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7
247화 주석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4)
오전 10시, 중국 북경주재 대사관 대사 집무실.
“백범 회장님 중국은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북경주재 대사관의 총수인 대사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는 것을 통보받은 상태고 대한민국 청와대는 대통령 각하의 지시 때문에 청와대 경호실 과장과 경호원들을 내게로 급파해줬다.
그리고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 경호실 직원들 역시 나의 안전을 위해 이곳에 도착한 상태다.
“무슨 의미인지 잘 알겠습니다.”
“항상 떼를 쓰죠. 그리고 안 되면 화를 내고 계획된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취소를 합니다. 아마 중국이 앞으로 더 큰 힘을 가지게 되면 더 심해질 겁니다.”
대사께서는 중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죠.”
“사회주의국가인데 경제 발전을 위해 천박한 자본주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국민의식보다 경제력이 더 빠르게 상승하다 보니 돈이 전부가 되고 개인주의가 만연해진 상태입니다.”
중국은 몸집만 어른처럼 커진 다섯 살짜리 아이와 같다는 말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항상 당한 일에 앙심을 품고 꼭 복수합니다. 지금 대통령 각하의 지시에 따라 준비하시는 모든 일은 중국 정부에게는 압박이 될 것이고 그와 함께 나중에는 보복 대상이 될 겁니다.”
나는 이 순간 미래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사드!’
중국 정부는 대한민국 영토에 미군이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미국에 항의하지 않고 자신들의 눈치를 보는 대한민국에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끝도 없는 보복을 이어왔다.
정부가 그런 태도를 보이니 성난 중국 국민은 덩달아서 혐한 감정이 치솟았다.
‘어린 망나니 같은 것들이지!’
그저 국수주의적 발생에서 중국 공산당이 원하는 그대로 선동되는 중국 국민이고, 이것은 경제가 성장한 만큼 국민의식이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생명 경시 사상이 팽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훗날의 보복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제가 북경에 와서 대사 업무를 보면서 절실히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중국인은 은혜는 갚지 않아도 복수는 반드시 한다는 겁니다. 오늘의 압박감이 훗날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의 복수로 이어질 겁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어린아이는 살살 달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럼 더 기고만장해지죠. 물론 대한민국 정부는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어느 순간부터 수출이나 수입 부분에서 미국을 빠르게 추월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인접국이라면 인접국일 수 있다.
“하지만 계속 그런 어리광을 들어주면 배려가 권리인 줄 압니다. 그리고 저는 사업을 위해서 왔습니다. 그래서 저들에게 제안할 것이고 저들은 선택하면 됩니다.”
“그 선택이 강요받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원래 세상일은 다 선택이지 않습니까.”
나는 대사에게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호는 청와대 경호실에서 담당하겠습니다.”
경호실 과장이 내게 정중하게 말했다.
“대사관 무관도 동행할 것입니다.”
대사관 무관은 법적으로 외국에서 무장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까지 대통령 각하께서 신경을 써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모레가 되면 공식적인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6자 회담 당사국들은 깊은 관심을 보인다.
또한, 세계 각국도 이제야 남북이 평화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 같다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내가 아는 한반도의 미래는 이틀 후에 있을 정상회담은 그저 두 정상이 서로의 업적 쌓기에 불과한 기획 행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그리고 목함지뢰 도발까지 북한은 항상 그랬던 화전 양면전술을 지속해 왔다. 하지만 대통령 각하가 추진하는 햇볕 정책 때문에 그 사실들이 부각이 되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참 많다.
그러니 내가 그런 것들을 모두 바꿀 참이다.
‘이미 대한민국의 역사는 바뀌고 있으니까.’
딱 1년 만에 IMF 외환 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는 것부터 대한민국의 역사는 변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함께 내가 북한을 사전 방문했고 김정일에게 결심을 얻어냈다는 것부터 달라진 것이다.
‘원래는 신의주 경제특구는……!’
실패로 돌아간다. 하지만 나는 그 실패를 성공으로 바꿔 놓을 생각이고 그것이 바뀐다면 한반도의 미래는 나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제 결전이라면 결전이군요. 갑시다.”
나는 당당하게 말하며 대사 집무실을 나왔다.
* * *
북경 주석궁 장쩌민 주석의 집무실.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 주석궁에 방문했고 장쩌민 주석은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소리장도겠지.’
중국인들은 항상 앞에서는 웃고 뒤에서는 음모를 꾸민다.
협의와 신의를 강조하면서도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아는 중국이다.
“북조선에 다녀오신 일 때문에 본국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게 됐습니다.”
“예, 저는 대통령 각하의 특사 자격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실무자의 자격으로 방북했습니다.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결심도 받았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결심했단 말이군요.”
“예, 그래서 제가 장쩌민 주석 각하를 접견하고 있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장쩌민 주석이다.
‘이미 대세는 내 쪽이다.’
