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55화 (255/415)

# 255

255화 비밀 한 가닥?

2000년 7월 15일, 태양 컴퍼니 워싱턴 지사 사무실.

태양 컴퍼니는 미국 국적 기업이고 투자 전문 회사다. 그리고 본사는 하버드 대학 인근에 있지만 나는 미국 대선에 뛰어든 공화당 대표인 부시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 지사로 이동했고 내가 이곳으로 올 때 며칠 동안 놀아줬기에 나를 보고 웃던 내 딸 엘리자베스가 울었다.

-가요, 엘리자베스도 곧 적응할 거예요.

내 아내가 내게 말했었다.

‘적응……!’

다시 말해 그녀는 내게 적응했다는 의미다. 그리고 내가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회장님.”

내가 잠시 내 가족들을 생각할 때 회의에 참석한 박태웅 상임이사가 나를 불렀다.

“예.”

“쉬었다가 할까요?”

“아닙니다. 바쁘죠. 바쁘게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내일 남북협력 정상회담 결과물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8.15 이산가족 상호 방문단 명단 200명씩을 주고받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투자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만약 박태웅 상임이사가 지금은 남북협력 관련주에 투자할 때라고 내게 말한다면 그의 연봉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저는 이 시기에는 방산업체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방산업체 관련 회사 주식에 공매도를 치자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주식은 당연히 하락할 것이니 공매도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그럽시다. 그 회사들에 큰 피해가 가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준비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남북협력의 시기다. 그리고 햇볕 정책이 정점으로 향하고 있는 시기기도 하다. 그러니 남북경제협력 관련 주식은 상승할 것이고 그 반대로 방산업체들의 주식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회의는 여기까지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사실 나는 오늘 미국 전국 유세에 돌입했다가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부시를 만나기로 했다.

‘마지막 설득이지.’

1차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을 위한 준비, 그리고 2차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그러니 이제 남은 것은 미국, 아니, 다음 대통령이 될 부시의 묵인과 지원만 받으면 된다.

-대한민국에 항공모함이 왜 필요한 겁니까?

나는 미국에 오기 직전에 부시에게 전화를 걸어서 러시아에서 항공모함을 살 것이라고 미리 통보했었다.

-관광사업 차원입니다.

-진실을 말하세요. 백범 회장, 당신은 내게 파트너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진실은 제가 미국에 가서 부시 후보님께 직접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부시 후보가 말한 그때까지다.

‘설득되어야 할 것인데……!’

설득이 안 되면 나는 정말 진짜 항공모함을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러시아에서 사서 깡통으로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

‘내 미래의 기억 속에는 그런 일이 있었지……!’

그러니 이번에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게 만들 참이다.

* * *

미국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태양 컴퍼니 백범 회장이 중국과 러시아 정상을 만났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동북아시아 안보보좌관이 심각한 표정으로 미국 대통령에게 말했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핫라인을 통해서 이미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현재 백범 회장은 태양 컴퍼니를 미국 현지 법인으로 설립해서 미국 경제와 정치에 깊게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부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왜 갑자기 부시 후보에 대해 거론을 하냐는 투로 묻는 미국 대통령이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어떤 면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1년 만에 IMF를 극복하고 또 경제적으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팽창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북 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는 본국의 또 다른 우방인 일본과 각을 세우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그렇다는 겁니까?”

미국 대통령은 백범에 대해서 좀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동북아시아 담당 보좌관에게 물었다.

“정확하게 말씀을 드린다면 일본과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은 백범 회장입니다.”

“개인적인 행보이지 않습니까?”

“예,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선에서 백범 회장이 공화당 부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앨 고어 부통령을 일본 기업들이 지원하고 있죠.”

“예, 그렇습니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입장이 곤란합니다.”

“예?”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을 적극 지지할 수 있고 선거 지원에 나설 수도 있지만 다른 후보의 지지자를 압박하기에는 염려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실 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본국은 일본과 대한민국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보좌관.”

“예, 대통령 각하.”

“나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그리고 소설 쓰지 마시오. 대한민국과 북한이 경제협력을 하고 또 대화를 통해 평화를 모색한다면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이롭습니다. 그 반대라면 미국 방위산업체의 수익적인 측면에서 이로울 것입니다.”

“으음…….”

“앞으로도 본국은 일본과 대한민국 중의 하나를 선택할 때는 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미국에 더 많은 이익이 지속할 국가가 선택될 겁니다.”

“옳으신 판단이십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과 같이 전쟁터에서 피를 흘린 우방이고 일본은 진주만을 공격했던 적국이었다는 겁니다.”

의외의 의견을 말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 말씀은……?”

