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1
271화 한일어업협정에 돌입하다 (1)
세계 무역센터 빌딩 최상층에 있는 백범의 개인 집무실.
-거기까지!
부시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나고 돌아온 지 3일이 지났고 지금까지도 나는 부시가 나를 노려보며 한 말을 곱씹고 있다.
‘더 기름칠해야 한다는 건가……!’
분명한 것은 부시는 내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우도 해양개발을 통해서 자신의 가문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기를 요구하고만 있다.
‘결국!’
우도해양개발이 실시하는 한일 공동개발 구역의 심해 심층수 사업은 시간의 문제이겠지만 결국 성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훗날 부시의 해양게이트 사건으로 비화할 수도 있을 터다. 그런데 부시는 그런 것까지 감수하면서 나와 자신 가문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았다.
‘딱 거기까지!’
부시가 원하는 것은 딱 거기까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부시는 일본과 대한민국을 놓고 저울질을 하면서 끝내 일본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러니 그에 따른 대비를 해야 한다.
“회장님.”
내가 상념에 잠겨 있을 때 태양 컴퍼니 미래 전략 분석관 중 한 명이 나를 회장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회장님은 박태웅 신임 회장이죠.”
“예, 그렇습니다.”
호칭의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자리에서…….’
나를 외교부 장관이라고 부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이 자리는 몇 주 후에 있을 한일어업협정을 대비하는 전략 분석 회의가 열리고 있는 상태지만 말이다.
하여튼 나는 이렇게 사조직(?)을 동원하고 있다.
“그냥 저를 VIP라고 합시다.”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VIP라는 의미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대통령을 칭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모르게 내 속내를 이렇게 드러내고 있다.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나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으로서 공식 일정을 모두 끝내고 이곳에 있다. 그리고 이 최고층 개인 집무실에 올 때마다 서늘함을 느낀다.
‘아는 만큼 무서운 법이지.’
몇 개월 후에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만이 알고 있으니까.
“회의 계속 진행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체결된 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한 것에 대한 목적은 1994년 11월,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정한 유엔 해양법 협약의 발효 때문입니다.”
“그렇죠.”
유엔 해양법이 발효가 됐고 바다를 가진 각국은 그 바다의 관할권을 12해리에서 200해리로 확대했다.
‘이 역시 강대국을 위한 조치다.’
미국은 사방이 바다다. 중국은 또 바다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해양 영토권 확장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섬 하나부터 200해리이니!’
앞으로 각국은 자신의 해양 영토 내에 있는 바위섬 하나까지 신경을 쓰게 될 것이다.
“문제는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의 거리가 400해리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바다의 경계선을 별도로 정하는 협정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이 상태라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왜죠?”
“현재 상황으로는 대한민국보다 일본이 더 강대국이며 경제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경제가 일정 부분 이상 일본에 예속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쳇말로 일본이 강짜를 쓰고 있는 겁니다.”
“결국, 그렇다면 답이 없는 회담이 되겠다는 거군요.”
“예,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누구에게도 유리할 수 없는 협정이 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가장 유리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독도를 대한민국의 영토로 못을 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은 거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회담 결렬이고.’
일본은 바로 강짜를 쓰게 되면서 대한민국 어선들을 강제로 나포한다는 것이 내가 아는 미래의 기억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어떤 상황에서는 해상 충돌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엄청난 긴장감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내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쿠릴 열도다. 그리고 그 쿠릴 열도를 이용해서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답이 없는 회의라고 하니 여기서 그 부분에 대한 회의는 끝을 내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이야기를 좀 합시다.”
“예, VIP.”
모두가 내게 집중했다.
“이 무역센터 빌딩에서 긴급 대피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하고 회의를 진행하겠습니다.”
사실 나는 무역센터 빌딩을 산후부터 긴급 대피 훈련과 건물 상태에 대한 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화재 대비 훈련은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진에 대한 대비도 건물 구조 자체에서 확실히 안정성을 보장받았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만든 건물이니 실수가 있고 허점이 있을 겁니다.”
“예, 안전이 최고죠.”
“그러니 앞으로 매달 10일부터 11일까지는 안전점검을 위해 무역센터 빌딩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그렇게 되면…….”
미래 전략 분석관이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그렇게 금전적 피해가 상당하겠죠?”
“그렇습니다. 이틀이나 임대한 사무실을 쓰지 못하게 한다면 민사소송이 제기될 것입니다.”
“상관없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제 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회사에 통보하십시오. 그에 따라 임대료의 10%를 되돌려 준다고 하십시오.”
“그래도 VIP의 요청을 거부할 겁니다.”
“내 건물에서 내 뜻을 따르지 않겠다는 임대업자는 퇴거 조치하십시오. 그럼 됩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계약을 했기에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것이다.
“VIP……!”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이 회의를 끝냅니다.”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왜 저러냐는 눈빛을 보일 뿐이다.
* * *
2001년 3월 17일,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내일!’
내일 드디어 한일어업협정 체결을 위한 장관 회의가 도쿄에서 열린다.
