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38화 (238/415)

# 238

238화 사전 방북, 장성택을 만나다 (4)

평양에 도착한 지 하루가 지났고 우린 계획대로 북한 경제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장성택을 만날 수 있었다.

“장성택이라고 합니다.”

장성택 그는 나를 보자마자 내게 바라는 것이 많다는 듯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궁하면……!’

남을 향해 웃어지는 법이다.

‘타고난 정치가이면서 북한 경제인이지.’

거기다가 말년이 비참한 사람이 바로 장성택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나밖에는 없을 것이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이렇게 편하다.’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이 또 북한이 어떤 상황으로 향할지 나만 알고 있다. 그러니 그런 상황들을 내가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북한은 현재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상태고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 제재를 돌입하기 직전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경제 제재에 돌입하는 그 순간 북한은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에 더욱 의존하게 될 것이다.

“태양 컴퍼니 백범이라고 합니다.”

그가 웃었으니 나도 그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렇게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백범 회장께서 직접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방북단에 합류해서 오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각하의 간곡한 요청과 제가 남북경제협력을 통해서 단 1초라도 민족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평양에 왔습니다.”

“허허허, 세계적인 투자가이면서 사업가답게 거창하게 말씀하십니다. 곧 남한 정치계에 진출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괜한 소리를 하는 장성택이다.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든다. 그리고 내가 바꿀 대한민국은 다른 사람이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사실 처음에는 내 아내를 대한민국의 여자 대통령으로 만들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포기한 상태고 그 대안으로 나는 필리핀의 무인도에 기업 국가를 건설에서 국가로 인정받고 대한민국을 지원하고자 했었다.

‘쉬운 일은 절대 아니지……!’

분명한 것은 대안은 여러 가지로 준비해 놓는 것이 이롭다는 것이다.

“정치라고 하셨습니까?”

“돈을 가지게 되면 힘을 가지고 싶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소 떼 1,000마리를 끌고 오신 왕 회장께서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셨잖습니까.”

장성택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은……!’

지금 이 자리가 비공식적인 자리이면서 장성택과 나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 함께 평양에 방문한 청와대 비서실장은 북한의 다른 고위층을 만나고 있으니까.

“세상일은 또 모르는 일이니 제가 나중에 무엇이 될지는 저도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장성택 부장 동지.”

“동지? 하하하, 남한 사람에게 동지라는 말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단어에는 이념도 사상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지라는 말, 동무라는 말 참 좋지 않습니까.”

내 말에 장성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이 자리는 나와 백범 회장만 앉아 있습니다.”

장성택이 의미심장하게 내게 말했다.

“그렇습니까?”

“걱정하시는 도청장치도 없습니다.”

“그 말을 제가 완벽하게 믿어도 되겠습니까?”

내 말에 장성택이 나를 빤히 봤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광과 위대하신 영도자이신 장군님의 명예를 걸고 그렇다고 말할 수 있소.”

북한 사람들은 절대 김정일의 명예를 걸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거겠지.’

지금 현재 북한의 제2의 고난의 행군을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고난의 행군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에 닥친 북한 경제 위기다.

말 그대로 고난의 연속이었고 그 시기에 수십만 명이 굶어 죽었었다. 하지만 북한 지도층들은 북한의 경제 사정이 극히 어려워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만 했었다.

‘그래서 생긴 것이 장마당의 활성화지.’

아마도 북한의 폐쇄적인 경제는 장마당 경제를 통해서 언젠가는 무너지게 될 것이다.

“정말 믿어도 되겠군요.”

“믿으시오.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최소한 남한 정부에게는 흘러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오직 위대한 장군님께만 보고가 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장성택을 뚫어지게 봤다.

‘장성택을 만난 후에……!’

아마도 김정일을 내가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실질적인 이야기는 장성택과 나누게 되겠지만 말이다.

* * *

“신의주경제특구 건설에 대해 위대하신 장군님께서 관심이 많으십니다.”

먼저 신의주경제특구에 대해 말을 꺼낸 것은 북한 측 장성택이였다.

“장군님께서 관심을 두신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백범 회장님이 아시는 것처럼 공화국의 경제 사정이 현재 과거 고난의 행군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인민의 평등과 지상낙원 건설을 목표로 건국된 공화국이 인민들에게 나눠줄 식량이 없어서 힘들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그것은 북한 정부가 자초한 일이지 않습니까?”

도청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생각이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차마 이런 소리를 못 하지.’

그것도 평양에 와서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간이 큰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아마 대통령도 이런 소리는 김정일이게 못할 것이다.

“자초한 일이라고 했소?”

장성택은 의도적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쇼하고 있군.’

현재 상황은 북한 정부가 대한민국 청와대의 강력한 요청으로서 또한 세계적인 논쟁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남북정상회담을 받아들인 상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받기를 원하고 있기에 내가 이런 소리를 한다는 것은 장성택의 심기를 충분히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습니다.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자체가 경제 봉쇄를 감수하겠다는 강력한 각오가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는 일일 테니까요.”

