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33화 (233/415)

# 233

233화 남북정상회담과 함께하다 (3)

2000년 5월 29일, 태양 컴퍼니 회장실.

“대후 그룹 부도 때문에 종합주가지수가 급락했습니다.”

보고자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일이지!’

대략적으로 80포인트 하락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IMF를 조기에 극복한 대한민국의 입장에서는 악재가 분명했다. 하지만 내게는 이득일 수밖에 없고 대후 그룹 부도 때문에 나는 종합주가지수 하락에 옵션 투자를 했기에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됐다.

“곧 옵션 만기죠?”

“예, 그렇습니다. 옵션 행사를 통해 순수익 5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역시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롭다.

“50억 달러면 대후 자동차와 조선을 인수할 수 있겠군요.”

“그룹 차원의 부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선과 자동차를 매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전화가 오겠군요.”

과거에 나는 대후 그룹 회장으로부터 대후 전자를 인수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대후 자동차와 조선을 인수하고자 한다.

“그럴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실 대후 자동차와 대후 조선을 인수할 그룹은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재벌들은 IMF 이후에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다면 충분한 그룹 유보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러니 그렇게 확보해 놓은 유보금을 부실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대후 그룹 계열사를 인수하려는 그룹은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제 대후가 급해졌으니 건설도 손에 넣어야겠습니다.”

“건설까지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그렇게 알고 내사를 진행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

내가 말했고 태양 컴퍼니 중역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지만 박태웅 상임이사는 그 자리에 남았다.

“대후 건설을 인수하시는 것은?”

“자금이 확보되고 있으니 사하라 사막 녹지화 사업을 추진할 때이지 않습니까? 대수로 건설을 현성 건설과 동아 건설에만 맡길 수는 없죠.”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그리고 회장님.”

“예 말하세요.”

“태양 해운 관련 문제로 보고를 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곧 대여한 선박들의 계약이 만료됩니다. 그에 따라 추가적인 계약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추가 계약은 없습니다.”

현재 세계 해운업은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그에 따라 대형선박을 가진 선주들은 선박 대여 단가를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예?”

“현재 세계 해운 운임이 높죠?”

“예, 그렇습니다. 배만 띄우면 막대한 수익이 날 정도입니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법입니다. 그러니 더 이상 선박들을 빌려서 운영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 말씀은 대후 조선을 인수하셔서 직접 건조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일 년 정도가 지나면 세계 해운 운임이 폭락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보통의 경우 해운사는 대형 선박의 선주에게 10년 단위로 선박 대여를 계약하니 10년 동안 막대한 적자를 보면서 운영해야 하고 그것은 해운업 전체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다.

‘또 기회고 오고 있지.’

현재 태양 해운은 대한민국 3위 해운사다. 그러니 일 년 후를 준비하면서 1위 해운사로 거듭나야겠다.

‘대후 조선부터 차지하자.’

아마 곧 연락이 올 것 같다.

따르릉, 따르릉!

그때 내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급하셨군.’

딸깍!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백범입니다.”

-백범 회장, 나 대후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자신의 그룹명으로 자신을 표현한 대후 그룹 회장이다.

“예, 뉴스 봤습니다.”

전화 통화부터 압박을 시작해 볼 참이다.

-예, 그렇게 됐소. 전에 말한 그 합리적인 방법에 대해서 논의를 해보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뭐라고요?

“삼진 조선 인수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삼진 중공업은 현성조선, 대후조선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조선사다.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를 만나시겠다면 그 합리적인 논의에서 금액을 많이 낮추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를 만나시겠습니까?”

-만납시다.

대후 그룹 회장은 급한 불을 꺼야겠다는 듯 바로 만나자고 했다.

* * *

국제호텔 특실

“20억 달러라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대후 조선과 자동차를 인수할 자금으로 20억 달러를 책정했습니다.”

이것은 헐값이다.

그리고 기업 인수 합병에서는 원래 이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법이다.

‘찢어서 되팔아도!’

최소 30억 달러는 남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후 자동차의 기업 가치만 해도 40억 달러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수조건에서 해외법인은 분리해서 인수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포함되었으면 합니다.”

“으음……!”

대후는 세계 경영을 내세워서 해외에 많은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그리고 그 현지법인들은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어떠십니까?”

“백범 회장…….”

“그 이상의 금액으로는 저도 인수할 수가 없습니다.”

대후 그룹의 입장에서는 절벽 앞에 서 있는 상태다.

“으음…….”

“또한 이번에 제가 대후 건설도 흡수 합병하고자 합니다.”

“건설까지?”

“예, 그렇습니다. 10억 달러를 추가적으로 책정했습니다.”

대후 건설을 인수하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동아건설까지 적대적 인수합병을 통해서 인수할 계획이다.

“총 30억 달러입니다. 그 자금이라면 대후 증권을 살리고 대후종합무역상사까지 살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재계서열 4위의 대후 그룹이 내 조건을 수락하면 재계서열 100위 아래로 곤두박질을 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내 조건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그룹 해체를 넘어 그룹의 존망까지 위태롭게 되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좋소이다.”

