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44화 (244/415)

# 244

244화 주석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 (1)

북경 국제공항 귀빈실.

나와 청와대 비서실장은 2박 3일의 사전 방북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고려항공을 타고 북경으로 돌아왔고 평양공항에서 떠날 때 놀랍게도 김정일이 직접 나와 내게 손을 흔들어줬다.

-백범 회장, 백범 회장이 내게 하신 약속을 꼭 지켜주기 바라오.

그는 내게 당부했다.

‘협박이지.’

내가 자신에게 말했던 그 많은 상상력을 더한 것들을 현실화시키지 못한다면 그냥 두지 않겠다는 압력인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이 직접 나왔다는 것에 청와대 비서실장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 이후에는 나를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봤었다.

‘줄타기를 하시게?’

청와대 비서실장 정도면 앞으로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이든 아니면 장관이든 자리를 옮겨야 할 때를 준비해야 하는 법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방북은 성공적으로 끝난 것 같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김정일 위원장이 두 곳의 경제특구에 대해 동의했다는 겁니까?”

“동의는 했습니다. 하지만 문서로 남기는 일은 이제부터 실장님이 대통령 각하를 도와서 진행하셔야 합니다.”

“제가요?”

“예, 저는 더 이상 정치적으로 나서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움직이기 편합니다.”

“아, 그렇죠.”

이제부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공로는 모두 남북협력을 통해서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완화시키면서 노벨 평화상을 생각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세상이 많이 변할 겁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차후에 북한이 이제는 정말 딴소리를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안 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딴소리를 못 하게 만들어야죠.”

항상 남북관계를 이야기할 때 6자회담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남북의 평화정착을 추진하는 일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지 못한다는 의미지만 그만큼 한반도가 국제정세적으로 중요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남북경제협력의 결과물인……!’

두 경제특구 역시 6자간의 긴밀한 협조와 조율 그리고 압박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가동되게 만들 생각이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내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즉시 풀어야겠지.’

아마 지금쯤이면 내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북경에 도착했다는 것을 중국 주석은 보고 받았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사전에 북한을 압박해서 일정을 보고 받았을 확률이 높다.

‘중요한 것은!’

모스코바로 간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지시한 그대로 모든 일을 성공시켰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왜냐고?

중국 정부에게 압박이 되니까.

“그런데 왜 항공기의 출발이 미루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비서실장이 시계를 보고 내게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에라도 대한민국으로 입국해서 자신이 이룬 정치적 성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이룬 것들에 대해서도 자신이 보고하면서 시쳇말로 대통령에게 점수 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출발이 미루어지는 것은 이유가 다 있을 겁니다.”

물론 나는 그 이유를 짐작하고 있다.

‘중국 주석이 나를 만나겠다겠다는 결심을 앞당긴 모양이군.’

대한민국에 일본의 부역자와 미국 및 서구 열강들의 간첩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것처럼 북한에도 친중세력과 친러세력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역시 북한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위해 일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보고가 된 것일 수도 있다.

-두 경제특구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정성택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특급 비밀 아니었소.

-특급 비밀이 일부가 공개되어야 중국과 러시아가 마음이 급해질 겁니다. 그것들의 검은 속내는 정확하니까요.

-그들의 탐욕을 이용하자는 것이군요. 하하하!

-그렇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그리고 이것을 받으시오.

그때 장성택 부장이 내게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연락을 위한 수단입니까?

-위원장 각하께서 내리신 특별 하사품이라고 합시다.

그때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위원장께서 주신 거라고요?

-그렇소. 오전 9시 이후, 오후 8시 이전에는 언제든지 전화를 해도 괜찮다고 말씀을 하셨소.

어떤 측면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내게 일어난 것이다.

-아……!

-나도 사실 놀랍소. 이만큼 위원장 동지께서 두 경제특구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반증이오. 사실 위원장 동지께서는 공화국의 안전한 체제유지를 위해 고심하고 계십니다. 그것에 대한 답이 핵무기 보유이지만 백범 회장과 함께한다면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북한의 현재 체제가 완벽하게 유지가 된다면 핵무기도 포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 내게 말하는 것이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장성택은 내게 거짓말을 했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제가 꼭 통일조선을 위해 이번 사업을 성공시키겠습니다.

물론 내 이익 추구를 위해서 또 내 야망을 위해서도 이번 일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 성공을 통해서 또 한 번 제대로 일본을 압박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스르륵!

그때 북경 공항 귀빈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고 양복을 잘 차려입은 40대 초반의 남자가 더욱 조심스러운 몸가짐으로 귀빈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런 제지 없이 들어왔다는 것은!’

짐작컨대 중국 주석이 보낸 사람일 것이다.

“백범 회장님.”

40대 남자는 내게 걸어와 나를 불렀다.

