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1
251화 푸틴이 내게 준 선물? (3)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대통령궁 접견장.
나는 회귀자다. 그래서 미래의 기억이 있기에 제법 노쇠한 노년의 푸틴 대통령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꽤 건장하고 다부진 눈빛을 가진 장년의 푸틴 대통령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는 러시아의 차르!’
러시아 공화국의 폭군이며 독재자가 탄생하는 순간이고 그에 의해서 수많은 음모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고 또 많은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존재라고 해도 내게 또 대한민국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선물을 가져다주는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께서는 나를 보자마자 놀란 눈빛이군요.”
그는 내게 바로 상남자처럼 악수를 청했고 나는 그에 상응하게 손을 내밀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토가 큰 나라의 대통령을 만나 뵙게 되어서 제가 감격했습니다.”
“영토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해서 그것이 축복은 아닐 겁니다.”
푸틴 대통령이 내게 무슨 말을 하는지 짐작이 된다.
‘국토의 균형 발전이 어렵지.’
거기다가 영토가 넓으면 소수민족들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소수민족들이 가진 각각의 언어들 때문에 중앙 통치가 쉽지 않다.
거기다가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영토가 넓다고 해도 쓸모없는 동토의 불모지가 상당하다. 물론 그 동토의 불모지들은 과학이 발전하면서 지하자원 개발 기술이 상승함에 따라 차가운 황금의 땅으로 변하고 있지만 말이다.
‘가스, 석유, 지하자원!’
그리고 방위산업 밖에는 러시아에 존재하는 것이 없다.
시쳇말로 모나미 볼펜에 들어가는 볼펜의 볼도 러시아에서는 못 만든다는 소리가 1990년대까지 있었을 정도니까.
그런데 웃긴 것은 그런 나라가 핵무기를 생산하고 우주 로켓을 발사에 성공하고 핵 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최첨단 전투기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러시아다.
‘아이러니의 극치지.’
물론 지금은 볼펜의 볼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차가운 황금의 땅에서는 땅의 기운을 가진 기체와 검은 석유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장되어 있지 않습니까? 사실 대한민국처럼 지하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신의 축복을 받은 러시아가 부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하하, 신의 축복이 내린 땅이라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나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러시아가 미국보다 영토도 넓고 지하자원도 대등할 정도로 보유하고 있지요. 하지만 단 하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영토가 큰 나라들을 꼽으라면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브라질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 나라 중에서 산업이 가장 발전한 나라는 미국이다. 그것은 미국 영토 내부에 거대한 강이 끝없이 뻗어 있기 때문이기에 가능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물류의 이동!’
근대에 접어들면서 공업화가 추진되면서 생산되는 물품들이 강줄기를 따라 이동하면서 경제와 산업이 발전한 것이다.
그와 함께 국민성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청교도의 나라!’
지금은 어쩔지 모르지만 청교도인들은 미국 개척 시기까지만 해도 모험 정신과 개척정신으로 절박하게 무장한 존재들이니까.
그에 반해 중국은 땅에 엎드려서 살아갔던 민족이고 인도는 카스트 제도 묶여 자기들만의 세상을 만든 나라다.
‘브라질은……!’
거대한 밀림과 빈부의 격차가 여전히 강성한 브라질로 성장하는 것을 막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러시아는 게으른 국민성과 혹독한 자연환경 그리고 잘못된 이념의 추구로 발전의 시기를 놓쳐서 과거 냉전 시대의 빅2에서 후퇴해 지금의 러시아가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활발하게 흐르는 강줄기였을 겁니다.”
내가 자기 생각을 짐작하자 놀란 눈빛을 보이는 푸틴 대통령이다.
“그렇소. 과거에는 그렇소. 그리고 지금은 대한민국이 가진 것이 우리에게는 없소.”
“열정 말입니까?”
“그렇소이다. 이겨내고자 하는 열정. 해내고자 하는 추진력 그것이 없소.”
“그것은 교육을 통해서 극복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하오. 자, 이제 몇 마디를 서로 나눠 친해졌으니 본론을 이야기합시다.”
성격 급한 푸틴 대통령이다.
‘내가 원하는 거지.’
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내 특별보좌관에게 백범 회장의 특별보좌관이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을 제안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소.”
“예, 그렇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미 아실 겁니다. 남북경제협력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러시아에서 적극적으로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에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말을 시작으로 나는 중국 장쩌민 주석에게 했던 말을 거의 똑같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설명해 줬고 그는 내가 설명을 할 동안 찬찬히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초기 독재자는 말하지 않고 들으려고 하지.’
그러다가 독재가 공고해지면 그때부터 자기의 뜻대로 말하기만 하게 된다.
* * *
“백범 회장.”
내 이야기를 다 들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담담한 눈빛으로 나를 불렀다.
“예, 푸틴 대통령 각하.”
“감당되시겠습니까?”
“미국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않소. 대한민국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혈맹이오.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나라이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이라면 그것에 대한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백범 회장이 미국 백악관과 정치인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경제협력입니다.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에 미국의 자본이 투입되지 않으면 성공적인 정착도 어렵습니다.”
“감당할 수 있다면 내가 백범 회장의 의지를 믿어 보겠소.”
“감사합니다. 푸틴 대통령 각하.”
“그렇다면 백범 회장께서는 그리고 태양 컴퍼니는 또 대한민국은 러시아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에 얼마만큼이나 투자하실 수 있습니까?”
모든 일은 대부분 자본의 힘으로 결정을 만들 수 있다.
“푸틴 대통령 각하, 얼마의 투자를 원하십니까?”
