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1
241화 김정일을 만나다 (2)
내가 아는 김정일은 대담하고 치밀한 인물이다. 사실 사망한 김일성은 김정일을 후계자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김정일은 김일성의 환심을 사기 위해 피바다 가극단을 이용해 과거 항일 빨치산 투쟁을 다룬 가극을 연출했고 김일성과 원로 고위층은 김정일을 인정했다.
“백범 회장께서는 조선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엉뚱한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엉뚱함 속에 나에 대한 시험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니 대찬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사실 김정일 주변에는 아마도 표현이 좀 그렇지만 간신배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쓴소리가 가끔은 듣고 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조선이라고 하셨습니까? 어떤 조선을 말씀하십니까?”
내가 되받아치듯 김정일에게 묻자 내 옆에 공손히 앉은 장성택은 놀란 눈빛을 보였다. 그리고 질문은 이 북한에서 유일한 절대 존엄으로 불리는 김정일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 자제하라는 눈빛을 보였다.
“어떤 조선이 따로 있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는 두 개의 조선이 존재합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조선은 없습니다.”
내 말에 김정일이 처음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백범 동지…….”
김정일이 인상을 찡그리자 바로 김정일의 눈치를 보던 장성택이 나를 저지하듯 불렀다.
“됐다. 그냥 둬, 내게 할 말이 있는 것 같군.”
사실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국가가 아니다.
말 그대로 괴뢰집단이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의미고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무장 반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이 생각하는 북한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북 5도에 도지사도 대통령이 임명하지.’
한마디로 북한은 현재까지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북한도 알고 있고 물론 북한 역시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요? 계속 이야기해 보시오.”
“예, 감사합니다. 현재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조선은 3개입니다.”
“3개라고 하셨소?”
“예, 그렇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생각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남조선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말하는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말하는 북조선입니다.”
“그렇기는 하지요.”
“그 둘을 합치면 통일 조선입니다. 그래서 제게는 조선이 세 개입니다.”
내 말에 김정일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하하하, 하하하!”
한참을 나를 바라보던 김정일이 호탕하게 웃었다.
“백범 회장께서는 사업가답게 능변가십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세 번째 조선을 향하기 위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왔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북한을 북한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들이 주장하는 그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확한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다. 사실 그것이 현재 김정일의 마음에 든 것 같다.
“각각의 조선이 생각하는 통일의 방식은 다른 줄 압니다.”
나는 좀 더 위험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각각 다르다고 했소?”
“그렇지 않습니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헌법에는 여전히 대한민국은 적화통일의 대상이고 대한민국 국민은 제국주의로부터 해방해야 할 인민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내 말에 장성택은 기겁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
사실 지금까지 누구도 평양에 와서 아니 남북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나처럼 이런 이야기를 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가?”
김정일이 장성택을 보며 질문하듯 말했다.
“예?”
“공화국 헌법에 그리 명시되어 있나?”
“예, 그렇습니다.”
“그렇군.”
김정일이 장성택에게 말한 후에 나를 봤다.
“그것은 수십 년 전의 일이오.”
“예, 수십 년 전부터 정해져 있는 불변의 규칙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 정부도 헌법으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한 고유의 영토를 반드시 수복해야 할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나는 현재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확한 현실을 김정일에게 겁도 없이 말해주고 있다.
“으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는 전쟁을 통한 적화통일을 여전히 준비하고 있고 대한민국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흡수통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 있을 남북정상회담은 그 평화적인 흡수통일의 첫걸음입니다.”
“그래서요?”
김정일이 내게 말하고 자신의 앞에 있는 위스키병을 직접 들어 자기 잔에 따랐다.
‘못마땅하군.’
이런 이야기를 하는 대한민국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
“저 또한 두 개의 조선이 세 번째 통일 조선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소. 어떤 식으로든 두 조선은 통일이 되어야 하오. 그래야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주변국들로부터 모든 조선 인민들을 지켜낼 수 있소.”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김정일 위원장 동지께 남북경제협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개성공단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미 개성공단은 가동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개성공단은 실질적인 경제협력보다는 상징성에 가깝다고 봅니다.”
“그래서 신의주 경제특구를 우리에게 제안한 것이오?”
이미 보고가 됐을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1차 신의주 경제특구 건설과 함께 2차 연해주 경제특구가 건설된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과 경제협력을 추진하면서도 대한민국에 경제적으로 의지하거나 종속될 필요가 없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의지나 종속? 공화국은 항상 주체사상에 의해 국가를 이끌었소. 그 어떤 세력과 존재에게도 굴종하거나 종속하지 않소.”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지 않습니까?”
나는 현재 김정일의 심기를 계속 건드리고 있다.
“으음…….”
“백범 회장님…….”
장성택은 나를 말려야 한다는 눈빛으로 내 이름을 불렀다.
“드려야 할 말씀은 다 드려야겠습니다. 그래야 김정일 위원장 동지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김정일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
“정말 백범 회장은 당차오.”
