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5
265화 내가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이다 (1)
2001년 1월 2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나는 2001년 1월 2일에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 임명장을 대통령께 수여받았다.
“백범 외교부 장관.”
“예, 대통령 각하.”
“앞으로 많은 노고를 부탁드립니다.”
“예, 최선을 다해 최고의 외교적 성과를 끌어내겠습니다.”
“나는 백범 외교부 장관이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대통령께서 내게 거는 기대가 크시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외교 부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통치자(?)들과 일정 이상의 친분과 관계를 쌓아놓은 사람은 나밖에 없고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상태다.
“저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대통령 각하.”
“예, 말하세요.”
“지금까지 미뤘던 한일어업협정 체결을 위한 일본과의 조약협상에 돌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말에 대통령께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렇게 하시오. 바로 일본 외무성에 통보하실 겁니까?”
일본은 여전히 스스로 무단으로 파기한 한일어업협정을 다시 체결하자고 외교적 압박을 행사해 오고 있는 상태다.
“그렇지 않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1월 20일에 미국 대통령 공식 취임식을 합니다.”
“아, 그렇지요. 백범 외교부 장관께서 귀빈으로 초청을 받으셨다고 했지요.”
“예, 그렇습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 행사를 끝내고 미국 대통령인 부시 대통령과 동북아시아 관련 마무리 협상을 끝낸 후에 한일어업협정 회담에 돌입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나를 취임식 귀빈으로 초청했다. 물론 이 사실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복잡 미묘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대통령께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해 주셨다.
-10년 후가 기대됩니다.
대통령께서는 개인적인 자리에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일을 생각하기보다는 현실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내가 참 든든합니다. 허허허!
“백범 외교부 장관.”
“예, 대통령 각하.”
“나는 백범 외교부 장관이 경제인이었을 때 내게 했던 말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예, 그러십니까?”
“단 한 점의 땅도 대한민국은 작아질 수 없다. 그 말을 이제야 백범 장관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초석을 다질 것 같소이다.”
“예, 꼭 그렇게 되게 만들겠습니다.”
하여튼 이제 내가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이다. 그러니 그에 걸맞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향상시킬 것이고 경제적 우위에 점해 있었기에 이런저런 외교적 또 경제적 압박을 가해왔던 일본 정부의 콧대를 꺾어줄 생각이다.
* * *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백범 외교부 장관이 미국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에 공식적으로 초청되었단 말이오?”
일본 총리가 자신의 특별보좌관인 야마시타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백범 외교부 장관이 귀빈으로 초청을 받았고 그와 함께 대한민국 경제인들이 공식적으로 취임식에 초청받았습니다.”
“우리는?”
일본 총리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에게 물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에 없습니다.”
“없다…….”
일본 총리로서는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의 대답이 참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전임 총리의 실책입니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위함이 아니네, 이것은 위기고 이제부터 그 실책에 따른 후폭풍이 몰려오겠지.”
“예, 그럴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질적으로 우도 해양개발이 한일공동개발 구역을 끝내 넘어 해양심층수 채굴에 착수했습니다.”
“이런 망할!”
“이번 일은 외교적 문제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외교적으로 풀릴 일도 아닙니다. 외교적으로는 본국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 어떻게?”
“일본국의 해상 자위대는 대한민국 해군의 군사력을 넘어섰습니다.”
“지금 한일공동개발 구역에 해상 자위대를 출동시키자는 건가?”
“무력시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평화 헌법에 따라 그런 행동들이 금지되어 있네.”
“그러므로 시간을 두고 헌법을 고쳐야 합니다.”
“평화 헌법을 개정한다?”
“그렇습니다. 당장 이번 내각에서는 어렵겠지만 준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야마시타는 드디어 극우 성향을 드러냈다.
“위험한 발상이네. 하지만 누군가는 준비해야 할 일이기는 하지.”
“예, 그렇습니다.”
“그것보다 당장 급한 문제는 백범이 미국을 다녀온 후에 부시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한일어업협정에서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오냐는 것이야.”
“여러모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야지.”
“그리고 한일어업 협정이 시작되기 전에 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에 경제적 압박을 가한다?”
“예, 그렇습니다. 일부 전자 제품 제작에 투입되는 반도체의 주요 부품을 수출 금지한다면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는 하지.”
“예, 그렇습니다. 반도체의 주요 부품들을 전략물자로 전환하시고 대한민국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는 겁니다.”
“그 카드가 효과가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은 규모 적으로 또 외향적으로는 경제가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본국의 핵심 기술력과 부품이 없으면 아무것도 만들 수 없는 껍데기입니다.”
야마시타 특별보좌관의 말에 흐뭇한 미소를 보이는 일본 총리였다.
“그렇지, 대한민국은 그런 나라지.”
“예, 그렇습니다. 압박을 가한 후에 한일어업협정을 추진하신다면 백범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네, 장관들에게 그리 지시를 하겠네.”
