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40화 (240/415)

# 240

240화 김정일을 만나다 (1)

김정일을 만나기 위한 준비는 복잡하고 다양했다. 그리고 그 첫 번째가 내 몸에 전염성 세균이나 질병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평양에 있는 만수대 병원에서 확인하는 거였다.

“당연히 진행해야 할 절차입니다. 공화국의 절대 존엄이신 위대한 김정일 위원장 동지를 접견한다는 것은 공화국 인민에게는 평생의 영광, 아니, 후세까지의 영광입니다.”

만수대 병원원장이 내게 흐뭇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뉴스에서 봤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이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준 아이가 1호 접견자가 되어 그 가족들과 함께 평양으로 이사를 하고 또 출세가 보장된단다. 그리고 김정일을 만난 사람도 그 대우가 크게 다르지 않단다.

‘한마디로 북한 사람에게는…….’

살아서 걸어 다니는 로또가 바로 김정일인 것이다.

그리고 공산당에게 잘 보이려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을 매일 닦는 학생들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백범 회장님께도 평생의 영광이실 겁니다. 공화국 인민들은 백범 회장님을 부러워합니다.”

“저 대한민국 사람입니다.”

“예?”

“만나야 할 이유가 있기에 김정일 위원장 각하를 만나는 겁니다.”

“으음……!”

내 되받아침에 만수대 병원 병원장은 인상을 찡그렸다.

“하여튼 접견 절차가 복잡하기는 하군요.”

“그냥 종합검진 받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느 순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냉랭해진 만수대 병원원장이다. 하여튼 그렇게 종합검진 비슷한 것을 받은 후 내 몸에 그 어떤 질병도 또 전염성 세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2차 정신 교육을 위해 인민무력부 산하 1호실로 갈 수 있었다.

-몸에 작은 종양이 있습니다.

특별한 질병은 없다고 했지만 만수대 병원원장이 내게 말해준 사실이다.

-종양이라고요?

-그렇습니다. 남조선으로 돌아가신 후에 2차 검진을 해보십시오.

몸에 종양이 있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종양이라고는 말했지만 물혹 비슷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여튼 운이 좋았다. 그리고 나는 인민무력부 산하 1호실에 도착했다.

“위대하신 영도자이시며 공화국의 태양이신……!”

인민무력부 고위층은, 아니, 북한 관계자들은 모두 김정일의 이름 앞에 수많은 미사여구를 쓰고 있다.

‘그럴수록!’

볼품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똥자루처럼 생겼지.’

파마머리에 불룩 나온 배.

거기다가 키도 작으니 엄지 대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위대하고 대단하시다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일국의 통치자이시니 당연히 위대하시고 대단하신 분이시겠죠. 제가 꼭 기억하고 유념해야 할 것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는 장성택에게는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다른 북한 고위층에게 잘 보일 이유는 없다. 사업을 위해서 앞으로 장성택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지만 나머지 북한 고위층들은 아마도 머리에 똥만 찬 존재들일 테니까.

그리고 어떻게든 김씨 세습을 연장해 나가면서 자신이 얻은 삶의 특혜를 더욱더 누리려고 하는 존재에 불과하니까.

물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장성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알겠소. 우선 위원장 동지를 똑바로 보시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물어보시는 질문 말고는 대답하시면 안 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노력이 아니라 당연한 겁니다.”

“나는 사업을 제안하려고 북한에 왔습니다.”

“북한이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입니다.”

“제가 그런 부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들이 동포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많은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겁니다.”

“으음, 자본주의에 물든…….”

“예, 저는 부르주아입니다.”

내 삐딱한 말에 인민무력부 고위층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그때 장성택이 사무실로 들어왔고 나를 보며 웃었다.

“백범 회장 동지, 뭐 그렇게 삐딱하십니까. 하하하!”

다 들은 것이다.

“삐딱한 것이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알겠습니다. 내 오늘 백범 회장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된 것 하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뭐죠?”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에게만 공손하다는 겁니다. 역시 부르주아 사업가다우십니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장성택 부장 동지께서는 이곳 표현으로는 붉은 혁명 사업가시죠.”

“하하하, 그렇습니다. 준비는 끝났으니 바로 인민의 위대하신 영도자이신 김정일 위원장 각하를 만나 뵙게 될 겁니다.”

속전속결이다.

“벌써요?”

“기다리고 계십니다. 사실 위원장 동지께서 이렇게 백범 회장께 관심을 보이실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감사할 뿐입니다.”

“가시죠.”

“예, 알겠습니다.”

* * *

평양 주석궁 김정일 집무실.

‘아……!’

나는 대한민국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자주 방문했었다. 그리고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과 이곳을 비교한다면 10배 정도 이곳이 크고 웅장하고 화려하다.

‘이 긴 테이블이 필요할까?’

40명쯤 앉아도 될 테이블이 집무실 중앙에 놓여 있다.

그리고 현재 나는 장성택과 함께 이곳에서 김정일을 기다리고 있다.

“긴장되십니까?”

“예, 남북경제협력에 관한 결정이 달려 있기에 긴장이 됩니다.”