“중요한 것은 두 국가 중 누가 더 많이 본국의 방위산업체에서 만드는 재래식 무기를 구입하냐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한민국이나 일본을 신경 쓸 때가 아니라 중동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예, 그렇습니다.”

마지못해 대답하는 동북아시아 담당 보좌관이었다.

* * *

러시아 대통령궁 대통령 집무실.

“이 기밀문서가 사실인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놀랍다는 눈빛으로 자신의 특별보좌관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특급문서 기밀실에서 찾아낸 기밀문서입니다.”

“정말이란 말이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인상을 찡그렸다.

“예, 그렇습니다. 추가적인 문서들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보고서에 의하면 백범 회장의 조부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특별보좌관이 제출한 서류를 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였다.

‘이 기밀문서가 대한민국에 공개가 되면……!’

백범 회장이 곤란해진다는 생각이 드는 그였다.

“그렇습니다, 백범 회장의 조부는…….”

“됐어, 이 기밀문서는 파기해. 그리고 확보된 모든 정보 역시 파기하도록 해.”

“대통령 각하.”

특별보좌관의 눈빛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변했다.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예, 그렇습니다. 이 기밀문서가 대한민국에 공개되면…….”

“백범 회장이 난처해지겠지.”

“예, 그럴 것입니다.”

“멍청이!”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특별보좌관을 보며 소리쳤다.

“예?”

“우린 대한민국과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백범 회장과 백범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태양 컴퍼니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가 곤란해지면 연해주 경제특구 사업은 백지화가 될 수도 있어.”

“아…….”

“그러니 소각해.”

“예, 알겠습니다.”

이제야 푸틴 대통령의 의도를 이해한 특별보좌관이었다.

“놀랍군. 정말 놀라운 일이야…….”

* * *

이신의 성북동 저택 별채.

이신이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마음에 새긴 것이 애국심이라면 그것이 붉은색이든 푸른색이든 상관이 없다.

자신이 유일하게 형님이라고 부르던 백범의 조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서울 진격 작전입니다. 그 작전은 반드시 실행되어야 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한다. 그래서 중국 팔로군 소속 조선족 군인과 소련 붉은 군대에 속해 있는 고려인 출신들도 집결시켜야 한다.

-미국과 함께 하는 거대 작전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시겠습니까-?

“으음……!”

자신이 백범 조부에게 소리를 질렀던 그때를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터트리는 이신 이였다.

“형님……!”

-신아, 내가 틀렸다면 방아쇠를 당겨라.

-형님, 정말 왜 이러십니까?

-방아쇠를 당기란 말이다!

-저는 그렇게 못 합니다. 안 합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럼 나를 믿어라. 조국 광복에 색깔은 없다.

-하지만 임시정부 요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 역시 상관없다.

-형님,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이신은 자신이 백범 조부에게 했던 말을 뇌까리며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뜨는 그 순간 대한민국의 독재자 한 명의 얼굴이 눈앞에 보였다.

-각하, 제가 바라는 것은 그거 딱 한 가지입니다.

-정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빨갱이들은 제가 다 잡겠습니다.

-알겠소. 어려운 일도 아니니.

-감사합니다. 제 형님이 독립유공자로 국립묘지에 묻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럽시다. 독립운동을 한 것은 진실이니까.

“아……!”

이신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터트렸다.

“왜 그러십니까? 대부님.”

이 실장이 이신에게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데 백범은?”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이번 남북협력의 궁극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신의주 경제특구와 연해주 경제특구에 대해서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서 떠났습니다.”

이 실장의 말에 이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미국이 허락할까?”

“예?”

“미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바랄까?”

“국가적 이익 측면에서는…….”

“싫겠지. 그러니 힘든 싸움이 될 거다.”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백범 회장이니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결과물을 만들어낼 겁니다.”

“너는 완벽하게 백범을 믿는군.”

“예, 믿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부님 전부를 거신 일입니다.”

“그래, 이번에는 좋은 쪽으로 풀려야 할 건데…….”

“예?”

“그런 것이 있다. 그러고 보니 백범 그 녀석은 자기 조부를 참 많이 닮았어.”

이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이도였다.

‘백선우 선생의 묘지를 항상 챙기시지…….’

그래서 오래전부터 백범 일가도 챙겨왔다는 것을 잘 아는 이도였다.

‘방법이 크게 다르지 않아, 그래서 걱정이야……!’

이신은 백범의 조부인 백선우 선생의 얼굴을 떠올리며 또 백범의 얼굴을 떠올렸다.

‘얼굴도 참 많이 닮았고……!’

그리고 이 순간 백범이 자신이 형님이라고 불렀던 백선우처럼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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