“핵무기 개발은 공화국의 주체적 독립을 보장받기 위한 최후의 조치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핵무기만큼 좋은 히든카드도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두려워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한 인민은 절대 두려워할 것이 없소. 우리가 핵을 개발에 성공했을 때 또 최후의 순간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왔을 때 핵미사일이 조준될 곳은 남한 서울이 아니라 미국일 테니까요.”

정말 도청장치가 없는 모양이다.

‘미국을 겨냥한다?’

과거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한 이후에 결국 패망한 것처럼 그런 길을 걷고 있는 북한인 것이다. 물론 북한은 절대 미국을 향해 핵을 쏘지는 못할 것이다.

‘핵무기 자체가 전략적 히든카드일 테니까.’

쏜다, 쏜다고 위협을 할 때 그 힘이 발휘되는 것이니까.

“중요한 것은 공화국의 군사적 상황과 정치적 상황이 아닌 것 같소. 그리고 지금 나는 공화국의 경제를 담당하는 최고 담당자로 백범 회장을 만나고 있는 겁니다.”

정치 및 군사적인 문제는 접어두자고 말을 꺼내는 장성택이다.

“예, 그렇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북경제협력을 위해서는 개성공단 가동보다 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신의주경제특구 건설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거기다가 연해주 경제특구까지 추가로 건설한다면 북한 경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장성택이다.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백범 회장도 알다시피 공화국의 경제는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소. 그리고 그 경제의존 때문에 중국은 공화국의 혈맹이면서 원조 국가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그 신의주경제특구를 중국 정부에서 허락할지 의문스럽습니다. 내 생각으로는 중국 정부가 방해할 것 같소.”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온 것입니다.”

“그래요?”

“예, 북한 정부는 신의주경제특구 건설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관망만 하시면 됩니다.”

“관망만 해라?”

“민족 경제통합을 위한 신의주경제특구와 연해주 경제특구입니다. 신의주는 중국과 접해 있고 연해주는 러시아와 접해 있습니다. 저보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 더 잘 아실 테니 더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이용하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미 작전은 시작됐습니다.”

“작전이라…….”

“중국 정부가 신의주경제특구 건설을 동의해 준다면 대한민국 정부와 제가 가지고 있는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는 100억 달러 규모로 신의주경제특구에 투자할 생각입니다.”

“100억 달러라고 했소?”

장성택은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예, 그렇습니다. 100억 달러입니다. 거기다가 연해주 경제특구까지 건설을 추진할 것이니 추가로 100억 달러를 더 투자될 것입니다.”

내 말에 그저 입이 쩍 벌어지는 장성택이다.

“백범 회장.”

장성택이 나를 다시 보며 내 이름을 불렀다.

“예, 장성택 부장 동지.”

“받는 것이 있다면 내어주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겠소?”

“그렇습니다. 그게 세상 사는 이치이지 않겠습니까.”

“그 막대한 투자의 대가로 무엇을 원하십니까?”

“민족화합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민족화합? 그게 전부입니까?”

남북의 평화적인 민족화합을 위해서 20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것은 정치적 바보나 하는 짓이다.

“저는 북한 경제의 자립을 원합니다. 북한이라고 중국식 사회주의를 추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베트남식 공산주의도 추진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것은 현 상태의 정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경제를 발전시키고 싶어 하는 북한이다. 아니 최소한의 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북한 최고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위험한 발언을 참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장성택 부장 동지께서 장군님의 명예를 거론하실 때부터 저는 제가 생각했던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으음……!”

“제가 가진 큰 뜻은 거기까지고 현실적인 수익 부분에 대한 사업 이야기를 지금부터 드리겠습니다.”

“말해 보시오.”

“현재 북한 정부는 경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이기에 그래도 손을 내밀어주고 있는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 의존도를 낮추고자 합니다.”

“그 부분은 정치적으로 연관된 부분이 많기에 내가 바로 대답할 수는 없소이다.”

“그러실 겁니다. 북한에서 절대 존엄이라고 불리시는 분의 결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장성택이 북한 경제를 장악하고 통제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김정일의 결심 후에 진행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소.”

“신의주경제특구가 건설되어야 경제적으로 북한은 숨통이 트일 겁니다. 그리고 장군님께서 하고 싶어 하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게 되실 겁니다.”

내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장성택이다.

“저는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님을 직접 만나고 싶습니다.”

내 요청에 장성택이 나를 빤히 봤다.

‘수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있겠지……!’

나도 현재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백범 회장.”

“예, 장성택 부장 동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모두 감당하실 수 있겠소?”

“제 몫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내가 김정일과 독대한다는 것은 책임질 것이 많아진다는 의미이리라.

“좋소. 바로 보고를 드리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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