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9
269화 내가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이다 (5)
내 요구에 부시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서신도 읽었고 정확한 전달과 단어의 선택을 위함인지 대통령께서는 보좌관의 도움을 받았는지 영어로 서신을 적었다.
‘내용은……!’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해 미국이 북한의 제안을 수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백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
모든 서한을 확인한 부시 대통령이 나를 불렀다.
“예, 부시 대통령 각하.”
“이번 문제에 대해 보좌관들과 국무회의를 통해서 깊게 논의한 후에 그 결과를 통보하겠소.”
이것은 나보고 북한과의 연결 역할을 하라는 요청 아닌 지시다.
“예, 알겠습니다.”
“우리 행정부는 백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대한민국 그리고 북한이 공존할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그렇게 된다면 좋을 것 같소.”
이제는 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때다. 그리고 내가 자리를 뜨면 바로 부시 대통령에 의해 긴급 국무회의가 열릴 것 같다.
“모두를 위한 선택이 국무회의의 결론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부시 대통령에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것으로 일차 비공식 접견은 끝이 났다.
‘아직……!’
9‧11테러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리고 9‧11테러에 대해서 말을 꺼낼 때 나는 어쩔 수 없이 미국 본토가 적에게 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부시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다시 거론될 것이고 긴장감 해소를 위해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저 선물이 쓸모없게 될 수도 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기에 달렸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풀어가는지에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 * *
이틀 후, 미국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 대사 집무실.
“아직까지 백악관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나는 외교부 장관이기에 미국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외교 업무를 지시하고 조율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주미대사가 내게 보고 아닌 보고를 하는 상태다.
“백악관의 입장에서는 고민스러울 것입니다.”
“그럴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외교부 장관님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믿어지지 않습니다. 북한은 지금까지 모든 도발과 불법 행위에 대해서 인정하거나 부정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
그 어떤 짓을 해도 그들은 함구할 뿐이다. 그리고 모든 일은 대한민국이 꾸민 정치 공작이라고 선전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 와서는 대남선전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 대남선전에 쓸 힘을 일본에 대한 압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어제 요미우리 신문을 보셨습니까?”
대사가 내게 물었다.
“봤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이야말로 극우 성향이 강한데 북한 정부가 일본인 납치사건에 대해서 사과하겠다는 내용을 기재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처우 문제를 논의하자고 견해를 밝힌 것을 신문을 통해서 보도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시작한 압박이다.
‘결국, 돈이 목적이지.’
100억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요구하기 위해 북한은 처음으로 잘못된 자존심을 꺾은 것이고 그만큼 북한이 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돈에는 장사 없다.’
이것은 앞으로 천박한 진리가 될 것이다.
“그럼 이제 일본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지겠군요.”
“예, 그럴 것 같습니다. 곧 참의원 선거인데 일본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그럴 겁니다. 그리고 북한의 계획대로 일본인에 대한 사건 해결과 처우 문제를 위한 협상장에 끌려 나올 겁니다.”
내 말에 주미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한일정상회담이다. 물론 그 전에 한일어업협정을 위한 외교부 장관 회담이 진행될 것이다. 물론 한일어업협정이기에 농수산부 장관이 참석하겠지만 일본을 상대하는 주체는 내가 될 것이다.
‘한일정상회담에서!’
대통령 각하의 역할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북한의 사과를 일본이 받고 그 이후에 수교 정상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압력 아닌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북한은 두 경제특구의 지분을 확충할 자금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그 돈은 대부분!’
내 계좌로 입금될 것이니 결국 내가 챙기는 것이다.
“일본이 저렇게 북한의 공식 사과를 수용하지 않고 미루고 있는 것은……?”
주미대사가 내 눈치를 보며 물었다.
“돈 때문이겠죠.”
“그렇죠. 보상금 문제 때문이라고 저도 생각을 합니다.”
“보상금이 아니라 배상금입니다. 우리는 배상금을 받아내지 못하고 보상금을 받았지만, 북한은 다를 겁니다.”
어떤 상황을 만드느냐에 따라 보상금이 되고 배상금이 될 것이다.
“아……!”
“북한은 배상금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런 문제에서 강제징용자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고 또한 위안부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이다.
‘네덜란드와 필리핀!’
그때 두 나라를 끌어들일 생각이다.
왜냐고?
그 두 나라도 잔혹한 일본군에 의해 자국의 여성들이 강제로 성노예가 됐으니까. 한마디로 일본을 전방위로 압박할 생각이다.
“다른 관심 사항은 없습니까?”
“예, 있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 하와이 지역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 뉴욕 타임스지를 통해서 미국 전역으로 전파가 됐습니다.”
부시가 아는 일이다.
하와이 태평양전쟁 기념관 사업이 시작됐다는 것을 뉴욕 타임스지를 통해서 미국인들에게 알려줬다.
‘미국인들의 적계심은 우리에게 이롭다.’
이번 일은 작게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진행될 것이고 크게는 양국의 국민감정 싸움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여기서!’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서 미군이 제대로 사고를 쳐주면 일본인들도 미국인들에게 분노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서로를 서로가 미워하게 된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어부지리를 얻게 된다.
