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53화 (253/415)

# 253

253화 냉정한 투자가는 타인의 눈물에 투자한다!

2000년 7월 1일, 태양 컴퍼니 회장실.

남북정상회담과 경제협력을 위한 폭풍처럼 휘몰아쳤던 그 일주일이 지났고 나는 조금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달의 시간이 흘렀고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들이 하나씩 현실화가 되고 있다.

“오늘부터 대한민국, 의약 분업 본격 시행이 됩니다.”

의약 분업화 때문에 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와 약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이 정말 치열하게도 싸웠지만 결국 의약 분업화는 오늘 시행이 된다. 그 사실에 대해서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보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는……!’

환자는 없었다.

사실 따지고 본다면 대한민국 사회에서 의사나 약사 그리고 판사나 검사 같은 ‘사’ 자가 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국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몸부림치는 마물이다.

‘물론 그 둘 중에는!’

기꺼이 존경할 존재들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군요. 오늘부터 약은 약사에게.”

“그렇습니다. 그리고 스미스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스미스를 상대했지만 이제는 스미스는 박태웅 상임이사가 상대하고 있다.

“결론이 나오고 있다는 거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서 민간병원 설립이 수월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맞다.

이번 총선은 야당의 승리로 끝이 났다. 물론 선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북한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북한을 원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렇군요. 여당 의원들도 꽤 많이 포섭이 됐겠죠?”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국민적 감정을 생각해서 스미스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민간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보고해 왔습니다.”

이제 스미스는 보고를 하는 존재로 전락한 것이다.

“내 생각대로 되고 있군요.”

“회장님.”

모처럼 박태웅 상임이사가 나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똑같은 이야기는 듣지 않겠습니다.”

“예, 그러시겠죠. 예전에는 잘 들으시더니 이제는 말씀만 하십니다.”

박태웅 상임이사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독재자의 습관……!’

듣는 자와 말하는 자는 분명 그 앞날이 다를 테니까.

“무슨 말씀을 하실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만들어질 민간영리병원이고 그 병원을 우리가 설립해야 합니다. 그래야 질적인 향상을 이룬 병원을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다는 변명을 하시려는 겁니까?”

“변명이죠. 그렇습니다. 태양 그룹이 그리고 태양 컴퍼니가 건재할 동안은 민간영리병원이 설립이 되어도 가난한 자들이 힘들어지지 않을 겁니다. 민간영리병원은 부자들을 위한 병원이지만 그곳에서 얻은 수익은 공공복지에 쓰일 겁니다.”

“회장님 다음은요?”

“제 다음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병원이 기업이 되면 이익을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윤리 강령과 법규를 만들면 됩니다.”

“법도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래도 제주도에 시행될 겁니다.”

“저는 모든 면에서 회장님을 존경하지만 이 일만은 존경한다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 생각까지 내 앞으로의 계획에 반영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해주십시오.”

“박태웅 상임이사, 그럼 이제 해외주식 투자 이야기를 좀 합시다.”

나는 이 순간 내가 가진 미래의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에어프랑스……!’

나는 에어프랑스 소속 항공기가 추락해서 막대한 인명 피해를 곧 입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미래에서 회귀했기 때문에?’

아니다.

내가 그 에어프랑스 항공사 비행기를 그것도 추락할 비행기를 탈 뻔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에게는 투자는 일상이시죠.”

“그렇죠. 그래서 저는 이제 프랑스 주식에 투자할까 합니다. 그리고 옵션 투자도 할까 합니다.”

“이번에는 어디를 분석하셨습니까?”

“에어프랑스 항공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공매도를 치십시오.”

사실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의 공매도 때문에 선량하고 힘없고 정보 없는 개인투자자들만 죽어난다.

‘검은 머리 외국인들!’

그 망할 것들이 그렇게 시쳇말로 해처먹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복수로 이러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 사고를 막으려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타인들에게 의심을 받아야 하니 타인의 눈물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런 기억이 없었으면 좋았을 것을!’

악어처럼 눈물을 흘리며 악어새를 씹어 먹는 나인 것이다.

“공매도 말씀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에어프랑스가 방만하게 경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을 보고 받았습니다.”

“예, 저도 그 보고서를 봤습니다. 회장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프랑스 종합 주가 지수 하락에 옵션 투자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이렇게 되면 아마도 20억 달러 정도의 단기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게 500억 달러의 투자를 요구했으니까.

거기다가 중국 장쩌민 주석에게 나는 20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러다가 언제 사하라 사막 녹지화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

궁극의 목표는 그것이니까.

“참, 로버트는 사업을 얼마나 진행하고 있습니까?”

“사하라 사막에서 생활하는 소수민족들의 땅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인접국가의 정치인들과도 친분을 다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10년 후쯤이면 시작할 수 있을까요?”

내 물음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나를 빤히 봤다.

“10년 후에 첫 삽을 뜰 수 있다면 빠른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가……!”

“조바심이 나십니까?”

“좀 그렇기도 하군요.”

“느린 소가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렇죠. 좋아요. 느린 소가 되어 봅시다. 추가적으로 보고할 사항이 있습니까?”

