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6
236화 사전 방북, 장성택을 만나다 (2)
북경공항 다른 귀빈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처럼 중국 정부의 협조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남북경제협력의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손을 잡는 것도 방책 중 하나일 것입니다.]
백범이 예상했던 대로 중국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의 요청을 수락한 후 바로 정보수집을 위해 도청 요원을 북경공항 귀빈실에 보냈고, 백범과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누는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도청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상부에 보고해야 할 상황입니다.”
중국 정보국 소속 도청 요원이 상관에게 말했다.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신의주경제특구라고…….”
중국 정보국 소속 상관이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예, 그렇습니다.”
“거기다가 본국의 협조를 구하지 못하면 러시아와 접촉해서 남북경제협력 특구를 만들겠다는 거고.”
중국 정부는 과거에는 소련과 복잡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처럼 현재에도 그리 관계가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기 싸움을 벌이는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이 된 후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대북지원도 줄어들었기에 북한 정부는 더욱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상부에 보고해야겠군, 이번 도청을 통해서 제대로 성과를 냈어. 으흐흐!”
“정말 대한민국 고위직들은 멍청한 것 같습니다. 이런 극비사항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하니 말입니다.”
“실수겠지. 그게 아니면 우리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하고 있든지.”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나는 바로 보고하겠어.”
중국 정보국 소속 상관이 부하에게 말하고 돌아서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따르릉, 따르릉!
딸깍!
“위하이입니다.”
-무슨 일인가?
“중요한 첩보 사항을 획득했기에 바로 보고 드립니다.”
-뭐지?
놀라운 것은 중국정보국 소속 상관이 전화한 사람은 장쩌민의 특별 보좌관이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과 경제협력을 위해 신의주경제특구를 건설을 추진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인가?
장쩌민의 특별 보좌관의 목소리가 변했다.
“예, 그렇습니다. 또한, 본국의 협조와 동의를 구하지 못했을 때는 러시아 정부에 접촉해서 나진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경제특구를 건설도 추진한다고 합니다.”
-수고했다.
뚝!
바로 전화를 끊는 특별 보좌관이었다.
“백범이라는 자가 엄청난 일을 꾸미고 있군……!”
* * *
북경 공항 귀빈실.
“러시아 정부와 경제협력을 통해서 북한을 시장경제 체제로 끌어내면서 러시아가 가진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대한민국으로 직송하는 수송관을 바다를 통해 설치한다면 대한민국 경제에도 엄청난 이익이 될 겁니다.”
“정말 대단한 발상입니다.”
“물론 북한 영토를 통해서 직통으로 천연가스 수송관이나 석유 수송관을 대한민국으로 연결하면 더욱 좋겠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그저 놀랍다는 눈빛을 보이는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그 부분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는 그렇지만 북한은 과거 러시아가 소련일 때부터 석유 수송관을 이용해서 석유를 원조 받아왔습니다. 비록 그 석유 수송관이 낡기는 하지만 새롭게 수송관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적 이점이 있죠.”
이런 이야기도 중국 정부가 도청을 통해 듣고 있을 것이다.
‘들어야지. 그리고 압박도 받아야겠지.’
물론 내 계략을 간파할 수도 있다.
사실 내가 기억하는 미래의 기억에서 신의주경제특구를 대한민국 정부가 추진했지만, 중국의 방해 때문에 실패로 끝이 났다. 그래서 개성공단만이 가동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북한에 대한민국을 압박하는 무기를 하나 주는 꼴입니다.”
“무기를 준다?”
“그렇지 않습니까? 러시아에서 보내는 천연가스나 석유를 북한 정부가 수송관 밸브만 잠그면 끝나는 일이니까요.”
나는 비서실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럴 수도 있기에 해양 수송관을 설치하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북한이 무기화 할 수 있는 밸브 자체를 없게 만드는 거죠.”
“그렇다면 북한은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해양영토 사용료만 지급하면 동의할 수도 있습니다.”
“현금 지급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내 말에 청와대 비서실장이 놀란 눈빛을 보였다.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달러로 현금 지급을 한다면 북한은 그 달러를 이용해서 핵무기를 만들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현 정부는 야당의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고 국민들 역시 대북지원금을 통해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말하게 될 겁니다.”
“그런 문제도 있군요.”
흘릴 이야기는 다 흘렸으니 더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참으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사실 개성공단도 말들이 많습니다.”
“그렇군요. 저는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무엇이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예, 그러실 겁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참 오랫동안 대기하고 있는 것 같다.
‘얻을 정보를 다 얻었으니……!’
곧 고려항공 항공기로 북한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 * *
중국 북경 장쩌민 주석의 집무실.
밖에서 전화를 받은 장쩌민 주석의 특별 보좌관이 바로 주석의 집무실로 들어와 보고 받은 사항에 대해 다시 보고했다.
