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45화 (245/415)

# 245

245화 주석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2)

북경 주석궁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

‘위험천만한 일이지……!’

중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까. 그리고 중국인들은 어떤 짓을 저지를지도 모르는 족속들이니까.

‘물론!’

청와대 비서실장이 내가 중국 주석을 만나러 가는지 알고 있다.

“긴장되십니까?”

유창한 한국어로 말하는 남자다.

“긴장될 수밖에 없죠. 중국 주석께서는 저를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싶어 하시니까요. 거기다가 제가 중국 정부를 곤란하게 만든 것 같아서 긴장됩니다.”

“긴장하실 것 없습니다. 천하의 백범 회장께서 긴장을 다 하시니 놀랍습니다.”

“누구나 사람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거대한 존재를 만날 때는 긴장이 되는 법이죠.”

“거대한 존재라, 하하하!”

나는 보지도 못한 장쩌민 중국 주석을 거대한 존재라고 말했고 그 말의 뜻을 알아차린 남자는 웃었다.

“그런데 한국어가 유창하십니다.”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장쩌민 주석의 특별보좌관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정보 수집 및 관측과 예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조선족이십니까?”

내 말에 중국 남자가 나를 잠시 봤다.

“제 아내가 조선족이죠. 처조부께서 대장정에 참여하셨던 분이십니다.”

“그 말씀은 대한민국 독립운동가의 후손께서 아내시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게 됩니까?”

“그 시절의 조선인 중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은 공산주의자이거나 민족주의자였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가 설립한 독립유공자 재단의 혜택을 사모님께도 드리고 싶습니다.”

“제 아내는 중국인입니다.”

맞다.

조선족도 중국인이다.

그런데 우리는 조선족을 동포라고 부른다. 그리고 중국인들보다 더 믿으려고 한다.

‘중간에 선 사람들은!’

한쪽에 더 치우칠 수밖에 없고 자신들이 중국인이라는 것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에서 조선족의 이미지는 박쥐 같은 이미지고 또 천박한 이미지가 상당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가까이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조선족들은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되찾아야 할 간도……!’

이 순간 나도 모르게 간도 밀약이 떠올랐다.

‘1909년 9월 4일……!’

일본 제국주의는 만주 철도부설권과 푸순 탄광 채굴권을 받는 조건으로 대한제국의 고유 영토인 간도를 청나라에 넘겨주는 간도 밀약을 체결했다.

‘힘없는 나라의 서러움이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땅 간도를 찾기 위해서는 100년이라는 소송 만료 시효를 넘기지 않고 반환을 요구해야 했지만, 남북이 갈라진 상태에서 그 누구도 반환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제법상 한 나라가 어느 땅을 100년 동안 실효적으로 지배하면 영유권이 인정되기에 이제 딱 9년이 남았다.

‘2009년이지……!’

2009년이 지나면 국제법적으로도 간도 반환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물론 간도를 반환받으려면 절대적인 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제법이 대한민국의 편을 들어준다고 해도 반환은 어렵다.

‘그래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거지……!’

간도에 대해서는 찍소리도 하지 못하게 하려고 말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9년 안에 대한민국이 중국과 대등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질 수 있냐는 문제고 그것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성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예, 그렇군요.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독립유공자들을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해서 운영하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조부께서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분이셨다는 것도 파악했고요.”

그 순간 중국 남자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왜 저런 눈빛일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저에 대해 파악하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대단하신 분이시니까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특사로 중국 주석을 만나기를 희망한다는 겁니다.”

“공식적인 특사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3일 후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됩니다. 그 전에 중국과 해결할 문제가 많습니다. 비공식적인 접견은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고 중국 정부의 태도에서도 결심을 내리기 곤란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것은 1차 공격이다.

“으음……!”

“특별보좌관께서 결정하실 수 있는 일은 아니겠죠?”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당장 장쩌민 주석을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

장쩌민의 특별보좌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전화 한 통 하겠습니다.”

내 전화는 로밍이 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항상 대한민국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따르릉, 따르릉!

나는 바로 2차 압박을 위해서 대통령께 전화를 걸었다.

딸깍!

-에……. 귀국했습니까?

“아직 귀국 전입니다. 대통령 각하. 그리고 지금 중국 장쩌민 주석을 만나기 위해 이동 중입니다. 공식적으로 제가 대통령 각하의 특사로 중국 방문 일정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척척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 정도로 말해놨으니……!’

내 신변의 위험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 장쩌민 주석의 특별보좌관은 인상을 찡그렸다.

‘외교적으로!’

중국 주석을 공식적으로 갑자기 만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중국 정부의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다.

‘급하면 내 뜻대로 되겠지.’

이제는 중국 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만 기다리면 된다.

