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0
260화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 (3)
2000년 12월 16일,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이라는 담당 업무는 내가 아는 대한민국 역사에 없던 자리다. 이건 다시 말해 나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미래가 변했다는 의미고, 이것은 대한민국이 나를 통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대한민국이 커지면!’
그 반대급부로 북한이 더욱 작아질 것이고 일본은 위기감을 느끼게 될 터다. 중국은 내가 아는 그렇게 거대하고 몰상식한 중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역설적 반증이다.
“백범 특별 수석.”
청와대에서 내 공식 호칭은 특별수석이다.
‘원래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석들의 수장 역할을 하는 담당 업무는 민정수석이고 그러므로 청와대의 실세라면 실세가 민정수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민정수석이 실질적으로는 검찰청을 통제하고 조율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닌 내게 권력이 집중되는 듯 사람들이 내 주변으로 모이고 있다.
“예, 대통령님.”
“일본 총리가 전격적으로 사임을 했소.”
“예, 그렇습니다. 예상했던 일이고 그것은 부시 대통령의 미국 대선 당선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내년에 있을 일본 참의원 선거를 대비하는 조치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래요,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내년이 참의원 선거라면 일본은 또 극우적으로 변하겠군요.”
대한민국은 선거철만 되면 지역감정이 꿈틀거리고 또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심각해진다. 그렇게 당장에라도 원수처럼 지낼 것 같은 정치인들은 서로를 물고 뜯고 싸우게 된다.
‘그러면서…….’
선거가 끝이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변한다.
‘밥 먹고, 술 먹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그게 대한민국 정치다. 그런데 일본은 참의원 선거가 있을 때마다 끝도 없는 망발을 터뜨린다.
독도는 일본 땅부터 시작해서 전쟁이 가능한 강한 일본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그렇게 일본 국민의 표를 얻는다. 그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니 정말 일본의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은 독도가 정말 자기들 땅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런 독도를 대한민국이 강제로 점거하고 있기에 미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것입니다. 온갖 망발들을 일삼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도 그렇지만 일본 정치인들도 우선은 당선되고 보자는 심보일 테니까요.”
“그런 것 같소.”
대통령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꺼내시는 것은 곧 일본의 신임 총리대신과 한일정상회담이 계획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지금까지 미뤘던 한일어업협정을 새롭게 체결하기 위함이다.
“한일정상회담 문제 때문에 고심스러우십니까?”
“그렇지 않겠소. 나는 고심스럽소.”
“대통령 각하,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대통령 각하의 햇볕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시고 판단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왜 그렇게 생각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보는 대통령이다.
“햇볕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서 북한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일본인 납치 사건에 대해 일본에 사과하고 그들의 거취 문제를 논의할 거라는 북한 최고위층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내 말에 눈빛이 변하는 대통령이다.
“장성택 부장?”
“아닙니다.”
내가 아니라고 하자 더욱 놀라는 대통령이시다.
“그렇다면……!”
지금 대통령께서는 김정일 위원장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으음……!”
내 대답에 대통령께서는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신음을 터뜨리셨다.
‘북한과 연결된 핫라인에서는 아무런 통보가 없었지.’
그래서 서운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주장하는 햇볕 정책이 자신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서 진행된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소인배는 아니시니!’
서운한 마음이 생기시겠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받아들이실 것으로 판단된다.
“갑작스럽게 받는 전화입니다.”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쪽에서 내게 직접 전화하면 부담을 가지게 될 테니까. 가교 구실이 필요합니다. 긴밀하게 연락을 하시고 올바르게 판단하시오.”
“앞으로는 모든 것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고맙소. 그건 그렇고,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햇볕 정책의 연장선이 되어야 한다고 한 말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보시오.”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우선 북한은 지금까지 추진했던 폐쇄성을 버리고 국제사회에 진출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저쪽 VIP가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대통령님의 햇볕 정책의 결과물입니다. 또한, 남북경제협력을 통해서 조성되고 있는 두 경제특구에서 확보될 막대한 자금에 욕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개성공단은 이제 거의 준비가 끝난 상태다.
“허허허, 그렇다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오.”
“예,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북한의 VIP는 두 경제특구에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을 조성할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자금조성이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일차적으로 사망한 김일성의 비밀계좌에 들어 있는 자금이 두 경제특구로 유입될 것입니다. 또한, 북한 VIP의 스위스 비밀계좌의 자금도 두 경제특구에 흘러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일방적으로 두 경제특구의 반쪽 지역을 폐쇄한다면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니 나쁠 것이 없다.
“그래요?”
정말 놀랍다는 눈빛을 보이는 대통령이다. 사실 이런 것은 대한민국 국정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특급 정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특급 정보를 태양 컴퍼니에 속해 있는 화이트 해커들이 찾아냈다는 것이 나 또한 놀라울 뿐이다.
‘대략 25억 달러지.’
사망한 김일성과 현재 북한을 통치하고 있는 김정일의 비밀자금이 25억 달러인 것이다.
‘50년 넘게 독재를 했는데……!’
어떤 면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은닉해 놓지 못한 것 같다.
“대략 유추하건대 북한의 비밀계좌 자금은 25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오……!”
