다.
“기, 기금을 마련하시겠다고요. 으음…….”
“그렇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일본이 일방적으로 공동개발을 포기하는 그 시간에, 중국의 에너지 기업이 한일 공동개발구역 바로 위쪽 해상에서 벌써 천연가스 광구를 개발해서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쓰려고 중국 정부에 비밀리에 7광구 위쪽에서 천연가스 개발을 해달라고 한 것이다.
“으음…….”
“그러니 더는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개발중단을 보고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단독으로도 개발하겠다는 겁니까?”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한일 공동개발 구역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조약은 파기될 것입니다. 과거의 해양법에도 한일 공동개발구역은 대한민국의 마라도에서 12해리 이내입니다. 현재의 국제해양법에 따라도 한일 공동개발구역은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물론 2028년에 발효가 되는 국제해양법에 따르면 일본의 영토로 편입될 확률이 아주 높다.
“새로운 협상 내용이 발생했으니 1차 회담은 여기서 마무리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뭐, 뭐라고요?”
“1차 한일어업협정이 이대로 끝나면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공동개발 조약을 파기할 것입니다.”
“으음…….”
일본 외교부 장관이 신음을 터트렸고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한일어업협정의 기준을 정말 독도로 정해야 합니까?”
“물론입니다.”
한일 공동개발 구역의 개발을 다시 하는 것은 저들이 내 탐욕을 이용하기 위한 히든카드지만 나는 깔끔하게 그 카드를 내 히든카드로 바꿔서 다시 저들의 심장에 날렸다.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물론 내가 말한 것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국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 역시 어렵지 않지.’
여당 대표는 당연히 내 편이고 제1야당 대표 역시 내 편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충분히 내부적으로 논의한 후에 내일 다시 회담을 진행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한발 뒤로 물러나는 일본 외교부 장관이다.
“그렇게 합시다. 그리고 일본 및 대한민국 해안에 건설된 원자력 발전소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배상하는 문제도 내일 회담에서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해안에 원자력 발전소가 설립되어 있지 않습니까. 대한민국도 그렇고 일본도 그렇죠. 만약 그 해안가에 건설된 원자력 발전소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제일 큰 피해를 보는 국가는 양국이 될 것이니 그 문제도 이번 회담을 통해서 해결하자는 겁니다.”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합니다.”
“물론 안전합니다. 하지만 또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으음…….”
다시 신음을 터트리는 일본 외교부 장관이다.
“내일 뵙겠습니다.”
내 말에 일본 외교부 장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악수를 먼저 청했다.
“그러겠습니다.”
나는 일본 외교부 장관을 보며 미소를 보였다.
* * *
도쿄 특급 호텔 로비 앞.
“제주 특급 호텔 예약하세요.”
내 말에 외교부 공무원들이 멍해졌다.
“예?”
“내일 협상 전까지 제주도에 머물 겁니다.”
“일본 측에서 호텔을 제공해 줬습니다.”
일본까지 왔으니 여유가 되면 일본 관광이라도 하겠다는 눈빛들이다.
“됐습니다. 일본에서 단 한 푼도 엔화를 쓰지 않을 겁니다.”
“장관님…….”
“야간으로 시간을 잡으십시오. 호텔은 태양 호텔에 연락하면 될 겁니다.”
“……예.”
마지못해 대답하는 외교부 공무원들이다.
“다음 일정을 진행합시다.”
“다음 일정은…….”
수행 공무원 한 명이 수첩을 펼쳤다.
“민단을 만나시는 일입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바로 조총련도 만날 수 있게 준비하십시오.”
“조, 조총련이라고 하셨습니까?”
“대통령 각하께서 진행하시는 햇볕 정책의 일환입니다. 우리에게는 민단과 조총련으로 나뉘지만 일본 쪽에서는 그냥 재일조선인에 불과하니까요.”
사실 일본 정부는 재일교포들에게 지문 날인을 강요하고 있다. 이것은 일본에서는 범죄자에게나 하는 짓이다.
‘못된 것들!’
하여튼 여전히 우리를 자기 아래로 보고 있다.
“그래도…….”
“왜 문제 있습니까?”
“여론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1차 회담도 거의 억지를 쓰셨고 이 일은 일본 언론을 통해 오늘 저녁 석간신문에 대서특필이 될 겁니다.”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
“예?”
