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42화 (242/415)

# 242

242화 김정일을 만나다 (3)

“예, 그렇습니다. 미국과 일본까지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1차 신의주 경제특구와 2차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에 동참시켜야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경을 접하고 있기에 협력을 요청하고 공존을 모색해야 하지만 미국은 남조선에는 혈맹일지는 모르지만 공화국에는 제국주의 원수요. 또한, 공화국의 확고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공화국 전체 인민들에게는 악의 축이오.”

원래 악의 축이라는 발언은 미국 대통령인 부시가 먼저 했던 말이다.

‘리비아와 이라크 그리고 북한!’

이들을 악의 축이라고 불렀다. 또한, 그 악의 축에 이란과 아프가니스탄도 포함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 국가들이 이슬람 테러 조작을 지원하고 있기에 그렇게 규정할 수 있으나 미국의 속내를 좀 더 깊게 살펴보면 모두가 미국의 국익과 연관되어 있다.

‘리비아는 핵과 이슬람 테러조직을 지원하지만……!’

막대한 원유가 매장되어 있는 국가다. 또한, 이라크와 이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거기다가 아프가니스탄은 석유를 제외한 천연자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매장되어 있다. 그와 함께 그 국가들은 미국이 아닌 러시아와 가깝다.

그러니 테러 조작에 대한 지원을 빌미로 미국은 그 국가들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있다.

‘핵을 만들려는 나라는……!’

대부분 서구열강에 의해 악의 축으로 규정되고 있다. 물론 북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북한에 왔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진정한 악의 기둥을 꼽으라면 멀리서 미친 짓을 하는 이란이나 이라크 그리고 아프가니스탄보다 가까이에서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는 북한이야말로 내게는 진정한 악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악이라는 존재와도 사업을 위해서는 손을 잡을 수밖에 없고 결국 신벽란도 프로젝트와 함께 추진될 기업 국가 건설에 북한은 내게 상상도 할 수 없는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악의 축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소. 미국은 우리의 적국이오.”

“그렇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은 휴전상태입니다. 그래서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을 꼽으라면 한반도입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소.”

“그 불안정한 휴전상태를 정리하실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휴전상태를 정리해라?”

김정일은 내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 그렇습니다. 듣기 거북하시겠지만, 현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UN에 가입된 정식국가라고 해도 그 누구도 정식국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 혈맹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백범 회장께서는 입바른 소리를 참 잘하시는군요. 대한민국은 정말 아무 소리나 해도 되는 그런 나라인 모양입니다.”

“제가 가진 것이 많으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소리를 남조선 대통령께도 합니까?”

“물론입니다. 그래서 남북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고 또 남북경제협력이 준비되고 있지 않습니까? 분명한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확고한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경제 발전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는 나도 동감하오.”

“중국을 보십시오. 중국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처럼 사회주의국가입니다. 그래도 개방정책을 통해서 시장경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런 후에 경제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국가 역시 사회주의국가입니다.”

“그렇지요.”

어느 정도 나를 신뢰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정치와 경제를 따로 놓고 보시고 통제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만든 공화국식 경제사회주의를 건설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그것을 차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들은 주체 경제라고 칭송할 것이고 위원장 동지의 영도력에 감복할 것입니다.”

사업을 할 때면 아부를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리고 나는 그럴 때가 되면 그런 아부를 할 것이다.

“주체 경제라, 하하하!”

“그렇습니다. 공화국식 주체 경제입니다. 그런 주체 경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상국가라는 것을 세계에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오. 우리가 미국과 휴전 협정을 파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걸림돌이 있소.”

“핵무기를 말씀하십니까?”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한순간에 분위기가 싸늘하게 변했다.

“백범 동지.”

나를 부르는 장성택의 목소리가 완벽하게 변했다.

‘역린이지.’

하지만 그래도 건드려야 한다.

그리고 북한으로서는 어떻게든 핵을 보유해야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모든 독재자는 핵을 꿈꾼다.’

사실 독재체제 유지에서 핵무기 보유만큼 좋은 것도 없으니까.

“백범 회장.”

김정일이 애써 담담한 어투로 나를 불렀다.

“예, 김정일 위원장 동지.”

“위험한 발언이요. 현재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상태에서 그것을 위해 준비되는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소.”

약간의 위협이다.

“그래도 핵은 만드실 것 아닙니까?”

김정일로서는 지금 나는 제대로 망나니짓을 하는 것이다.

“핵을 반드시 만든다?”

“그럴 것으로 생각합니다. 핵무기 보유야말로 체제 유지를 위한 가장 안전한 안전핀이지 않겠습니까. 그런 안전한 안전핀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어떤 관여도 하지 않는 두 개의 경제특구를 보유하게 된다면 그 이상의 것도 만들 수 있고,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들에게 풍족한 삶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정말 위험한 발언을 쉽게 하십니다. 백범 회장의 배포는 나를 놀라게 합니다.”