“찾으십니까?”

내 되물음에 40대 중국인 남자가 놀란 눈빛을 보였다.

“예상하셨습니까?”

“예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찾으십니다.”

40대 중국 남자가 내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비서실장을 봤다.

“귀국은 혼자 하셔야겠습니다.”

“혼자요?”

“예, 이제부터 훗날 대통령 각하의 업적이 될 상상들을 현실화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항공기는 바로 출발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으로 출발하는 항공기가 지금까지 출발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말해주는 중국 남자였다.

“아, 그렇군요.”

“대통령 각하께 사실대로 보고해 주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내게 대답했고 나는 40대 중국 남자를 봤다.

“모시겠습니다.”

“예.”

이제 진짜 시작이다.

‘무슨 미끼를 더 던져줘야 할까?’

이 모든 일들은 결국 신벽란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니 중국에게도 무엇인가를 던져줘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 * *

러시아 모스코바에 있는 전쟁 박물관 사무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은 특이하게도 박태웅 상임이사를 전장박물관 사무실로 불렀다.

“러시아어가 가능합니까?”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은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영어로 물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러시아어를 할 줄 모릅니다.”

“그럼 영어로 이야기해야겠군요.”

“감사합니다. 박태웅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만남에는 통역관이 대동하지 않았기에 영어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앉으십시오.”

특별보좌관의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는 자리에 앉았다.

“서로 바쁜 사람이고 모시는 분에게 즉각적으로 보고해야 하니 본론을 말하겠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푸틴 대통령께서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태양 컴퍼니 백범 회장을 비공식적으로 만나고 싶어하십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이라고 하셨습니까?”

백범의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박태웅 상임이사였다.

“예, 그렇습니다.”

“이틀 후가 어떻습니까?”

“이틀 후라고 했습니까?”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은 한 달 이내에 접견을 예상하고 최대한 빠르게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는데 박태웅 상임이사는 이틀 후라고 말하니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백범 회장님께서도 거대한 러시아를 이끌어가실 푸틴 대통령 각하를 꼭 만나 뵙고 싶어하십니다.”

“으음…….”

“왜 너무 빠르십니까?”

“아닙니다. 바로 보고드리겠소.”

“예,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 * *

일본 총리실.

“귀국기에 백범 그자가 탑승하지 않았다고?”

이번 남북정상회담 사전 방문에 가장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자신들을 압박하는 백범의 행보를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일본 수상이었다.

“그렇습니다. 짐작컨대…….”

“중국 공산당 고위층과 바로 접촉한다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에서 흘러나온 정보를 통하면……!”

백범의 지시대로 장성택은 의도적으로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에 대한 정보를 흘렸고 그 흘린 정부가 이번 일을 주시하고 있는 일본 첩보 기관에까지 흘러들어간 상태였다.

“신의주 경제특구……!”

“그렇습니다. 그 특구 건설이 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지 않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그 경제특구가 현실화가 된다면!”

“본국도 참여해야 합니다.”

“우리가?”

“그래야 차후 돌발상황이 한반도에서 발생할 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백범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과연 백범이 우리의 투자를 포함시켜 줄까?”

“민간사업 차원에서 투자를 진행한다면 거부하기 힘들 겁니다.”

“민간적인 차원이라고?”

이들은 현재 백범과 다른 방향을 생각하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하여튼 긴장을 늦추지 말게.”

“예, 알겠습니다.”

“벌써 중국 고위층과 접촉을 시작했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오늘 입수한 첩보에 의하면 장성택이 러시아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정성택이?”

“예,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을 위해서 중국을 압박하려는 카드로 러시아를 끌어드릴 생각인 겁니다.”

“정말 예전과 다르게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군.”

“예, 그렇습니다. 돌파구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지금 돌파구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현재 총리 각하께서도 아시는 것처럼 북한과 본국은 국교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것은 배상금 문제 때문이고 또 일본인 납치 사건 때문이지 않나?”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기에 국교 정상화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일본인 납치 사건 때문에 북한에 대한 일본인들의 감정이 최악일 수밖에 없었고 백범의 지시에 대한민국 언론들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일이 아닐세. 우리가 먼저 나설 수도 없는 일이고.”

“지금 현재로는 막대한 배상금이 문제이지만 앞으로는 7광구 지역에 대한 완전한 병합이 문제될 것입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추진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추진한다고 북한이 일본인 납치사건을 시인하고 일본으로 송환시켜 줄 것 같나? 그것이 우선되지 않고서는 배상금을 주고 국교 정상화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 선거도 생각해야지.”

역시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거였다.

“방법을 모색해보겠습니다.”

“그렇게 하게.”

일본 총리는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또 백범 그자가 우리를 압박하는군…….’

모든 일에 백범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일본 총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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