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64화 (264/415)

# 264

264화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 (4)

일본 도쿄 외곽에 있는 폐교 건물 안 교실.

신임 일본 총리의 특별 보좌관인 야마시타를 필두로 한 극우 성향이 있는 젊은 일본인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야마시타가 그 어떤 결정을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국이 이렇게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는 것은 모두 그 망할 놈의 후레이센징 때문입니다.”

야마시타는 백범을 떠올리면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며 백범을 후레이센징이라고 말했고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백범 그자는 대일본의 성장에 방해되는 인물입니다.”

“예, 옳습니다. 아직은 본국은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백범 그 후레이센징의 농간에 놀아나서 사퇴한 전 내각이 오판했습니다.”

현재 미국은 일본에 정치적 보복을 실행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까지는 여전히 클린턴 행정부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년이면 부시가 정권을 잡게 되니 미국 대선에서 일본이 비밀리에 선거 개입을 한 것에 관해 문제 삼을 것이 분명할 수밖에 없었다.

“백범 그자는 찢어 죽여도 마땅한 놈입니다.”

역시 이 자리에 모인 일본 청년들은 강한 극우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잘못된 역사 교육 때문에 왜 일본이 지속해서 아시아 국가들에 사과해야 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전후 세대이고 그들은 스스로 이제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청년들이었다.

“문제는 그런 백범이 대한민국의 외교부 장관 내정자가 됐다는 겁니다.”

모두가 한마디씩을 할 때 아무 말도 없이 듣고 있던 신임 일본 수장의 특별 보좌관인 야마시타가 한마디를 했고 그 순간 모두가 야마시타를 주목했다.

“예. 그렇습니다.”

“현 내각은 백범이 일으키는 문제에 대해 정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정당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드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겁니다.”

야마시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 정부는 항상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공명정대한 일을 수행해야 하기에 사소한 문제 해결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순간 야마시타의 눈빛이 변했다.

“우리 천일회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어둠에서 움직여서 강한 일본을 이끈다. 이것이 전임 천일회 수장의 뜻이었습니다.”

일본인 청년 하나가 신임 일본 총리의 특별 보좌관인 야마시타가 속해 있는 조직을 천일회라고 말했고 전임 수장도 거론했다. 다시 말해 이 천일회라는 극우 조직은 아주 오래전에 만들어졌다는 의미였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 천일회가 움직일 때입니다.”

야마시타는 결심한 듯 말했다.

“예.”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일본인 청년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마치 이들의 눈빛은 일본 제국주의가 일으킨 태평양 전쟁에 참전한 자살특공대의 눈빛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차 목표를 하달하겠소.”

“예. 목숨으로 따릅니다.”

“일본의 적인 백범을 제거합니다.”

야마시타의 눈빛이 변했다.

“예, 알겠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백범 그자를 제거하는 것이 우리 천일회의 목표입니다.”

야마시타는 일본을 제대로 압박하고 고립시키고 있는 백범을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제거해야 한다고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교통사고로 위장을 하든지, 강도 살인으로 위장을 하든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야마시타의 말에 모두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존명!”

이 자리에 모인 극우 일본인 청년들이 야마시타를 마치 주군처럼 바라보는 눈빛으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제는 구체적인 방법을 내게 제시하시오.”

야마시타가 극우 일본인 청년들을 바라봤다.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제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옳소. 강도 살인으로 위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나도 생각합니다. 백범 그자의 주변에는 경호원들이 있을 것이니까.”

“예, 그렇습니다. 회주님.”

젊은 청년이 야마시타를 회주라고 불렀다.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와서 미끄러운 날에는 어느 나라에서든 교통사고가 참 많이 일어나니까.”

비열하게 웃는 야마시타였다.

“예, 그렇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지. 음주사고도 많이 일어나고.”

“준비하겠습니다. 우선 백범 그 후레이센징의 동선을 파악하겠습니다. 그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되면 외교적으로 본국은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니 그것을 반드시 막겠습니다.”

“그렇게 해야 합니다. 현재 반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천일회 부역자들에게 모두 지시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겐조.”

“예, 회주님.”

“당신이 직접 반도로 가서 이번 일을 처리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백범에 대한 암살을 위해 책임자가 선정되는 순간이었다. 그와 함께 아주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에는 천일회의 부역자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백범 그 후레이센징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일본의 무궁한 발전이 시작되는 것이오.”

“예, 명심하겠습니다.”

이것은 분명 백범에게는 위기가 분명하고, 이런 위기가 닥칠 거라는 것을 백범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이 가장 빠른 해결책을 만들지, 으흐흐!’