물론 나는 지금 아주 위험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발언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대한민국 언론에 전달되고 미국 백악관에 전달이 되면 나는 북한을 지원하는 악의 축에 해당하는 사업가로 정의될 수도 있다.

“위원장 동지. 저는 평양에 목숨 걸고 왔습니다.”

“여기가 지옥이오? 목숨을 걸고 올 정도로 하하하!”

농담처럼 되받아치는 김정일이다.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또 없지.’

다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김정일 위원장 동지.”

“오늘 참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소.”

“한반도를 휴전이 아닌 평화상태로 만들어주십시오. 휴전 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만드셔야 합니다. 그렇게 하시면서 일본에 받아낼 것은 받아내셔야 합니다.”

이제는 일본 이야기를 할 때다.

“일본에 받아내야 할 것을 받아내야 한다?”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은 과거 국교 정상화의 대가로 6억 달러를 받았습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 또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그럴 수밖에는 없었지만, 위원장님은 다르지 않습니까.”

“나는 다르다?”

“그렇습니다. 일본에 정식적으로 배상금을 요구하실 수 있습니다. 그 배상금을 받게 된다면 1차 신의주 경제특구와 2차 연해주 경제특구에 투자하신다면 두 경제특구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경제를 지탱할 것입니다.”

“경제특구를 건설한 후에는 개입도 하지 말고 어떤 정치적 상황에서도 문제로 삼지 말라면서 배상금을 투자해라?”

“그렇습니다. 천외천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오직 정식적인 방법으로 외화가 유입될 수 있는 지역이 될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눈빛이다.

“좋소.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소. 그런데 말이오, 공화국이 일본에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금을 받아낸다면 얼마나 받아야겠소?”

돈을 받는 일이라 김정일도 궁금한 모양이다.

“최소 100억 달러입니다.”

“최소?”

김정일이 놀란 눈빛이다.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정리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정리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말에 장성택은 무엇인가가 떠올랐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나를 봤다.

“백범 회장, 그 이야기는 거론하지 마십시오.”

“해야죠. 그래야 한반도의 모든 인민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또 부귀영화를 누리고 삽니다.”

“하시오. 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짐작이 되오.”

김정일이 내게 말했다.

“예, 하겠습니다.”

나는 김정일을 뚫어지게 봤다.

* * *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부시의 선거 사무실.

“백범 회장이 대한민국 대통령 특사 형식으로 북한을 사전 방문했다고 합니다.”

부시의 선거 특별 보좌관이 부시에게 보고했다.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그렇습니다. 정치인이 아닌 경제인이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특사 자격으로 북한에 입국했다는 것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나눠질 이야기가 경제협력이 주가 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경제협력이 주가 된다?”

“그렇습니다. 북한에 자금이 유입되면 북한은 그 자금으로 핵 개발을 진행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안정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 핵 개발 부분은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그러니 남북경제협력이 진행되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백범에게는 다른 곳에서 돌발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남북경제협력을 통해서 달러가 유입되면 바로 핵무기가 개발된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부시는 백범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추가적인 첩보 확보에 의하면 남북은 신의주라는 곳과 연해주라는 곳에 경제특구를 건설하려고 합니다.”

“개성이라는 곳이지 않았소?”

“개성공단은 이미 진행이 되는 상태입니다.”

“그렇군. 그래서?

“그 지역에서 경제특구가 건설된다면 북한은 신무기 개발을 위한 비용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신무기라고 했소?”

“이미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는 성공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지 않겠습니까?”

“보좌관.”

“예, 후보님.”

“북한이 핵무기는 이미 개발했고 차후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하게 된다면 본국의 본토를 향해 발사라도 한다는 겁니까?”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분명한 것은 북한과 미국은 휴전상태입니다.”

부시의 선거보좌관은 대한민국과 북한이 휴전상태라고 말하지 않고 미국과 휴전상태라는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

“다시 말해 언제든지 본국의 군대는 북한을 선제공격 가능하다는 겁니다.”

부시의 선거보좌관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으음……!”

“휴전상태이니까요.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북한에서 개발되고, 또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면 본국은 북한을 절대 선제공격할 수 없습니다. 전략적인 카드를 잃게 되는 겁니다.”

“그렇기도 하군요.”

“그러니 북한과 중국 그리고 또 북한과 러시아 국경 지역에 건설되는 경제특구 건설을 막으셔야 합니다.”

“내가 그렇게 하겠다고 해도 그것은 내가 대통령이 된 다음에 진행해야 할일 것 같소. 지금은 경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우선이오.”

부시의 말에 선거 특별 보좌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말이오, 그 첩보는 어디에서 입수했소?”

부시가 선거 특별 보좌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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