이제는 공격적인 방법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얼마든지 우리가 요구하는 그대로 투자할 자신이 있다는 말씀이오?”
“연해주 경제특구는 동북아시아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또한, 신의주경제특구와 함께 상승효과를 낼 것이고 러시아의 첨단 공업화를 선도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러시아에 닥친 실업률을 상당 부분 극복하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는 심각한 실업난을 겪고 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러시아 남자는 게으른 주정뱅이고 러시아 여자들은 거울만 보는 사치스러운 여자들이다.
사실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여자들은 나중에 유럽이나 미국으로 국제결혼을 하게 되고 그 나라의 이혼율을 상당하게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술을 많이 소비하는 민족이고 또 모든 일에 있어 술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 불륜도 가장 많은 나라다.
‘물론 러시아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그리고 대한민국처럼 즐길 것이 없고 또 혹한의 날씨이기에 술로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남녀의 관계가 아주 쉽게 가까워지는 것이다.
거기다가 러시아만큼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도 사실 없다.
“그렇게 말하니 내 솔직하게 말하겠소. 공산주의 세상에서 살았던 국민이 여전히 많기에 그들은 게으를 수밖에 없소. 그래서 실업률이 높소.”
“일자리가 없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연해주 경제특구에 노동집약적인 산업들을 육성하겠습니다. 특히 대규모의 조선소를 건설하겠습니다.”
“조선소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푸틴 대통령 각하께서도 아시겠지만, 군용 함선을 제외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 조선 업계에서 두각을 보이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소. 하지만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직 하시지 않았소.”
투자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액수를 내게 말하라고 강요하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저는 이미 대답을 드렸습니다.”
“대답했다고요?”
“얼마든지, 얼마면 되겠습니까? 얼마면 제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각하와 손을 잡고 러시아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겠습니다.”
대답하는 것보다 되받아치는 것이 좋다.
“하하하, 하하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말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 나를 다시 봤다.
“백범 회장은 남자군요.”
“대통령 각하만큼이야 하겠습니까.”
아부다.
일이 수월하게 진행이 될수록 아부는 지속해서 해야 하는 법이다.
“좋소. 내 경제보좌관이 백범 회장에게 50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아내야 한다고 했소. 가능하시겠소.”
500억 달러란다.
‘300억 달러가 오버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은 내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얼마나 연해주 경제특구를 갈망하는지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가능하시겠소?”
“가능합니다. 단!”
“단서 조건이 있으시오?”
“예, 그렇습니다. 제가 세계 자본을 유입해서라도 러시아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습니다. 그 대신에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발칸반도 해양자원 개발권과 시베리아 유전 및 가스 지하자원 개발권을 허락해 주십시오.”
“허허허……!”
다소 의외라는 눈빛을 보이며 웃는 푸틴 대통령이다.
“그와 함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북쪽에 있는 러시아의 해상 영토에 대한 자원 개발권도 주십시오.”
“내가 엄청난 요구를 한 것처럼 백범 회장도 내게 상상을 초월하는 요구를 하는군요.”
“그것만 승인해 주신다면 러시아에는 해외 투자금으로 넘쳐날 겁니다. 최소 1000억 달러 최대 5000억 달러까지 투자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본국의 투자 기업도 못 한 것을 백범 회장이 하실 수 있다고 내게 말하는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가 가진 투자 전문 회사인 태양 컴퍼니는 미국 국적 기업입니다. 그러니 미국은 제가 경영하는 투자 기업에 신용할 것입니다.”
사실 러시아는 자본을 투자받고 시쳇말로 배를 째라는 경우가 많았었다.
‘대한민국도 한 번 당했고.’
구소련 붕괴와 함께 대한민국은 상당 금액의 차관을 현금으로 받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무기로 받아야 했다.
“좋소이다. 어려운 결정이지만 내가 결단을 내리겠소. 그 대신에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이 실패로 돌아가도 유입된 자금은 러시아 국내에서 투자되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연해주 경제특구는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
“나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소.”
“그리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각하.”
“말씀하시오.”
“투자될 500억 달러 중 100억 달러는 유상 차관의 형태로 진행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유상 차관의 형태라고 했소?”
놀랄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액수의 뇌물이라면 뇌물이지.’
그리고 기업이 국가에 차관을 제공하는 두 번째 사례가 될 것이다.
‘이미 베트남에서 실행해 봤지.’
그리고 베트남은 지금 10개의 경제특구 도시를 건설하면서 태양 그룹에 속해 있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생산 공장을 이전할 수 있게 준비의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으음……!”
눈빛부터 달라지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그와 함께 만약 차관을 갚지 못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체재로 지급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대체재라고 했소?”
대체재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푸틴 대통령이다.
“예, 그렇습니다.”
“대체재에 무엇이 있을까요?”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것들 중의 하나가 될 겁니다.”
“자원?”
“러시아의 지하자원은 제가 책임지고 개발에 성공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과거에도 러시아는 한 번 해본 일입니다.”
이 정도면 눈치를 챌 것이다.
“아……!”
그저 놀랍다는 눈빛이다.
“비행기도 좋고, 배도 좋습니다. 잠수함도 좋습니다. 물론 아주 큰 배면 더욱 좋습니다.”
항공모함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대한민국은 백범 회장을 통해서 부국도 이루고 강병도 하실 모양입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왜, 우주로 날아가는 발사체는 필요하지 않습니까?”
나보다 더 공격적으로 나오는 푸틴 대통령이다.
‘농담 같은 진담!’
푸틴 대통령은 나를 빤히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