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
234화 남북정상회담과 함께하다 (4)
나는 먼저 전 대후 조선 노조위원장을 봤다.
“지금 당하고 있으신 조치에 대해서 노조는 억울한 부분이 많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을 말이라고 합니까?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을 때 그 부분에 대해서 노동자와 나눈 적이 없습니다. 과거에는 파업을 하면 공산당 취급을 받았죠. 이제 기업이 어렵다고 이렇게 강경하게 사업장 폐쇄와 폐업신고를 해버리시면 20만 조선 사업 부분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라는 겁니까?”
“제가 그런 조처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당신께서 오셨겠습니까? 그리고 제가 조금 전에 미래에 대해 말씀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제 이야기를 잘 들어보십시오.”
“예, 듣겠습니다. 들을 수밖에 없죠. 이렇게 대단하신 분인지는 차마 몰랐습니다.”
“예, 저는 원래 이렇습니다. 우선 태양 그룹과 태양 컴퍼니는 태양 해운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태양 해운사가 운영 중인 대형 선박 중 80%가 외국계 선박 회사에서 빌려 쓰는 대형 선박입니다.”
“그래요?”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80%에 달하는 대선들은 올해로 계약이 종료됩니다. 벌크선부터 LNG 수송선까지 모두 계약만료죠.”
“으음…….”
“그래서 저는 태양 조선을 통해서 선박을 건조할까 합니다. 내부거래라고 할 수 있지만 내 회사가 있는데 왜 다른 조선사에 건조 물량을 주겠습니까? 태양 해운이 당장 필요로 하는 선박은 수십 척이 넘습니다.”
내 말에 놀라운 눈빛을 보이는 노조위원장이다.
“아……!”
“앞으로 24시간 교대근무를 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당연히 적자인 조선사는 흑자로 전환할 것이고 그와 함께 성과급을 노동자들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정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도해양개발회사도 태양 컴퍼니의 계열사라는 것은 들어서 아시죠?”
“예, 그렇습니다.”
눈빛이 변해 있는 노조위원장이었다.
“우도해양개발은 7광구 지역에서 해양심층수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또한, 태양 컴퍼니는 베트남 정부와 합작해서 베트남 해양에 대한 해양유전 개발 사업권과 해양 가스전 개발 사업권을 확보한 사태입니다. 이것이 어떤 의미로 여러분들에게 작용할지는 제가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그러니까, 그 부분에 필요한 모든 선박을 조선사에서 건조한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그러니 파업하실 시간이 있겠습니까? 제가 조금 전에도 말씀을 드린 것처럼 업계 최고 대우를 해드릴 겁니다. 수익에 대한 재분배 역시 진행될 것입니다. 그러니 파업을 철회하십시오.”
“으음……!”
“향후 10년까지는 선박 건조 수주를 못 해서 노동자들이 쉬는 날은 없을 겁니다.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약속해 드릴 겁니다. 또한, 대한민국 물가 인상을 기준으로 해서 2배로 임금을 인상해 드릴 것입니다. 만약 대한민국의 물가가 3% 이상이 됐다면 조선사의 다음 연도 임금인상은 6%가 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내 말에 입이 쩍 벌어졌다.
“그,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으시죠?”
“예, 물론입니다.”
“또한, 직원 복지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쓸 것입니다. 직원들의 자제들이 대학에 입학하게 된다면 모든 입학금을 자녀의 수와 상관없이 100% 지급할 계획입니다. 그것은 대학원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입니다.”
“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선사가 성장하는 만큼 이익을 재분배하기 위해 태양 조선의 주식 일부를 먼저 직원들에게 지급해서 고용자가 아닌 주인으로 일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이런 조건이면 파업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표정이 밝아지는 노조위원장이다.
“그리고 태양 조선의 제2 사업장은 베트남에 설립할 예정입니다.”
“베트남에요?”
표정이 밝아졌던 노조위원장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예, 그렇습니다. 인건비도 고려해야죠. 하지만 관리직 직원들은 모두 국내에서 선발해서 베트남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어떻습니까?”
“그 정도는 양보할 수 있습니다.”
노조위원장은 양보라는 단어를 썼고 나는 그를 보며 웃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사내 아래 도급을 모두 없애리라는 것을 통보합니다.”
“예?”
대한민국 모든 기업의 생산 공장에는 사내 하청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것이 존재한다.
“제가 말씀을 드린 것처럼 앞으로는 24시간 3교대로 근무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입니다. 그러므로 사내 하청으로 일하는 아래도급 직원들까지 정규직에 준하는 임금 대우를 해줄 예정입니다.”
내 말에 묘한 표정으로 변하는 노조위원장이다.
‘그들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지.’
그리고 앞으로 내 편이 되어 움직일 사람들이다.
