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7
237화 사전 방북, 장성택을 만나다 (3)
평양 주석궁 집무실.
“평양 외곽 7호 초대소로 이동시켰습니다.”
장성택은 북한에서 절대 존엄이라고 불리는 김정일에게 담담하게 보고했다.
“통제가 가능하겠어?”
“통제보다 중요한 것은 목적이지 않겠습니까?”
“목적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남조선 대통령의 목적과 태양 컴퍼니의 회장인 백범의 목적 말입니다.”
장성택의 말에 김정일은 장성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ㅁ다.
“신의주경제특구가 가능할까?”
이미 비공식적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의 남북경제협력 의지 중 하나인 신의주경제특구에 대한 이야기는 전달된 상태다.
“중국이 방해하지 않는다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매제의 말은 중국이 반드시 방해한다는 소리처럼 들리는군.”
“공화국에 대한 절대적인 경제적 영향력을 잃고 싶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많이 받기는 했지. 하지만 공짜는 없었어.”
김정일이 인상을 찡그렸다.
“예, 그렇습니다. 각종 지하자원 개발권을 중국 국적 기업에 제공했습니다. 그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중국 측이 올렸습니다.”
“결국, 태양 컴퍼니도 그 목적을 위해 왔겠지?”
“예, 그렇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바탕에 남북경제협력과 함께 남북협력이 깔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어떤 협상도 공화국에 이롭게 진행될 것입니다. 그리고…….”
“입금됐나?”
“예, 그렇습니다. 스위스 비밀 계좌에 현성 그룹에서 보낸 7억 달러가 입금됐습니다.”
“돈을 받고 금강산을 열어주는군.”
“금강산을 열어주시고 위원장 동지께서는 주체의 창을 얻으셨습니다.”
장성택의 말에 김정일은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그렇지. 그렇고말고.”
“이번 신의주경제특구와 함께 개성공단에서 얻어지는 수익을 통해 차후에 있을 미국의 경제제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연구 개발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여튼 자네가 잘 알아서 협상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너무 의지하는 것도 좋지 않지. 세상에는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
김정일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 * *
평양 지역 7호 초대소.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으니 식사부터 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우리를 안내한 북한 관계자가 청와대 비서실장과 내게 말했다.
‘거의 요새군.’
초대소라고 불리는 장소에 들어올 때 느낀 것은 엄청난 규모의 저택이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삼엄한 경계가 세워져 있는 통제지역이라는 거였다.
‘저 여자들 모두가…….’
우리를 보며 담담한 미소를 보이며 절도 있는 자세로 서 있는 여자들은 이 초대소에서 일하는 여자들처럼 보이지만 북한 여자 군관일 것이다.
‘그리고 기쁨조일 것이고…….’
하여튼 무엇을 하든지 또 무엇을 먹든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평양까지 오셨으니 드시고 싶은 것이 있으십니까?”
북한 관계자가 우리의 긴장을 풀어주겠다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평양 하면 평양냉면 아닙니까?”
“하하하, 그렇지요.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예, 맞습니다. 평양 하면 냉면이지요.”
하여튼 밤참 비슷하게 이 밤에 평양냉면을 먹게 생겼다.
“감사합니다.”
“식사를 끝내시면 몇 가지 협의 사항을 위해서 공화국 요인들이 도착할 것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 * *
러시아 대통령궁 푸틴의 집무실.
“박태웅이라는 카레이스키는 태양 컴퍼니의 핵심 인원이고 백범 회장의 최측근입니다.”
푸틴의 보좌관이 새롭게 대통령이 된 푸틴에게 박태웅 상임이사에 대해서 보고하고 있었다.
“태양 컴퍼니?”
“예, 그렇습니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회사입니다. 이번에 본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위해 사전 조사를 위해 방문했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백범 회장이 북한 방문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조선을 경제적으로 개방시키겠다는 것인가?”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그와 함께 조선 지역에 경제특구를 건설할 가능성이 큽니다.”
“경제특구?”
“예, 그렇습니다. 연해주 지역이면 충분히 경제특구 개발 가능성이 큽니다.”
보좌관의 말에 푸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시겠습니까?”
보좌관의 말에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자신의 보좌관을 빤히 봤다.
“내가 만나려면 백범 회장을 직접 만나야겠지.”
“그럼 제가 만나보겠습니다.”
“내 협조를 구하려면 백범 회장이라는 사람이 직접 오라고 해.”
“예, 그렇게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연해주 지역에 조선과 연결된 경제특구가 건설된다면 러시아로서도 나쁠 것이 없지, 최소한 중국에 빼앗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되찾아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테니까.”
“예, 그럴 것입니다. 또한, 대한민국과 본국의 경제협력을 통해 시베리아 및 중앙아시아 지역 개발 자금을 확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예전에 말이야.”
“예, 대통령 각하.”
“고르바초프가 소련이 진 빚을 갚지 못해서 대한민국에 무기로 줬었지?”
“예,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에게 준 옛소련의 선물이라면 선물이었지.”
대한민국에 빌린 차관을 갚지 못해 소련제 무기로 대납한 것을 푸틴은 선물이라고 아무 거리낌 없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무기 수입국입니다. 물론 그 수입의 대부분이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우리의 무기를 팔 수도 있지. 그러니 선물을 준비해야겠어.”
