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2
252화 푸틴이 내게 준 선물? (4)
“그건 제가 감당을 해도 대한민국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신에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한반도의 번영 그리고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조와 양국의 무궁한 미래를 위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 지지해 주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한반도의 통일이라고 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한반도가 분단국가로 남지 않고 통일이 된다면 러시아는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일본을 압박하는 카드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어떤 측면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대한민국과 일본은 석유를 비롯한 각종 에너지를, 그리고 자원을 수입해서 공산품으로 전환해 판매하는 수출국입니다. 러시아에서 시작된 송유관과 가스관이 탱크와 전투기 이상의 효과를 유럽에서 거두고 계시지 않습니까?”
물론 지금까지는 가스관과 송유관을 잠그는 방식으로 압박 외교를 하고 있지는 않은 러시아다.
‘그에 반해!’
중국은 곧 희토류를 무기처럼 휘둘러서 일본 정부를 압박하면서 해양 영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그렇기도 하군요.”
“에너지가 무기 이상의 효과를 가졌다는 것은 이미 몇 차례의 오일 파동을 통해서 대한민국은 절실히 느꼈습니다. 만약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연해주 경제특구를 통해서 송유관을 설치하고 가스관을 땅속 설치해서 대한민국으로 직통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 후에 제가 경영하고 있는 태양 건설과 우도해양개발을 통해서 일본까지 심해 터널을 뚫고 가스와 원유를 공급한다면 러시아는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국가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으로의 한반도 통일을 지지해 달라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그리고 오랜 미래에도 저는 푸틴 대통령 각하의 지지를 소망합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저는 사업가입니다. 하지만 정치를 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확정된 것이 없으니까요.”
“예, 그렇습니다.”
“하여튼 좋은 이야기입니다. 백범 회장이 말한 그대로 조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내가 못 할 일은 없소. 강한 러시아. 강력한 러시아를 위해 오늘도 러시아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소.”
“예, 그렇게 보입니다.”
“하여튼 백범 회장을 잘 만난 것 같소. 그리고 백범 회장을 통해서 경제 발전을 더욱 이룩하는 러시아가 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입니다.”
이 순간 눈빛부터 달라지는 푸틴 대통령이다.
“예, 대통령 각하.”
“백범 회장께서는 에너지 자원에 대해서 지대한 관심을 가진 것 같소.”
“예,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이 대한민국이 자원 빈국이기에 더욱 욕심을 내는 것 같습니다.”
“백범 회장의 생각은 틀렸소.”
이 순간 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게 선물(?)을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탄하이드레이트!’
사실 그것에 대한 실체를 러시아가 대한민국 정부에 정보를 제공해 줬었다. 그래서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은 메탄하이드레이트에 대해 알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다.
“제가 틀렸습니까?”
“그렇소. 대한민국은 그리고 한반도는 절대 자원 빈국이 아니오. 아시는 것처럼 북한에는 막대한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소. 그것이 비록 경제성이 희박하다고는 하지만 채굴 기술은 발전할 것이니 멀지 않는 훗날에는 자원 부국의 위치에 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백범 회장도 북한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자원 때문에 두 경제특구를 대한민국이 주도해서 추진하려는 것이 아니오?”
“예, 사실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를 등에 업은 중국 투자 회사들이 북한 광산을 헐값에 가깝게 개발권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그것부터 막아야 했습니다. 북한의 자원은 오늘의 것이 아니라 훗날의 통일된 한반도의 후손들에게 줘야 하는 선물이니까요.”
“좋은 생각이오. 사실 러시아도 그 문제에 대해 고심하는 부분이 많소. 아시는 것처럼 지하자원과 에너지 자원은 무한하지 않소. 그래서 주머니에 든 사탕을 꺼내 먹듯 꺼내서 먹을 수만은 없는 일이오.”
“예. 그럴 것입니다. 현재는 달콤하지만 결국 그렇게 다 꺼내 먹다가는 주머니가 비게 되죠.”
“그렇소. 미국을 보면 그런 부분에서는 참 잘하고 있는 것 같소.”
미국은 자신의 영토에 있는 지하자원과 에너지는 거의 개발하지 않고 있다. 물론 셰일 오일이나 셰일가스 같은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채굴 비용이 막대하기에 수익성이 없어서 개발하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자기 영토의 자원을 적극적으로는 개발하지 않고 있다.
‘개발해도 알래스카 정도지.’
만약 미국이 본격적으로 에너지 자원의 개발에 착수한다면 또 다른 측면의 석유 파동이 발생할 것이고 그것은 중동국가와 다른 산유국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처럼!’
베네수엘라를 떠올랐다.
“하여튼 대한민국은 자신들이 무엇을 가졌는지 모르고 있소.”
“그렇습니까?”
나는 한없이 궁금하다는 눈빛을 보여야 한다.
‘선물을 주는 거니까.’
그리고 아무것도 몰랐다는 눈빛을 보여야 한다.
“내 말 잘 들으시오. 특별보좌관!”
“예, 대통령 각하.”
“기밀 서류.”
“예, 여기에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지시 때문에 그의 특별보좌관이 녹색의 서류철을 그에게 내밀었다.
* * *
“놀랍지 않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금 자신이 한없이 아끼는 아이에게 사탕을 주며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아버지의 눈빛이다.
“이, 이게 사실입니까?”
내가 생각해도 명연기다.
“그렇소. 지금까지 일본이 그렇게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한 이유가 다 이것 때문이오.”