“하지만 두 경제특구의 규모가 대략 500억 달러이기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북한은 신의주경제특구와 연해주 경제특구 조성을 위한 부지를 제공하고 노동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두 특구의 절반이 중국 지역과 러시아 지역에 있으니 그 역시 지분의 1/2만 책임지는 것이니 그 권리도 1/2밖에는 되지 않는다.
‘또한, 혼자서 독단적으로!’
두 특구의 가동을 중단할 수도 없다.
“그건 이미 보고를 받아서 알고 있습니다.”
“예, 그래서 북한을 일본을 통해서 자금을 확보할 계획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일본을 통해서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한일수교 정상화처럼 북한은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낼 계획입니다. 그리고 북일 정상회담을 가로막고 또 북일수교 정상화를 현재 가로막고 있는 것은 일본인 납치 사건이니 그것부터 공식적으로 일본에 사과하고 실리를 추구하려는 계획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리를 추구한다? 그것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들의 만행을 시인한 적이 없는 북한이 일본에 사과한단 말이오?”
“예, 그럴 것 같습니다. 최소 100억 달러 최대 200억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내는 일입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일본과 수교 정상화를 하면서 배상금이 아닌 보상금을 6억 달러 정도 받았다. 그것도 절반은 유상원조다.
‘헐값이지.’
하지만 북한은 다를 것이다. 아마도 자신들이 일본에 먼저 사과하기로 했으니 이제부터 전방위적으로 벼랑 끝 외교를 시작할 것이고 일본 정부를 몰아붙일 것이다.
‘우리도 보상금이 아닌 배상금을 받았어야 했다.’
보상금과 배상금은 확실히 다른 의미이니까.
그리고 이것은 다시 말해 대한민국 정부는 아직 일본에 배상금을 받아낼 명분이 있다는 의미다. 물론 각각 유권해석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하겠지만 말이다.
“북한이 변하고 있군요.”
“예, 그렇습니다. 이것은 모두 대통령 각하의 햇볕 정책의 결과물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은 항상 대통령의 공으로 끝내야 한다. 비록 대통령께서 속이 좁은 소인배가 아니라고 해도 서운한 것들이 먼지처럼 쌓이면 소인배로 변할 수 있으니까.
“허허, 허허허!”
내 아부에 그저 웃는 대통령이다.
“대통령님.”
“말해요. 백범 특별수석.”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하셔야 합니다. 그와 함께 북한과 일본이 정식적인 수교가 될 수 있게 힘을 쓰신다면 햇볕 정책은 더욱 성과를 낼 것입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통령이시다.
“알겠소. 내가 요즘 백범 특별 수석을 볼 때마다 백범 특별수석은 사업할 사람이 아니라 처음부터 정치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듭니다.”
“과찬이십니다.”
“아니오, 외교 및 정치적 감각이 탁월한 것 같소. 그렇다면 내가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이겠소?”
지금 나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대통령과 둘만 있다.
“대한민국의 수반이신 대통령 각하께서 조심할 것이 어찌 있겠습니까.”
“그래도 한일정상회담은 항상 조심스럽소.”
“꼭 그렇게 생각하시고 제게 조언을 구하신다면 이번 정상회담 때 일왕을 접견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왕을 만나지 말라?”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보다 일왕이 연로하기에 예의로 먼저 머리를 숙이실 것입니다. 그것은 차후에 대한민국 수반이신 대통령께서 일왕에게 머리를 조아렸다고 회자가 될 것입니다.”
“으음……!”
고심스러운 눈빛을 보이는 대통령이시다.
“국민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한일정상회담에 집중하시면 됩니다. 모든 부분은 실무자들이 처리할 것입니다.”
“맞아요. 사실 정상회담은 정상회담에 불가합니다. 모든 일은 실무자들이 처리하죠. 그래서 말입니다.”
눈빛이 변하는 대통령이시다.
“예?”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이라는 보직이 만들어진 후 외교부가 이원화가 된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그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이라는 보직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꿍꿍이가 있으시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 저도 그런 의견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라에서 외교부는 무척이나 중요한 위치입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않고 뜸을 들이는 대통령이시다.
‘설마!’
바로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백범 특별수석.”
“예, 대통령 각하.”
“대한민국을 위해 백범 특별수석이 외교부 장관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소.”
이럴 줄 알았다.
역시 설마는 사람을 잡는다.
“제, 제가 말입니까?”
“그렇소. 왜 그렇게 놀라시오?”
“아닙니다. 저는 단지…….”
청와대 외교담당 수석과 외교부 장관은 그 의미부터 다를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외교부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청문회도 해야 한다.
“한일어업협정부터 한일 공동개발구역 개발 착수까지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린 일입니다. 그 일을 누가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겠습니까.”
이래서 저번 내각 개편에서 외교부 장관만 빠진 거였다.
‘대통령께서는 내게 다 말씀해 주시지 않는다.’
이 부분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싫소?”
“아닙니다.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이왕 정치계에 입문했다. 그러니 따를 수밖에 없다.
‘내가 장관이라고?’
서른한 살에 대한민국에서 장관이 된 사람은 나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아마 인사청문회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