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
243화 김정일을 만나다 (4)
-아마도 후보님의 주변인 중에서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경제특구 건설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존재할 겁니다.
이 순간 부시는 비밀리에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경제특구 건설에 대해 보고한 백범이 떠올랐다.
-이대로 두면 북한은 반드시 핵을 만들게 되고 보유하게 됩니다. 거기다가 대륙간탄도미사일도 개발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휴전국이기에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도 없을 겁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과 비슷하니까요.
-그래서 어쩌자는 겁니까
-경제개발을 통해 북한을 개방시킬 것입니다. 이미 핵은 만들어졌을 겁니다. 그 만들어진 핵을 회수할 방법은 북한에 경제적 풍요를 제공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후보님께서 대통령이 되시기 위해서는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들이 많아야 좋을 것입니다. 강한 미국을 주장하셔야 합니다.
‘위험한 발상이지만……!’
부시는 지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백범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부시였다.
‘우선은 지켜보자.
지금 부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왜 말을 못 합니까?”
“중국 측에서 흘러나온 정보입니다.”
“중국?”
“예, 그렇습니다.”
중국은 은밀히 미국에게 정보를 흘려 남북경제협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신의주 경제특구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첩보는 민주당 쪽에서도 흘러들어 갔겠죠?”
“그럴 것입니다.”
“알라고 강요되는 첩보는 도움이 되지 않소. 나중의 일은 나중에 처리합시다.”
“……예, 후보님.”
마지못해 대답하는 부시의 선거 특별 보좌관이었다.
* * *
중국 북경 장쩌민 주석의 집무실.
“이이제이의 방식으로 미국에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이 논의되고 있다는 정보를 흘렸습니다.”
“이이제이?”
“그렇습니다. 다각도의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별 보좌관의 말에 장쩌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소. 그런데 미국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럼 어쩔 수 없이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을 지지하고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북한 경제에 대한 주도권을 대한민국에게 넘겨줄 수 없으니까.”
“예, 그렇습니다. 러시아와 대한민국 그리고 조선이 신의주가 아닌 연해주에 경제특구를 건설하는 것은 최악의 경우입니다.”
“그렇다. 하여튼 다각도로 움직여.”
“예, 알겠습니다.”
* *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석궁 김정일 집무실.
“1차적으로 일본인 납치 사건부터 위원장님께서 과감한 결단력을 통해서 처리해야 합니다.”
“백범 회장, 그 말씀을 하지…….”
“일본인 납치 사건부터?”
“예, 그렇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신다면 일본 정부는 어쩔 수 없이 국교 정상화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부터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마시고 국교 정상화를 논의하시는 과정에서 일본이 꺼낼 카드는 납치 문제밖에는 없으니 그 부분을 위원장님께서 수용해 주시는 겁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수많은 만행을 저질러 놓고도 단 한 번도 시인한 적이 없다.
“으음……!”
“100억 달러 이상입니다. 그 자금이라면 위원장님께서 하시고자 하시는 모든 일을 다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오. 일본이 공화국에게 국교 정상화를 먼저 추진하겠소?”
“합니다.”
“왜?”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두 경제특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국교 정상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현재 일본 정부는 한일공동개발구역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요?”
“예, 제가 가진 우도해양개발이라는 해양 심층수 개발 회사가 한일공동개발구역에서 유전 및 가스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참 경제라는 것이 어렵군요.”
“모든 판단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유일한 존엄이신 위원장께서 내리시는 겁니다.”
“그렇다고 칩시다. 일본 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해결을 해서 100억 달러 이상을 배상금으로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미국과는 어떻게 화해 무드를 만들겠소?”
“미군 유해발굴단을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에 입국할 수 있게 해주는 겁니다.”
내 말에 김정일이 놀란 눈빛을 보였다.
“미군을 다시 공화국에 상륙시킨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정치적으로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강함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으음…….”
고민할 수밖에 없는 김정일이었다.
“통일조선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제는 내 본심을 말할 때다.
“통일된 조선을 생각해라?”
“예, 그렇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대한민국도 상황에 따라 핵무기를 보유할 명분이 생기게 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에 착수했을 때 대한민국은 미국에게 최소한 미국에게 미사일의 사전거리와 중량 증가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노림수란 말이군.”
사실 따지고 보면 내 노림수다.
“현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절대 우방은 중화인민공화국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우방은 밉지만 일본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통일 조선을 이룩한 이후에는 어떻겠습니까? 중화인민공화국이 또 일본이 가상의 적이 되지 않겠습니까?”
“허허허, 정말 상상력이 풍부하시군.”
김정일도 내게 상상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소리는 정말 많이 듣는다.’
상상력이 없다면 발전이 없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과거 역사를 보면 중국은 강할 때면 두 국가의 선조의 나라를 공격했습니다. 중국의 한나라는 고조선을 공격해서 멸망시켰고 당나라는 고구려와 발해를 멸망시켰습니다. 역사는 돌고 도는 법입니다.”
“중국이 공화국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은 과거 수십 년 전에 티베트를 무력으로 병합했습니다. 그들이 티베트를 침공한 명분은 티베트는 과거 중국의 번국이라고 주장 때문입니다. 그럼 이제 현재를 보십시오.”
“현재라 했소?”
“백범 회장, 중국의 동북공정을 말하시는 것이오?”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없던 장성택이 내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현재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를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려고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한반도에서 돌발상태가 발생하게 된다면 중화인민공화국의 인민군들은 두만강을 넘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토를 강제점령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것 같소.”