‘계약직이지만 임금은 동일하게!’
2년마다 계약을 해야 하기에 그들은 파업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1년 11개월 후에 계약을 해지하게 되고 다시 고용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다.
“으음……!”
“싫으십니까?”
“아닙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노조파괴일 것이다.
“그럼 제 제안을 수락한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노조위원장이 대답했고 나는 태양 자동차 노조에 흡수된 상태에서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전 대후 자동차 노조위원장을 봤다.
“같은 조건입니까?”
그가 내게 먼저 물었다.
“조건은 같습니다. 그리고 껍데기에 불과한 태양 자동차를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육성해 볼까 합니다.”
“껍데기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전 대후 자동차가 가격 경쟁력 말고 가진 것이 뭐가 있습니까?”
“으음……!”
“기술 개발이 없이 자동차 업계에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후 자동차를 인수해서 태양 자동차로 전환하자마자 자동차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내 말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향후 10년 동안 10조 원을 투자해서 자동차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10조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또한, 차세대 자동차인 전기차와 수소차 개발에도 착수할까 합니다.”
내 말에 그저 놀랍다는 눈빛을 보이는 그였다.
사실 현시점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개발에 착수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큐브에서!’
무인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연구를 비밀리에 착수한 상태다.
‘구글이 했던 그래도 따라간다.’
이런 시도를 통해서 나는 태양 자동차를 차세대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업체로 거듭나게 할 생각이다.
“이제는 파업을 푸시겠습니까?”
“예, 당연하죠.”
“물론 뉴스에 발표한 그대로 중국 현지에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철회되지 않을 겁니다.”
“꼭 그러실 필요까지 있으십니까?”
“예, 말 못 할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10조를 투입해서 자동차 개발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니 아무 걱정을 안 하셔도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저희는 회장님만 믿고 따르겠습니다.”
“예, 그러셔야 합니다. 저는 사업을 운영하면서 얻어지는 부를 노동자와 반드시 분배할 것입니다. 그러니 노력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하여튼 두 노조위원장과의 담판은 보기 좋게 끝냈다.
* *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남북정상회담보다 중요한 것이 개성공단 사업과 신의주경제특구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비서실장에게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각하.”
“비서실장은 나를 오랫동안 보좌했지요?”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내 마음이 어떤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 각하, 북한의 경제가 대한민국에 의존할수록 통일은 빨라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경제협력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하락시켜야 합니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그 일을 해줄 사람은 백범 회장밖에는 없소이다. 그러니 이번 사전 방북 때 백범 회장과 동행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는 비서실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기적을 만든 사람입니다. 나는 그를 믿을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 * *
2000년 6월 3일, 태양 컴퍼니 회장실.
청와대 비서실장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사전에 논의할 것이 있다고 태양 컴퍼니 방문을 요청했다.
나는 그의 요청을 수락했기에 이곳에 청와대 비서실장이 앉아 있다.
“사전 방북이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새부적인 사항을 위해서 제가 사전 방북할 계획입니다. 저와 함께 평양으로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이것은 나보고 사전에 평양에 가서 개성공단 사업과 신의주경제특구사업을 미리 조율해 보라는 소리다.
“대통령 각하의 복안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비서실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장님.”
“예, 백범 회장님.”
“개성공단은 현재 부지 조성에 착수한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개성공단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신의주경제특구는 추진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고 이것은 북한이 합의한다고 해도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서 정부 관점에서 망설이고 있는 상태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하께서는 신의주경제특구 건설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미래의 기억으로는 신의주경제특구 건설은 실패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꾸는 거지.’
그것이 회귀한 내가 할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저는 누구를 만나는 겁니까?”
내 물음에 비서실장의 눈빛이 달라졌다.
“일차적으로는 장성택 부장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사실 그가 북한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그가 모든 결정을 내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위원장을 독대하실 겁니다. 북에 이 사실을 통보했고 북측에서도 수용했습니다.”
“벌써요?”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내가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김정일과의 접견을 잡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을 드리고 회장님의 의중을 확인했어야 했지만 일이 급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사전 방북에 대한 모든 협상의 전권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그야 당연히……!”
비서실장이 내 눈치를 봤다.
“제게 있어야 할 겁니다. 그 부분이 약속된다면 제가 평양으로 가겠습니다.”
아마 이렇게 되면 나는 다시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의 중심에 놓이게 될 것이다.
‘또 정치권에서 난리가 나겠군……!’
하지만 나는 이미 대통령께 신의주경제특구 개발 준비를 하겠다고 말한 상태이니 가기 싫어도 갈 수밖에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대통령 각하께서 전권을 회장님께 전적으로 이임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비서실장님과 함께하겠습니다.”
하여튼 본의 아니게 김정일을 만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