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72화 (272/415)

# 272

272화 한일어업협정에 돌입하다 (2)

도쿄호텔에 마련된 한일어업협정 회의장.

한일어업협정 회담을 위해 참석한 일본 외교부 장관과 관료들의 차가운 시선이 비수처럼 내게 꽂힌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난 이 회담을 성사시키려고 온 것이 아니니까.

저들로서는 나라는 존재는 눈엣가시처럼 불편한 존재일 것이다.

“이 자리가 다시 마련되기까지 거의 2년이 걸렸군요.”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한 것은 2년 전이다. 물론 1차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되고 그 협정 내용 중에서 한쪽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파기할 수 있다는 조건이 삽입됐기에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제가 종속에 가까웠으니까.’

일본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경제식민지로 생각하고 있고 그런 부분을 이용해서 대한민국 정치계와 재계를 압박해 왔었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백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님, 어렵게 마련된 자리이니 양국에 모두 이익이 되는 어업협정이 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어업 관련 협정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해상 영토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아주 중요한 협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어업 협상을 진행합시다.”

일본 외교부 장관이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러시죠.”

“우선 어업협정 체결을 위해 기준점을 명확하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우리 측 요구는 대한민국의 울릉도와 본국의 오키섬을 기준으로 해서 중간 부분을 EEZ의 경계로 어업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측 외교부 장관은 바로 뜸을 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계획한 것을 내게 말했다.

“울릉도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통 이런 협정 회담에서는 외교적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말들을 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대한민국의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그러므로 독도를 기준으로 하고 일본 측이 말한 그대로 오키섬을 기준으로 해서 중간지점을 각국의 수역으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다케시마는 해양 분쟁 지역입니다.”

내 말에 일본 외교부 장관은 난색을 보이며 내게 말했다.

“누가요?”

“뭐라고요?”

“누가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인 독도를 분쟁 지역이라고 말합니까?”

“다케시마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강제로 점거한 일본의 섬입니다. 당연히 조속한 반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어떤 역사에도 독도가 일본의 영토라고 기록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억지를 부리십니까?”

“억지가 아닙니다.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토입니다. 과거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한 후 대한민국이 강제적으로 점거한 섬이란 말입니다.”

“강제적이라고 하셨소?”

“그렇소.”

일본 외교부 장관이 나를 죽일 듯 노려봤다.

“그렇다면 일본이 강제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대마도를 일본은 즉시 대한민국에 반환해 주시라고 요청합니다. 그와 함께 대마도가 반환되었을 때 해상 영토에 대한 협정을 다시 체결하기 위한 회담을 진행합시다.”

“뭐라고 했습니까? 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씁니까?”

억지에는 억지로 대응하는 것이 상대방을 흥분시키는 것에 이롭다.

“왜 억지라고 생각하십니까?”

“억지 아닙니까? 이미 쓰시마에는 일본인들이 그 옛날부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어업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회담 자리에서 말도 안 되는 쓰시마 섬 반환을 요구하는 겁니까?”

원래라면 일본 측은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을 것이다.

‘꿍꿍이가 있군.’

가지고 온 카드가 더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근거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럴 때는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이 좋다.

“다케시마는……!”

그와 함께 일본 외교부 장관은 다케시마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말도 안 되는 근거들을 입에 거품을 물면서 내게 이야기했지만 나는 한쪽 귀로 듣고 또 한 쪽 귀로 흘렸다.

“학술적으로도 국제 상황에서도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토이니 조속한 반환을 요구합니다.”

“그런 근거라면 대마도는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대한민국이 독립한 후 초대 대통령께서는 제일 먼저 일본 정부에 대마도를 반환해 줄 것을 강력하게 세 차례나 요청했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근거도 없이 대마도를 반환하라고 요청했겠습니까? 그에 반해 일본이 독도를 일본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겨우 작은 시에서 독도를 편입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하는 것이니 그런 근거라면 대마도부터 일본이 대한민국에 반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일본 외교부 장관과 일본 쪽 관료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우리 쪽 관료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표정이다.

“장관님…….”

나를 보좌하기 위해 같이 온 외교부 국장이 내게 속삭였다.

“왜요?”

“이러다가는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어업협정의 핵심은 정확한 기준을 정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울릉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입니다.”

“그리도…….”

“기준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고 협정이 체결된다면 그것은 불평등 조약이고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일입니다.”

“경제 및 정치적 상황도…….”

내 눈치를 보면서 일본 눈치도 보고 있는 외교부 국장이다.

“국장님.”

“예, 장관님.”

“입 닥치고 계세요.”

“예?”

내 말에 외교부 국장이 멍해졌다.

“헛소리할 거면 입 닥치라고요.”

아주 작게 그리고 웃으면서 외교부 장관에게 속삭였고, 외교부 장관은 정말 모호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아시겠습니까?”

“……예…….”

나는 외교부 장관의 대답을 듣고 다시 일본 외교부 장관을 봤다.