“아, 그렇군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안타깝다?”
“예, 그렇습니다. 다른 나라는 이렇게 대한민국의 해양자원을 은밀히 조사하고 정보를 확보해 놓은 상태인데 대한민국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으니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이제 걸출한 백범 회장이 등장했으니 시작하면 되지 않겠소.”
“예, 정말 감사합니다.”
“조금 전에도 말한 것처럼 메탄하이드레이트는 미래의 에너지가 될 것이오. 천연가스의 200배에 해당하는 열량을 냅니다. 물론 러시아도 채굴 기술을 제대로 확보하지는 못했소. 그것이 안타까운 일이오.”
“러시아 자원 개발 연구소와 연합해서 메탄하이드레이트의 채굴 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해도 되겠습니까?”
“연구 협약?”
“예, 그렇습니다.”
“러시아에 나쁠 것은 없소.”
“감사합니다. 정말 한반도의 미래 후손들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 각하께 고마워 할 것입니다.
“하하하, 하하하!”
원래 독재자는 자신을 칭송해 주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사실 독재는 중독이다.’
한 번 맛을 보면 절대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것이다.
‘7광구 서북쪽 해양에는 더 많은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되어 있지.’
물론 이것은 내가 가진 미래의 기억에서 떠올린 정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한일 공동개발구역을 일본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각하.”
“말씀하시오.”
“일본의 쿠릴 열도 반환을 강력하게 요구해 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소. 하지만 나와 러시아는 신경을 쓰지 않소. 짖으면 짖는 그대로 그냥 둘 뿐이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놀랍게도 내게 일본을 개처럼 표현하고 있다.
‘이건……!’
나와 자신이 좀 더 가까워졌다고 그가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 현명하십니다. 강국인 러시아가 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해주경제개발특구에 더 많은 투자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참여도 꼭 필요합니다.”
“그래서요?”
푸틴 대통령이 나를 빤히 봤다.
“줄 듯 안 주는 겁니다. 회담은 언제든지 진행할 수 있고 실패로 끝날 수 있습니다. 분위기는 일본에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진행하다가 시간을 끄시는 겁니다.”
“하하하, 그런 음모를 꾸밀 줄도 아시오?”
“일본과 대한민국은 결국 해양 영토 문제로 다퉈야 합니다. 그러니 미울 수밖에 없습니다.”
“나도 일본이 밉소. 대한민국은 분단 상태라서 미국에 엎드릴 수밖에 없다지만 일본은 오로지 미국에만 굽실거리는 것이 싫소.”
러시아는 강대국이었다. 물론 지금도 강대국이지만 말이다.
“그렇습니다.”
“백범 회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소.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으니 걱정하지 마시오. 그리고 앞으로 일본과 영토분쟁이 발생했을 때 공식적으로는 지지할 수는 없지만 내가 백범 회장과 대한민국을 도울 것이오.”
“감사합니다.”
“사실 이만큼 러시아에 자본을 투자해 주겠다는 나라는 없었소. 물론 개인 사업가도 없었소. 재벌이 될 기회를 줬는데 영국 축구 구단이나 구입하는 러시아 재벌을 생각하면 화가 날 뿐이오.”
러시아의 재벌들은 거의 자원개발 회사를 통해서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옛 소련의 국영기업을 헐값으로 사서 민간기업으로 전환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물론 그 이익의 일부는 정치권으로 유입됐을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중에 정말 나중에 내 삶에서 여유를 찾게 된다면 나도 영국의 프로축구구단을 하나쯤은 인수하고 싶다.
“하여튼 시원시원하게 대화가 되니 좋소.”
“감사합니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 각하.”
“내게 더 부탁할 것이 있소?”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두 번째 선물을 받아내야 할 때다.
“뭡니까?”
“군용 폐선들은 어떻게 처리가 됩니까?”
물론 러시아의 최고 통수권자인 푸틴이 그것에 대해 세부적으로 알 턱은 없다.
“어떻게 되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바로 자신의 특별보좌관에게 물었다.
“최첨단 전자 장비와 무기들을 해체한 후에 분해해서 고철로 매각하거나 해체 과정을 생략하고 민간기업에 매각합니다.”
푸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이 바로 대답했고 그는 참 많은 것을 알고 준비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주 큰 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럴 것이오. 아하…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소.”
내 의도를 바로 알아차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저는 태양 해운이라는 해운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해운사는 대형 크루즈 관광 카지노 여행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대형 크루즈 관광에 대해서 식상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래서 항공모함 관광 프로그램을 준비할 계획입니다.”
대놓고 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으니 더는 부탁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실무자끼리 협의를 하시오.”
“예, 감사합니다.”
원하는 것을 다 얻어내는 순간이다.
‘물론 마음이 바뀔 수도 있겠지.’
그래도 출발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하여튼 이렇게 해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공직 접견은 모두 끝을 냈다.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는 절대!’
밖으로 유출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연해주 경제 특구 참여와 러시아에 대한 태양컴퍼니의 투자에 대해서만 발표가 될 것이다.
* * *
대통령궁 대통령 집무실.
푸틴은 창가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백범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대단한 투자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통령 각하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 그것이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상황이지.”
“예, 그렇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미국의 승인을 백범 회장이 얻어내느냐는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찾아올 사람이다.”
“예?”
“대한민국의 대통령, 아니, 통일한반도의 대통령이 되어 내게 오겠지.”
“아……!”
“백범 그는 야심가다.”
그와 동시에 푸틴은 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