“그와 함께 공식적으로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에 중국의 동의와 지원을 요청하겠습니다.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대국인 중국이 신의주 경제특구에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장쩌민의 특별보좌관이 다 듣고 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또 국내 언론이 백범 회장 때문에 놀라겠군요.

“자세한 사항은 비서실장이 곧 입국할 것이니 보고를 받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소. 막중한 특사 소임을 충실히 이행해 주시오.”

뚝!

대통령께서 말씀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혹시, 대통령입니까?”

“그렇습니다. 공식적인 접견을 요청합니다.”

“당장은 어렵습니다.”

“제가 이틀 후에 모스크바로 이동해야 합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께서는 저를 만나기로 하셨습니다.”

내일까지 그 어떤 결과로든 답을 달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아, 그러시군요. 그렇다면 우선 북경에 있는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중국 정부가 그리고 중국 주석이 원하는 그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외교도 전쟁이고 사업도 전쟁이다.’

그러니 내가 원하는 방향에서 또 원하는 위치에서 싸워야 한다. 그래야 필승이니까.

“아닙니다. 북경주재 대사관으로 저를 데려다주십시오.”

“아. 공식적인 특사시죠.”

“예,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 * *

모스크바 러시아 대통령 집무실.

“공식적으로 백범 회장을 만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공식적으로?”

푸틴이 자신의 보좌관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공식적으로 만난다면 투자 요청도 가능하고 그것이 언론에 공개된다면 러시아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 각하의 모습으로 보이게 될 겁니다.”

“그렇기는 하군.”

“그에 반해 비밀리에 접견하신다면 음모론이 만들어질 겁니다.”

“공식적으로 만나겠네.”

“그렇다면 제가 외교부에 대한민국 정부에 백범 회장을 러시아 특별방문을 요청하겠습니다.”

일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태다.

“이렇게 해서라도 잃어버린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되찾아와야겠지?”

“예, 그렇습니다. 시베리아에서 채굴되고 있는 천연가스를 북한의 영토를 통해서 대한민국으로 이동하고 또 그곳에서 일본으로 수출된다면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이익은 막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그렇고 백범 회장이라는 사람이 내게 무엇을 요구할까?”

“그것은 파악 중입니다. 그중에서 예측되는 바라면 쿠릴 열도 문제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쿠릴 열도라고 했나?”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분쟁을 하는 지역에 대해 왜 백범이 관심을 보일 수도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푸틴 대통령이었다.

“그렇습니다. 현재 백범 회장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우도 해양개발 회사는 일본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영토분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예측력을 가진 푸틴의 특별보좌관이었다.

“그래서?”

“쿠릴 열도 문제를 부각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와 동시에 독도 문제와 한일 공동개발구역 문제를 세계적으로 공론화시킬 것으로 예측합니다.”

“지금까지 자네의 예측은 항상 현실화가 됐지.”

“감사합니다.”

“좋았어. 그거라면 어렵지 않지. 대한민국에 줄 선물도 준비가 된 상태이니 만나기만 하면 되겠군. 하하하!”

* * *

중국 북경 주석궁.

지금까지 중국 주석의 즉각적인 접견을 거부한 사람은 백범밖에는 없었다.

“공식적인 특사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제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라서 북경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에 보냈습니다.”

“과감한 성격이군.”

“예, 그렇습니다. 또한, 상대를 자극하고 압박할 줄도 아는 전략가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이틀 후에 모스크바로 이동한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2차 연해주 경제특구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신의주 경제특구도 머리가 아픈데 연해주 경제특구까지?”

장쩌민 주석은 인상을 찡그렸다.

“본국의 영향력이 북한에서 희석이 된다면 과거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습니다.”

“과거 문제?”

“간도 협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놀랍게도 백범이 생각한 것을 장쩌민의 특별보좌관도 생각하고 있었다.

“으음……!”

“궁극의 목표는 한반도 돌발상황에 대비해서 중국 인민군을 북한 지역에 주둔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2009년 이전에는 간도문제가 공식적으로 거론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대한민국이 쥔 칼이 많다는 것이군.”

“예, 그렇습니다. 물론 현재 남북이 대치하고 있어서 거론되지 않는 문제지만 남북이 협력하게 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남북은 원수처럼 지내야 하는데, 쯧쯧!”

장쩌민 주석은 인상을 찡그렸다.

“주석 각하, 어쩌시겠습니까?”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이라고 말하니 공식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겠지.”

백범이 원하는 그대로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이미 최고 회의에서 신의주 경제특구에 대한 참여가 최종적으로 결정됐으니 영향력을 더욱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해졌어.”

“예,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백범에게 놀아나고 있는 중국 최고 통치자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국익이지. 그것을 위해서 모든 상황은 열어 둘 것이다.”

장쩌민은 스스로 다짐을 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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