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59화 (259/415)

# 259

259화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 (2)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백범 회장, 재산 공개가 껄끄러우시오?”

사실 재벌들은 재산이 공개되는 것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상속세와 직결되니까……!’

하지만 그래서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습니다.”

내 말에 대통령부터 이 자리에 모여 있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모두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백범 너도 어쩔 수 없는 재벌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렇지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따르겠습니다.”

내 말에 대통령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 그렇게 해주시겠소.”

“예, 그렇습니다. 제가 가진 재산을 공개하고 또 친인척의 재산까지 모두 공개한 후에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이 되겠습니다.”

“고맙소.”

자리에 앉아 있던 대통령께서 자리에서 일어나 내 손을 꼭 잡아주셨다.

“내 뜻을 따라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었소.”

“저를 항상 크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요 고마워요. 앞으로 큰일같이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졸지에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이 됐다. 물론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서 청와대 조직이 개편되어야 하고 또 인사개편까지 이루어진 후에 이루어질 일이다.

* * *

태양 컴퍼니 회장실.

나는 청와대에 다녀온 후 바로 박태웅 상임이사를 불렀다.

“찾으셨습니까?”

“매우 급한 일이 발생해서 박 상임이사를 불렀습니다.”

“매우 급한 일이라고 하셨습니까?”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봤다.

“그렇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앞으로 태양 그룹 회장과 태양 컴퍼니 대표이사를 맡아주셔야겠습니다.”

“예?”

내 말에 바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왜 그렇게 놀랍니까? CEO를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박태웅 상임이사는 신생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국적의 블랙홀 그룹의 CEO가 되어 블랙홀 그룹을 세계 최고의 통신 온라인 미디어 회사로 성장시켰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청와대에서 무슨 일 있었습니까?”

“팔자에도 없는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이 됐습니다.”

내 말에 멍해지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정,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를…….”

“해야죠. 그게 법이라면 해야죠.”

“정말 하실 겁니까?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를 하시면 앞으로 상속세 납부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내야 할 세금이지 않습니까.”

어떤 측면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가장 빠르게 부자가 되는 방법의 하나를 찾으라면 내가 갑작스럽게 사망해서 상속이 진행되어 상속세를 받아내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죠, 내긴 내셔야 할 상속세이니까요. 그런데 회장님, 재산이 얼마인지는 아십니까?”

박태웅 상임이사가 의외의 질문을 내게 했다. 하지만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의 질문을 받고 멍해졌다.

“총괄적으로 종합해서 3400억 달러까지는 확인했는데…….”

중요한 것은 내가 정말 내 재산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확해야 하는데…….’

하지만 정확하게 재산을 공개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왜냐고?

정말 1초 단위로 내 재산은 증식되고 있으니까.

“3000억 달러까지는 확인하셨다고요?”

“그렇습니다. 그게 저번 달인데…….”

의외의 문제에 봉착하는 순간이었다.

“그럼 정확하게 모르시는군요.”

“그럴 수밖에.”

“예, 그렇습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은 회장님이 고위공직자가 되면서 재산을 공개하게 되면 허탈해질 겁니다. 그리고 놀라게 될 겁니다.”

“그러게요.”

“그리고 아마도 금융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에 문제에 대해 뜨겁게 논의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내가 재산을 공개하는 문제가 또 다른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박태웅 상임이사였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박태웅 상임이사가 나를 빤히 보며 물었다.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럼 제가 회계 법인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회장님의 재산을 집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계속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 그리고 블랙홀 그룹을 잘 부탁드립니다.”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나를 빤히 봤다.

“회장님, 앞으로 계속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말씀은……?”

“이왕지사 정치계에 입문했으니 정점에 올라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내가 상상했던 모든 일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습니다.”

“아……!”

박태웅 상임이사는 그저 놀랍다는 눈빛을 보였다.

‘물론 내가 뒤에서 조절해야겠지.’

여전히 벽란도 사업과 사하라사막 녹지화 사업은 추진되고 있으니까.

또한, 신의주경제특구와 연해주 경제특구 사업도 진행되고 있으니까.

“20년쯤 후면 그 자리에 제가 앉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많이 변해 있을 겁니다.”

드디어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내 정치적 포부를 밝히는 순간이다.

“그렇게 되면 더욱 정경유착 진행이 이루어지겠군요.”

“그래도 좋은 쪽이 될 겁니다.”

“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하지만 박태웅 상임이사는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최소한 나는 그 누구처럼 부패한 대통령은 안 된다.’

이건 핵심이다.

왜냐고?

대한민국에서 내가 제일 부자다.

내가 혹할 정도의 뇌물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최소한 대한민국에는 없다. 그리고 나는 부정부패를 통해서 얻어지는 수익보다 세계의 그룹에서 얻어지는 수익이 수백 배는 더 크니 부정부패를 저지를 필요가 없다.

* * *

2000년 12월 7일, 청와대 기자회견장.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공식적으로 청와대 직위를 개편하는 것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고 대변인의 발표에 이곳에 모인 국내외 기자들이 기겁한 눈빛을 보이고 있다.

“백범 씨를 이번 청와대 직위 개편을 통해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으로 임명된 사실을 공식 발표합니다.”

최종적으로 공표가 되자 기자들은 더욱 놀라는 눈빛으로 변했다.

“그렇다면 백범 회장은 고위공직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니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를 하는 겁니까?”