“신의주경제특구?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고를 받은 장쩌민 주석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 그렇습니다. 남북경제협력을 위해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조선과 논의해서 개성이라는 곳에 특구를 건설 중입니다. 그와 함께 신의주 지역에도 경제특구 건설을 추진하려는 것 같습니다.”
“놀랍군. 정말 놀라운 발상이야.”
“또한, 신의주경제특구의 건설에서 본국 정부의 협조나 동의를 구하지 못했을 때는 러시아 정부와 접촉하는 방안도 준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백범이 진실 속에 숨겨 놓은 중국에 대한 협박이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 때문에 백범의 협박은 꽤나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중요한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흘렸다는 건가?”
“실수로 이야기가 나온 모양입니다.”
특별 보좌관의 말에 장쩌민 중국 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고 우리가 들으라고 흘린 정보일 수도 있겠지.”
역시 일국을 다스리는 최고 권력자는 뭐가 달라도 다른 법이다.
“아……!”
“백범이라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남북협력을 위한 신의주경제특구 건설에 방해하지 말라는 협박이군.”
“그럴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 정부를 거론한 것도 그런 쪽으로 유도하기 위함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뭐지?”
장쩌민 중국 주석이 자신의 특별 보좌관에게 물었다.
“남북경제협력이 가속되고 그에 따라 개성공단과 신의주경제특구가 건설된다면 조선은 대한민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입니다. 그에 따라 조선이 경제적으로 본국에 의존하는 의존도가 하락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헐값으로 확보되고 있는 북한 지하자원 광산들을 더는 헐값으로 넘겨받을 수 없게 됩니다. 거기다가 태양 컴퍼니의 자본력이라면 북한 내부의 광산 개발도 촉진할 수 있습니다.”
특별 보좌관의 말에 장쩌민 중국 주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양 컴퍼니는 미국 국적 기업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것이 문제로 부각이 될 것 같습니다.”
“북한 내부 개발을 위해 자본을 투자하려면 미국 최고의 층의 동의가 있어야겠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남북경제협력을 위해 준비되고 있는 신의주경제특구를 방해할 수도 있겠군.”
“미국의 관점에서 조선은 악의 축입니다. 그러니 주석 각하의 예측대로 될 가능성도 큽니다.”
“우리 처지에서는 신의주경제특구라는 것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러시아라는 대안이 있으니…….”
“우선은 지켜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8월에 비공식적으로 백범 회장을 부주석이 만나기로 되어 있지 않나?”
장쩌민 주석은 현재 백범의 모든 행보가 철저하게 사전에 계획된 일이었다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들었다.
“예, 그렇습니다.”
“톱니바퀴처럼 착착 맞물리는군.”
장쩌민 주석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 * *
평양공항 귀빈실.
북한 국적의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북경에서 평양까지 도착하는 데 6시간이 걸렸다.
‘인천에서부터 따지면…….’
거의 하루가 꼬박 걸려서 끝내 북한 평양에 도착했다.
‘판문점을 이용했으면!’
택시를 타고 왔어도 3시간이면 될 거리를 하루에 걸려서 끝내 여기까지 온 것이다.
“북한에 오셨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왔군요. 제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사실 나는 심장이 떨리고 있는 상태다. 아니 그 누구라도 두려움과 감격 때문에 심장이 떨리고 정신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무엇일까?’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을지 걱정이 된다.
“백범 회장님께서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시게 될 겁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내게 말했다.
“역사의 한 페이지라?”
“그렇지 않습니까. 곧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겁니다. 그에 따른 사전 방북단이니까요.”
“저는 사실 대통령님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이곳에 왔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 약속이 역사에 기록될 겁니다.”
하여튼 청와대 비서실장도 정치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말은 정말 잘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때 평양공항 귀빈실의 문이 열렸고 군복을 입은 북한 군관들이 들어와서 우리를 봤는데 살짝 겁이 났다.
‘돌아갈 수나 있을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때 북한군관 뒤에 있던 중년의 남자가 우리를 보며 환영 인사를 전했다.
“북한 외교부 부부장입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내게 귀띔을 해줬다. 그리고 바로 그에게 환한 미소를 보였다.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을 장성택 부장 동지께서 평양 초대소로 모시라고 하십니다.”
이미 늦은 오후다.
그러니 오늘 당장 내가 장성택을 만날 수는 없을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바로 대답했고 북한 외교부 부부장이라는 남자의 안내를 받으며 우리는 그가 말한 평양 초대소로 이동했다.
‘기쁨조……!’
나도 모르게 기쁨조가 떠올랐다. 그리고 북한은 기쁨조라는 존재들을 이용해서 외국 외교관들의 약점을 잡는 임신부대가 존재한다는 흥미 유발 기사도 떠올랐다.
‘뭐든 조심해야 해.’
대한민국 사람의 관점에서 가장 믿고 싶은 존재가 북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믿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바로 북한 사람이다.
‘그다음이 조선족이고!’
하여튼 우리는 고급 자동차를 타고 평양 초대소라는 곳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