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46화 (246/415)

# 246

246화 주석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3)

중국 주재 북경 대사관에서 마련해준 호텔

대사가 준비해준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박태웅 상임이사와 통화 중이다.

‘중국 정보기관이 이미 확인을 했겠지…….’

국제 외교는 정치력 이전에 첩보와 정보 수집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통치자들은 내 계획에 자신들이 휘둘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상태일 터라 나에 관한 정보 수집에 혈안이 되어 있을 것이다.

“러시아 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도청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면 중국 첩보 기관은 내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내가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하는 말만 듣겠지만 말이다.

‘흘릴 것은 흘린다.’

이렇게 모든 면에 신경을 써야 한다.

-신임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의 특별보좌관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에 접견을 요청했습니다.

“이틀 후에 접견을 요청했다고요? 그것도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를 요구했다고 하셨습니까?”

나는 도청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 첩보 요원들이 정보를 수집하기 쉽게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하하, 푸틴 대통령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요.”

-회장님, 살짝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내가 오버하는 투로 되물으니 내게 묻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흥분할 일이죠, 푸틴 대통령이 나를 만나 준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겁니다. 미국 진출 이후에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상태에서 남북경제협력을 통해 대북사업도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러시아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예전과는……. 아, 그러시군요.

이제야 감을 잡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하하하, 양손에 떡을 쥐었습니다. 문제는 두 국가에 동시에 투자할 자금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그 두 나라라 어떤 조건을 제게 제시하는지 들어보고 최종 결정을 내려야겠습니다.

이것은 중국 주석에게 압박카드로 쓰일 것이다.

-모든 면에서 회장님은 치밀하십니다.

“원래 사업은 그런 겁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버릴 수밖에 없죠. 하지만 우리는 그런 내색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야 더 많은 것을 받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박태웅 이사.”

-예, 회장님.”

“내몽골 지역의 고비사막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전략 기획실에서 분석하라고 하십시오. 그리고 분석이 끝나면 제게 보고하실 준비를 하십시오.”

-고비사막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그 넓은 사막이 우리에게 풍요를 가져다줄 수도 있을 겁니다.”

사하라 사막의 녹지화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예행연습은 필요할 것이다. 그와 함께 내가 중국에 줄 수 있는 선물도 준비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또 막대한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다.

-예, 알겠습니다. 고비사막에 대한 모든 정보를 입수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이틀 후에 봅시다.”

-예, 회장님.

뚝!

나는 전화를 끊었다.

“하하하, 푸틴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그래, 중국과 대화가 안 되면 러시아와 대화를 해야겠지. 세상은 넓고 내가 상대할 나라는 많으니까. 하하하!”

중국 첩보기관이 들으라는 듯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들었겠지.’

이제 나는 내일만 기다리면 된다.

* * *

북경 주석궁 장쩌민 주석의 특별보좌관 사무실.

[하하하, 푸틴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그래, 중국과 대화가 안 되면 러시아와 대화를 해야겠지. 세상은 넓고 내가 상대할 나라는 많으니까. 하하하!]

“여기까지가 백범이 러시아에 있는 박태웅 상임이사라는 자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백범이 예상한 그대로 중국 첩보기관은 백범을 도청하고 있었다.

“엄청난 비밀을 너무 쉽게 말하는군.”

“도청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첩보기관의 조장이 특별보좌관에게 말했고 장쩌민의 특별보좌관은 인상을 찡그렸다.

“백범은 멍청하지 않아, 아니 치밀하고 대담한 성격이다.”

“아……!”

“우리에게 들으라고 이런 소리를 한 거야. 그리고 압박을 받으라고 이러는 거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수긍하는 첩보기관의 조장이었다.

“그런데 고비사막? 왜 고비사막을 거론하지?”

고비사막은 몽골공화국과 중화인민공화국에 포함된 거대한 사막이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들으라고 흘린 이야기인데…….”

특별보좌관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백범의 의도를 유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업가다……. 그리고 상상이 안 되는 발상을 가진 사업가지.’

장쩌민의 특별보좌관은 이 순간 지금까지 백범이 어떤 사업을 진행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즉시, 백범 회장이 추진했던 모든 사업에 관해 확인해서 보고하도록 태양 그룹 및 태양 컴퍼니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사업에 관해 확인해.”

“예,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확인해 보라는 것은 확인해 봤나?”

순간 장쩌민 특별보좌관의 눈빛이 변했다.

“백범 조부에 대한 과거 행적 말씀입니까?”

“그래.”

“확인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이었고 김구 주석의 측근이었다는 것밖에는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야, 그건 인터넷만 뒤져도 확인할 수 있는 정보야.”

“죄송합니다.”

“특별한 것을 알아내서 가지고 오란 말이야. 백범 그자의 조부가 20년 동안 중국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했어. 그럼 뭐가 있어도 있어야 한단 말이야.”

장쩌민의 특별보좌관은 다른 쪽으로 백범을 압박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상으로 많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특별한 것은 확인하지 못한 상태지만 1945년 갑작스럽게 러시아로 이동했고 그 후 행방불명됐다는 것은 확인한 상태입니다.”

“1945년이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그럼 일본 패망 직전인데?”

“예, 그 시기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명 진공 작전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진공 작전?”

