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7
267화 내가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이다 (3)
“대한민국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니까요.”
“저는 사업가와 투자자로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반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 IMF 체제였고 실질적으로는 개발도상국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사이에 있다고 봐야 한다.
“아하!”
“그렇습니다. 자동차와 전자, 그리고 철강에 대한 관세 인상은 경제 규모 20위 안에 드는 선진국에 적용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 자동차 회자의 미국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당연히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미국 및 유럽 국가 자동차 회사들이 가져가게 될 것입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독일도 세계 경제 규모 20위 안에 든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일본 기업들을 제대로 엿 먹일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도 이익을 얻겠군요.”
묘한 미소로 내게 묻는 부시 대통령이다.
부시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전자 제품과 자동차 그리고 철강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때문에 어느 정도 판매가 되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일본 기업들이 정치 보복 아닌 정치 보복 때문에, 무역 보복을 당하게 된다면 당연히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각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성 자동차와 태양 자동차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현지 자동차 생산 공장을 설립할 것입니다.”
받는 것이 있다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 다윗연합의 수장과 전화 통화를 떠올렸다.
-현성이나 태양 자동차를 통해서 미국 자동차 기업을 인수한다?”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현지 공장 설립을 통해서 웃으면서 접근한 후에는 인수합병을 통해 다국적 기업으로 발전한다는 명분으로 합병하면 될 것입니다.
-그와 함께 전기 자동차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을 성공시키고 차세대 자동사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군요.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이미 아시는 것처럼 블랙홀 그룹은 미국 현지의 인터넷 시장을 장악한 상태입니다. 거의 반독점법에 걸릴 정도죠.
-인터넷 시장을 장악했으니 오프라인도 장악해 나간다는 말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유대인과 한민족은 같은 과거의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도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합니다. 유대인의 나라인 이스라엘이 아랍 국가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인 것처럼 대한민국도 주변 강대국에 쌓여 언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 말을 이런 상황에서 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운명 공동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 말은 이해했소. 나는 이미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소.
-물론 그 투자가 제가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비의 50%를 마련했을 때이지 않습니까.
-그렇소. 나는 백범 회장이 능력을 발휘해 줄 것이라고 믿소.
-잘 생각하십시오. 사하라 사막은 아프리카에서 버려진 땅입니다. 몇 개의 국가들이 소유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충분히 이스라엘의 영토가 또 대한민국의 영토가 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엄청난 발상을 하고 있군요.
-과거 대영제국이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삼았듯 강대국으로 거듭날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이 녹지화에 성공한 사하라 사막 지역을 훌륭하게 경영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부분에서는 생각해 보겠소. 지금 중요한 것은 내게 투자를 하라는 말씀이죠?
-예, 그렇습니다. 앞으로 현성 그룹과 태양 자동차가 미국 자동차 회사를 합법적인 방법으로 미국 노동자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합병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합니다.
-백범 회장은 늪과 같은 존재인 것 같소.
-늪이라고 하셨습니까?
-한 번 빠져들면 좀처럼 나오기 힘드니까. 허허허!
-칭찬으로 생각하겠습니다.
“현성 자동차와 태양 자동차가 미국 현지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는 말씀입니까?”
“예, 그렇게 되면 당연히 미국의 실업률이 미미하지만 상승하게 될 것입니다.”
“좋은 의견이군요.”
미국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흐뭇할 수밖에 없는 순간일 것이다.
‘줄 것은 다 줬으니!’
이제부터는 내가 진짜로 얻어내야 할 것을 얻어내야 할 때다.
‘그리고……!’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 개발비의 핵심이 될 9‧11테러에 관한 이야기도 부시 대통령에게 해야 할 것 같다.
“그럼 이제부터는 저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으로서 부시 미국 대통령 각하께 독대를 신청합니다.”
내 말에 눈빛이 변하는 부시다.
“그럽시다.”
* * *
현성 그룹 회장실.
“현성 자동차의 생산 공장을 미국에 설립한다는 말씀입니까?”
현성 자동차 사장이 현성 그룹 회장에게 놀란 눈빛으로 되물었다.
“자동차를 미국에서 제대로 팔아야 세계 1등 자동차 회사로 거듭나지.”
이미 현성그룹 회장은 백범과 상당 부분 사업적 조율을 끝낸 상태였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서 세계 진출은 실패한 사례가 많습니다. 아버님도 아시는 것처럼 대후 자동차가 방만한 세계화를 추진하다가 결국 그룹 자체가…….”
“네가 말한 것처럼 대후 자동차는 방만하게 세계화를 추진했기 때문이야.”
“그렇기는 하지만…….”
“태양 자동차에서 현지 공장 설립 자금을 투자한다는데 우리가 안 할 이유가 있어?”
“태양 자동차에서 현성 자동차 미국 생산 공장 설립 비용을 투자한다고요?”
“그래.”
“투자이면 지분 이양이 있을 것 아닙니까?”
“현성 자동차 미국 생산 공장은 개별적인 독립 법인으로 설립하고 그 설립된 법인의 지분을 25% 양도하는 조건이다.”
“그러다가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의 자본을 등에 업은 태양 자동차에 현성 자동차가 먹힐 수도 있습니다.”
