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졸부 집 망나니-231화 (231/415)

# 231

231화 남북정상회담과 함께하다 (1)

2000년 4월 13일, 태양 그룹 회장실.

“16대 총선 및 지방 단체장 선거 결과입니다.”

태양 그룹 전략 기획실 실장이 내게 16대 총선 결과 보고서를 내밀었다.

“보고서 그래도 새나라당이 133석, 청년민주당이 115석 그리고 민자련이 17석을 확보했습니다.”

여소야대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지박 서울 시장 후보의 당선 여부다.

“서울 시장은?”

나는 전략 기획실 실장에게 물었다.

“낙선했습니다.”

이지박이 낙선했다.

“다행이군요.”

이것으로 내가 아는 이지박이 서울 시장이었을 때 했던 일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물론 나는 새롭게 서울 시장이 된 문재한 시장을 통해서 청계천 복원공사를 요청할 참이다.

“그럼 바로 당선 축하 전화를 드려야겠군요.”

내가 아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완벽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하여튼 최소 이지박이 대통령이 되는 길을 우선은 막았고 그와 함께 4대강 사업도 막을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되면 허울뿐인 자원외교도 막게 될 것이다.

‘능력 없는 자원외교는!’

세금 낭비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민간 차원에서 이지박보다 훨씬 앞서는 자원외교를 펼치고 있다.

“예, 그렇게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연결하세요.”

내 말에 전략 기획실 실장이 바로 문재한 서울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따르릉, 따르릉!

딸각!

“여기 있습니다.”

전략기획실 실장이 내게 전화기를 내밀었다.

“백범입니다.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 모든 것이 백범 회장께서 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한 서울 시장은 당선에 대한 모든 공을 내게 돌리는 투로 말했다.

‘다음 목표를 위해 달리겠다는 거겠지……!’

서울 시장에 당선된 사람은 모두가 대권을 꿈꾼다. 그리고 이번에 당선된 서울 시장 역시 속으로는 다음 대권을 꿈꾸게 될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바보 그 사람이다. 그러니 나는 이번에 당선된 서울 시장을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고 다음 대권이 아닌 차차기 대권에 도전할 준비를 하라고 설득할 생각이다.

‘그래야 비슷해지니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사실이죠. 낙선 운동이 일어났고 비리 정치인들이 정계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깨끗한 정치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럴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지박 후보는 곧 검찰 소환을 받게 될 겁니다.

내가 이지박 후보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서울 시장이 알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습니까?”

-예, 그럴 것이랍니다.

이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정치 보복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은 죄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하는 법이다.

-디스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작은 전자회사 때문에 옥살이할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리고 놀란 척을 해야 할 때다.

-그건 그렇고 조언을 구할 것이 있습니다.

“예, 말씀해 보십시오.”

서울 시장은 내게 조언을 구한다고 했지만 내 귀에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달라는 투로 들렸다.

-지속적으로 민간영리병원법을 요구해 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스미스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민간영리병원법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시장님께서 나설 일이 아니신 것 같습니다. 외국계 투자회사들이 병원을 인수해서 민간영리병원으로 변경하려고 한다는 것은 사실 병원만큼 수익이 많이 남는 사업도 없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서민들에게 병원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나도 민간영리병원법을 찬성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그것이 좋겠다고 대놓고 말할 필요는 이제 없다.

‘스미스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는 뒷짐을 지고 법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조언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서울시에서 초중고 무료급식을 할 계획인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나를 마치 자신의 보좌관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가진 전략 기획실이 보유한 수많은 데이터에 관심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적극적인 찬성을 하셔서 추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대한민국에서 가난 때문에 굶는 학생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많은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겠지만 그 재정은 어느 곳에서든 만들어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나는 이 순간 어떤 서울 시장이 무료급식을 반대하다가 서울 시장에서 물러났던 미래의 기억 한 자락이 떠올랐다.

‘물론 그의 생각이 틀린 것도 아니지…….’

나처럼 자주 가진 자의 자식들도 세금을 이용해서 무료로 급식을 받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라도 모든 학생이 공평하게 급식을 할 수 있다면 그 정도의 부작용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참고하겠소.

“시장님.”

-내게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청계천이 참 냄새도 나고 더럽습니다. 청계천 복원 사업을 추진해서 서울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태양 건설에서 수주하시겠군요.

“예, 제가 최소한의 청계천 복원비로 최대한의 복원을 이끌어내겠습니다.”

이렇게 해야 대한민국이 역사 그대로 흐르는 것이다.

‘사람만 바뀌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해야 내가 아는 미래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잘 알겠습니다.

내가 무슨 의미로 말하는지 서울 시장은 알겠다는 듯 대답했다.

‘헐값에 복원해 주지.’

돈!

그건 이제 내게는 너무 많으니까.

* * *

2000년 4월 14일, 청와대로 향하는 자동차 안.