“8월 경에 현성그룹 회장님께서 3차로 소떼를 이끌고 방북하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그런 것까지 이제는 내게 알려오고 있는 현성그룹이다.

“잘됐습니다. 그때 나눔 종묘에서 개발한 슈퍼콘을 북한 농업상에게 전달하십시오.”

나눔 종묘는 각고의 노력 끝에 가뭄에 강한 슈퍼 옥수수 종자를 개발에 성공했고 이것은 내가 추진하고 있는 사하라 사막 녹지화 프로젝트의 하나의 과제를 해결한 의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슈퍼콘을 무상으로 북한에 지원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야죠. 굶주린 북한 주민도 우리의 동포입니다. 나눔 종자 수석 연구관께서 내게 하신 말로는 생산량이 1.8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2배 가까이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은 정말 판단되지 않는 분이십니다. 그 신품종 종자의 가치는 수조 원이 넘습니다. 그것을 포기하면서 왜 민간영리병원법은 포기하지 못하십니까?”

“제주도에 설립되기 때문입니다.”

“예?”

“지금은 거기까지만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으음……!”

“하여튼 슈퍼콘을 북한에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설립한 국제구호 기관을 통해서 북한에 비료와 농약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제는 정부보다 앞서서 내가 북한에 퍼주기를 해야 할 때다.

‘이것도 사업의 일부분이니까.’

1차 신의주경제특구 개발과 2차 연해주 경제특구 개발이 대한민국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를 끝냈고 사업 진행에 착수하기 직전이니까.

문제는 어쩔 수 없이 미국의 승인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내 아내가 있는 미국으로 다시 가야 한다. 그래서 사실 기쁘다.

‘은혜를 볼 수 있으니까.’

정말 회귀를 한 후에 결심한 것은 그저 졸부로 가정적인 사람으로 살고자 했다. 하지만 자기 인생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실행에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눔 종자에서 분기 연구 결과 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몇 개의 품종을 새롭게 개발했답니까?”

“이번에는 청양고추를 비롯한 양파, 그리고 딸기의 국내 품종 개발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잘 됐습니다. 로열티가 그만큼 덜 나가겠군요.”

“하지만 농업인들이 나눔 종묘가 개발한 신품종을 사용해서 농사를 지을지가 의문입니다.”

“익숙함 때문이겠죠.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니 그 익숙함에서 벗어나게 될 겁니다.”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부시의 미국 대선 캠프 부시 집무실.

백범이 예상한 그대로 또 부시에게 말해준 그대로 부시는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미국 대선 활동에 돌입한 상태다.

“그렇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내게 해명을 하기 위해서 오겠지.”

“예, 그럴 것입니다. 대한민국이나 백범 회장이 추진하는 그 많은 것들은 본국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말이야, 대한민국에서 항공모함이 필요할까?”

부시의 말에 부시의 선거보좌관이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예? 항공모함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래요, 어제 백범 회장에게 전화를 받았소.”

“아……!”

“내게 올 겁니다. 그리고 아마 백악관으로 갈 겁니다.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군.”

* * *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푸틴의 대통령 집무실.

백범과 모든 협약을 끝낸 푸틴 대통령은 은밀히 러시아 극동 함대 사령관을 호출했다.

“정말 그렇게 진행합니까?”

러시아 극동 함대 사령관은 푸틴의 지시를 받고 놀란 눈빛을 감추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렇게 진행하시오.”

“항공모함을 민간에 매각한 적은……”

“없지.”

눈빛이 변하는 푸틴 대통령이다.

“그렇습니다.”

“500억 달러를 투자받는 일이다.”

“대통령 각하, 그래도…….”

“여기까지 지시를 했는데도 그런 표정이니 내 추가 지시에는 기절을 하겠군.”

“예?”

“빈껍데기로 보내지 매각하지 말고 빈껍데기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매각해.”

“하지만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에게 항공모함 건조와 운영 기술을 이전하는 꼴이 됩니다.”

“이보시오, 사령관.”

“예, 대통령 각하.”

“우리의 러시아는 지금 무기와 지하자원밖에는 없소. 그것들이 러시아 국민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지는 못하오.”

“그렇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 함대 사령관을 불렀다.

“예, 대통령 각하.”

러시아 극동 함대 사령관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옆으로 다가갔다.

“너도 받았으면 받아먹은 만큼 토해야 하지 않아?”

눈빛이 서늘하게 변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각하……!”

“러시아에 설립된 태양 컴퍼니 현지 법인에게 받지 않았나?”

“그, 그것이…….”

기겁할 수밖에 없는 러시아 극동 함대 사령관이다.

“내 지시에 난색을 보이면 계속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해서 나중에 빠져나갈 구실을 만들지 말라는 소리야.”

“죄송합니다.”

“지시한 그래도 실시해. 그것을 넘긴 후에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또 백범 회장이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고 싶군. 그것이 감당이 된다면 더 큰 일을 같이 도모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묘한 눈빛으로 변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백범은 아마도……!’

백범이 어떤 것을 꿈꾸고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지 짐작이 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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