“예, 알겠습니다.”
일본은 경제적 압박을 통해 백범 외교부 장관의 기세를 꺾고자 했다.
* * *
박태웅 태양 컴퍼니 신임 회장의 자택 응접실.
공식적으로 나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기에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제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 그리고 블랙홀 그룹의 통합 총수를 만나는 일은 부적절할 수밖에 없다.
‘물론 내 회사지만……!’
어쩔 수 없이 공인이 됐기에 이렇게 비공식적으로 박태웅 신임 회장을 그의 자택에서 만나고 있다.
“곧 한일어업협정과 함께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대한 개발 재계를 촉구할 것입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태웅 신임회장이다.
“그렇게 하시기 위해 외교부 장관이 되셨죠.”
“결론적으로는 그렇다고 볼 수 있군요.”
“장관님, 3개 그룹 경영에 대해서는 제게 일임한다고 하셨습니다.”
“물론입니다. 일임합니다.”
“하지만 제게 지시를 하시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닙니까?”
“논의라고 합시다.”
“좋습니다. 논의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마침 제가 장관님을 비공식적으로 찾아뵈려고 했습니다.”
“민간영리병원 법에 대한 생각을 굽히지 못하시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 경영철학에는 민간영리병원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역시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박태웅 신임회장이고 이번 일을 통해서 내 의지를 꺾으려는 것이다.
“그렇지요.”
사실 이럴 때는 박태웅 신임회장이 정말 미울 수밖에 없다.
“제 뜻대로 3개 그룹을 경영해도 되겠습니까?”
“믿습니다.”
“저를 믿는다?”
“예, 그렇습니다. 저는 전문경영인인 박태웅 회장을 믿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을 해도 저는 민간영리병원 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민간영리병원을 제주도에 설립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환이죠.”
이미 제주도에는 서울대병원 정도의 규모를 가진 종합병원 설립된 상태다.
“그것은 CEO께서 결정하실 부분입니다.”
“정말입니까?”
내 말에 박태웅 신임회장은 놀랍다는 눈빛을 보였다.
“천천히 가도 결국 그렇게 진행될 겁니다. 멈췄다고 해서 포기는 아니니까요.”
이것은 일종의 타협이다.
“그러시군요. 정말 고집을 꺾지 않으시군요.”
“박태웅 신임 회장님.”
“예, 장관님.”
“나 돈 많은 사람입니다.”
“예, 그것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습니다. 아니죠. 전 세계인들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죠.”
어느 순간부터 젊은 투자가들의 우상이 된 상태다. 그리고 그들은 내 성공에 열광하고 있다.
“돈이 많으면 좋은 사람이 되기가 참 쉽습니다.”
내 말의 의미를 생각하는 눈빛을 보이는 박태웅 신임회장이다.
“그러십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돈이 많으니 좋은 사람이 될 겁니다.”
박태웅 신임회장을 보며 웃었다.
“그 말씀은?”
“그렇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말씀을 못 하시는군요.”
“곧 구체화할 겁니다. 우선은 그렇게만 아시면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3개 그룹의 최대 주주로서 또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으로서 박태웅 신임회장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일본은 어떤 압박 카드를 가지고 나올까요?”
나는 이미 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박태웅 신임회장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물론 그와 동시에 부시 대통령과 또 푸틴 대통령 그리고 장쩌민 주석과도 함께 움직여야 할 것이다.
“경제 압박을 가해올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일본이 가진 카드는 해상 자위대를 투입하는 것과 경제 압박 카드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해상 자위대를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 투입하는 것은 평화 헌법 위반이기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남은 것은 경제 압박 카드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이미 아시지 않습니까?”
나를 보며 되묻는 박태웅 신임회장이다.
“저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입니다. 일본과 공식적으로 외교회담을 수행해야 합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제게 부탁하시는 거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미소를 머금어주면 되는 순간이다.
“일본은 모든 제품에 사용되는 반도체 핵심 부품을 전략 품목으로 지정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실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리 많은 준비를 해놓은 상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회장님이실 때 준비하셨던 부분입니다. 물론 아직 완벽하게 대비가 되지는 않는 상태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체 부품 반도체 개발에 성공할 겁니다.”
나는 나눔 종묘를 통해서 신품종 개발에 몰두했었다. 그와 함께 반도체 부분에서도 집중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그 시간이 문제입니다.”
“우선은 반도체 생산 핵심 부품을 일본 기업이 아닌 미국이나 캐나다 기업으로부터 수입하는 쪽으로 대비하겠습니다.”
대한민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 압박 카드의 최고 수혜자는 애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애플은!’
내가 지분 20%를 가진 미국 기업이다.
“그렇게 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이것으로 일본이 가지고 나올 압박 카드에 대한 대비를 위한 조율은 끝냈다.
‘압박에는 압박이지.’
물론 나는 다른 의미로 압박을 가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