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8
228화 터질 것이 터졌다? (3)
나는 나우루 공항에서 바로 태양 해운 나우루 공화국 사업부로 이동했고 사업부 건물은 마치 요새처럼 변해 있었다.
“쿠데타 상황이니까?”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물었다.
“쿠데타군이 문제가 아니라 사망한 재정 장관이 고용한 소말리아 용병들 때문입니다.”
소말리아 용병들은 아마도 소말리아 해적 출신들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들에게 이 쿠데타 상황은 약탈을 일삼을 좋은 기회일 것이다.
“그렇군요.”
“그래서 태양 해운 소속 특전사 출신 직원들이 방어에 돌입했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의 말에 나는 LA 폭동이 떠올랐다. 그때도 이렇게 한인들은 자경단을 구성해서 자신들을 지켰다.
“잘 지시하셨습니다.”
사실 태양 해운은 한성 해운을 인수해서 사명을 바꾼 회사다.
나우루 공화국 관광 사업 및 카지노 사업 육성을 위한 조치이면서 사하라 녹지화 사업이 성공했을 때 사하라 지역에 생산되는 각종 곡물과 채굴되는 지하자원들을 대한민국으로 이동시키고 세계 각지에 판매하기 위해 만든 해운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한성 해운이 바탕이 되어 만든 해운회사이지만 말이다.
‘거기다가……!’
현재의 태양 해운은 원양어선 사업도 같이하고 있고 태평양에서 원양어업을 실시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한성 해운이 계약했던 모든 사업도 인계받은 상태이기에 호주에서 포스코로 이동되는 자원들 역시 이동시키고 있다.
“소말리아 출신 용병들이 약탈자로 변했다면 선상 카지노의 방비도 철저해야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특전사 출신들이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모든 관광 여객기의 운항을 취소할까 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그렇게 말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카심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지.’
이번 사태는 돌발상황이라면 돌발상황이다. 하지만 나우루 공화국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배은망덕은 하지 말아야겠지…….’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올린 수익을 그대로 다 돌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 * *
태양 해운 지사 지사장 집무실.
“정말입니까?”
이 집무실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특별지시를 내렸다.
“우리는 나우루 공화국에 빚이 있죠.”
“그렇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의 쿠데타에 개입하신다는 것은 엄청난 후폭풍을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옳은 말입니다. 사실 나는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말한 것처럼 나우루 공화국 투자 계약을 백지화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 말씀은…….”
“원금과 함께 100억 달러 정도의 배당금을 지급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는 배당이 아닌 이자를 지급했고 50억 달러 정도를 지급한 상태다. 물론 관광산업을 육성해 줬고 나우루 공화국에 민간항구와 공항을 증설해 줬다. 그와 함께 크루즈선이 이곳을 거쳐 이동할 수 있게 해줬고 선상 카지노도 10곳이나 설치해 줬다.
‘관광산업을 통해서 자립할 수 있게 해줬지…….’
이것은 내 변명이라면 변명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제는 누구와 협상하는지가 중요해졌습니다. 그러니 내 지시 그대로 움직이십시오.”
“그런데 과연 카심이 이곳으로 올까요?”
“탐욕에 눈이 먼 사람은 앞뒤 상황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박태웅 상임이사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을 모시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아마 카심은 내가 생각한 그대로 움직일 겁니다.”
* * *
다윗연합 수장의 저택 집무실.
“나우루 공화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고?”
다윗연합 수장이 보고자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쿠데타 사태로 미국으로 향하던 백범 회장이 나우루 공화국으로 이동한 상태입니다.”
“백범 회장은 나우루 공화국에 빚이 있지?”
다윗연합 수장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보고자에게 되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확인해 본 것으로는 나우루 공화국의 1호 국부기금을 통해서 지금까지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렇지.”
보고자의 보고에 다윗연합 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군.”
“현재 나우루 공화국 선상 카지노의 고객으로 위장한 첩보대대원이 현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와 손을 잡은 백범이지만 나우루 공화국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를 봐야겠어. 그래야겠어. 이용만 하고 버리는 존재라면 오래 갈 수 있을 리 없으니까.”
“지속해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 * *
태양 해운 나우루 공화국 사업부 건물 지사장실.
나는 이곳에 오자마자 나우루 공화국 혁명 정부에게 내가 나우루 공화국에 왔다는 것을 통보했고 그와 함께 세 시간 후에 임시대통령이 된 카심이 나를 직접 찾아왔다.
“혁명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시면 바로 오실 줄 알았소.”
내가 하대 비슷하게 하는 카심이다.
‘임시대통령이 됐다는 거지?’
권력을 손에 쥐는 순간 사람이 바뀐다면 그 사람과는 오래 갈 이유가 없다.
“혁명 성공을 축하드립니다.”
내 말에 카심이 나를 빤히 봤다.
“정말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이번 혁명이 일어난 이유 중의 하나가 태양 컴퍼니 때문이라는 것을 알겠죠?”
내게 존댓말을 쓰고 있는 카심이지만 이것은 나를 존중하기 때문에 존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정말 그 이유를 모르나?”
“말씀해 주십시오. 임시대통령 각하.”
내가 자신을 각하라고 부르자 카심은 묘한 미소를 보였다.
“좋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부패한 지난 정권의 독재자와 그의 아들과 맺었던 모든 투자 계약을 파기하고 싶소.”
“계약을 나우루 공화국에서 일방적으로 파기한다면 투자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특별 조항에 따라서 원금 보존 및 수익금 보존, 그리고 이자 지급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내 말에 나우루 공화국 임시대통령 카심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나우루 공화국까지 와서 그런 말을 내게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담하군.”
권력을 처음 손에 쥔 사람은 겁이 없어진다.
그리고 그 권력이 절대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다.