“아닙니다. 왜 중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지원하겠습니까. 중국인들은 항상 자신이 강할 때 영토 확장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으음……!”
정말 이런 소리는 지금까지 김정일에게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나는 살짝 한발 물러났다.
“두 경제특구 건설을 위한 논의가 이렇게까지 진행될 줄은 생각도 못 했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완벽한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경제발전과 부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위원장께서 결심을 내려주십시오.”
“내가 허락한다면?”
김정일이 나를 빤히 봤다.
“제가 자본을 준비하겠습니다. 1차 신의주 경제특구에 100억 달러, 2차 연해주 경제특구에 또 100억 달러를 1차로 투입하겠습니다.”
“허허허, 돈은 정말 많은 것 같소.”
“예, 저는 돈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왕 돈을 써야 한다면 미래 조국의 강성함과 미래 조국의 국민들에게 쓰고 싶습니다.”
“백범 회장.”
김정일이 나를 부르며 나를 빤히 봤다.
“예, 위원장님.”
“한 20년 후라면 어쩌면 정말 나와 남북정상회담을 할지도 모르겠소.”
“제가요?”
“정치에 생각이 없는 사람은 그런 말을 하지 못하오. 백범 회장의 진심부터 말해준다면 내 결심을 하겠소.”
“제 진심은…….”
“정치에 야망이 있지 않소?”
가장 어려운 질문을 받는 순간이다.
“왜 답을 못하시오?”
“있습니다. 제 나이 서른한 살입니다. 10년 후면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법에 의해 대통령 후보 출마 자격이 생깁니다.”
“20년 후가 아니라 10년 후입니까?”
“19년 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요? 허허허, 그때는 내가 살아 있을지 의문입니다. 하여튼 솔직한 말씀 잘 들었소. 내가 승인을 한다고 해도 쉽게 진행될 일은 아닌 것 같소.”
“위원장께서 승인을 하셔야 제가 4개국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좋소이다. 그렇게 합시다. 내 아버지이신 위대한 수령께서는 항상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소. 공화국 인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고.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소. 하지만 그것을 내가 실행해 보겠소. 백범 회장이 그렇게 만들어주시오.”
“예, 감사합니다.”
드디어 오랜 설득 끝에 김정일의 승인을 얻었다.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지는 순간이다.
“백범 회장.”
“예, 위원장님.”
“당신이 말한 통일조선을 위해 우리 건배합시다.”
“예, 감사합니다.”
김정일이 따라주는 술을 기꺼이 마시는 순간이다.
* * *
장성택 부장의 집무실.
나는 그렇게 김정일을 접견한 후에 술에 살짝 취한 상태로 평양 주석궁에서 나왔고 바로 장성택 부장의 집무실로 왔다.
“백범 회장.”
나를 부르는 장성택의 목소리가 냉랭하다.
“예, 장성택 부장 동지.”
“참으로 위험하셨소. 또한 나도 위험하게 만들 뻔했소.”
“결과가 좋은 것 아닙니까.”
“정말 위원장 동지께 말씀을 드리신 그대로 성공시킬 수 있겠소?”
“예,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그 대신에 선결되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선결이라고 했소?”
“예, 그렇습니다.”
“또 뭡니까?”
“앞으로는 DMZ에서 또 남북의 해상에서 그 어떤 군사도발도 없어야 합니다. 또한 당분간은 핵개발 관련 뉴스가 거론되지 않아야 합니다.”
“쌀섬으로 족쇄를 채우겠다는 겁니까?”
“족쇄가 아니지 않습니까? 같은 동포끼리 싸울 이유가 있습니까? 남북이 휴전상태가 아니라 평화상태를 시작해야 제게 말씀을 드린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진행됩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해서 중국처럼 경제 발전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핵은 우리의 유일한 방패입니다.”
“그 방패를 보유하시려면 사소한 도발은 없어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인도와 방글라데스가 가진 핵무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보유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또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핵으로 무장한다면 대한민국도 핵을 무장할 명분이 생깁니다.”
“대단한 강경파시군요.”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가이면서 민족주의자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나는 대한민국이 핵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쪽이다.
‘그래야……!’
기업 국가 건설 이후 그 기업 국가가 핵으로 무장할 수 있을 테니까.
‘입장의 차이가 있지만!’
북한과 내가 건설할 기업 국가의 처지는 똑같다.
누구도 함부로 스스로 만든 체제를 흔들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니까.
“그렇습니까? 평화주의자는 아니시군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핵으로 무장한다고 해도 그 핵을 쓸 수 있겠습니까?”
“으음……!”
“보유하고 있을 때 히든카드죠. 쓰다면 그 순간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패망을 의미할 테니까요.”
“백범 회장은 너무 직설적입니다.”
“히든카드는 가지고 있을 때 힘을 발휘합니다.”
“그렇소. 전략적 무기로 쓸 수밖에 없소.”
미국과 전면전을 해서 이길 수 있는 나라는 이제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세계의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같은 민족이라는 믿음이 확고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장성택이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소.”
이 순간 장성택은 그저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눈빛을 보일 뿐이다.
‘그나저나……!’
결국, 나는 정치입문에 대해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 김정일에게 먼저 말해 버리고 말았다.
‘내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
대통령 연임제부터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서 9년 후가 아니라 20년 후인 2020년에 내가 정치에 진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