“선물이라고 하시면?”
보좌관의 눈빛이 변했다.
“저번에 내게 보고했던 독도 보고서에 있는 사항을 알려줘야겠어.”
“독도 보고서에 있는 거라고 하시면…….”
“그거 말이야, 그거, 불타는 얼음.”
“아……!”
보좌관이 탄성을 터트렸고 푸틴은 이 순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변했다.
“그것이 공개되면 일본은 더욱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겠지. 그럼 재미가 있을 거야.”
“예, 알겠습니다.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불타는 얼음?
메탄하이드레이트를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백범은 독도와 7광구 남단 지역에 메탄하이드레이트가 막대한 양으로 매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 *
평양에 있는 7호 초대소 식당.
농담처럼 한 말인데 바로 평양냉면이 준비됐고 나와 청와대 비서실장은 평양냉면을 이 밤에 먹고 있다.
‘그게 그거네……!’
평양 현지에서 먹는 평양냉면이기에 특출나게 맛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그런 냉면이었다.
“백범 회장님, 드실 만하십니까?”
청와대 비서실장이 내게 물었다.
“의미만 맛있군요.”
내 말에 청와대 비서실장이 피식 웃었고 내가 무슨 의미로 말하는지 알겠다는 눈빛을 보였다.
벌컥!
그때 7호 초대소 식당 문이 벌컥 열리더니 중년의 남자 몇이 식당으로 들어왔다.
“이 밤에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
중년의 남자 중 하나가 초대소 식당 안으로 들어오면서 퉁명스럽게 말했고 그와 동시에 바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괜한 도발이다!.’
괜한 도발은 그냥 넘기면 안 된다.
“목구멍에 탁하고 걸립니다.”
내가 망발 비슷한 말을 한 북한 수뇌부인 중년의 남자를 보며 되받아치자 청와대 비서실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누굽니까?”
나는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조용히 물었다.
“자중하십시오. 백범 회장님. 조선인민무력부 부부장입니다.”
“부장도 아니고 부부장이라고요?”
나는 조선인민무력부 부부장이 들으라는 듯 말했고 그 말에 청와대 비서실장이 더 놀란 눈빛으로 변했다.
“백범 회장님…….”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예.”
청와대 비서실장은 마지못해 내게 대답했고 나는 인민무력부 부부장을 봤다.
‘장성택이 보냈거나…….’
그게 아니면 김정일이 따로 보냈을 것이다.
“인민무력부 부부장이시라고요? 저는 태양 컴퍼니 백범이라고 합니다.”
나는 냉면을 먹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인민무력부 부부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왜 탁하고 막히십니까?”
“분단된 조국의 현실에 목이 탁하고 막히지만, 냉면은 술술 잘도 넘어가서 서글픕니다.”
내 말에 인민무력부 부부장이 나를 빤히 보다가 미소를 머금었다.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무력부 부부장인 리성철이라고 합니다.”
내가 내민 손을 이제야 잡는 리성철 부부장이었다.
‘군 관계자가 왔다?’
이것은 내가 얼마나 대담한지를 시험하기 위함일 것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 반갑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사전 방북하신 백범 회장을 환영합니다.”
리성철은 별 의미 없는 말들을 내게 하는 상태다.
“백범 회장님 평양에 방문하시니 어떻습니까?”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리성철이 나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떠올랐다.’
저 리성철이 바로 대한민국 영토인 연평도에 포격을 감행한 그 망할 놈이다. 물론 이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추측이고 그 추측을 언론이 국민에게 공개한 것이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이 북한 평양에 왔으니 앞으로 막을 수 있는 북한의 군사도발이 참 많을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하나씩 막아가면서 남북협력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하하하!”
* * *
일본 정부 총리 집무실.
“백범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방북을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 총리는 자신의 보좌관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예, 그렇습니다. 부역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백범에 의해서 또 이신의 힘으로 일본 및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충성하는 간첩들을 꽤 많이 정리한 상태였지만 매국노는 잡초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뿌리째 뽑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북이 정상회담을 한단 말이지…….”
일본 총리는 표정이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럴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리고…….”
“그리고 뭔가?”
“남북정상회담과는 연관성이 없는 일이지만 태양 컴퍼니의 박태웅 상임이사가 러시아를 방문 중입니다.”
중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는 이렇게 일본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총리 각하.”
“말하게.”
“외람된 말씀이오나 대한민국은 이미 국교 정상화를 위한 보상을 끝낸 상태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아무런 보상도 지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본국의 경제와 외교적 문제에 치명적이게 작용하게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일본 총리의 보좌관은 다른 것을 주목하고 일본 총리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그렇지.”
“과거 한일국교 정상화는 6억 달러에 마무리했지만, 북한은 다를 것입니다.”
“북한은 말이 안 통하는 족속들이니까.”
“그래서 말입니다.”
“그래서 뭐?”
눈빛이 변하는 일본 총리였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을 부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보좌관의 말에 일본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네.”
“예, 감사합니다.”
“백범이 평양을 사전 방문하고 있단 말이지…….”
이 순간 일본 총리는 백범이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또 무슨 짓을 꾸미려고 이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