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
232화 남북정상회담과 함께하다 (2)
청와대 경제인 초청 만찬장.
“IMF를 조기에 극복한 것은 재벌 총수 여러분들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은 표면적으로는 IMF 조기 극복에 대한 공헌을 대통령이 칭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만찬장에 초청된 재벌 총수들의 면모를 보면 모두 대북경제협력에 앞장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후 회장 빼고!’
이 자리에 모인 재벌 총수들은 모두가 그래도 구조조정을 통해서 IMF를 극복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눈빛이지만 대후 그룹 회장만큼은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그룹 해체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나는 대후 그룹이 해체되면 대후 자동차를 넘겨받을 생각이다. 또한, 대후 조선도 넘겨받을 생각이다.
‘문제는 강성 노조인데……!’
물론 태양 그룹이 아닌 미국 국적의 태양 컴퍼니에서 인수 합병을 추진할 생각이다.
“이제 어려운 시련을 극복했으니 더 힘써 노력해서 경제 대국으로 나갑시다.”
대통령의 말에 이 자리에 모인 재벌총수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IMF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했습니다.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현성 그룹 왕 회장이 대통령을 보며 말했다.
“맞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여러분들의 공입니다.”
대통령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IMF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을 뽑으라면 국민의 희생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나도 희생했지.’
국민의 희생이 없었다면 IMF를 조기에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재벌 총수들은 IMF 이전보다 더 큰 부를 축적했고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상태다.
“그리고 이제는 남북협력을 위해 남국 경제 협력을 추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대통령은 남북경제 협력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경제인들을 이곳에 초청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나는 지금 아무 말도 없이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을 뿐이다.
‘따로 부르시겠지.’
대통령이 내게 원하는 것은 신의주경제특구 개발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이니까.
“특히 현성 그룹 회장님께서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1,000마리의 소 떼를 몰고 방북해 주신 것 때문에 남북의 분위기가 참 좋아졌습니다.”
“소 떼를 몰고 제 고향으로 향한 것뿐입니다.”
1,000마리의 소 떼를 몰고 현성 그룹 회장은 평양으로 향했고 그에 따라 남북 관계가 무척이나 좋아졌다.
그리고 금강산 개발도 시작될 수 있었고 그 금강산 관광 때문에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 연구 사업비를 마련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경제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십시오.”
역시 이 만찬장은 형식적인 행사다. 그리고 대통령께서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지만, 눈빛으로는 나중에 따로 봅시다. 이러는 눈빛을 보인다.
* * *
청와대 만찬장.
“그룹 경영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대후 그룹 회장은 만찬장에서 내게 말했다.
“구조조정에 실패하신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태양 그룹에게 전자를 넘긴 후에 일시적으로 자금 압박에 벗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경영 자체가 어려운 상태입니다.”
도와 달라고 내게 말하는 대후 그룹 회장이다.
“그렇다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착수하셔야 합니다. 그와 함께 핵심 계열사를 정리하셔서 자금을 확보하셔서 갱생의 길을 모색하셔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내 말에 대후 그룹 회장은 인상을 찡그렸다가 나를 다시 봤다.
“계열사 정리를 한다면 태양 그룹이 대후 그룹에 원하는 계열사가 있습니까?”
사실 청와대는 대후 그룹에 자동차와 조선을 현성 그룹에 넘기라는 제안을 했었다. 하지만 대후 그룹의 입장에서는 자동차와 조선이 핵심 계열사이기에 거부했고 그에 따라 자동차와 조선에 대한 빅딜은 무산이 됐다.
‘넘기라고 했을 때 넘겼어야지.’
어떻게든 움켜쥐고 버티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다.
“회장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예, 자동차와 조선을 매각하십시오. 그리고 건설과 증권만 살리면서 회생을 모색하셔야 합니다.”
“으음……!”
대후 그룹 회장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이 청와대에 왔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게 고민하고 있다는 듯 신음을 터뜨렸다.
“이대로 가면 지급 불능상태가 되어 파산하시지 않겠습니까?”
이미 대후 그룹은 그룹 해체 수준 이상이라는 것을 전략기획실에서 보고를 받은 상태다.
“그렇긴 합니다.”
“태양 컴퍼니에게 조선과 자동차를 넘기십시오.”
“태양 컴퍼니에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내가 조선을 대후 그룹에서 넘겨받으려는 것은 해양 유전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자동차까지 넘겨받으려는 것은 신의주경제특구를 위해 중국 정부에 미끼를 던지기 위함이다.
‘중국은 자국 자동차 브랜드가 거의 없으니까…….’
대후 자동차를 이용해 중국 합작회사를 건설하면서 중국 핵심 고위층과 끈을 만들어 볼 참이다.
“백범 회장께서 넘겨받으시겠습니까?”
“합리적인 조건이라면 인수할 의향이 있습니다.”
“합리적인 조건이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그 합리적인 조건이 어떤 것입니까?”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대후 그룹 회장은 뻔한 소리를 들었다는 눈빛을 보였다.