‘이것이 정치고 외교다.’
삐이이이-!
그때 주미대사의 책상 위에 올려 있는 인터폰이 울렸고, 소파에 앉아 있던 주미대사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터폰을 눌렀다.
“뭡니까?”
-백악관 수석 보좌관이 백범 외교부 장관님을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올 것이 왔다.
‘결론을 냈군.’
그러니 나는 이제 그 결론을 듣고 대한민국 대통령과 북한 김일성 위원장에게 전달하면 된다. 그리고 9‧11테러에 대해서도 기회를 봐서 이야기해야 한다.
“올 것이 왔군요.”
“들어오라고 하겠습니다.”
“그러십시오.”
* * *
“부시 대통령 각하께서는 백범 외교부 장관을 다시 한번 백악관에 초대하셨습니다.”
백악관 수석 보좌관은 내게 초대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초대라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예, 무슨 의미인지 알겠습니다. 언제입니까”
“내일 오후 2시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 * *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요미우리 신문에서 그 사실을 보도했다고?”
일본 총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예, 송구합니다.”
“엠바고를 지시했어야지.”
“북한이 저렇게 나올 줄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지금 일본 총리에게 질책받고 있는 사람은 총리실 홍보보좌관이다.
“북한은 어디로 튈지 모를 존재라는 것을 몰랐나?”
“죄송합니다. 최대한 빨리 이 사태를 수습하겠습니다.”
“온 국민이 다 알게 됐는데 어떻게 사태를 수습한다는 거야. 쯧쯧!”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일본 정부는 북한이 요청하는 회담을 미룰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 총리가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에게 물었다.
“모든 국민이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회담을 진행하시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런 소리는 누구나 할 수 있어. 북한이 왜 먼저 사과를 했겠나? 자네가 말한 것처럼 수교 정상화를 위해서 그리고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서 저러고 있는 거잖아.”
“예, 그렇습니다. 최악의 상황입니다. 그러니 차악의 상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악의 상황?”
“예, 그렇습니다.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시고 배상금이 아닌 보상금으로 지급하시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으음……!”
“그리고 그 보상금 역시 현금 지급이 아닌 투자 형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형식?”
“예, 그렇습니다. 북한은 남북경제협력을 위해 두 경제특구 건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확보한 정보에 의하면 그 규모가 거대하다고 합니다. 만약 그 두 경제특구가 제대로 활성화된다면 동북아시아의 경제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의 예측입니다.”
“그런 것을 백범이 해내고 있는 거야.”
“예, 그렇습니다. 본국에는 백범은 암적인 존재입니다. 암은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도려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법?”
눈빛이 변하는 일본 총리였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미래라고 하지 않습니까.”
“신의 가호를 기다리기에는 우리의 상황이 너무 최악이야.”
“그래도 지금은 웅크리고 기다리실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략물자 수출 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예, 그렇습니다. 곧 있을 한일정상회담에 우위를 차지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야마시타가 첫 번째 오판을 하는 순간이다.
“그것보다 그 앞에 있을 한일어업협정 체결이 더 크다.”
“예, 그렇습니다.”
“하여튼 어쩔 수 없는 일이 됐으니 북한에 납치됐던 16명을 되돌려 받아야겠어…….”
마지못해 자국민을 챙기겠다는 투로 말하는 일본 총리였다.
‘머저리!’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은 그런 일본 총리를 보며 속으로 욕했다.
* * *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부시 대통령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미군과 한국군을 중심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모든 나라의 군인들을 북한에 파병함으로써 평화유지군의 자격을 가질 생각이오.”
부시 대통령은 혹시라도 미군이 단독으로 북한에 진입했다가 역류가 되는 사태를 대비하려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또한, 그 전에 대통령의 특사를 북한에 보낼 생각이오.”
미국은 특사 정치를 잘한다.
“그 특사 방북을 통해서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특사 방북이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내는 첫걸음이 될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드디어 평화를 원한다면 본국은 그 평화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소. 이런 부분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정확하게 전달해 주시오. 또한, 이번 일을 통해서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한다면 남북협력을 통해서 조성되고 있는 경제특구에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한다는 것도 전달해 주시면 감사하겠소.”
오늘은 전달자의 역할이다.
“예, 알겠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으로서 이번 일을 정확하게 북한에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사전 방북을 위한 특사는 누구로 생각하십니까?”
내 말에 부시가 나를 뚫어지게 봤다.
‘설마!’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다. 그런데 부시가 나를 지금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께서 동행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소.”
정말 제대로 나를 이용할 생각을 하는 부시 대통령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이 요청을 대한민국 대통령 각하에게 보고하겠습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저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대한민국 대통령 각하이십니다.”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나를 움직이는 것보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움직이는 것이 더 편할 것이다.
“저는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입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부시 대통령이다.
“부시 대통령 각하.”
“왜 내게 더 할 말이 있소?”
“예, 그렇습니다. 미국 본토의 안보를 위해서 제가 생각했던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 말에 부시 대통령이 나를 빤히 봤다.
“미국 본토의 안보라……?”
이제는 9‧11테러에 대해서 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