* * *

중국 북경에 있는 장쩌민 주석궁.

“백범이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된다고?”

장쩌민은 공산당 고위층 관료들을 보며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오늘 인사청문회라는 것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실시되고 있다고 합니다.”

“백범이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되면 우리에게 어떤 결과로 다가올까?”

“현시점에서는 크게 해가 되는 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우선 그가 주석 각하에게 약속한 것처럼 고비사막 농지화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면 식량 증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국 내부에서 농업을 담당하고 있는 고위층 관료가 장쩌민 주석에게 말했다.

“고비사막 농지화 사업이 성공할 거라고 보나?”

장쩌민 주석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백범 그가 실패한다고 해도 본국이 손해를 볼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그게 현실이다. 고비사막 농지화 사업은 막대한 자본과 노동력이 투입되는 일이니 본국의 국가 성장률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해 실패를 해도, 성공을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해가 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단 말이야…….”

장쩌민 주석이 인상을 찡그렸고 그 순간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중국 공산당 고위층들이 장쩌민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까지 이렇게 본국을 압박한 조선족은 없었다.”

장쩌민은 백범을 조선족이라고 말했다. 사실 중국 한족으로서는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도 또 북한 주민이나 대한민국 국민 역시 조선족에 불과했다.

“그렇습니다.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에 동참하게 했습니다.”

“그러니 위험한 존재다. 하지만 현재로는 먹을 것이 좀 더 많은 계륵 같은 존재다.”

“예, 그렇습니다.”

“만약 백범 그자가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가 된다면 백범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관계를 이용해서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하리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황 때문이라도 백범이 최고 권력자가 되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될 것이 없다?”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단임제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5년 안에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아둔하고 안일한 생각은 접어야 해.”

장쩌민 주석이 인상을 찡그리며 대한민국의 대통령 단임제에 대해 말한 고위층을 질타하듯 말했다.

“예?”

“정치적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대한민국은 미국식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대통령 연임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칠 수 있다.”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 쉬운 일은 아니지, 하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 대비를 해야 한다.”

“예, 그렇습니다. 그럴 것이 아니라 백범과 공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공조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는 막대한 자본을 가진 거대 자본가입니다. 또한, 민족주의자입니다. 대한민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존재이고 현재 대한민국의 이익을 가장 크게 방해하는 존재는 일본입니다.”

어느 고위층 관리의 말에 장쩌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이 될 백범과 우호적인 공조를 통해 일본을 압박해 나가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백범은 친중 세력이 될 것입니다. 혼자서는 절대 일본을 상대하기 벅찰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가 얻게 되는 이익은?”

“고비사막의 농지화입니다. 또한, 농지화에 성공한 그 지역으로 신장 지역 소수민족들을 이주시키면서 신장 지역의 안정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기도 하군.”

“또한, 내 몽골 지역의 발전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에 빼앗긴 몽골공화국에 대한 영향력도 되찾아 올 수 있겠군.”

“예, 그렇습니다. 추가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연결된 해양영토 분쟁에서도 대한민국 외교부는 그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일본의 경우에는 본국의 편에 서서 성명서를 내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좋은 생각이다. 대만 문제도 백범을 통해서 미국과 협상할 수도 있겠군.”

“예, 그렇습니다.”

“좋아, 단기적으로 백범과 공조한다.”

“예, 알겠습니다.”

중국 주석궁에 모인 중국 공산당 고위층 관계자들이 모두 장쩌민 주석의 말에 동의하는 순간이었다.

* * *

국회의사당에 있는 야당 대표 사무실.

“백범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거의 끝났고 야당 대표는 나를 따로 만나고 있다.

“예, 대표님.”

“지난 대선의 앙금은 우리 서로 지웁시다.”

사실 내가 전임 대통령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것은 야당 대표와 나는 지난 대선 때부터 앙금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제가 철이 없었습니다.”

“나는 정치적 입장의 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잊었습니다.”

“예, 그렇게 생각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제 장관이 되셨으니 특히 외교부 장관이 되셨으니 국내 정치문제보다는 외교에 집중해 주시면 감사하겠소.”

“예, 알겠습니다.”

한마디로 야당 대표는 외교부 장관이 되었으니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내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백범 장관이 아시겠지만,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으로 외교 부분에만 집중할 계획입니다.”

“좋습니다. 나는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야당 대표가 내게 의미심장하게 말했고 미소를 머금었다.

‘외교부 장관이 됐으니……!’

정치에 관여할 수가 없다. 그리고 어떤 측면에서는 이것을 야당에서 노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관없는 일!’

대망을 위해서는 몇 발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내게 이로운 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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