‘내가 급할 것은 없지.’
대후 그룹이 해체된 후에 조선과 자동차를 손에 넣으면 그만이니까.
* * *
나는 자리를 옮겨서 현성그룹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금강산 관광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모두 백범 회장의 도움 때문입니다.”
현성그룹 회장이 내게 말했다.
“아닙니다. 모든 것은 회장님께서 제 의견을 따라주셨기 때문입니다.”
내 말에 현성그룹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범 회장.”
“예, 회장님.”
“앞으로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는 내게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선업이 도약할 것으로 생각을 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벌크선을 수주해서 건조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렇습니까?”
“예,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고부가가치를 이룰 수 있는 LNG 수송선 기술을 확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많은 국가는 해양 자원 개발에 착수하고 있는 상태고 곳곳에서 해양 가스전이 개발되고 있으니까요.”
“옳은 말인 것 같소. 그래서 나는 해양 플랜트 산업에 집중해 볼까 합니다.”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왜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 뿐입니다.”
“그 부분에 대한 사업 확장에 대해서는 포기하라는 겁니까?”
“모든 결정은 회장님이 내리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기는 하군요.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개성공단 사업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습니까?”
“대통령께서 그 부분에 깊은 관심이 있으시니 준비 작업에 착수하실 것 같습니다. 그러니 경제인으로 협력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현성그룹 회장이시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하여튼 지금은 그저 이런저런 이야기만 나누고 있는 상태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고 만찬이 끝났고 역시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 대통령께서는 나를 따로 부르셨다.
* * *
서울 외곽에 있는 고급 한정식 식당.
야당 대표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최 의원이 스미스를 만나고 있었다.
“민간영리병원 법을 국회에 의안으로 부치고 통과시켜야 합니다.”
스미스는 백범이 요구한 그대로 착착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당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어요.”
“그러니 협력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시행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에 국한해서 특별지역을 선포해서 실행하자는 겁니다.”
“제주도를?”
“그렇습니다. 제주도는 비자 발급 없이 입국이 가능한 관광특구지 않습니까?”
이미 백범은 제주도를 거의 장악해 나가고 있었다.
“국제학교 설립법과 함께 민간영리병원 설립법을 제주도에서 시험적으로 적용해 보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의료관광을 늘린다면 대한민국에도 좋은 일일 것 같습니다.”
이미 백범은 제주도에 서울 연서 대학병원 정도의 규모의 병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상태였다.
“그렇기는 하지만 국민 정서적인 부분이…….”
“그 법만 가결된다면 저희가 야당에 많은 도움을 드릴 것입니다.”
스미스의 말에 야당 대표의 최측근이 스미스를 뚫어지게 봤다.
“노력해 보겠소.”
* * *
청와대 집무실.
대통령의 옆에 새로운 비서실장이 서 있다. 그는 일본의 부역자이기에 나는 이신에게 그를 축출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신은 바로 움직여서 그가 저지른 부정부패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청와대는 즉각적인 경질을 발표했다. 그리고 새로운 비서실장이 저렇게 대통령 각하의 옆에 서 있다.
“백범 회장.”
“예, 회장님.”
“우도 해양개발이 본격적으로 한일공동개발 구역 안으로 진입해서 해양 암반수 채굴을 시작했다면서요?”
“예 그렇습니다.”
“일본 외무성의 압력이 상당합니다.”
“예상했던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합니다. 그와 함께 오늘 외교부에서 보고받기를, 중국해양자원공사가 7광구 지역에 진입해서 무단으로 가스전 개발에 착수해서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게 참 골치가 아파졌습니다.”
“중국이 도둑질을 시작했으니 일본도 어떤 반응을 보일 것으로 판단합니다. 아직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 아니니 각하께서는 지켜만 봐주십시오.”
“모든 준비가 무엇입니까?”
“부시 후보의 대선 당선입니다. 부시 후보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그때 본격적으로 한일 공동개발에 대한 해양 자원 개발에 착수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일본도 아무 소리도 못 하고 따라올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리고 최종적으로 세계 해양법이 개정되지 못하게 추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미국의 동의를 얻어낼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곧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릴 겁니다.”
눈빛이 변하는 대통령이시다.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으실 업적을 이루실 것 같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때 나는 백범 회장께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백범 회장이 말씀하신 신의주경제특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추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신의주경제특구에 대해서는 이미 대통령에게 약속한 부분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가 필요한데……!’
중국은 가스전 개발 때문에 인맥을 어느 정도 만들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아직 내가 만들어 놓은 인맥이 존재하지 않는다.
‘푸틴을 만나야겠지……!’
내가 푸틴을 만날 수 있다면 나는 푸틴에게 시베리아에서 채굴되는 천연가스를 수송관을 이용해서 북한으로 이동시키고 또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할 생각이다.
“나는 백범 회장에게 기대가 참 큽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하여튼 이제는 신벽란도 사업 추진을 위하여 신의주경제특구를 추진해야 할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