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49화 (249/415)

# 249

249화 푸틴이 내게 준 선물? (1)

러시아 모스크바 대통령궁 푸틴 집무실.

“이틀 안에 러시아와 대한민국의 경제협력을 위한 공식적인 회담을 하라고 강요했단 말이지?”

특별 보좌관의 말에 푸틴 대통령은 복잡 미묘한 눈빛을 보였다.

‘백범이 괘씸하군.’

푸틴으로서는 백범이 달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은 상태에서 그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만들어 준 것도 백범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결정하시면 북경에서 바로 모스크바로 이동한다고 했습니다.”

“정말 바쁜 사람이군. 가족을 볼 시간도 없겠어.”

“야망이 큰 사람입니다.”

“야망? 그의 야망이 나보다 클까? 허허허!”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찌 감히 대통령 각하께서 구상하시는 계획보다 클 수 있겠습니까?”

“그래야지, 과거 10년 전만 해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상태에서 냉전의 시대를 만든 강국이었다.”

“예, 그렇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1990년까지만 해도 소련은 미국과 함께 냉전의 시대를 이끌던 공산주의 국가의 기둥이었다. 하지만 체제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공산주의의 맹점이 그대로 드러났고 개방의 시대가 열리면서 구소련은 빠르게 붕괴가 됐다.

그와 함께 러시아는 경제가 붕괴가 됐기에 이제는 군사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는 미국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국가로 전락했다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내가 꿈꾸는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영토를 보유한 국가다. 그와 함께 가장 많은 지하자원을 가진 국가이기도 하다.”

“예, 그렇습니다.”

만약 러시아에서 그 많은 지하자원이 없었다면 러시아의 경제는 더욱 빠르게 붕괴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다시 생각해 보면 러시아는 지하자원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 망할 놈의 개방 시대에 경제가 붕괴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러시아는 더욱더 풍요로웠을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지하자원에 대한 수출과 함께 공산품의 수출 증대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렇지, 이런 상태인데 세계적인 투자가가 내게 오고 있다. 하하하!”

“예, 그렇습니다.”

“연해주 경제특구라고 했나?”

“예, 북한과 연결해서 블라디보스토크를 개발하는 경제특구입니다. 그 경제특구가 성사된다면 러시아 경제 발전에 큰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백범 회장을 만나야지. 내가 공식적으로 그를 만나겠다.”

대한민국 외교 역사에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는 순간이고 러시아로서도 러시아의 대통령이 계획에 없던 일정을 실행하는 초유의 상황이 만들어졌다.

“백범 회장이 원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희석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경제 고립 상태이고 그에 따라 북한이 보유한 천연자원 광산들이 헐값에 중국 기업에 넘어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목적은 그 천연자원 광산들의 개발권을 백범 회장이 확보하는 것이군.”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백범 회장은 현재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부시 후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와 부시의 사이에서 줄타기하겠다는 건가?”

“그런 측면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백범 회장은 뛰어난 사업가이면서 도박적인 상황을 만들어내는 과감한 투자 전문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백범 회장이 대통령 각하와 러시아에 원하는 것은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 사업권과 개발된 가스전을 북한을 통해서 대한민국에 공급받기를 원할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몹시 어려운 문제를 사업적으로 너무 쉽게 생각을 하는군.”

이 순간 푸틴은 백범이 생각만 앞서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은 그리 쉬운 상태가 아닌데 말이야……!’

사실 지금까지 북한은 절벽 끝 외교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가져야 할 것들을 다 가져간 경우가 아주 많았다. 그리고 그것은 러시아의 통치자들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 분명했다.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두 경제특구가 건설된다면 북한은 최종적으로 핵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는 거겠지?”

“예, 그럴 것입니다. 그와 함께 미국을 압박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도 착수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훼방을 놓겠군.”

“아마도 백범 회장은 미국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자신들을 향해 날아드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겠다는 북한을 그냥 둘지 의문이군.”

“그것은 차후의 문제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본국과 연결된 북한 고위층이 핫라인을 통해서 인공위성 개발 및 추진체 관련 과학자들을 요청했습니다.”

“허허허, 진짜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착수할 모양이군.”

“예, 그럴 것 같습니다. 아마도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정보가 미국 정보기관에 흘러 들어간다면 연해주 경제특구와 신의주 경제특구는 백지화가 될 가능성이 클 겁니다.”

“그래서 자네의 결론은?”

“연해주 경제특구 개발에 동의하시면서 단서조항을 조약에 삽입하시는 겁니다. 연해주 경제특구개발이 백지화되어도 투입된 자금은 회수할 수 없고 본국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못을 박으셔야 합니다.”

“아주 완벽히 기발한 생각이다.”

미소를 보이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다.

“감사합니다.”