“일본은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합니다. 훗날에 자기 땅이 될 수 있는 7광구 지역이나 아니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완전히 포기하느냐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것이니 일본 언론은 1차 회담을 함구할 겁니다.”
“으음…….”
“정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7광구 지역이 훗날에 일본의 해상 영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젊은 외교부 공무원이 한없이 궁금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국제법은 항상 강대국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여전히 일본은 대한민국보다 강대국이라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갑시다. 누구라도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민단 대표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민단 대표와 함께 조총련 단체 대표들도 만나겠다고 했단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
“역시 백범 외교부 장관다운 행동이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난색을 보이는 공무원들에게 조총련 대표들을 만나는 것도 햇볕 정책의 일환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조총련에 속해 있는 재일교포들도 결국 한민족 아닙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일본 정부가 마련해 준 호텔에서 머물지 않고 제주도 태양 호텔로 일정을 끝낸 후에 이동하겠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그래요?”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 대통령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합니다. 첫째는 일본 정부가 마련해 준 호텔의 급이 떨어진다는 것이 이유고, 둘째는 단 한 푼도 일본에서 엔화를 쓰지 않겠다고 말했답니다.”
“허허허, 백범 외교부 장관다운 행동이군요. 참, 시간이 이렇게 됐으니 경제인들 초청 만찬에 참석해야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 * *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억지, 억지, 이런 억지도 없습니다.”
일본 외교부 장관이 일본 총리에게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얻어낸 성과가 없다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어업협정 결렬까지 선언하겠다는 것을 겨우 막았습니다. 그리고 내일 2차 회담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또 뭡니까?”
“백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어업협정이 원활하게 체결되지 않는다면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공동개발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고 통보했습니다.”
“뭐라고!”
일본 총리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말 그대로입니다.”
“왜 갑자기?”
“중국 에너지 기업이 7광구 위쪽에서 무단으로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있기에 더는 한일 공동개발 구역의 개발을 늦출 수가 없답니다. 그리고 현재 국제해양법을 거론하면서 한일공동개발구역은 중간 수역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고유한 해상 영토라고 주장했습니다.”
“으음……!”
일본 총리가 신음을 터트리며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을 봤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제는 선택의 순간인 것 같습니다.”
“어떤 것에 대한 선택이지?”
“어업협정을 통해서 다케시마를 양국의 중간 수역에 있는 섬으로 만드는 것을 포기하거나 한일공동개발구역의 개발을 진행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젠장!”
“우리 쪽에서 던진 히든카드가 백범의 히든카드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왔습니다.”
“둘 다 포기할 수 없다면?”
“한일어업 협정을 결렬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백범은 미국을 등에 업고 또 중국과 함께 공동개발구역을 단독으로 개발할 것입니다.”
“그럴 수는 없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백범이 이런 강수를 던지는 것은 아마도…….”
“아마도 뭐?”
“우도해양개발에서 심해유전이나 가스전을 개발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군.”
“예, 그렇습니다. 우도 해양개발은 심해 심층 암반수를 개발하기 위해 대륙붕에 관을 박고 있습니다. 심층수 개발이라는 명목이지만 만약 거기서 유전이나 천연가스가 나온다면 어쩔 수 없이 개발할 수밖에 없다고 본국 정부에 통보해 올 겁니다.”
“진퇴양난이군.”
“예, 그렇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도 해양개발이 심해심층수를 채굴하는 것부터 막지 못한 것이 이렇게 참담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지, 그런 것이야. 만약 특별보좌관의 말대로 상황이 진행된다면?”
“우도 해양개발의 뒤에 백범이 있고, 백범의 뒤에 우도해양개발의 지분을 가진 부시 가문이 있습니다. 그러니 미국은 당연히 본 정부에게 한일 공동개발구역의 개발을 촉구하게 될 것이고 압력을 행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이 된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국 현지에서는 본국에 대한 국민 감정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백범의 조작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지난 내각이 백범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내각을 비난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예, 그럴 것입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돌발 상황이 또 발생하게 된다면 본국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돌발 상황이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
“본국 국민과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과의 충돌입니다.”
“오키나와? 그건 자네의 기우다.”
“또 모르는 일입니다. 제가 백범이라면 그런 상황을 조작할 것입니다.”
“백범이라면?”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백범이 조총련 대표들을 만나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설마 그런 짓까지 할까?”
“못할 것도 없지 않습니까.”
눈빛이 달라지는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이었다.
‘나라면 그렇게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