“협상이 기준점 선정부터 이렇게 의견이 다르니 협상은 결렬이겠군요.”

“으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할 쪽은 일본이다.

“다시 말씀을 드리지만, 울릉도를 기준으로는 절대 어업협정을 체결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려운 문제는 뒤로 미루고 쉬운 부분부터 진행하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한발 물러서는 일본 외교부 장관이다.

“쉬운 문제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실질적으로 어업협정이니 어획량에 대한 논의부터 진행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럼 그럴까요?”

* * *

“대한민국의 요구대로라면 대한민국이 양보하는 것은 하나도 없지 않습니까?”

“내 바다에서 내가 내 물고기를 잡는 데 양보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내가 기억하는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된 후 대한민국 어부들은 꽁치를 비롯해 고등어의 어획량이 대폭 줄었다.

“너무 억지입니다.”

“억지는 일본 쪽이 부리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오징어잡이의 황금어장 지역은 공동수역이며 중간 수역입니다. 거기까지 모두 대한민국의 수역으로 편입하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요구입니다.”

“지도를 봐도 오징어잡이 수역은 대한민국의 수역입니다.”

“그것은 독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이지 않습니까?”

“독도가 기준이 되어야 하니까요.”

“정말 꽉 막히셨습니다.”

“정당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꽉 막혔다고 표현하신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죠.”

나는 일본 외교부 장관을 노려보며 말했다.

“회담이라는 것은 협상입니다. 하나를 내놓고 하나를 얻어가는 겁니다. 외교부 장관이 되신지 얼마 되지 않으셔서 그것을 모르시나 봅니다.”

“아주 오래 그 자리에 계셔도 정확한 기준점도 선정하지 못하시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런 회담은 지금까지는 없었다.

“뭐, 뭐라고 했습니까?”

“명태와 오징어의 황금어장은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왜냐고요? 원래부터 우리 것이니까.”

내 요구 그대로 체결이 된다면 동해 어민들은 더 오징어잡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 정말……!”

“그렇다면 무엇을 내놓으시겠습니까?”

“뭐라고요?”

“독도 수역에 대해서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니 마라도 수역부터 정리하시죠?”

“좋소이다.”

…….

….

.

“갈치, 대구와 방어 그리고 참치의 어획량을 현재 기준으로 해서 세 배를 할당하기를 요구합니다.”

“또 막무가내입니까?”

“세 배가 늘어나야 일본과 같은 어획량입니다.”

“으음……. 그런데 왜 참치까지 그 부분에 포함한 겁니까?”

사실 아직은 제주도 앞바다에 참치가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10년 후부터는 온난화 현상 때문에 참치가 대량으로 잡히지만 참치에 대한 어획량을 확보하지 못해 일본 어선이 참치를 잡아가는 것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참치의 어획량을 다섯 배로 늘린다면 갈치와 대구를 비롯한 주요 수산물의 어획량을 두 배까지 낮추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고민하는 척을 하는 일본 외교부 장관이다.

“정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마라도를 기준으로 한 중간 수역에서 어획되는 참치의 어획량을 일본보다 다섯 배 많았으면 합니다.”

“잡히지 않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시죠.”

“좋습니다.”

이제 겨우 하나가 합의된 순간이다. 물론 최종적인 어업협정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 역시 아무 효력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는 일본이 억지를 부리며 일본의 수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간 수역에서 대한민국 어선을 나포하는 일은 절대 없었으면 합니다.”

“뭐, 뭐라고 했습니까?”

“그런 일이 또 일어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눈빛을 달리해서 강조하듯 말했다.

“해상 영토를 불법적으로 침입해 불법조업을 하는 어선들은 당연히 나포되어 본국의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 해상 영토는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 중간 수역입니다.”

“이보세요!”

“자리에서 일어날까요?”

“뭐, 뭐라고 했소.”

내 말에 정말 답답하다는 눈빛을 보이는 일본 외교부 장관이다. 아마 일보 외교부 장관은 지금까지 이런 상황을 당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거의!’

한일 외교사는 굴욕적인 협정 체결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왜냐고?

더 이상 대한민국은 일본보다 가난한 나라이지 않을 테니까.

* * *

“울릉도를 기준으로 하고 우리가 요구하는 어업협정 체결안을 수락하신다면 한일공동개발 구역의 개발을 다시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막무가내로 나올 때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것은 이런 카드가 있기 때문이었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게 할 생각이군.’

한일 공동개발 구역이 공식적으로 개발이 다시 진행되면 내가 제일 덕을 보게 된다.

“한일어업협정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서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시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은 해양영토 문제이기에 같이 협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됐습니다. 공동으로 개발하지 않아도 됩니다.”

“뭐, 뭐라고요?”

“한일공동개발구역을 지정한 조약은 이 자리에서 모두 파기합니다.”

드디어 내가 폭탄선언을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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