북한에서 모든 결정은 김정일이 내린다. 그러니 나는 어쩔 수 없이 김정일을 구워삶아야 한다.

“예, 그렇습니다. 공화국의 모든 결정은 위대하신 김정일 위원장 동지께서 결정하십니다.”

그때 앞쪽에 있는 문이 활짝 열렸고 제일 먼저 북한 군복을 입은 여성 군관들이 줄을 지어 들어왔고 그녀들의 허리에는 권총으로 무장된 상태였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당차 보이는 남자 군관들이 허리에 권총을 휴대하고 들어와서 내 주변을 둘러싸듯 섰다.

‘겁나네……!’

사실 북한은 법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김정일의 명령이 곧 법인 이상한 세상이다.

“김정일 위원장 동지께서 입장하십니다.”

여성군관 하나가 마치 선언하듯 말했고 그와 동시에 파마머리 김정일이 들어왔다. 그리고 김정일의 뒤에는 고급 위스키를 든 여자가 따라 들어왔다.

‘술꾼이라고 했다.’

내가 받은 보고로는 김정일은 한 컵 가득 독한 위스키를 마시지 못하는 남자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여튼 김정일이 내 앞으로 걸어왔고 바로 상석에 앉았다.

“앉으십시오.”

장성택이 내게 나직이 말했다.

“……예.”

“백범 회장이시라고?”

“예, 그렇습니다. 김정일 위원장 동지.”

나는 정말 믿어지지 않게 김정일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아마도 역사에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김정일과 만났다는 것은 그리 자랑할 일은 아니니까.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소. 공화국까지 오시는 데는 깊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인데 그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김정일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정중했다.

“저는 사업가입니다. 사업을 위해서 제가 못 갈 곳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말에 김정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돌리자마자 고급 위스키를 들고 있던 여자가 김정일의 앞에 놓인 큰 잔에 위스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됐다. 놔둬라.”

김정일이 말했고 여자는 들고 있던 위스키병을 테이블 위에 조심히 내려놓고 뒤로 물러났다.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해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김정일의 호위군 관들의 오른손은 모두 권총집에 놓여 있다.

‘졸라 겁나네…….’

여차하면 북한의 절대 존엄의 안전을 위해 권총을 뽑을 것 같다.

“한잔하시겠소?”

김정일 위원장이 나보고 낮술을 먹잖다.

“예, 감사합니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잔을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김정일을 향해 잔을 내밀었다.

콸콸!

뭐라고 해야 할까?

시쳇말로 위스키를 정말 고봉(?)으로 따라주는 김정일이다.

“사내답게 마시면서 이야기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사업 이야기를 해본 적은 없다. 그러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 * *

모스크바에 있는 특급 호텔.

백범 회장의 지시를 받은 박태웅 상임이사는 푸틴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 사업가를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업가가 이 특급 호텔로 오라고 해서 온 상태였다.

“연해주 지역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러시아 사업가가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조선소를 건설할까 합니다.”

“조선소라?”

러시아 사업가는 의뢰라는 눈빛으로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조선 사업은 고부가가치 사업이면서도 많은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사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가 처해 있는 실업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고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해 달라?”

러시아 사업가는 박태웅 상임이사를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지 않습니까?”

박태웅 상임이사는 이 순간에도 여유로웠다. 그리고 자신 앞에 있는 러시아 사업가는 그저 전달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으음……. 무슨 말인지 알겠소. 내가 전달하겠습니다.”

“예, 이해하신다니 감사합니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의 말에 러시아 사업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대통령 각하의 특별보좌관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박태웅 상임이사는 러시아 사업가에게 말하며 백범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시베리아의 자원에 투자하겠지만 내가 또 원하는 것은 알맹이가 없을 것 같으면서도 알맹이가 꽉 찬 항공모함입니다. 핵잠수함이면 더 좋고요.

-그 정도를 바라시다니 숨이 턱하고 막힙니다.

-기업 국가가 목표이니까요.

-미국 측에서 심각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알맹이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알맹이가 있는 그런 것을 원하는 겁니다. 그래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조선소를 건설할 겁니다.

-항공모함이나 핵잠수함을 얻기 위해 너무 큰 지출이지 않겠습니까?

-연해주 경제특구를 조성할 겁니다. 그런 과정에서 러시아 경제도 제 손아귀에 넣을 생각입니다. 아마 내 추측으로는 푸틴이 아주 오랫동안 러시아 대통령으로 군림할 것이니 그와 협조가 잘되면 모든 일이 수월해질 겁니다. 그러니 제가 어떻게든 러시아 대통령을 비밀리에 만날 수 있게 준비하셔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렇게 박태웅 상임이사가 백범이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리고 있을 때 러시아 사업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바로 악수를 청했고 박태웅 상임이사도 러시아 사업가가 내민 손을 잡았다.

“저도 그러기를 바랍니다.”

하여튼 그렇게 박태웅 상임이사는 러시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만나게 됐다는 통보를 들을 수 있었다.

‘상상이 안 되는 분이라니까……!’

다시 한번 백범을 떠올리는 박태웅 상임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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