그리고 1차 신의주 경제 특구는 추진될 것이다.
“나도 보고를 받았소. 동북아시아의 평화적 안정을 위해 또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경제협력부터 추진하신다는 것에 대해 놀라울 뿐입니다.”
“예, 합의를 이끌어낸 상태입니다. 하지만 대국이면서 인접국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과 동시에 수교가 되어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이 남북경제협력의 가교 구실을 해주시지 않는다면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가교 역할이라고 했습니까?”
“남북경제협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신의주 경제특구의 지속적인 가동을 위해서는 중재자 이상의 조력자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특히 북조선으로서는 더욱 그럴 겁니다.”
물론 이것은 대한민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에 중국 정부도 참여하고 중국의 민간기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중국 정부의 참여라?”
이미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태이면서도 내게 물음표를 던지는 장쩌민 주석이다.
“예,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다면 신의주 경제특구는 의미가 없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제가 구상하고 있는 신의주 경제특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경제 부흥과 함께 동북 삼성 지역에 대한 공업화 추진입니다.”
“동북 삼성의 공업화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이나 다른 국가의 기업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위해서 중국에 진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의 경우 중국 남부 지역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이행하고 있는 상태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입지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중국 남부 지역에 특구 공단을 건설하는 것이 좋지만 중요한 것은 남북경제협력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동북 삼성의 발전까지 도모하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토와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토 내에 있는 신의주 경제특구를 건설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중국 정부의 태도에서도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난제를 일부분 해결하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하여튼 나는 확실히 말은 잘한다.
“그렇기도 합니다.”
“신의주 경제특구가 건설된다면 동북 삼성 최대의 공업지구가 건설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동북 삼성 지역의 건설 경기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 국가 성장률까지 상승할 것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중국으로서는 이로운 일이 분명했다.
‘단지……!’
중국 정부가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종속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면 골치가 아픈 일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주석 각하께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에 동참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가로 얻을 것은 무엇입니까? 신의주 경제특구가 남북만이 협력해서 추진된다고 해도 그 공업지구에서 생산되는 공산품들의 상당량은 중국에서 소비가 될 겁니다. 그러니 인근 지역이 발전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플러스알파를 원하는 중국인 것이다.
“저는 대통령 각하의 특사 자격으로 전권을 이임 받고 왔습니다.”
“그래서 묻는 겁니다.”
“현 정부가 정권을 유지할 동안 중국이 대한민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와 그 어떤 모든 문제로 마찰을 빚게 될 때 중립을 지킬 것을 약속드립니다.”
“중립?”
“그렇습니다.”
내 대답에 묘한 미소를 보이는 중국 주석이다.
“그 존재가 미국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물론입니다. 아마 앞으로 중국 정부가 경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면 군사력을 증강할 것입니다. 또한, 그와 함께 미국은 강한 중국을 견제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이 순간 군사적인 문제를 꺼냈다.
“으음……!”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휴전 상태입니다. 이 상황을 이용해 미국은 미군 주둔지역에 최첨단 방어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고 할 겁니다.”
내 말에 장쩌민 주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으음……!”
“미사일 기지가 대한민국 영토 내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기지에 설치가 된다는 것은 미군이 가진 최첨단 레이더 장비가 중국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제는 협박이다.
“그럴 수도 있겠군요.”
사드에서 배운 것을 이렇게 이용하고 있는 순간이다.
“그렇게 된다면 동북 삼성을 비롯한 중국 해안지역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기지가 발각될 것이고 중국은 자주국방의 치명타를 입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친미보다는 친중입니다.”
“그래요?”
장쩌민 주식이 요상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제 조부께서 20년 동안 중국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하셨습니다. 그때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제가 판단하기에 앞으로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중국 장쩌민 주석이다.
“그렇다면 가까운 이웃과 더 가까이 지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소. 그 생각은 나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서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천명하게 된다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남북경제협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연해주 경제특구를 추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으음……!”
“경제특구에서 생산되는 공산품들을 판매할 수 있는 주요 시장을 확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백범 회장.”
나를 보는 장쩌민 주석의 눈빛이 달라졌다.
“예, 주석 각하.”
“백범 회장께서는 두 지역에 동시에 경제특구를 건설하실 생각이 아닙니까? 우리에게 와서는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다고 말하고 또 러시아에 가서는 중국과 협력할 수 있으니 승인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닙니까?”
“강요는 아닙니다. 강력한 요청입니다.”
나는 중국 장쩌민 주석을 뚫어지게 봤다.
‘군사문제까지 거론했으니 거부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순간 장쩌민 중국 주석 역시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앞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정착을 위해서 남북이 협력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또한, 경제 협력까지 이뤄내는 것 역시 환영합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이야기하는 중국 주석이다.
“그렇기에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에 중국 정부도 또 중국 기업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소.”
“감사합니다. 주석 각하.”
나는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