“얼마 정도의 투자 자금을 요구해야 할까?”

“300억 달러 이상입니다. 그와 함께 시베리아 유전 및 가스전 개발 사업권을 백범 회장이 요구한다면 추가로 200억 달러의 투자를 요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라?”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본이 확보되면?”

“대한민국 경제는 수출 위주의 경제로 중공업과 경공업이 균형 있게 발전한 상태입니다.”

“그렇지, 인공위성 발사체도 개발하지 못하는 나라지만 경공업 공산품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

그에 반해 러시아는 무기 산업은 미국의 방산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경공업 개발을 통해서 러시아국민들의 생필품부터 생산해 낸다면 외화 유출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한다면?”

“초코파이와 탱크를 바꾸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절에는 대한민국이 생산한 초코파이가 러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고 대한민국 하면 초코파이부터 떠올리는 러시아인이었다.

“표현이 어처구니가 없지만, 우리에게 딱 맞는 표현이군.”

“예, 과거에도 대한민국에 빌린 차관을 무기로 지급했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랬었지.”

“그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 모레면 내가 백범을 만나는군.”

“예, 박태웅 태양 컴퍼니 상임이사에게 통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과연 백범 회장이 미국을 설득할 수 있을까? 으흐흐!”

* * *

모스크바로 향하는 전세기 안.

나는 중국 장쩌민 주석과 공식적인 특사 회담을 끝낸 후 하루가 지났고 이렇게 푸틴을 만나기 위해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전세기군……!’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이제 북경을 떠나서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그에 따라 청와대는 내게 전세기를 제공해줬다.

‘대통령 전용기가 없군.’

내가 추진하는 사업들이 차곡차곡 현실화되고 있고 청와대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니 대한민국으로 귀국 후에 대통령 전용기를 기부해야겠다.

“중국은 동의했고……!”

나는 창밖을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제 남은 것은 러시아와 미국이다.

‘거기다가……!’

일본도 있다.

물론 일본은 어쩔 수 없이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은 남북이 협력하고 통일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은 곧 정신이 없을 테니까……!’

신의주 경제특구와 연해주 경제특구개발을 통해서 북한은 당연히 막대한 자금이 유입될 것이고 그 자금은 보란 듯 핵 개발을 위해 쓰일 것이다. 또한, 내가 알고 있는 것처럼 인공위성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발사체 개발에 착수할 것이다.

‘몇 년을 내가 앞당기는 거겠지.’

북한의 핵 개발의 마무리도 그렇고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도 내 사업 추진 때문에 그 시기를 앞당겨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과 북한의 미래가 바뀌고 있는 것이기에 그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가 바뀌게 되니 동북아시아의 미래도 바뀌게 될 것이다.

‘911 테러 때문에!’

미국은 아마도 북한에 신경을 쓸 상황이 못 될 것이고 오직 중동에만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그 틈을 이용해서 나는 미국의 동의를 끌어낼 생각이다.

‘거기다가 일본은!’

이번 연해주 경제특구개발 사업에 반드시 참여해서 러시아의 환심을 사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 연해주 경제특구개발 사업에 대해 쌍심지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쿠릴 열도 반환 문제를 거기서부터 다시 풀어내려고 하겠지.’

이 모든 상황까지 내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

결국, 내게 푸틴에게 요구할 것은 주는 척하면서 안 주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에 따라 일본을 더욱 조바심이 나게 만드는 것이다.

‘플러스알파로!’

그와 함께 러시아 항공모함까지 살 수 있다면 최고일 것이다.

* * *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백범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권 특사 자격으로 중국 주석과의 공식회담을 끝내고 러시아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일본 총리의 특별 보좌관은 총리에게 보고했다.

“그렇다면……?”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에 대한 중국의 동의를 끌어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과 북한이 경제적으로 협력하게 되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에 따라 한반도의 통일이 조금은 앞당겨질 수도 있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누구 마음대로!”

일본 총리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반도의 통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통일이 된다고 해도 2028년 이후여야 한다. 그래야 한일 공동개발구역이 완벽하게 본국의 해양 영토가 된다.”

그 어떤 국가보다 대한민국이 통일되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이고,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대한민국은 일본의 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두 경제특구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연해주 경제특구에 대한 자본 투자를 통해서 센카쿠 열도 반환 문제를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 좋을 판단 됩니다.”

“연해주 경제특구를 통해서 러시아의 환심을 사라?”

“예, 그렇습니다. 현재 강경파인 푸틴이 집권한 상태이기에 고토 반환 문제가 난국에 봉착했지만, 본의 아니게 백범이 그 돌파구를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달갑지 않지.”

“예, 그렇습니다.”

“알겠네, 돌파구겠지.”

자신들이 만들어낸 상황이 아니기에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본 총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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