“투자 계약에 대해서 말씀해 드린 겁니다.”
“그 계약은 무효야, 불합리한 계약이고 불평등한 계약이야.”
“나우루 공화국 국회가 승인한 투자 계약입니다.”
“국회는 그 투자 계약에 대해서 세부적인 사항을 확인하지도 않고 거수기가 되어 사망한 독재자의 뜻대로 통과시킨 거다.”
“그것은 나우루 공화국의 문제입니다.”
나 역시 여기서는 밀릴 생각이 없다.
‘아마 지금쯤이면……!’
나우루 공화국에서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다윗연합의 수장도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내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백범 회장!”
카심이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카심 대통령 각하. 당신께서는 제가 나우루 공화국을 떠날 때 제게 말씀을 하셨죠. 진정한 민주주의를 나우루 공화국에 뿌리내리겠다고요.”
“그랬소. 그래서 이렇게 혁명을 일으킨 것이오.”
“그런데 왜 나우루 공화국의 입장에서는 영원토록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받을 수 있는 투자 계약을 백지화하시려는 겁니까? 경제 부흥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나우루 공화국에서 투자받은 돈을 내 투자의 종잣돈으로 사용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었다. 물론 그 수익에 대한 합당한 배당금을 배당하지는 않았지만,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그대로 지급했었다.
‘그 정도로 인구수가 7,000명…….’
7,000명밖에는 안 되는 나우루 공화국은 그 어떤 나라의 국민보다 풍요롭게 살았고 미국의 유명 백화점의 VIP 고객으로 군림했었다.
“영원토록 안정적인 수익이라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내가 확인한 것으로는 나우루 공화국 국부 펀드를 이용해서 얻은 이익이 10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확인했는데 나우루 공화국에서 받은 배당금은 겨우 3년 동안 50억 달러에 불과해.”
나는 20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상태지만 카심은 1000억 달러 정도로 파악한 것 같다.
“그 50억 달러는 배당금이 아니라 대출에 의한 이자를 지급한 겁니다.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나는 나우루 공화국과 맺은 투자 및 대출 계약서를 카심에게 내밀었다.
“그딴 서류는 내게도 있지.”
카심은 부하에게 나우루 공화국 투자 계획서를 내게 보였다.
“이런 종이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바로 내 앞에서 투자 계약서를 찢어버리는 카심이었다.
“그래서요?”
“모든 계약을 파기한다. 그리고 온전한 배당금을 즉시 배당할 것을 통보하고 그 배당금이 지급될 때까지 당신을 나우루 공화국에서 역류할 것이다.”
강하게 나오는 카심이다.
“나를 억류해?”
“왜 내가 못할 것 같나?”
“카심, 현실을 직시해.”
“나는 나우루 공화국의 혁명정부 수반이며 대통령인데 내 이름을 무엄하게 함부로 부르다니!”
눈에 살기까지 번뜩이는 카심이다.
‘이래서 인간은 초심이 쉽게 잃는 존재지……!’
그는 내가 처음 나우루 공화국을 떠날 때 공항까지 나와서 이 나우루 공화국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겠다고 말했었던 인물이다. 그런데 지금 절대자라도 되는 듯 내게 협박하고 있으니 정말 가소로울 뿐이다.
“다시 말하지. 카심, 현실을 직시해.”
“이놈이!”
“좋아. 나는 카심 임시대통령에 의해 이 나우루 공화국에 역류가 됐다고 치자. 그럼 당신은?”
“뭐, 뭐라고?”
갑자기 표정이 달라지는 카심이었다.
‘같이 갈 인간이 못 된다.’
이럴 줄 알았다. 그래서 내 나름 준비를 했다.
-누구와 협상을 할지가 중요하겠어.
나는 비행기 안에서 박태웅 상임이사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태양 해운 사업부 건물에 들어올 때 못 봤나?”
“뭐, 뭐라고?”
“무장 경비들은 모두 대한민국 특전사라는 군인 출신이야. 모두 출중한 능력이 있는 전투 요원들이지. 그런 무장 병력이 이 건물 밖에 200명이 있고 나우루 공화국 해상 카지노에는 무장된 전투 헬기 10대가 대기하고 있다.”
내 말에 눈빛부터 달라지는 카심이었다.
“나는 나우루 공화국에 억류를 당했고 당신은 이 건물 안에 억류를 당한 거다.”
나는 담담하게 말했고 카심의 표정이 굳어졌다.
“뭐해? 저놈을 쏴 죽여버려!”
카심이 흥분해 소리를 질렀다.
“백범 회장을 사살하면 우리도 여기서 죽습니다. 보셨잖습니까? 건물 밖에 대기하고 있는 무장 병력이 100명도 넘습니다.”
카심의 부하고 카심에게 말했다.
‘비겁한 놈들!’
저리 비겁하기에 자신들의 혁명이라는 쿠데타에 소말리아 용병을 이용한 것이다.
“이런, 이런 망할……!”
이제야 카심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한 것 같다.
“당신은 나우루 공화국의 주인이 아니다.”
“뭐, 뭐라고?”
“모든 나라의 주인은 그 나라의 국민이지. 나는 그 국민과 재협상을 할 거야.”
그때 지사장실의 문이 열렸고 다섯 명의 나우루 공화국 부족장들이 들어왔다.
“무장 병력들은 무장을 자발적으로 해제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
내 말에 카심의 부하들이 서로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카심의 뒤에 있는 세 명이 바로 태양 해운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들고 온 무기를 건네고 밖으로 나갔다. 물론 카심 역시 바로 무장해제를 당했다.
“나는 나우루 공화국과 맺은 투자 계약서에 대해서 나우루 공화국을 대표하며 정통성을 갖춘 여러분과 다시 논의하고 재협상을 추진할까 합니다."