“미국 전략사무국의 공식 명칭은 독수리 작전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독수리 작전은 1945년에 시행하려고 했던 서울 진공 작전의 공식 명칭이고 그때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8월 18일에 미국군의 도움을 받아 수도 서울을 탈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상태였다.

당시 미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휘하에 있는 광복군에게 전투기와 잠수함 그리고 공수 부대를 지원해 주기로 계획했었다. 하지만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함으로써 스스로 독립을 쟁취할 기회를 잃고 말았다.

“미국과 연계된 작전인데 왜 김구의 최측근이 러시아에 갔을까?”

특별보좌관은 의구심이 가득한 눈빛을 보였다.

“백범의 조부가 공산주의자였을 수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김구는 민족주의자다. 그것은 나도 알고 있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중국 정보기관 조장의 되물음에 특별보좌관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지금 자네에게 궁금할 사항인가?”

특별보좌관의 아내가 조선족 출신이고 그녀의 조부가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모택동과 함께 대장정을 수행했다는 것은 후광이 될 수도 있지만, 대한민국과 연결된 일에서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특별보좌관이었다.

“죄송합니다.”

“백범 그자의 조부가 러시아로 갔단 말이지? 왜, 왜, 그리고 왜 그곳에서 행방불명이 됐을까?”

이 부분이 백범을 압박할 수 있는 핵심이라는 생각이 드는 특별보좌관이었다.

“최대한 빨리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젠장, 우리에게 시간이 너무 부족해……!”

장쩌민의 특별보좌관은 인상을 찡그렸다.

* * *

다음 날 아침, 북경 중국 주석의 집무실.

“백범의 조부 백연우가 독립운동가 출신이란 말이지?”

장쩌민 주석이 이른 아침에 급히 찾아와 자신에게 백범의 개인사에 대해 말하고 있는 특별보좌관에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는 20년 넘게 중국에서 항일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 출신입니다. 그에 따라 백범 회장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하기 위해 그의 조부의 행적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오늘 점심에 만나기로 되어 있지 않나?”

“예, 그리 예정되어 있습니다.”

“백범이라는 자를 압박할 카드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시간이 너무 없는 것 같군.”

“하지만 차후에도 압박카드로 쓰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1945년에 임시정부 요인이었던 백범의 조부가 갑작스럽게 러시아로 이동했다가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행방불명?”

“예, 그렇습니다. 확인해 본 결과 사망처리가 되어 대한민국 독립유공자 묘역에 안장이 된 상태입니다.”

“시체도 찾지 못했는데 안장이 됐다?”

“예, 그렇습니다. 이상한 점은 지금까지 소련과 연결된 공산주의자나 조선에서 활동했던 공산주의자들은 대한민국 국가유공자의 자격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국가유공자다? 자네는 백범 회장의 조부가 공산주의자라고 생각을 하나?”

“그럴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때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미국이 함께 서울 진격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시기였습니다.”

“그 정보를 가지고 백범의 조부가 소련으로 갔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만약 그렇다면 압박카드로 충분히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생각을 하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인 김구가 미국과 함께 소련에서 활동하는 공산주의자로 구성된 조선인들을 그 서울 진격 작전에 합류시키려고 보낼 것일 수도 있지 않나?”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확인해 본 것 중에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수립 초기부터 민족주의자와 공산주의자, 그리고 민주주의자들이 파벌 싸움이 치열했다는 겁니다.”

“그 시기에는 다 그랬을 거야, 우리도 국공합작을 했다가 몇 번이고 깨지지 않았나?”

“여기서 제가 확인해 본 것으로는 그 시기에 팔로군 출신 조선족들이 상당한 동요가 있었다고 합니다.”

팔로군에는 조선족 출신 병사들이 상당했고 그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을 조선의 후예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대한민국 독립에 열성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한반도 전쟁에서 투입된 팔로군 소속 조선족 병사들의 수가 15만이었습니다.”

“소모에 가까웠지.”

장쩌민 주석의 말에 특별보좌관은 인상을 찡그렸다.

“15만에 육박하는 조선족 출신 팔로군 병사들은 우리에게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지. 또한 그 당시 북조선이 한반도 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태안 토러 후환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었다고 알고 있다. 거기다가 사실 북조선이 미군에게 완전히 점령당하면 중화인민공화국도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었을 터.”

미군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계속적인 진군을 감행하면서 한국전쟁은 대한민국과 연합군의 승리로 끝이 나는 듯 보였다.

그때 대만으로 도망친 장개석은 그것을 기회로 생각하고 미군과 연합군, 그리고 한국군이 중국으로 진격해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백악관에 요청한 바 있다.

그에 따라 위협을 느낀 모택동은 한국전쟁에 중공군 투입을 결정했다.

“역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그때 15만이나 되는 조선족 병사들이 서울 진공 작전에 투입됐다면 동북아시아의 역사는 변했을 겁니다. 그리고 일본이 일주일만 더 버텼다면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스스로 독립을 쟁취했을 겁니다.”

“그래,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현재가 중요하다.”

“예, 그렇습니다.”

“백범에 대해서 또 백범의 조부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정보 수집을 해.”

“예, 알겠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없지만, 또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 것 같으니까.”

장쩌민 주석은 백범의 얼굴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계속 부딪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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