나는 지금 청와대에서 개최하는 경제인 초청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다음 뉴스입니다. 연쇄살인범 정두영이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군……!’

내가 회귀 전에 뉴스를 봤던 때가 떠올랐다.

정두영은 9명의 시민을 살해한 연쇄 살인자이다. 정두영은 1999년 6월부터 강도행각을 벌이면서 17명을 살상한 후에 체포가 됐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재판부는 그에게 사형을 확정했지만 집행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법이다.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고 백미러로 내 표정을 확인한 박태웅 상임이사가 운전기사를 봤다.

“라디오 끄시죠.”

“예, 알겠습니다.”

앞좌석에 앉은 박태웅 상임이사가 운전 기사에게 말했고 운전기사는 바로 라디오를 껐다.

‘남북정상회담이 곧 개최되지……!’

내가 가진 미래의 기억에도 존재하고 태양 컴퍼니와 태양 그룹 전략 기획실에서 확보한 정보에 의하면 그랬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개최하는 이번 경제인 초청행사는 남북정상회담에 참석을 촉구하기 위함일 것이다.

‘선물 보따리를 주겠다는 거지……!’

아마 내 기억 그대로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서 최초로 평양에 방문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회장님, 이번에는 아마도…….”

“선물 보따리가 필요하겠죠?”

“예, 그렇습니다. 남북경제협력을 추진할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개성공단과 함께 신의주경제특구 설립이 핵심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대통령이 염원하던 것이 이제야 시작이 되는 것이다.

“남북이 원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죠.”

개성공단이야 북한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신의주경제특구는 좀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최소한 중국의 묵인이 있어야겠지.’

사실 내가 아는 미래의 기억 속에서도 현 정부는 개성공단과 신의주경제특구를 동시에 추진했다가 중국이 방해로 신의주경제특구 개발은 취소가 됐다.

“그렇습니다. 중국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박태웅 상임이사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중국해양자원공사는 어쩌고 있습니까?”

“회장님께서 요청하신 그대로 중일공동개발 구역에서 단독적으로 가스전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총리를 뇌경색으로 잃은 일본이 난처하겠군요.”

얼마 전에 일본 총리가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물론 뇌경색이라는 지병이 있었기에 그렇게 된 것이지만 대한민국 주재 일본 대사관 앞에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세워졌고 그와 함께 세계 150개국의 일본 대사관 앞에도 똑같은 소녀상과 강제징용자 청년상이 세워진 것에 대해 대대적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가 됐기에 지병이 악화된 것이다.

“그럴 것입니다. 대책 마련에 분주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내가 원하는 그대로 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중국 공산당 고위층과도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도둑질만 하면 되겠군……!’

중국해양자원공사가 대한민국의 해양영토지역인 7광구 인근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채굴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빌미로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한일 공동개발구역의 개발 재개를 촉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방위적 압박이다.’

그리고 최후의 압박은 미국 대통령이 결정된 후에 실시될 것이다.

* * *

일본 총리 집무실.

새총리가 선임이 됐고 그는 총리가 되자마자 중일공동개발구역 문제로 골머리를 썩여야 했다.

“중국 정부가 단독으로 중일공동개발구역의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외교부 고위직 관료가 신임 총리를 보며 보고했다.

“강력하게 항의했소?”

“예, 그렇습니다. 하지만 중일공동개발구역은 중국의 고유한 영토이니 일본 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통보가 왔습니다. 또한, 중일공동개발구역에 대한 협정이 체결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개발을 중단한 것에 대해 비난했습니다.”

“골치가 아프군……!”

신임 일본 총리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전임 일본 총리가 왜 뇌경색으로 쓰러졌는지 이해가 됐다.

“총리 각하.”

“왜요?”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무엇입니까?”

“중국해양자원공사가 한일공동개발구역 북단에서 가스전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쾅!

“뭐라고 했습니까?”

신임 일본 총리가 책상을 내려치며 보고자에게 되물었다.

“죄송합니다.”

“그래서요?”

“경제성 있는 가스전 발굴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건 도둑질입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지역은 한일공동개발구역이지만 아직은 대한민국의 영토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 정부가 한일공동개발구역 개발을 촉구해 오겠군.”

“그럴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런 망할……!”

“그리고…….”

“그리고 또 뭐?”

“우도해양개발회사가 드디어 한일 공동개발 구역 내부인 7광구 지역으로 진입했습니다.”

“그 망할 것들이 드디어 선을 넘었군.”

“총리 각하. 이제는 해상자위대라도 출동시켜야 합니다.”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던 군사담당 고위층이 일본 총리에게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시오.”

신임 일본 총리는 바로 군사담당 고위층의 제안을 무시했다.

‘부시 가문의 회사야……!’

백범에게 완벽하게 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일본 신임 총리였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 대선에서 부시가 아닌 앨 고어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신임 일본 총리였다.

‘사건만 만들어놓고 그리 죽으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혹시라도 모를 만약을 떠오르는 일본 신임 총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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