‘일본은 강짜를 쓰겠지.’
그렇다면 나도 같은 방법을 사용할 생각이다.
“백범 외교부 장관, 내일 어업협정 회담에서 대한민국이 유리하게 협정이 체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한일어업협정이 끝난 후 한 달 후에 한일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물론 한일어업협정에서 일본이 원하는 방향으로 협정이 진행되지 않으면 무산될 확률도 높다.
“제 판단으로 일본은 막무가내로 강짜를 쓸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럴 겁니다. 대한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으니…….”
“일본의 목적은 대한민국 해상 영토를 규정하는 것에 있어서 독도를 제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최소한 그것만은 지켜내겠습니다.”
“독도…….”
내가 가진 원래 기억은 한일어업협정이 다시 체결되면서 대한민국의 해상 영토를 규정하는 과정에서 독도가 아닌 울릉도로 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에 이익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렇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게 독도에 대해서 말했다는 것은 미리 말씀을 드렸습니다.”
“메탄하이드레이트?”
“예, 그렇습니다. 정확한 지점은 파악하지 못한 상태지만 독도 인근 앞바다에 그 신생 에너지가 막대한 양으로 매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사실을 일본이 먼저 파악했고 저렇게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우기는 사람에게는 답이 없는 법이죠.”
“그렇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똑같은 방법이라고 했소?”
“이승만 씨의 독재 정권기에서 이승만 정권은 일본에 대마도 반환을 강력하게 세 차례나 요구했습니다. 만약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대한민국의 해상 영토를 울릉도로 규정하기를 요구한다면 대마도의 반환을 요구할 생각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발상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내게 말했다.
“한일어업협상은 결렬되어야 합니다. 그게 대한민국에는 제일 나은 방법입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대한민국의 어선들을 불법적으로 나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겠지요.”
“같은 방법을 쓰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한일관계가 심각하게 나빠질 수 있습니다.”
“좋았던 적도 없습니다.”
내 말에 바로 표정이 어두워지는 대통령이시다.
“그래서 회담 협상을 위해 도쿄로 가서 회담을 결렬시키겠다는 겁니까?”
“단 한 점의 해상 영토로 잃지 않겠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으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다는 눈빛이지만 정말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대통령이시다.
“대통령님.”
“말해요.”
“오늘보다 미래를 대비하셔야 합니다.”
“미래를 대비한다?”
“예, 그렇습니다. 국방 예산 증액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에 따라 일본 해상 자위대가 보유한 군사력 이상의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마 무력 충돌까지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기겁한 눈빛으로 내게 되묻는 대통령이시다.
“일본은 그것을 못 합니다. 평화 헌법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에 대한 핵심 전략 물자의 수출을 더욱 금지할 것입니다.”
왜냐고?
일본이 자위대를 공동수역에 투입하면 바로 중국이 반발할 것이고, 또 필리핀과 베트남이 일본 정부를 비난하게 될 것이다. 또한, 미국 행정부도 일본이 평화 헌법을 위반했다고 비난 성명을 낼 수밖에 없다.
“그에 따른 대비는 이미 끝냈습니다. 일본에서 수입해 왔던 모든 물자를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제를 책임지는 재벌입니다.”
“그렇기는 하죠. 이제는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이니까.”
더 정확하게 말하면 대한민국 경제의 제왕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일본은 전략 물자 수출 금지 조치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결렬을 위한 협상이라…….”
그저 인상만 찡그리는 대통령이시다.
“그래도 새로운 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내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된 것은 한일어업협정과 한일 공동개발구역의 개발을 다시 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다.
“나는 백범 외교부 장관의 능력을 믿을 것입니다.”
“예, 최고의 외교 성과를 만들겠습니다.”
* * *
일본 총리 집무실.
“내일이지?”
“예, 그렇습니다. 본국의 목표는 어업협정을 통해서 독도가 아닌 울릉도로 그 기준점을 정하게 만들어서 독도를 대한민국의 섬에서 제외하는 겁니다.”
“그것을 백범 그자가 모를까?”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그것에 상응하는 것을 내어 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상응하는 것?”
“예, 그렇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집권한 이상 미국 대통령 부시는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개발을 재개할 것을 제안할 것입니다.
“한일 공동개발 구역을 이제 와서 개발하자는 건가?”
“이미 우도 해양개발회사가 불법적으로 단독 개발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또한, 중국 에너지기업이 앞으로 일본의 해상 영토가 될 7광구 지역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있습니다.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개발이 재계되는 것보다 스스로 개발에 합의하고 착수하는 것이 참의원 선거에 유익하다고 생각됩니다.”
야마시타 특별 보좌관의 말에 일본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도 하군. 우리가 던진 카드를 백범이 받을까?”
“백범 그자가 개인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인간이라면 최고의 카드일 것입니다. 인간은 항상 개인적이고 이기적이지 않습니까.”
야마시타 특별 보좌관의 말에 일본 총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럴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 물음표를 던지는 일본 총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