경계심을 보이는 현성 자동차 사장이었다.
“그런 경계심은 좋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에 진출해야 해. 앞으로 미국은 자국 보호무역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대비할 방법은 미국 현지 생산 공장뿐이라고 네가 내게 말했었다.”
“그렇다면 현성 그룹의 자금으로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가 실패하면?”
“예?”
“내가 말했잖아. 독립 법인으로 설립한다고.”
“아……!”
“보험 정도는 있어야지.”
백범과 조율을 끝냈지만 최소한의 보험 정도는 준비해 놓겠다는 것이 현성그룹 회장의 복안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준비하는 차세대 자동차는?”
“수소차로 결정했습니다.”
“수소차?”
“예, 그렇습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렇다면 강력하게 추진해.”
“예, 알겠습니다.”
백범과 손을 잡은 현성 그룹이지만 또 독자적으로 차세대 자동차 연구 개발에 착수하고 있었다.
* * *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부시 대통령의 첫 일정 진행의 당사자가 백범 외교부 장관이라고?”
일본 총리로서는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태양 컴퍼니의 대대적인 미국 본토 투자를 요청하는 초청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팬 패싱으로 흐를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제팬 패싱……!”
“이제부터 부시의 정치 보복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것을 부추기는 것이 백범 그자겠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과거를 들추기 시작했습니다.”
총리의 특별보좌관인 야마시타가 인상을 찡그리며 총리에게 말했다.
“과거를 꺼낸다?”
“예, 그렇습니다.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하기 전에 하와이에 잠시 체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전쟁기념관을 설립하고 역사박물관과 함께 태평양전쟁 희생자들의 위령비를 세운다고 합니다.”
이것은 백범이 일본을 압박하는 전형적인 방법이었다.
“그딴 짓을 계속하고 있으니 이제는 놀랍지도 않군.”
이미 세계 각국의 일본 대사관 앞에는 강제징용자 동상과 위안부 소녀 동상이 설립되어 있고 그 두 동상은 당연히 백범이 구입한 사유지에 세웠기에 각국의 행정부들은 뭐라고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미국인들이 과거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과거 대일본제국이 진주만을 공습한 것을 떠올리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것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자네, 대일본제국이라고 했나?”
일본 총리가 야마시타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과거에는 그렇게 불렸지 않습니까. 하여튼 중요한 것은 미국인들이 혐일 감정이 유발하게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결국,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백범의 수법이지.”
이 순간에도 일본 총리는 자신들의 선조가 과거에 저질렀던 죄악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는 눈빛이었다.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더 대한민국과 백범이 징용자와 위안부 관련 사항을 꺼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방법이 뭔데?”
“다각도로 찾아봐야 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그러니까, 그 여러모로 찾는 방법을 내게 가지고 오라는 거야.”
괜히 짜증을 부리는 일본 총리였다.
* * *
미국 백악관 부시 대통령 집무실.
“한일 공동개발 구역으로 우도 해양개발이 본격적으로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심해심층수를 채굴할 것입니다.”
물론 나는 부시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부시는 심해유전 채굴에 돌입했다고 들릴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소. 미국은 일본과 대한민국이 우호적으로 협력하기를 바랍니다.”
“예,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부시가 동맹국의 결집이라는 명분으로 대한민국이 요청하는 한일 공동개발 구역 개발 재개를 위한 회담의 조율자로 나서게 될 것이다.
“백범 외교부 장관.”
“예, 부시 대통령 각하.”
“워싱턴으로 오기 전에 왜 하와이에 잠시 체류했소?”
이미 내 행보에 대해 CIA로부터 보고를 받은 모양이다.
“제가 어떤 일을 준비하고 왔는지는 이미 보고를 받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소. CIA 국장은 백범 외교부 장관이 미국인들에게 혐일 감정을 조장한다고 내게 보고했소.”
“슈퍼 301조 발동을 위해서는 미국 노동자들의 열렬한 지지가 동반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과 이것이 무슨 상관이오?”
“미워야, 아니, 미워져야 그 미움이 부시 대통령 각하의 지지율을 더욱 상승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누가 자신들을 공격했는지 뼈에 새겨야 합니다.”
“과거는 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과거는 과거입니다. 하지만 청산되지 않은 과거는 현재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면서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은 다 잊게 될 것이고, 오직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했다는 사실만 일본인들이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결국 일본에 사과해야 합니다. 이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내 말에 부시 대통령은 인상을 찡그렸다.
“지금 당신의 발언은 백범이라는 개인의 자유 발언입니까, 아니면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의 의지입니까?”
내게 되묻는 부시 대통령이다.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참고하겠소. 내게 비공식 접견을 요청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실 미국 대통령이라는 존재는 다른 나라의 외교부 장관이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런 존재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 각하, 이 서한은 대한민국 대통령 각하의 친필 서신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위원장의 친필 서한을 제가 가지고 왔습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두 서한의 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북한 지역의 유해 발굴!’
그것도 미군이 북한에 입국해 미군의 유해를 발굴해도 된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서한이다.
‘결국, 내가 다리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겠지……!’
상황이 그렇게 흐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