건질 것은 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 대후 그룹 회장이었다.

“긴급주총을 열고 바로 이사회의 동의를 구하겠소.”

“그렇게 하십시오.”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딱 일주일 후에 태양 컴퍼니가 대후 조선과 대후 자동차 그리고 대후 건설을 인수한다는 뉴스 발표가 났고 그와 동시에 대후 계열사의 노조들이 시위를 시작했다.

“회장님, 대후 조선과 대후 자동차 노조의 파업 시위가 강경합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내게 보고했다.

“기업 합병 반대 시위죠?”

“예, 그렇습니다. 두 노조에서는 절대 불가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태양 컴퍼니가 인수할 때 조건으로 완전 고용을 요구해 오고 있습니다.”

“강선 노조죠?”

“예, 아시는 것처럼 그렇습니다.”

“공장 폐쇄하세요.”

“예?”

내 말에 박태웅 상임이사가 기겁한 눈빛을 보였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후 자동차와 대후 조선은 5년째 적자 기업입니다. 그런 적자 기업의 노동자가 완전 고용을 요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물론 이것은 기업 경영자의 입장일 것이다.

‘완전고용은 해준다.’

하지만 강성노조의 기를 꺾어놓아야 한다.

“박태웅 상임이사.”

“예, 회장님.”

“왜 내가 태양 그룹이 아닌 태양 컴퍼니를 통해서 대후 조선과 대후 자동차를 인수했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됐습니다. 태양 컴퍼니 홍보부를 통해서 대후 자동차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발표하십시오.”

“회, 회장님……!”

“그렇게 하세요. 신의주경제특구 개발 착수를 위해서라도 중국 고위층에게 던질 미끼는 있어야 합니다.”

“너무 큰 강수입니다.”

“제가 던질 강수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대후 조선의 제2조선소를 베트남에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하십시오.”

“그, 그것까지…….”

“기를 꺾어놓을 참입니다.”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되실 겁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런 후에 노조와 협상하겠습니다.”

* * *

2000년 6월 1일, 태양 컴퍼니 회장실.

대후 조선과 대후 자동차 노조위원장들이 태양 컴퍼니 회장실로 왔고 그들의 눈빛에는 나에 대한 적의가 가득했다.

“건설사 노조위원장께서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는 대후 그룹 회장에게서 대후 건설도 인수했고, 그와 동시에 태양 건설에 흡수시켰다.

“체불된 임금을 바로 지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양 건설 노조에 흡수된 전 대후 건설 노조위원장의 표정은 밝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지금 철저하게 두 노조 위원장을 무시하고 있다.

“앞으로 태양 건설은 토목 공사에 집중할 것입니다. 저와 태양 컴퍼니는 태양 건설을 세계적인 토목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입니다.”

“예, 경영진을 적극 따르겠다는 것이 통합된 노조의 방침입니다.”

“예,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건설업 최고의 임금 대우를 보장할 것입니다. 파업을 하면 생산 자체가 안 되고 그만큼 손해이지 않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보세요, 회장님.”

그때 성질 급한 전 대후 자동차 노조위원장이 나를 불렀다.

“왜 그러십니까?”

“우리를 불러놓고 왜 이렇게 무시하는 겁니까?”

“누가 불렀다는 겁니까? 막무가내로 오시겠다고 하신 분은 두 불법 노조 위원장님들이십니다.”

“불법 노조라고 하셨습니까?”

“이미 대후 자동차는 폐업신고를 끝냈습니다. 회사가 없는데 노동자가 어디에 있고, 노조가 어디에 있습니까?”

사실 저들이 급하게 나를 찾아온 것은 내가 전 대후 자동차와 대후조선에 대해서 폐업을 신고해 버렸기 때문이다.

“손바닥으로 해를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5년 이상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완전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시는 것은 정상적인 노조활동입니까?”

“으음……!”

“정말 이러실 겁니까?”

“예, 이럴 수밖에 없습니다.”

내 말에 두 불법 노조위원장들은 나를 노려봤다.

“20만 명입니다. 대후…….”

“대후 조선과 대후 자동차는 없습니다. 이제 태양 자동차와 태양 조선만 존재합니다.”

“회장님!”

“그래도 오셨으니 제 요구 조건이라도 듣고 가십시오.”

“뭐, 뭐라고요?”

“20년 동안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수락하신다면 저는 태양 자동차와 태양 조선의 본사를 대한민국에 그대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20년 동안 임금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두 노조위원장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합리적인 임금인상을 사측에서 제시할 것입니다. 물론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드립니다.”

“으음…….”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난리가 났죠? 태양 자동차와 태양 조선이 베트남과 중국으로 이전한다는 발표 때문에 걱정하고 있습니다. 제가 꼭 그래야 합니까?”

“정말 최고 대우를 약속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제가 생각하는 계획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두 노조 위원장이 나를 빤히 봤다.

“들어보시겠습니까?”

“예,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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