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56화 (256/415)

# 256

256화 대선에서는 승리하실 겁니다? (1)

부시의 대선 캠프 사무실.

미국에서 요즘 제일 바쁜 사람을 꼽으라면 대통령 선거 후보인 부시일 것이다. 그런 부시가 시간을 내어서 나를 만나준다는 것은 지금 내 상황이 그에게는 계륵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100%의 확신!’

사실 부시는 우도 해양 개발회사의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정확하게 말하면 부시 가문이 한일 공동개발구역에 속해 있는 7광구 지역을 단독으로 개발하고 있는 우도 해양 개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지금 나를 만나고 있다. 그리고 내게 가진 모든 불안감을 내가 자신에게 해소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전화로 통보를 받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이 백범 회장을 움직여서 러시아로부터 항공모함을 구입하는 것에 대해 나는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소.”

반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부시는 제일 먼저 항공모함에 대해 말을 꺼냈다.

‘취조를 당하는 기분이군.’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 어쩔 수 없는 일들의 의구심과 불안감을 모두 해소시키고 미국과 부시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부시는 향후 10년간 내 편이, 또 대한민국의 편이 되어줄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민국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제가 움직인 겁니다.”

“그게 그것 아닙니까? 그리고 개인이 해군력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모함을 소유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일입니다.”

“부시 후보님, 항공모함의 핵심은 항공모함에 탑재되는 전투기입니다. 미국이나 러시아가 개발하고 있는 4세대 전투기가 탑재되지 않는다면 항공모함 자체는 그냥 유조선보다 더 큰 배에 불과합니다.”

“허허허, 허허허!”

부시는 내 대답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웃었다.

“왜 웃으십니까?”

“백범 회장의 말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항공모함이라는 상징성이 있소.”

“그러니까요. 저는 그 상징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대형 유람선 여행은 이제 식상하죠. 그 대신에 항공모함 여행을 준비하고 있고 그 항공모함 위에 선상 카지노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말도 안 되는 발상이군요. 백범 회장, 내게 말장난하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십시오.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눈빛과 표정이 변하는 부시다.

“솔직하게?”

“그렇소. 나는 백범 회장을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있소. 모두가 앨 고어가 승리한다고 했을 때 백범 회장 당신은 나를 지원했소. 만약 내가 이번 대선에 승리하지 못한다면 백범 회장 당신과 당신의 회사인 블랙홀 그룹과 태양 컴퍼니는 반독점법에 걸려 공중분해가 될 겁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당신은 내게 전부를 걸었소. 그러니 당신은 내 친구요.”

“예, 저도 부시 후보님을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부시는 미국을 위해 일한 대통령이다. 또한, 명예욕도 강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몇 가지 오판을 한다.

‘이라크 전쟁과…….’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막지 못한 대통령으로 훗날에는 기억될 것이다.

“그러니 솔직하게 말씀하시오. 아직은 되돌릴 기회가 있소.”

“제게 기회가 있는 겁니까?”

“그렇소. 나는 백범 회장 당신에게 기회를 주고 싶소.”

“좋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준비해 놓은 모든 것들을 톱니바퀴를 돌리듯 착착 물리게 만들어서 부시를 이해시켜야 한다.

“말해 보시오.”

“후보님, 저는 부시 후보님께서 반드시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 이야기는 저번에도 했소.”

“강한 미국을 추구하시지 않습니까, 또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미국의 긍지와 번영을 위함이오.”

“예, 그렇습니다. 그 미국의 긍지와 번영을 위해 제가 항공모함을 러시아로부터 구입하고자 하는 겁니다.”

“궤변이오.”

“러시아가 보유한 최신형 항공모함이 어떤 성능을 가졌는지 미국 해군이 파악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뭐라고 했소?”

살짝 놀라는 눈빛이다.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된다면 백범 회장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가 될 것이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부터 좀 더 솔직해지겠습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미국이 국방비로 얼마나 많은 자금을 쓰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영향력 행사에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들었소.”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막대한 국방비를 감축하기 위해 특히 동북아시아에 투입되는 국방 예산을 줄이기 위해 일본이라는 선택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으음…….”

“왜 꼭 일본이어야 합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일본은 과거 미국의 적국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미국의 혈맹이 아니었을 때가 없었습니다. 대한민국도 충분히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중화인민공화국 및 러시아의 팽창을 막아낼 힘이 있습니다.”

“결국은 그 목적이었소?”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과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모든 면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특히 한일 공동개발구역 때문에 해양영토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 때문에라도 미국이 생산하는 수많은 무기를 구입해야 합니다.”

“그렇기는 하오.”

“미국이 대한민국보다 일본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은 오키나와 미군 기지와 일본이 더 많은 미국의 무기를 사고 있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이게 실질적인 문제다.

“백범 회장이 하신 말이 절대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하겠소.”

“미국에서 생산되는 최첨단 무기의 충실한 소비자의 역할을 동북아시아에서는 지금까지 대만과 일본이 해왔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이 그리고 제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으음……!”