역시 나와 박태웅 상임이사 그리고 대통령이 예상한 그대로 내가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으로 임명이 되는 것보다 기자들이 더 관심을 보이는 것은 내 재산에 대한 공개다.

“백범 특별외교 수석이 보유한 재산은 신속하게 공개될 것입니다.”

“백범 회장의 재산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공개되는 겁니까?”

청와대 대변인에게 질문을 하는 기자지만 기자들은 모두 단상 옆에 서 있는 나를 보고 있다.

“청와대 조직 개편에 대한 발표는 이것으로 끝을 내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백범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에게 들으시면 됩니다.”

청와대 대변인께서 그렇게 말하고 나를 보셨다. 그리고 내게 단상을 양보해 주셨다.

‘졸지에 기자회견까지 하네.’

물론 이럴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백범 특별외교 수석에 대한 공식 발표가 됐나?”

대통령이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당과 야당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여당도 야당도 반발한다?”

“예,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외교부에서…….”

“외교부 수장이 두 명이 되는 상황이지.”

“예, 그것이 반발하는 여당과 야당의 명분입니다.”

“추가 발표가 남았지.”

“예?”

“외교부의 수장이 두 명이어서는 안 될 일이지.”

“그 말씀은?”

“백범 수석은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과 함께 외교부 장관을 겸직하게 될 것이네.”

이것이 바로 대통령이 숨겨놓은 복안이었다.

“아……!”

“재산 공개까지 하겠다고 했으니 내 부탁을 따를 거야.”

“그래서 내각 개편을 다음 주에 예정하신 거군요.”

“그렇다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의 정치 역사가 백범이 아는 그대로 흐르지 않고 변했다는 사실이었다.

* * *

여당 대표실.

“서른 살 때부터 자격도 없는 상태에서 대선 잠룡처럼 여론 조사에 포함된 백범입니다.”

여당 대표의 측근 의원이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를 듣자마자 여당 대표에게 말했다.

“그것을 누가 모르나.”

여당 대표는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참 다행이지 않습니까.”

“뭐가 다행이라는 겁니까?”

“백범 수석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면 9년이나 기다려야 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이 자격은 만 40세였다.

“그렇지. 그러니까, 다행이지.”

여당 대표는 여전히 불편한 표정이지만 그대로 백범이 아직 젊다는 것에 대해 안도할 수밖에 없었다.

* * *

야당 대표실.

“이렇게 되면 저쪽에서 천군만마를 얻게 되는 상황입니다.”

야당 위원 한 명이 대책회의 아니 대책회의가 진행 중인 상태에서 백범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에 대해 걱정하면 말했다.

“세계 최고 재벌이 겨우 특별외교 수석 자리 때문에 재산 공개를 했단 말이지요?”

야당 대표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아직은 재산 공개를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제 곧 하겠군요.”

야당 대표가 TV를 통해서 단상으로 올라서는 백범을 보며 말했다.

“정말 제대로 재산을 공개할까요?”

보통 고위공직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은닉하고 또 공개할 필요가 없는 부분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쳤다.

“두고 보면 알겠죠.”

야당 대표가 TV 화면에 보이는 백범을 보며 말했고 그와 동시에 모든 야당 의원들이 TV 화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 * *

청와대 기자회견장.

나는 끝내 단상에 올라섰다. 그리고 모든 기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기겁하겠지.’

내가 가진 재산이 공개되면 대한민국 전체가 놀라게 될 것이다.

“청와대 특별외교 수석으로 내정된 백범이라고 합니다. 기자 여러분들과 존경하는 국민께서 가장 궁금해하시는 제가 보유한 재산을 공개하겠습니다.”

내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제가 현재 보유한 총 재산의 가치는 3500억 달러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제까지 대략 집계된 금액입니다. 이건 다시 말해 오늘 제가 보유한 현재 자산은 그 이상이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내 말에 이 자리에 모인 기자들이 모두 멍해졌다.

“3500억 달러라고 하셨습니까?”

“아닙니다. 그 이상이라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정확한 재산을 공개하지 못해 송구할 따름입니다.”

내가 재산 공개에 대해서 사과하자 기자들이 다시 멍해졌다.

하여튼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 중 최고 재산보유자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현성 중공업 정 의원님이 최고였지.’

나 때문에 2등이 되셨다.

* * *

어느 가정집.

“허허허, 허허허!”

TV를 보던 가장이 허탈하게 웃었다.

“왜 그렇게 웃으세요?”

가장의 아내가 남편이 갑자기 웃는 이유에 관해 물었다.

“대한민국이 최대한 빨리 부자가 되는 방법이 떠올라서.”

“예?”

“아버지 그게 뭔데요?”

가장의 아내와 아들이 가장을 바라보며 궁금한 표정으로 변했다.

“백범 회장이 갑자기 죽어서 상속세를 내는 거지, 그럼 최소한 1700억 달러가 국고로 유입되네.”

가장의 말에 가족들이 멍해졌다.

“와, 정말 그러네요.”

“하여튼 대단한 사람이야. 저 재산을 정말 공개했단 말이지.”

가장은 백범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요. 다른 재벌들은 숨기기 급급한데.”

“그러게. 앞으로 뭐가 달라도 달라질 것 같군.”

“달라지기는 해야 해요. 그래야 대한민국이 변하죠.”

아들이 아버지에게 말했다.

“변할지 안 변할지는 앞으로 두고 보면 알겠지.”

“대통령이 되려고 저러는 거겠죠?”

벌써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면 왜 재산을 공개했겠어.”

가장의 말에 가족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