“예, 세 번째 조선인 통일 조선을 위해 하찮은 제 자본이 그 시작의 밑거름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좋소, 그대의 말이 모두 진심이라고 믿겠소. 계속해 보시오.”
“현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폐쇄적인 경제 체제와 계속되는 서구 열강들의 경제 제재를 통해서 국가 경제 자체가 무너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혈맹이라고 할 수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에 의지하고 의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의지와 의존이라…….”
“정치적으로는 분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주체적입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이미 상당 부분 종속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것에 대한 돌파구를 만드는 일입니다. 정치적 주체와 함께 경제적인 주체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경제적 주체사상이라는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제가 단언컨대 말씀을 드린다면 경제의 자립과 번성이 없는 상태에서는 세 번째 조선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백범 회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소.”
“현재 제가 알고 있는 것으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지하자원과 상당량의 수산물이 중국 쪽으로 헐값에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공화국도 경제개방을 통해서 자본을 유입시켜 경제를 발전시키고 싶으나 세계가 우리를 믿지 못하고 투자를 하지 않고 있소.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중국과 협의할 수밖에 없소.”
“예, 그럴 것입니다. 이것은 현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정상국가의 위치에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탁!
그때 위스키를 마시던 김정일이 테이블 위에 잔을 힘껏 내려놨다.
“그건 망언입니다.”
그때 김정일의 마음을 알아차린 장성택에 내가 꾸짖듯 말했다.
“백범 회장……!”
눈빛부터 달라진 김정일이다.
“예, 무례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세 번째 통일 조선은 김정일 위원장 동지의 손자께서 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이끄신다고 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내 손자까지?”
현재 김정일은 세습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자신도 자기 아버지에게 모든 권력을 세습 받은 것이니까.
‘이러니 정상국가라 할 수 없지.’
물론 북한은 UN에 가입된 정식 국가다. 그런 국가를 나는 지금 정상국가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습니다. 국가 통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방법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성장과 발전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1차 신의주 경제특구와 2차 연해주 경제특구를 대한민국과 함께 추진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중국에 종속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경제가 주체적으로 자립할 방법입니다.”
“종속이라는 단어가 듣기 거북하지만, 그것이 세계적인 사업가인 백범 회장의 개인적인 생각이라니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공화국 경제가 중국에 종속되는 것처럼 신의주 경제특구와 연해주 경제특구가 건설된다면 대한민국에 종속될 수도 있지 않소?”
“물론 그런 우려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필요합니다.”
“그래요?”
“저는 사업가입니다. 정확하게 말씀을 드린다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업가입니다.”
내 말에 김정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가입니다.”
“그래서요?”
“신의주 경제특구와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에 투자할 것입니다. 김정일 위원장 동지께서 통일 조선을 생각하시어 결심을 해주신다면 경제적 기반을 갖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될 것이고 세 번째 조선인 통일 조선은 앞당겨질 것입니다.”
“통일이 앞당겨진다……!”
“물론 현 경제가 대한민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걱정도 하실 겁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을 드린 것처럼 신의주 경제특구 개발에 중국을 참여시켜야 합니다.”
“중국을 참여시키자?”
“예, 그렇습니다. 중국 정부는 남북이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만약 개성공단과 함께 신의주 경제특구가 건설된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경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수월해지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일리가 있소.”
“그래서 방해할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요?”
“1차 신의주 경제특구 공단 지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국 영토 지역에 설치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김정일은 차후에 남북의 정치 상황이 악화가 되어도 함부로 신의주 경제특구를 독단적으로 폐쇄하지 못한다.
“중국 쪽에 투자제의를 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래도 중국은 그 투자제의를 거부할 우려가 큽니다. 그래서 2차 연해주 경제특구를 동시에 건설해야 합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김정일이다.
“백범 회장이 무슨 말을 내게 하는지 알겠소.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두 경제특구가 설치되어도 우리 공화국이 남조선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또한 중국에 종속되지 않는 방법이 그것밖에는 없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신의주 경제특구를 승인하고 방해하지 않는다면 저는 미국과 일본의 자본을 유입시킬 생각입니다.”
북한은 중국이 통제하면 된다. 그리고 러시아가 통제하면 된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통제하고 조율할 대상이 필요하니 그 역할을 미국에 맡기고자 한다.
‘태양 컴퍼니는 미국 국적 기업이니까……!’
그래서 태양 그룹이 아닌 태양 컴퍼니로 신의주 경제특구와 연해주 경제특구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라고 했소?”
현재 한반도는 항상 6자회담을 통해서 평화를 모색하고 있는 상태다. 나는 그와 비슷하게 6자 경제협력을 통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경제를 발전시킬 참이다. 물론 그런 과정에서 김정일이 가장 우려하는 경제적 종속을 끌어낼 생각이다.
“그렇습니다.”
내 말에 김정일이 나를 빤히 봤다.
‘궁금한 것이 있는 눈빛이군.’
일본까지 참여시키는 것에 궁금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