물론 이런 문제는 사실 부시가 대통령이 된 후에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지금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애치슨 라인을 통해서 대한민국을 포기하면 미국에 어떤 악영향이 미치는지 뼈저리게 느끼셨을 겁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베트남 전쟁에서 같이 피를 흘린 혈맹입니다.”

“그것은 나도 알고 있소.”

“그리고 제가 차기 대통령이 되실 부시 후보님과 동반자입니다. 재선까지 성공하실 부시 후보님의 향후 10년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미국의 동반자 될 것입니다.”

“결국은 한일 공동개발구역 때문에 무기를 추가로 더 구입하겠다는 겁니까?”

핵심을 찾아내는 부시였다.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전쟁이라는 위협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위해서는 강한 대한민국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는 미국이 언제라도 손을 내밀면 도울 수 있는 국가로 대한민국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부시 후보다.

“거기다가 중국은 미국과 비슷한 크기의 영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보다 더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인구에 의해 인건비가 싸기에 세계 무역을 장악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미국은 중국과 무역 전쟁을 펼치게 될 것입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오.”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부국강병을 원합니다. 그러니 자금이 생기면 무기를 구입하고 개발해서 군사 강국으로 거듭나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중국 국민의 수준과 그 중국을 통치하는 권력자들의 수준은 평균 이하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오?”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중국이 부국강병을 이룬다면 침팬지가 총을 든 꼴이 됩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는 상태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남태평양의 평화를 깨려는 해양영토 분쟁을 일삼게 될 것입니다. 그것을 미국이 예측해 일본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 분석이 있기는 합니다.”

“그 역할을 대한민국이 또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완벽한 우방으로?”

“예, 그렇습니다. 이미 부시 후보님께서는 가문을 통해서 우도 해양 개발 회사의 지분을 확보하셨습니다. 그 사실을 일본 정부도 알기에 일본 기업을 움직여서 앨 고어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하는 겁니다. 이제 부시 후보님께서는 일본 정부의 적이 되셨습니다. 저는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것 같은 부시 후보님의 과거 행적까지 들춰낸 일본입니다.”

내 말에 인상을 찡그리는 부시 후보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있습니다. 잊고 싶고 지우고 싶은 과거일 겁니다.”

“그렇게 생각을 합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도 젊지만 이십 대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망나니였습니다.”

“망나니?”

“나쁜 남자라는 한국식 표현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구보다 부시 후보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를 이해한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이미 부시 후보님께서 과거를 반성하고 속죄하기 위해서 미국 대통령이 되어 미국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내 말에 미소를 보이는 부시 후보다.

‘아부는 항상 달다.’

이게 진리다.

“그렇게 생각하시오?”

“예, 그렇습니다. 제가 그러니까요. 결론만 말씀을 드린다면 저는 부시 후보님께서 당당하게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저와 대한민국 그리고 미국과 부시 가문의 막대한 이익을 위해 본격적으로 한일 공동개발 구역에서 해양심층수를 채취하고 있는 우도 해양 개발의 채취 목적을 바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서 막대한 양의 가스나 유전이 개발된다면?”

“한반도의 해양영토는 더욱 뜨거운 용광로가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대한민국은 스스로 자신의 영토를 지켜야 할 힘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항공모함이다?”

“예, 그렇습니다.”

“내가 백범 회장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해도 미국 국무부는 절대 백범 회장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오.”

“제가 설득해 나가겠습니다.”

미국의 국무부가 내 계획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이 없다. 곧 신경을 쓰지 못할 정도로 다급한 일들이 발생하게 될 것이니까.

“자신이 있습니까?”

“예, 노력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부시 후보께서 투자하신 자금에 대해서는 완벽한 수익을 새로 마련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으음…….”

“저번에도 말씀을 드렸습니다. 제 궁극의 목표는 사하라사막 녹지화 사업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일이 성공하게 된다면 미국과 대한민국은 새로운 형태의 자원 식민지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내 말에 눈동자가 반짝이는 부시 후보다.

“총칼의 힘이 아니라 자본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모든 자원의 생산지가 그곳이 될 것입니다. 그와 함께 고비사막도 녹지화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자본이 있소?”

“저는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비사막은 중국의 영토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몽골공화국의 영토이기도 합니다.”

“그렇지요.”

“대한민국 지역에 미국 최첨단 미사일 기지가 미군의 안전을 위해 배치되고 또 대한민국과 제 자본에 의해 경제성장을 이룰 몽골공화국 남부 지역에 태양 그룹의 민간군사기업의 미사일 및 레이더 기지가 건설된다면 미국은 중국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민간군사기업이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점점 더 어려운 문제를 거론하는군요.”

“제가 왜 민간군사기업이 필요하겠습니까?”

나는 부시를 뚫어지게 봤다.

“백범 회장, 혹시 필리핀에 다녀온 행보와 연관이 있소?”

대충 감을 잡기 시작하는 부시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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